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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95화 (95/251)

95화― 구출(救出)(3)

“몇 가지 묻는 것만 대답해 준다면, 여기서 안전하게 탈출시켜 주고 그 후 바로 풀어 드리죠.”

검성의 말에 미홍은 살짝 의심하면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기에 마음이 움직였다.

미홍은 열어 둔 창문을 닫고는 검성을 바라보았다. 괜히 말소리가 새어 나가 청룡단의 사람들이 온다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질문이라는 것이 무엇이죠?”

“질문은 빠져나간 다음에 하기로 하죠.”

미홍은 의심스러움을 떨칠 수는 없었지만, 일단 제안이 나쁘지 않았기에 조금은 마음이 흔들렸다. 자신의 조직에서 구해 줄 것이라 믿고 기다렸지만, 아직 오지 않고 있다는 점도 그녀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다.

“약속을 어떻게 믿죠? 당신의 신분이 도대체 무엇이죠?”

미홍은 모든 상황이 의심스러웠기에 검성을 그냥 따라가기도 힘들었다. 그러자 검성은 두건에 손을 가져갔고, 두건을 벗어 던졌다.

“아……!”

검성이 두건을 벗자, 미홍은 마치 방 안이 환해지는 듯한 착각을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큰 탄성을 질렀다.

“난 검성의 제자인 임진후라고 합니다.”

“검성의…… 제자? 당신이……?”

미홍은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되물었다. 자신이 아는 검성의 제자는 직접 만났던 이윤후였기에 검성의 말에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짓말하지 말아요. 내가 검성의 제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미홍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검성이 자신을 속이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로서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직접 이윤후를 만나 보았기에 검성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미홍은 한 발짝 물러서며 경계를 했고 내공을 끌어 올리며 검성을 노려보았다.

“이윤후는 내 사제(師弟)요. 내가 검성의 첫째 제자이고, 윤후는 두 번째 제자입니다.”

검성은 이미 미홍이 이윤후를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차분하게 대응하며 말을 꺼내었다.

“검성의 제자가 둘? 그게 사실인가요?”

미홍은 검성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기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스르릉―

검성은 미홍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검을 뽑았고, 그녀는 더욱 경계했다. 하지만 검성은 검을 뽑아 미홍을 향해 검신을 뉘여 보였다.

“검성의 신물(信物)인 정천검(正天劍)이요. 당신의 조직이라면 사부님의 신물을 알고 있겠죠?”

“그 검이…… 정천검?”

미홍은 검성이 내민 검신을 뚫어지라 쳐다보았고 검에 음각되어 있는 정천이라는 글자를 확인하고는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검성의 애검인 정천검은 신장의 무기로, 사람들에게 정천검이 신장의 무기라는 것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도후의 사람인 그녀는 정천검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맞군요. 정천검…… 정말로 검성의 제자가 두 명…….”

미홍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검성이 정말로 검성의 제자라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이윤후의 존재가 나타난 것만으로도 놀랐는데, 검성의 제자가 두 명이나 무림에 나타났다는 것은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날 믿는다면 여길 빠져나가죠.”

검성은 조금은 다급하게 그녀를 채근했다. 미홍으로서는 검성의 신분을 확인한 이상 믿어야 했다.

“여긴 청룡단이 감시하고 있을 터인데 쉽게 빠져나가기는…… 어머!”

미홍은 말을 하다 깜짝 놀라 헛바람을 삼켰다. 검성이 그녀를 안아 올렸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단 빠져나가는 것이 먼저이니 실례하겠소.”

미홍은 검성에게 안기자 나쁘지 않은 듯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검성은 창을 열고는 창틀을 밟고 몸을 튕겨 올랐다.

순식간에 검성은 장안당을 빠져나갔다. 기척을 파악하고 있는 그인지라 적절히 방향을 틀며 빠르게 사라질 수 있었다.

* * *

검성과 미홍이 빠져나가고 얼마 후, 누군가 그곳에 나타났다.

“무슨 일이지? 아무도 없잖아?”

“분명 여기였습니다. 어제 확인했을 때는 분명히…….”

복면을 한 두 명의 사내가 방이 비어 있음을 확인하고는 난감해했다. 그들이 두리번거리는 사이에 청룡단의 인물들이 그들의 기척을 확인하고는 들이닥쳐 큰 싸움이 벌어졌다.

* * *

장안당을 빠져나간 검성은 뒤를 돌아보고는 슬며시 미소를 보였다.

‘싸움이 벌어졌군.’

검성은 미홍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 접근해 오는 것을 느꼈고 그래서 미홍을 안고 빠르게 빠져나온 것이었다. 그 인물들이 청룡단의 기척이 아닌 이상 미홍을 구하러 온 도후의 인물들일 것이었다.

검성은 빠져나오면서 일부러 청룡단의 인물들에게 기척을 남겨 침입자가 있음을 눈치채도록 했고, 미홍을 구하러 온 인물들과 싸움이 벌어지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장안당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자, 검성은 안고 있던 미홍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검성의 품에서 떠나게 되자 그녀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이제 묻는 것만 대답해 준다면 여기서 헤어지도록 하지요.”

“그렇게 하죠. 묻고 싶은 게 무엇일까요? 검성의 제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날 구해 가면서 묻고 싶은 게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미홍은 계속 의문이 들었던 점이 그 부분이었다. 도대체 검성의 제자가 자신이 잡혀 있는 이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겠느냐는 점과 왜 구했고 무엇을 묻고 싶은 것일까 하는 모든 점이 궁금했다.

미홍은 검성의 얼굴을 마치 눈에 새기려는 듯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눈빛이 오히려 검성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흐음…… 너무 빤히 보는 것이 아니요?”

“오랜만에 보는 잘생긴 얼굴이라 얼굴을 좀 익혀 두려고요. 나중에 그려서 팔아 볼까 하는 생각도 좀 드네요.”

미홍은 반은 진심이었고 반은 농담으로 이야기했다.

“이거, 그런 소리를 또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랐군요.”

검성은 천통자가 했던 말을 미홍이 또 하자 조금은 놀라고 말했다.

“저와 같은 소리를 한 사람이 있었나요? 그림이요?”

“네. 누구인지 말해 줄 수는 없지만 그림을 그려서 팔겠다고 한 인물이 있기는 했죠.”

“경쟁자가 있을지는 몰랐네요. 혹시 그 사람 그림을 그려 갔나요?”

“네. 제가 신세를 져서 그리도록 해 주었습니다.”

“아…… 그럼 경쟁이 되지 않겠군요. 전 기억해서 그려 본들 직접 보고 그린 사람의 그림이 더 잘 팔릴 테니까요.”

미홍은 진심으로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하자 검성은 허탈한 듯 웃어 보였다.

“그림을 그려 간 사람은 정말 수완가로군요. 그림을 팔 생각을 하다니…… 나중에 한번 만나고 싶어요.”

미홍은 진심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검성에게는 어이없는 말일 뿐이었다.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제가 묻고 싶은 것을 묻죠.”

“잠깐!”

“뭐죠?”

미홍이 갑작스레 소리치자 검성은 놀라 물었다.

“묻는 것을 답해 줄 테니 저도 하나 묻게 해 주겠어요?”

미홍은 스스로 말하면서도 자신이 염치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꼭 묻고 싶은 것이 생겼기에 염치 불구하고 말했다.

“그렇게 하죠. 대신 제가 묻는 것에 제대로 답해 준다면 말이죠.”

“좋아요. 묻고 싶은 게 뭐죠?”

미홍은 검성이 도대체 무엇을 물어 올지 궁금하여 그의 눈과 입을 빤히 보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도후는 살아 있습니까?”

미홍은 검성의 물음에 깜짝 놀랐으나 최대한 침착하려고 노력했다.

“도후의 생존을 왜 저에게 묻는 것이죠? 도후와 오절은 이미 무림에서 사라진 지 오래인 분들 아닌가요?”

미홍은 말을 하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일단 발뺌을 하긴 했으나, 이미 눈앞의 청년은 자신의 조직에 대해 알고 있다고 봐야 했다.

‘어떻게 검성의 제자가 우리 조직에 대해…… 도후 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지?’

미홍은 검성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검성에게 눈을 떼지 않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

“당신이 그곳에 갇히고 감시를 받았던 이유가 도후와 관련된 조직 때문인데, 제가 그것을 아는 것이 이상합니까?”

“이상할 수밖에요. 저는 저들에게도 도후에 대해 입을 연 적이 없거든요.”

미홍은 검성의 말에서 일단 한 가지를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의 조직과 도후의 관계를 확실히 안다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까지.

무림맹주 우금은 자신의 조직에 대해서는 알았지만, 그것이 도후과 관련된 조직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부단히 자신에게서 그 정보를 캐내기 위해 조사를 했던 것이었다.

사소한 것은 모두 못 이기는 척 이야기했지만 도후에 관한 정보만은 절대 자신의 입 밖에 내지 않았는데, 검성이 그 부분을 묻고 오자 이상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검성은 미홍의 말에 무림맹이 아직 도후의 조직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설마하니 무림맹쯤 되는 집단이 아직 배후조차 모를 줄이야.

“이미 다 알고 묻는 것이겠지만, 저는 그쪽의 물음에 답을 해 주기가 어렵겠네요.”

검성으로서는 조금 난감해졌다. 미홍이 입을 닫아 버렸으니, 억지로라도 열어야 하나 고민까지 했다. 하지만 자신이 구금되면서도 입을 열지 않던 여인을 죽인다고 협박한다고 해도 열지도 의문이었다.

“이거 제가 실수를 한 듯하군요. 스승님께서 도후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도후의 흔적을 찾던 도중 개방에서 당신의 이름을 알려 주며 도후와 연관이 있다고 말해 주기에 구하러 온 것이고요.”

검성은 거짓과 사실을 적절히 섞어 둘러대었고, 미홍은 의심을 거두지 않은 채 검성을 노려보았다.

“검성이 찾는다고요?”

“네. 제가 무림에 나온 이유도 오절의 다른 분들을 찾아 스승님의 뜻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미홍이 관심을 가지자 검성은 바로 답했다. 그녀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검성이 살아 있는 데다가 다른 오절들을 찾고 있다니. 과연 검성의 의중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후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미홍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꽤 의심이 많은 여인이군. 그 정도로 도후에게 충성하는 것인가?’

미홍의 경계가 검성의 생각보다 더하자, 도후가 좋은 수하를 두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잡혀 있는 동안에 꽤 많은 조사를 당했을 것인데, 도후가 조직의 배후임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은 검성의 예상외였다.

“저는 당신의 말을 신뢰하지 못하겠어요.”

“어떻게 해야 제 말을 믿어 주겠습니까?”

순간 비천으로 보내 입을 열어 버릴까도 생각했으나, 그렇게 되면 도후의 조직이 알아차릴 게 분명했다. 더구나…… 그녀를 살려 보내 도후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저를 보내 주세요.”

미홍의 말을 예상하고 있던 검성은 감정을 내색치 않고 입을 열었다.

“보내 주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제가 도후 님께 검성의 뜻을 전달하고 대답을 가져다드리죠.”

미홍의 말에 검성을 살짝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묵고 있는 객잔을 알려 드리죠. 천무지회에 참가하기로 했으니, 기간 내에는 계속 그곳에 머무를 예정입니다. 그곳으로 연락을 주십시오.”

“그렇게 할게요.”

미홍은 일단 자기 뜻대로 이루어질 듯하자 미소를 보였다. 그 모습에 검성 역시 마음을 다잡았다. 곧, 도후가 자신의 생존을 알게 되리라.

“그럼, 연락을 드릴게요.”

미홍은 떠나기 전 검성이 머무는 객잔의 위치를 듣고는 떠나갔고, 검성은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이거, 검성께서 여인에게 휘둘리는 걸 보다니 나름 좋은 구경 했습니다.”

검성의 앞에 나타난 이는 천통자였다. 멀리서 기척을 죽인 채 지켜보다가 미홍이 멀리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검성의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니라.”

“……어르신, 도후가 과연 검성 앞에 순순히 나타날지요?”

천통자는 어떻게 보면 지금 상황이 다행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도후는 검성이 살아 있음을 안다면 만나고 싶어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일이 차라리 더 쉬워진 셈이었다.

“그렇겠지. 나도 그렇게 판단했기에 그녀를 살려 보내 준 것이니까 말이야.”

검성은 사실 억지로 미홍의 입을 여는 선택까지도 고민했지만, 결국 그녀를 보내 주었다.

도후는 불민하지 않다. 그녀도 자신의 의도를 예상하긴 하겠으나, 그녀 역시 오절의 일인. 자신이 찾는다는 말에 결코 숨거나 도망치지 않을 터였다.

“이제는 기다리면 되는군.”

검성은 낮게 읊조리며 미홍이 사라진 방향을 보다가, 이내 몸을 움직여 객잔으로 돌아가기 위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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