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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93화 (93/251)

93화― 구출(救出)(1)

서안(西安).

섬서성의 가장 큰 대도시로, 서쪽으로 가는 물류의 중심지이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였는데, 현재는 다른 이유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있었다.

천무지회(天武之會).

무림맹에서 오랜만에 주최하는 무도대회로 인해 사람들이 서안으로 몰리고 있었다. 서안 일대의 객잔들이 가득 찰 정도로, 무림인들뿐만 아니라 세인들의 관심도 끌고 있었다.

천무지회의 날이 가까워질수록 서안의 시내는 더욱 무림인들로 가득 차고 있었다.

“어허, 이거 사람이 너무 많은걸?”

검성은 서안에 들어서기 전부터 많은 무림인이 서안으로 향하는 것을 보긴 했지만, 서안으로 들어서고 나서 엄청난 수의 무림인을 거리에서 보자 혀를 내둘렀다.

“워낙 오랜만에 열린 정파 무림의 큰 행사다 보니 많은 수가 서안으로 들어온 것 같아요.”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걸.”

검성은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무림인들을 살피며 이야기했다. 문파를 상징하는 옷의 색이나 무복을 입은 자들이 보였고, 다들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단 객잔으로 가죠. 임 소협이 좋아하실 술이 있는 곳으로 잡아 두었어요.”

은정연이 고개를 돌려 이야기하자, 검성은 그녀의 말에 멈추었던 발을 냉큼 움직였다. 서안에 도착하자마자 말을 처분한 터라 두 사람 다 오랜만에 땅에 발을 붙이고 있었다.

“어떤 술이지?”

검성이 자신을 금세 따라오며 묻자 은정연은 속으로 웃고는 입을 열었다.

“황계조주(黃桂稠酒)라고 들어 보셨죠?”

“아, 들어는 봤지. 황계조주가 서안의 술이었지.”

검성은 은정연이 말하는 술을 듣기는 해 봤었다. 황계조주는 서안조주라고 불릴 정도로 서안을 대표하는 술이었고, 검성도 기회가 되면 먹어 보고 싶었던 술이었기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그래도 말을 버리고 걸으니 이제 살 만하군.”

검성은 정말 오랜만에 많이 걸어 보는지라 마음이 남달랐다. 그는 늘 무림을 여행할 때 느긋하니 걷는 것을 주로 했었다. 그렇기에 북해빙궁에서 설응을 받았지만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야 타지도 않았다.

“설마 우리가 묵을 곳이 저기는 아니지?”

검성은 눈앞에 보이는 곳을 가리키며 은정연에게 물었다. 우뚝 솟은 큰 목조 건물이라 눈에 띄었는데, 그것보다도 눈에 들어온 것은 엄청난 인파들이었다.

“다른 곳도 비슷할 거예요. 현재 서안의 객잔마다 무림인들이나 구경 온 사람들이 숙소를 구하기 위해 난리라고 하네요.”

“그래? 하긴…… 서안으로 오면서 본 사람들이나 서안의 거리에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지.”

검성은 이미 많은 수의 사람들을 보았기에 은정연의 말에 빠르게 수긍했다.

두 사람은 인파를 헤치고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은정연이 비천의 사람들을 이용해 숙박할 곳을 잡아 두었기에 다행이었다.

객잔 안에도 사람들로 가득했고 점소이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 달려오자, 은정연이 점소이와 대화를 마치고는 검성에게 다가왔다.

“이 층으로 가시죠. 여기는 숙소를 잡은 사람들은 따로 음식을 제공한다고 하네요.”

“다행이군.”

검성은 일 층에 북적거리는 사람들 탓에 저 틈 사이에서 식사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말에 은정연은 피식 웃으며 먼저 이 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갔고, 검성이 그녀를 따랐다.

“여긴 좀 사람이 없구나.”

이 층에 올라선 검성은 사람이 많지 않자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 층에는 일 층과 달리 공간들도 넓었고, 스무 개 정도 탁자가 놓여 있었는데 반도 차 있지 않았다.

“식사 시간이 지났으니까 그렇겠죠.”

“그렇지…….”

은정연의 답에 검성은 힘없이 답했다. 그녀의 말처럼 미시(未時)를 지나 신시(申時)로 넘어가고 있는 시각이었다. 아래층이야 워낙 사람들의 대기 줄이 길어서 사람들이 빈자리가 나길 기다리며 바뀌는 실정이라 가득 차 있었지만 이 층은 객잔에 묵는 사람들의 식사 자리라 빈자리가 보였던 것이었다.

“간단히 식사할 수 있는 것을 알아서 가져다주세요. 술은…….”

은정연과 검성이 자리에 앉자 다가온 점소이에게 은정연은 주문하며 검성을 살짝 보았다.

“황계조주 한 병을 가져다주세요.”

은정연이 술을 주문하자, 검성은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그 반응이 재밌는지 은정연은 미소를 지었다.

“저기 손님…… 죄송하지만 지금 술이 다 떨어져서…….”

점소이가 난감한 듯 이야기했고, 그의 말에 검성의 표정은 실망감이 드리워졌다.

“요 며칠 워낙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다 보니 저희가 받아 둔 술이 이미 동나 버려서 현재 새로 받아 올 때까지는 주문받을 수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죠. 식사만 가져다주세요.”

은정연은 상황이 재미있는 듯 키득거리며 점소이를 돌려보냈고 크게 좌절한 검성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술 못 먹는 게 그리 좌절할 일은 아니잖아요?”

“기대한 만큼 좌절도 하게 되는구나…… 기대하지 말 것을…….”

은정연이 검성과 여행을 다니며 느끼는 것이었지만, 검성이 어려진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어려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들었던 평판과는 전혀 다른 성격에 종잡을 수 없어서 처음에는 당황도 했지만 지금은 무던하게 대할 수 있었다.

“조금 있다가 아마 반가운 얼굴이 올 거예요.”

“반가운 얼굴? 누구 말이냐?”

은정연의 말에 검성은 딱히 짚이는 사람이 없었기에 되물었다.

“회주께서 천통자를 서안으로 보내셨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이곳으로 올 거예요.”

“그리 반갑지는 않은 얼굴인데…….”

검성은 뚱한 표정으로 이야기했고 은정연은 아직도 황계조주를 맛보지 못하는 것에 기분이 상해 있는 검성을 보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을 달성하려면 만나 봐야죠. 이미 천통자는 우리보다 빨리 서안에 와서 정보를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래?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천통자는 비천회주의 명을 받고 바로 서안에 당도해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회주의 명을 받아 혹시나 있을 최악의 상황을 천통자는 대비하고 있었는데, 미리 은정연을 통해 검성이 서안에서 하려던 일을 듣고 그에 대해 조사도 해 둔 참이었다.

음식이 나오자 두 사람은 식사하기 시작했다.

* * *

식사를 끝낼 때쯤, 기다리던 사람이 이 층으로 올라오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천통자가 검성과 은정연을 발견하고 자신의 염소수염을 매만지며 다가왔다.

“오셨군요.”

은정연은 천통자를 발견하고 그를 반겼다.

“아름다운 분에게 환대를 받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천통자는 웃으며 은정연과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식사하는 검성을 보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거, 이제 새로운 사람이 있다고 저한테는 궁금한 것이 없으십니까?”

자신을 반겨 주지 않는 검성을 보며 천통자는 조금은 토라진 척 말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그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에 은정연은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천통자가 무림에 알려져 있기는 허풍쟁이 돌팔이에 불과했지만, 비천에서의 직책은 꽤 높았다. 은정연이 비천회주의 딸이긴 하나 직책으로 따지면 천통자가 더 위였다.

“내가 나름 무림 생활을 오래하면서 느낀 것이 있는데, 내가 더 절박하더라도 그것을 절대 티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검성은 말을 하고는 미소를 보였고 그 말에 천통자가 크게 웃었다.

“하하, 이거 제가 앞에 둔 분이 누구인지 잊을 뻔했군요.”

천통자의 큰 웃음에 식사하던 모두가 그들을 보았고 은정연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자 당황하였다.

“주위를 조금은 신경 쓰는 것이 어떠냐?”

검성은 천통자의 큰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젓가락을 놓고는 그를 보았다.

“이거, 여기 있는 모두가 이미 임 소협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제가 웃은 것 정도야 별일 아닐 겁니다.”

천통자의 말처럼 검성은 거리에서도 객잔에서도 이미 주목을 받는 몸이었고, 이 층의 사람들도 검성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미 화미랑(花美郞)으로 이름이 너무 알려지셔서 제가 다 뿌듯하던걸요.”

천통자는 무림에 알려진 검성의 이름에 나름 재미있어하면서도 반기고 있었다. 검성을 구해 준 공치사를 하며 얻은 그의 초상화 한 장을 그려 놓았으니, 이제 이것을 베껴서 팔아먹기 시작한다면 큰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에 웃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저한테 듣고 싶은 이야기도 있으실 텐데, 저를 좀 반겨 주시죠.”

천통자의 말에 검성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보았다. 그의 말처럼 검성은 천통자에게 얻을 정보가 많았다. 그렇기에 천통자는 검성 앞에서 거들먹대고 있었다.

“임 소협께서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제가 제법 잘 조사해 두었는데 말이죠.”

“크흠…….”

천통자가 계속 거들먹대며 말하자 검성은 살짝 화가 치밀어 오를 것 같았다. 천통자도 그것을 눈치를 챘기에 그만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여기서 이야기할까요?”

천통자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검성을 향해 물었고, 검성과 은정연은 서로를 마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으로 가서 이야기하자.”

곧 은정연은 점소이에게 다가가 묵을 방의 위치를 묻고 다시 돌아왔고, 모두 삼 층으로 움직였다.

점소이가 안내해 준 서로의 방을 확인하고는, 검성의 방으로 다 같이 모여 도란도란 앉았다..

“이제 이야기해 보아라.”

검성은 천통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엇부터 말씀해 드릴까요? 그나저나 이번 천무지회 명단을 보니 검성께서도 이름이 있으시던데, 정말로 참가하십니까?”

천통자는 미리 서안에 도착한 만큼 천무지회에 대한 소식도 많이 들었다. 모이면 천무지회의 이야기를 하는지라 따로 조사하지 않아도 누가 참가했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누구와 누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도 많이 주워 듣는 상황이었다.

“그건 사정이 있어서 하게 되었고 무림맹에 잡혀 있다는 미홍이라는 자에 관해 이야기해다오.”

검성의 물음에 천통자는 살짝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도 서안에 도착해서 검성께서 이곳으로 오시는 이유가 그 여인 때문이라 하기에 수소문해서 찾아보았는데…… 찾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개방의 말로는 무림맹주에게 잡혀 있다고 하던데, 찾기가 힘들던가?”

“저도 소식을 듣고 무림맹이 뇌옥과 미홍을 가둘 만한 곳들을 제법 알아보았는데, 전혀 흔적이 보이지 않더군요.”

“그렇다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잡혀 있을 가능성이 크겠군.”

검성이 조금 난감한 듯 이야기했다. 서안에 오면 미홍부터 찾아가려고 했는데, 있는 곳도 알지 못하면 만날 수가 없었다.

“미홍이 잡혀간 상황을 좀 알아보려 무림맹 쪽의 사람을 매수했는데, 청룡단의 인물들이 그날 주도적으로 움직였다고 하니 청룡단에서 미홍을 데려갔을 가능성이 큰 것은 같습니다. 문제는 청룡단이 무림맹에 근거지가 따로 없는 집단이라…… 실마리가 풀리지 않네요.”

미홍이 사라진 그날, 무림맹에서는 대대적인 첩자 축출이 있었는데, 청룡단이 그것을 주도하였기에 천통자는 천룡단에 대한 조사를 해 왔지만, 워낙 무림맹에서도 비밀스러운 집단이라 조사의 진척이 전혀 없었다.

사대무단은 무림맹 내에 각자의 근거지가 있었으나, 청룡단은 그것이 없었기에 조사를 한들 알아낼 수가 없었다.

“아까는 뭐 다 알아낸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전혀 알아낸 것이 없지 않나?”

“에이~ 전혀 알아내지 못했다면 제가 검성 앞에 나섰겠습니까?”

천통자가 다시 거들먹거리며 이야기하자 검성은 살짝 부아가 치밀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경을 칠 것을 알았기에 천통자는 검성이 화를 내기 전에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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