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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91화 (91/251)

91화― 망자재배(芒刺在背)(2)

검성은 도후가 자신의 정혼자인 임소려를 죽인 범인이라고는 하지만 안쓰러운 마음을 털어 내기가 힘들었다. 신투와 권왕은 도후가 검성을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해 그녀를 부추겼다.

자신들의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은 채 검성에게 큰 고통을 줄 방법으로 도후를 선택한 것이었다.

검성은 도후에게 늘 미안한 감정이 있었기에 사실 도후에게만은 칼을 겨누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화풍곡의 명도 어긴 채 검성의 곁에 머물렀고, 적이 많았던 검성은 도후와 함께 다님으로써 죽을 고비를 많이 넘기기도 했었다.

예전 젊었을 적, 세인들이 그들의 무림행을 협객행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들의 움직임은 사파와 마두들에게 위협적이었다. 그렇기에 습격도 많이 당했고 위기도 많았었다.

그런 위기를 함께해 왔던 도후였기에, 검성은 그녀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것을 알기에 약선도 물은 것이었다.

“언니가 당신이 살아 있다는 걸 알면, 자신의 목에 당신의 검이 닿는다 해도 저항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겠지…….”

약선의 말에 검성은 더욱 마음이 불편해졌다. 자신이 생각해 봐도 도후는 절대 자신에게 칼을 맞대려 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검성이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음을 그녀가 안다면 스스로 자진하려 들게 분명하다고 약선은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아는 도후는 자존심이 셌다. 검성에 대한 마음은 자신보다 더 애틋했다. 그런 도후의 마음을 알았기에 자신은 멀리서 검성을 바라봤을 뿐이었다.

“비천의 정보를 듣자 하니 도후는 신투와 권왕에게 속아 왔더군. 나에 대한 잘못에 대해 속죄하기 위해 조직도 들어갔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용서할 수는 없어.”

검성의 말에 약선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검성이 임소려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도후를 얼마나 신뢰했는지 알기에 검성의 고민이 가장 클 것을 알고 있었다.

“일단 만나 볼 생각이야. 판단은 그다음…….”

검성은 사실 도후의 처리에 대한 고민을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를 죽여야 할지…… 아니, 그녀에게 칼을 겨눌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일단 만나서 그녀와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고 검성은 생각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는다면 두 사람 다 힘들지도 몰라요.”

약선은 두 사람 모두가 안타까웠다.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사랑을 원하고 갈구한 도후나 자신이 가장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자신의 정인을 죽인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고민하는 검성.

둘 모두 안타까웠다.

‘두 사람은 서로 만나지 말았으면 해요…….’

약선은 두 사람이 최대한 만나지 않기를 속으로 바랐다. 도후는 절대 검성에게 검을 겨눌 인물이 되지 못했다. 차라리 검성이 모든 사실을 알고 검을 겨눈다면 그의 손에 죽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검성도 그녀를 마음 편하게 죽이지는 못할 게 분명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가 될 만남은 아예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게 약선의 바람이었다.

“초 오라버니의 소식은 듣지 못했나요?”

약선은 말을 돌리며 신투에 관해 물었다.

“전혀 없소. 비천에서도 초벽과 가영의 흔적은 사라진 지가 오래라고 하더군. 아마 두 사람 다 이동 자체가 없이 어느 한곳에 머무르고 있는 탓이겠지.”

“모두 살아 있는 게 맞을까요?”

약선은 차라리 두 사람 다 영원히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아무리 원수가 되었다고 하나, 검성이 그들 모두를 죽이는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

“곧 알게 되겠지.”

검성은 말을 하곤 다시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약선도 더는 말을 걸지 못하고 검성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나쁜 사람…….’

약선은 검성의 얼굴을 바라보며 속으로 원망 아닌 원망을 했다. 예전에, 검성은 자신이 다가가기에 너무 장애물이 많아 지켜보기만 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자신이 품기에는 어려운 사람이 되어 버렸다.

* * *

아침 일찍 일어난 검성은 다 같이 식사를 마치고 이윤후와 약선에게 작별을 고한 뒤, 은정연과 서안으로 떠났다.

검성은 약선에게 이윤후의 안위를 다시 한번 부탁하고 떠났다. 그 모습에 약선은 의아함을 느꼈지만 더 묻진 않았다.

화산의 조양봉을 내려오며 말이 없는 검성에게 은정연은 말을 걸지 못한 채 그의 뒤를 따르기만 했다.

“내가 말했던 것은 확인해 보았느냐?”

정적을 깨며 검성이 입을 열어 물어 오자, 은정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곁으로 말을 몰아갔다.

“검성의 말처럼 있더군요. 사람들을 시켜서 포획하였습니다.”

“역시…… 초벽. 그자는 애령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군.”

검성은 은정연의 답에 낮게 읊조렸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들이 약선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일전에 천통자가 방문했을 때 초벽이 시켜 약선을 감시하는 자를 보았었거든. 천통자에게 듣지 못했더냐?”

“아…… 그렇군요. 저도 모든 소식을 알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검성은 자신이 처음 깨어났을 때 백아가 잡아 왔던 초벽의 수하를 기억해 내었고, 그가 죽어서 사라졌으니 분명 또 다른 자를 보냈을 것이라 예상하였다.

그래서 은정연에게 그녀를 따르고 있는 비천의 인원들을 이용해 살펴보라고 말했고 약선을 감시하던 자를 발견해 사로잡은 것이었다.

“현재 잡아 두긴 했지만, 전혀 입을 열지 않고 있어요.”

“아마 그 녀석도 금제(禁制)를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금제요?”

검성의 말에 은정연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일전에 잡은 녀석도 묻는 것에 답하려는 순간 내부가 폭발하듯 장기가 녹은 채 죽더구나. 그 녀석도 아마 똑같은 금제를 당하고 있을 거야.”

검성은 이전에 잡았던 초벽의 수하가 그렇게 죽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똑같은 금제가 그자에게도 걸려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럼, 저희 쪽에 데려가는 것은 어떤가요? 그런 금제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그렇고, 비천에 데려가 자백을 하도록 하는 게 나을 듯싶어서요.”

은정연의 말에 검성이 살짝 고민했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부탁한다.”

검성은 어차피 금제를 당하고 있는 이상 그의 입을 열게 한들 죽어 버릴 게 뻔했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판단했고, 은정연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검성의 허락이 떨어지자, 은정연은 자신을 따르고 있는 비천의 인물들에게 전음을 하는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일월문의 권왕을 대역을 하던 저희 쪽 사람은 철수시켰어요.”

은정연의 말에 검성은 조금 놀란 듯 그녀를 보았다.

“더 이상은 일월문주의 행세를 하기 힘들어 자리를 피하고, 여행을 떠난 것처럼 서신을 남겨 두었습니다.”

“그쪽의 동요는 없겠던가?”

“아마도 한동안은 아무 일 없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어요. 권왕이 양원이라는 인물로 살면서 워낙 신비스럽게 행동을 해서 신투와 도후와는 달리 사람들에게 드러난 세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일월문 누구도 그가 권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신투와는 달리 사람의 평판에 무던히도 신경을 썼던 자였으니 그럴 만도 하지.”

검성은 권왕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그리 답했다. 신투가 심계 깊고 속을 알 수 없던 자라면, 권왕은 과시를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오절 중에도 가장 화려한 옷차림에 귀금속을 수집하던 취미도 있었다.

“그래도 일문의 문주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면, 꽤 큰 문제가 될 텐데?”

“이제 더는 저희랑 상관없는 일이죠.”

“알아낼 것을 다 알아낸 모양이지?”

검성의 말에 은정연은 살짝 웃음을 보였다.

“알아냈다고 하기보단 일월문에 더는 머무를 필요가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건 또 무슨 소리지?”

검성은 은정연의 말에 의아함을 느껴 물었다.

“비천에서도 어차피 권왕의 시신을 수습했고 일월문이 혹시나 무림에 위협이 되는 요소가 있는지 면밀하게 지켜봤는데, 전혀 그럴 요소가 없다고 판단을 했나 봐요.”

“그 소리였군.”

“네. 아까도 말했다시피 권왕은 다른 두 사람과 달리 드러낸 세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딱히 무림을 어떻게 해 보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던 거 같아요. 남은 일월문도의 성향도 그렇고요.”

비천은 현 무림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정파와 사파의 대립과 사패(四覇)들의 동향 그리고 암암리에 존재하는 오절 삼 인의 세력이라고 판단하고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권왕의 일월문이 겉으로 보기에 그저 평범한 문파로서 존재했고 내부를 알 수 없었기에 조심만 하고 있었는데, 검성이 권왕을 잡아 준 덕에 내부에 잠입하여 직접 들여다보니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았다.

일월문은 그냥 정파의 한 문파로서 평범했고, 구파일방과 버금갈 정도의 세력을 구축하고는 있었지만, 권왕도 그렇고 일월문의 성향도 비천의 걱정하던 것과 전혀 달랐다.

“권왕이 없어졌으니 일월문은 누가 수장이 되는 거지? 그 천풍 공자인가 하던 녀석이 문주가 되나?”

“아마도요?”

검성은 비무를 했던 천풍 공자 감오를 떠올리며 물었다.

“일월문도 앞날이 깜깜하군. 탁헌 그자는 왜 제자를 구해도 그런 녀석을 구했을까?”

검성은 권왕의 본명을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이미 자신에게 죽임을 당했지만, 그가 남긴 자가 고작 감오라는 것이 안타깝긴 했다. 검성이 보기에는 감오의 기량이 너무나 미천해 보였다.

“그래도 천풍 공자라 불리며 꽤 명성이 높은 후기지수인 것으로 평가받아요.”

“탁헌의 제자치고는 안타까운 수준일 뿐이야.”

검성은 은정연의 평가를 일축해 버렸다. 그의 말처럼 오절의 제자라고 하기엔 감오의 무공이 형편없기는 했다.

“설마, 약선의 거처에서 봤던 검성의 제자분과 비교해서 평가하시는 건가요?”

은정연은 산 위에서 보았던 이윤후를 떠올리며 물었다. 이윤후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그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듣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아직 무림 초행이라 대단한 실력을 갖춘 것 같지는 않다고 보고를 받았는데, 앞에서 대했을 때 느껴지는 기도가 남달랐음을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 윤후는 그런 녀석과 비교 자체가 안 되지.”

검성은 이윤후의 이야기가 나오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은정연도 검성이 꽤 이윤후에게 공을 들이고 있음을 느꼈기에 그가 다시 무림에 나왔을 때를 어느 정도는 기대하고 있었다.

“늦게 들이신 제자 사랑이 남다르시네요.”

“나도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제자를 둘 것을 그랬어.”

검성의 말에 은정연은 웃음을 지었다.

“사실 오절들이 다 사라졌을 때 무림은 그들이 제자를 키우지도 않고 사라진 것을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했었는데, 인제 와서 제자들이 나타난 것도 재미있긴 하네요.”

은정연의 말처럼 오절은 하나같이 제자를 두지 않았었다. 정파 무림에서는 그들이 제자를 두기를 많이 바랐지만, 결국 그들은 사라지기 전까지도 제자를 남기지 않았다.

그렇기에 무림은 최근 나타난 오절의 제자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인 것이다.

오절의 존재가 워낙 대단했기에 정파 무림은 물론 사파와 사패 그리고 마교에서까지 제자의 존재를 확인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소문만 무성했을 뿐, 정확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권왕 본인의 모습이던 패왕 양원뿐이었다.

“아마 이번 천무지회에 오절의 제자들이 모일 테니 꽤 재미있어질 거 같네요.”

“천무지회에 다들 나오나?”

은정연의 말에 검성이 물었다.

“네. 정보에 의하면 검성의 제자인 임진후.”

은정연은 검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도후의 제자라고 하는 유형지, 신투의 제자라고 밝힌 벽령(碧鈴)이라는 이름의 자도 천무지회에 등록했습니다.”

“기대되는군. 서안으로 빨리 가고 싶을 정도야.”

검성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이며 은정연이 말한 신투와 도후의 제자의 이름을 곱씹고 기억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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