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성, 돌아오다-66화 (66/251)

66화― 도전(挑戰)(1)

―일월문에 검성 제자의 도전장이 도착했다.

―검성의 제자가 일월문의 문주인 권왕의 제자에게 도전장을 보냈다.

태원에선 검성의 제자가 일월문에 도전장을 보낸 일로 시끌시끌해졌다. 객잔마다 거리마다 그 이야기로 사람들의 말이 멈추지 않았다.

“검성의 제자가 나타났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권왕의 제자에게 도전이라니 이런 구경거리를 놓칠 수가 있겠나.”

“하나, 어차피 둘의 대결이 일월문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우리 같은 사람은 들어가 보지도 못할 텐데 어떻게 볼 수 있다는 말인가?”

“에잉, 그렇지……. 한데 어떻게 이런 기회를 놓치겠는가? 사람들은 오절 중에 검성이 으뜸이라고 하긴 했지만, 권왕의 제자이자 일월문의 문주는 사십이 넘은 사람 아닌가. 듣자 하니 검성의 제자는 약관이 이제 막 지났다고 하던데 상대나 되겠는가?”

두 사내는 거리의 한가운데서 검성의 제자가 일월문에 도전장을 보낸 일로 이야기하고 있었고,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여 있었다.

“도전장은 언제 보내신 거예요?”

은한은 유유자적하게 앞서 걷고 있는 검성을 향해 물었다. 그녀는 거리에 나와서야 뒤늦게 소식을 접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런 계획은 듣지 못했는데, 하긴 신비 문파 비천 출신인 자신을 쉽게 믿을 리 없었다. 분명 검성 나름의 심계가 깔려 있으리라.

객잔에서부터 거리까지 소문이 벌써 퍼졌는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는 전부 그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마치 도시의 관심이 모두 검성과 권왕 제자 간의 대결에 몰려 있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절 중 최강자가 구냐에 대한 논쟁은 무림인들은 늘 해 왔던 이야기였다.

검성이 최강자라는 데에 모두 크게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막상 붙어 보면 근접전의 최강자인 권왕이 가장 강할 거라는 사람도 있었고, 모든 무기를 쓸 줄 알고 암기술까지 뛰어난 신투가 최강일 거라는 사람도 있었다.

“너도 궁금하지 않느냐?”

“뭐가요?”

은한은 자신의 물음은 답하지 않고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검성에게 뒤따라가며 물었다.

“권왕과 내가 붙으면 누가 이길지 말이다.”

“그거야…….”

은한은 조금은 의외의 것을 검성이 묻자 대답하기가 난감했다.

“검성이 이길 거라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느냐?”

은한이 의외로 답을 빨리 말하자 검성은 다시 한번 물었다.

“두 사람은 이미 한 번 겨룬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서 검성이 압도적으로 이겼다고요.”

“역시 비천(秘天)답구나. 둘이서 겨루고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는데 그 결과를 알고 있다니…….”

검성은 은한의 답에 놀라며 말했다. 사실 오절은 한 번씩 자웅을 겨룬 일이 있었다. 젊었을 적부터 친했던 친우들이었지만, 그 당시 사람들은 모이면 오절 중 최강자는 누구인가를 가지고 설전을 벌였고, 대부분 검성을 꼽는 반응에 권왕과 신투는 이를 마땅찮게 여겼었다.

두 사람은 번갈아 가며 검성에게 도전을 했고, 그 결과 검성이 모두 이겼었다.

이후 도후도 검성에게 도전을 했지만 패했고, 약선은 비무가 아닌 논검(論劍)으로 겨룰 것을 제의했으나, 그 또한 검성이 이겼다.

약선의 경우야, 어차피 이길 생각도 아니었고 논검을 하며 검성과 마주 앉은 그 시간만으로 만족했다. 일부러 방어 일색으로 길게 끌어갔었기에 다른 대결과는 조금 다르긴 했었다.

그렇게 오절은 사람들의 생각대로 검성이 오절 중에 최강임을 자신들끼리 결론 내렸었다. 하지만 그 대결이 끝나고 권왕과 신투는 잠적 아닌 잠적을 했고 도후도 검성을 따라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화풍곡으로 돌아갔다.

이후, 오절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검성도 모두와의 싸움을 통한 깨달음과 무당의 장문인과의 대결에서 얻었던 깨달음을 정리하기 위해 무당파에 요청하여 무당에 머물며 수련을 시작했었다.

“이것까지 말씀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그 대결 이후 오절의 관계가 틀어지고 권왕과 신투는 검성에 대한 모든 것을 질투하게 되었으며, 도후는 검성을 원망하며 떠나갔다고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

은한은 조심스럽게 검성의 눈치를 살피며 이야기했는데, 검성이 듣고만 있자 말을 이어 나갔다.

“권왕과 신투 그리고 도후 모두 그 대결 이후 수련을 거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실력도 예전과는 다를 텐데요…….”

“내가 권왕에게 질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냐?”

“그건 아니지만, 예전과 같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은한의 당돌한 말에 검성은 미소를 보였다.

“나도 궁금하긴 하구나. 그가 어떤 깨달음을 얻고 얼마나 강해졌을지. 나보다 약하다면 그의 심장에 칼을 박아 넣어 줄 수밖에.”

검성의 음성이 차갑게 돌변하자, 은한은 놀라며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어느새 일월문의 다가서고 있었다.

일월문의 입구에는 이미 소문을 듣고 몰려온 구경꾼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객잔을 나설 때부터 검성이 은은하게 흘린 기세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도전장을 날린 검성의 제자가 아닐까 수군거리며 따라붙기도 하였다.

물론 이는 검성이 의도한 바였다. 세간의 평가 때문에 자신을 질투했던 권왕이니, 친우로서 그에게 무대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

“사람들이 너무 몰려 있는데요.”

은한은 자신들을 뒤따르는 자들과 앞에서 입구를 막고 있는 자들을 보며 조금은 걱정스럽게 검성을 바라보았다. 본래라면 이리 대놓고 벌일 일은 아니었다. 이내 그녀는 검성이 미소 짓고 있음을 눈치챘다.

“모든 게 당신의 뜻대로군요.”

은한은 검성의 웃음에서 그의 의도를 이제야 짐작할 수가 있었다.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돌아다니며 검성 제자의 도전장을 운운하던 점소이는 분명 검성에게 포섭되었던 것이었으리라.

“내 친우는 명예를 좋아하니, 친우로서 무대 정도는 마련해 주어야 하지 않겠나.”

“……어차피 저들은 들어가지도 못할 텐데요.”

검성의 말에 은한은 검성에 대한 평가를 조금은 달리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우선, 조직에서 주었던 검성 성격에 대한 정보는 다 맞지가 않았고 행동 또한 예측이 되지 않았다.

이제 하루 같이 있었을 뿐이지만 자신이 너무 휘둘리고 있었다.

“검성의 제자가 나타났다!!”

“검성의 제자다!”

누가 봐도 자신이 도전자임을 알 수 있도록, 검성이 기세를 끌어 올리자 주변 사람들이 알아보곤 소리치며 환호해 주었다.

파도가 갈리듯 입구로 가는 길이 열리자, 검성 역시 여유롭게 웃으며 일월문으로 걸어갔다.

모두 검성을 보며 외모에 대한 상찬과 실력에 대한 궁금증 등을 들릴 정도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검성이랑 다니며 너무나 많은 시선을 받고 있는 은한은 질릴 정도였다.

“검성의 제자인 임진후라 합니다.”

자신을 경계하며 일월문의 무인들이 입구를 막아서자, 검성은 정식으로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그들은 자기네끼리 수군거리더니 다시 다가왔다.

“안쪽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삼십 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사내가 정중하게 말을 전해 왔다.

검성과 은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고는 그를 따라가기 시작했고, 그들이 들어가자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자들은 입맛만 다셔야 했다.

들어가고 싶어도 일월문과 같은 대문파의 출입이 자유로울 리 없다. 이미 도전장이 날아가고, 태원에 소문이 파다하게 난 순간부터 일월문의 입구에는 평소 두세 배의 인원들이 나와 통제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고 일월문 밖에서 이 사건의 향방이 어떻게 판가름 날지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 *

일월문의 무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 검성과 은한은 너무 넓은 규모로 인해 꽤 멀리 따라가야 했다.

잠시 후,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일월문의 연무장(鍊武場)이었다. 비어 있는 정중앙의 자리를 주위로 이미 꽤 많은 인원이 가득 차 있는 상황. 그들의 눈빛은 가히 살벌했다.

“일월문에서도 준비를 단단히 한 모양인데요.”

은한이 검성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고, 검성도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놀랄 만도 한데 대응이 꽤…….’

검성이 갑작스레 도전장을 날린 셈이었는데 일월문의 대응을 보니 과연 썩어도 준치였다. 일부러 소문을 내어 일월문에서 피하지 못하도록 할 속셈이었는데, 이 정도면 자신을 상대로 피하기는커녕 판을 키운 셈이었다.

얼핏 봐도 근처의 크고 작은 문파의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구경 와서 마련된 귀빈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중에는 무당파의 도인으로 보이는 인물도 보였다.

그렇게, 잠시간 무인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순간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저분이 일월문주 되십니까?”

검성은 자신을 안내하던 중년인에게 귀빈석 중앙의 중년인을 가리키며 물었다.

“네. 일월문의 문주님이신 패왕(覇王) 양원(梁元) 대협이십니다.”

“그렇군요.”

검성은 자신이 확인한 중년인이 일월문주 양원이라는 소리를 듣고는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것을 느낀 은한은 조금 의아해했다.

“검성의 제자가 나타났다!”

누군가 소리치자 연무장의 시선이 모두 검성과 은한에게로 집중되었고 밖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 소란에 귀빈석의 사람들도 일제히 검성을 바라보았다.

순간, 검성과 양원의 시선이 마주쳤다.

검성을 바라본 양원의 표정이 귀신이라도 본 양 심하게 일그러졌으나, 검성은 그와 달리 잔잔한 미소를 얼굴에 보였다.

두 사람의 표정을 확인한 은한은 또 한 번 의문이 생겼지만 검성이 이미 무서운 투기를 내뿜기 시작해 말을 걸 수도 없었다.

“내가 어제 착각한 것이 아니었군.”

검성은 혼자 나직이 읊조리곤 중앙 연무대 위로 올라갔다. 시선은 계속해서 귀빈석에 있는 양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성의 반대편에 누군가 연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었는데,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였다. 청의를 입고 각진 얼굴에 호방한 인상이었다.

그 사내가 연무대 위로 올라오자 지켜보던 자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는 일월문의 소문주인 천풍공자(天風公子) 감오(甘悟)였다. 무림의 촉망받는 남자 후기지수들을 오공자(五公子)라 하여 부르고 있었는데, 그중 감오는 천풍공자로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그만큼 무림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일월문의 천풍공자 감오라고 하오. 검성의 제자 맞으시오?”

감오는 검성을 향해 예를 취하며 소개하자, 검성의 검성은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분명 권왕의 제자에게 도전을 했는데 왜 당신이 나온 것입니까?”

검성이 퉁명스럽게 감오를 향해 말하자, 감오는 물론 지켜보던 사람들도 검성의 언행에 놀라고 있었다.

“이거, 기분 나쁘셨나 보군요. 그쪽이 저희 사부님에게 도전장을 보낸 건 사실이나 아무리 같은 오절의 제자라도 순서라는 게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부님이 그쪽을 상대하기에는 예가 아니니 내가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검성은 기세를 올리는 눈앞의 젊은이가 가소로웠으나, 예상은 하고 있었다. 여차하면 일월문 자체와 싸우려 했으니 이 정도면 괜찮은 조건이었다.

“뭐, 내가 권왕의 제자에게 도전장을 날렸으니, 너를 상대하는 것도 맞는 거 같기는 하군.”

“네? 그게 무슨 말인지?”

그 말에 감오가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으나 검성은 입을 닫고 더 답해 주지 않았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끝이 난 듯하자 일월문의 무인으로 보이는 자가 연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가 귀빈석의 양원을 바라보고는 무언가를 지시를 받는 듯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저희 일월문의 문주님과 검성의 제자의 대결로 알고 오신 분들이 많겠지만, 약관이 지난 검성의 제자와 문주님이 대결하기엔 무리가 있어 문주님의 제자인 감오 소문주께서 그 도전을 받아 대결을 하고자 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연무대로 올라온 무인은 모두가 들릴 정도로 크게 소리쳤고, 그의 말에 모여 있던 많은 사람과 귀빈석의 타 문파의 사람들도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이미 천풍공자가 말한 것처럼 일월문주 양원의 알려진 나이는 오십을 바라보고 있는 노고수였기에 이제 갓 약관이 지난 듯한 검성의 제자와 겨루기에는 도리에 맞지가 않았다.

하나, 검성에게는 이 모든 것이 우스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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