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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65화 (65/251)

65화― 검성의 첫 발걸음(2)

일월문의 담장을 뛰어넘은 검성은 빗속을 가로지르며 어느 한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검성이 깨어나고 자신도 모를 경지를 달성하면서 가장 크게 몸의 변화를 느낀 것이 감각이 훨씬 날카로워졌다는 점이었다. 일반인들부터 무인들의 작은 기척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 것이다.

담장을 넘은 검성은 일월문에서 가장 확연하게 느껴지는 기의 주인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필시 그곳에 권왕이 있을 것이었다.

“저곳이군.”

남다른 규모의 저택답게 외곽 담을 넘고서도 크고 작은 담을 계속 넘어야 했다.

그나마 비가 오는 덕에 사람들의 이동이 없어 검성은 걸릴 부담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쐐액―

마지막 담을 넘어 착지하는 순간, 파공성(破空聲)이 들리며 검성의 면전으로 무언가 날아들었으나, 검성은 그것을 가볍게 피해 내었다.

콰광―

날아든 것은 유성추(流星鎚)였다.

그것이 날아든 곳을 보았을 때, 어느새 검성은 포위되어 있었다.

“그저 호위무사들이 모여 있는 줄 알았더니, 내가 오는 것을 알고 기다리던 것이었나?”

“웬 놈이기에 문주 거처의 담을 넘는 것이냐?”

유성추를 던졌던 자가 거칠게 검성을 향해 일갈했다. 삼십 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덩치가 건장한 사내였다.

검성을 포위한 자들은 그를 합쳐 다섯 명으로, 모두 일정 수준의 무공을 지니고 있음을 검성은 알아차렸다.

‘생각보다 뛰어난 자들이 많구나.’

아무리 아직 자신이 몸에 익숙하지 않다고는 하나, 자신의 기를 읽어 침입을 알아차릴 정도의 수준이라면 필시 고된 훈련을 거친 이들이었을 것이다.

특히 유성추를 든 저 무인은 암살에 특화된 무공을 수련했음이 틀림없었다. 과연 권왕이 이 지역 사파의 씨를 말렸다 하더니, 이자의 공로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의 추궁에도 검성이 말이 없자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유성추를 던진 사내가 수신호를 했다.

이윽고 검성을 무인들이 포위망을 좁혀 오기 시작했고, 검성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정면은 유성추, 왼쪽의 둘은 검, 오른쪽 둘은 도를 들고 있었다.

자세로 보아 이들은 탐색에 어느 정도 경지를 이루었으나, 무공에 있어선 자신에게 비할 바 아니었다.

파박―

조용히 있던 검성이 순간적으로 먼저 움직였고 단숨에 검을 든 두 명의 사이에 파고들었다.

퍼버벅―

“커헉…….”

“컥…….”

검성은 무기를 들지 않은 빈손이었으나 무공의 격차가 너무나 현저했다.

왼쪽으로 파고든 검성은 빠르게 일장을 날렸고, 두 무인은 갑작스러운 진입에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한 채 검을 흘리며 비에 젖은 땅바닥에 처박힐 수밖에 없었다.

“이놈……!”

남은 자들이 순간 놀라긴 했으나 바로 달려들었다. 유성추가 다시 안면을 향해 날아들자, 검성은 가볍게 피해 내고는 달려드는 도객들과 맞닥뜨려 갔다.

셋이 어우러지자 유성추를 쓰는 사내는 순간 자신의 편이 맞을까 손을 쓰지 못했다. 이에 검성은 또다시 일장을 날리며 두 도객을 간단히 날려 버렸다.

“어떻게…… 넷을 단숨에…….”

유성추를 든 자는 자신이 본 것이 믿기지 않는 듯 검성을 노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사내들은 일월문의 문주 직할의 호위대로, 일월문의 최고수들이었다.

나름 실력에 자신 있던 무인들이었는데, 합공을 하고도 손 한 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한 채 넷이 쓰러지고 혼자만 남게 되었다.

“저 안에 있는 자는 일월문의 문주가 맞나?”

검성은 혼자 남은 자를 향해 말했고 그는 대답 대신 유성추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쐐액―

유성추가 다시 검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을 피하지 않은 채 한 손을 들어 유성추를 잡으려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 모습에 일월문의 무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자신의 유성추를 잡으려고 하는 검성의 손이 박살 나리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퍼석―

“아니…… 말도 안 되는…….”

검성에게 날아든 유성추 한쪽이 검성의 손바닥에서 마치 두부가 으깨지듯이 손쉽게 박살이 난 채 바닥에 떨어졌다.

촤악―

퍼벙―

“커헉…….”

검성은 유성추를 박살 낸 것에 그치지 않고 유성추가 달린 줄을 당겨 실의에 빠진 사내를 자신 쪽으로 당겨 내었고, 그대로 끌려오던 그는 검성의 일장에 그대로 가슴이 적중당한 채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빗속의 바닥에 쓰러져야 했다.

“이만한 소란이 일었으면 나와 볼 만한데, 나오지도 않는군. 당연히 자신의 호위대가 이길 줄 아는 것인가?”

검성은 일월문의 문주가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거처를 바라보았다.

싸움이 일어난 순간부터, 유성추를 든 무사로 인해 담이 무너졌고 그 소음으로 인해 처음부터 침입자가 있음을 알았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안의 인물은 나와 보지도 않았고, 동요하지 않았다. 검성의 짐작대로 자신들의 호위대가 당연히 이기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때, 어딘가에서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침입이다!”

다른 무인들이 소란을 듣고 몰려오고 있음이었다.

“어차피 내일 다시 올 것이니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될 듯하군. 얼굴은 내일 보도록 하지.”

검성은 그 자리에서 몸을 피했다. 이미 싸움의 소란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기에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었다.

정말 권왕이 있는지 확인차 온 것이기에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했다.

자신이 바라는 피는 권왕의 것이기에, 지금은 물러나기로 했다.

* * *

일월문을 다시 빠져나온 검성은 복면과 검은 옷을 던져 버렸고, 객잔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비는 검성에게 닿기 직전에 증발하듯이 사라지고 있었기에 검성의 옷은 전혀 젖지 않고 있었다.

객잔에 도착한 검성은 자신의 방에 열린 창문을 확인하고는 단숨에 뛰어올랐고, 창틀에서 신발은 벗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 비가 온 탓에 진흙이 워낙 많이 묻어 있었기에 털기 위해서였다.

비가 오는 것은 만상오행공을 펼쳐 비에 젖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지만, 신발 바닥만은 보호할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성과가 없었군. 비천회(秘天會)의 정보대로라면 권왕이 그곳에 있는 것이 맞을 텐데, 왜 없었던 거지?”

검성은 일월문 내에서 가장 강한 힘을 찾아 그곳으로 간 것이었는데, 권왕이 아닌 일월문주의 거처였다.

자신의 친우인 권왕이었다면 굳이 숨지 않았을 터. 굳이 다른 이들의 피까지 보고 싶지는 않았기에 물러난 것이었다.

비천회의 정보라면 거짓이 없을 것이니, 자신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권왕이 기를 갈무리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옳았다.

“내일 직접 찾아가보는 게 좋겠군.”

검성은 일단 그리 결론을 내린 채 창문을 닫고는 침상에 누워 어지러운 생각을 정리하면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 *

아침 일찍 일어난 검성은 나갈 채비를 하고 방을 나섰는데, 언제부터 기다린 건지 문 앞에는 은한이 서 있었다.

“안 그래도 식사를 하자고 부를 참이었는데 일어났구나.”

“그것보다, 물어볼 게 있습니다.”

은한은 조금은 다급해진 목소리로 검성에게 말했다.

“일단 내려가서 식사는 시켜 놓고 이야기하자.”

검성은 은한을 뿌리치고는 아래로 향했다. 그가 그렇게 가 버리자 은한도 쫓아갈 수밖에 없었다.

일 층에 내려와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식사 주문을 했고, 이내 점소이가 물러나자 은한이 입을 열었다.

“어제 일월문에서 소란을 일으킨 자가 있었다는데 검서…… 아니, 임 소협이 그렇게 한 것은 아니죠?”

은한은 안 그래도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검성에게 물었고, 검성은 이미 은한이 그것을 물어볼 것을 알았기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면서 왜 묻는 것이냐?”

“정말인가요? 어떻게 위치도 몰랐을 텐데 거길 혼자 갈 생각을 해요?”

은한은 기가 차다는 듯 어이없는 표정을 보이며 말했다.

“위치야 아는 방법이 있으니. 어딜 가는 것도 네 허락을 맡아야 하는 것이냐?”

“그거야 아니지만…… 그래도 동행하기로 한 사이에 이야기 정도는 해 줄 수 있잖아요.”

“이 일은 내 소관이니, 너는 주제를 알거라.”

검성과 비천문 사이에 거래가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검성이 허락한 것이지 동등한 관계가 아니었다.

물론 일어나자마자 비천문 사람들에게 소식을 듣고 회주의 불벼락까지 맞아야 했던 은한은 순간 욱하긴 하였으나 마음을 가다듬고 재차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요. 가서 무슨 성과는 있으셨어요? 들리는 이야기로는 일월문의 문주 호위대가 모두 한 명에게 당했다고 소문이 났던데요.”

어차피 검성에게 몇 명이 덤비든 다 당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니 제쳐 두더라도, 은한은 검성이 그곳에 뭐 하러 간 것인지가 궁금했다.

일단 소문난 것은 호위대가 당한 일뿐이고, 다른 피해는 없다고 했으니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를 것 같았다.

“권왕이 있는 곳을 찾아볼까 하고 갔는데 그를 찾기 전에 걸려서 소란만 일었지. 그래서 그냥 빠져나왔다.”

“다른 일은 없었고요? 권왕이 있다고 한들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텐데 어떻게 찾겠다고 단독으로 그렇게 들어가신 건가요?”

“찾을 만하니까 간 건데 보이지 않더군.”

은한은 검성의 속내를 알아보려 질문을 계속했지만 검성은 정확한 대답을 해 주지 않았다.

이내 밥이 나오자, 은한은 입을 다물고 식사에 집중했다. 상대가 상대다 보니 포기한 것이다.

“밥 먹고 다시 일월문에 가 보자.”

“다시 간다고요? 가서 어떻게 하시려고요?”

“거기 문주가 권왕의 제자라 했으니 검성의 제자인 내가 그와 한번 겨루어 봐야 하지 않겠느냐?”

“겨룬다고요?”

은한은 검성의 말에 눈을 반짝였고 흥미롭다는 듯 표정을 보였다.

“권왕이 정말 일월문에 있다면 나오도록 만들어야지. 내 얼굴을 본다면 나오지 않곤 못 배길 거다.”

은한은 검성이 대화를 할 때 기막을 쳐서 대화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알았지만, 괜히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듯 주위를 살피고는 입을 열었다.

“권왕이 대협의 얼굴을 보고 순순히 나올까요?”

“나올 것이다. 아무리 떨어졌다 한들 그는 권왕의 칭호를 받은 무인이느니.”

“아, 그렇군요.”

검성은 위치가 파악되는 권왕을 이번에 꼭 잡아야 할 필요가 있었고 자신을 노출시킬 생각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자신의 얼굴을 알아볼 만한 사람은 현 무림에 없었다. 자신들과 동시대에 살아온 자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얼른 마저 식사나 하도록 해라. 식사가 끝나면 바로 일월문으로 갈 터이니.”

“네.”

검성의 의도를 알아낸 은한은 기분 좋게 남은 식사를 마저 했다. 빨리 먹어야 검성과 출발 전에 비천회에 보고를 할 수가 있었다.

남은 식사를 급하게 마친 은한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성도 그녀의 의도를 알고 있었기에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비천회에게서 계속 도움을 받아야 할 입장이니 자신의 계획이 그들에게 흘러들어 간다 해도 크게 상관도 없었다.

검성은 조금 후에 있을 권왕의 제자와의 만남이 기다려졌다. 나름 친우의 제자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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