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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52화 (52/251)

52화― 오행상생(五行相生)

“굉장히 넓군요.”

이윤후는 동굴의 통로를 지나 안쪽의 넓은 공간이 나오자 놀라며 탄성을 질렀다. 약선이 안내해 준 폭포의 물길에 가려져 있던 이 동굴은 놀랍게도 안쪽에 넓은 공간이 있었고 수련에 필요한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약선이 예전 신의에게 의술과 무공을 같이 배웠던 곳이라고 하니 그녀에게 의미가 깊은 공간일 거다.”

이윤후는 등 뒤에서 들리는 음성에 돌아보자 검성이 있었다.

“이제 넌 일 년을 이곳에서 지내야 하니 익숙해지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검성의 말에 이윤후는 우렁차게 답했다. 이미 어제저녁에 다 같이 식사하며 이야기되었던 부분이기에 이윤후도 받아들였다.

이윤후는 워낙 내공에서 불리함이 있던지라 약선의 도움을 받기로 했고, 일 년간 이곳에서 수련을 하며 외우기만 했었던 비뢰검결을 실제 사용하면서 익히기로 했다.

약선의 환약과 가르침이라면 필시 더 높을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었다.

“일단 약선의 도움과 상월의 영향인지 너에게 반 갑자(半甲子)의 내공이 존재하고는 있지만, 비뢰검결을 막힘없이 사용하려면 일 갑자 이상의 내공은 있어야 한다.”

“일전에 안 그래도 빙궁의 조준혁이라는 무인과 싸울 때도 억지로 비뢰검결을 사용해 보려 했으나 안 써지더라고요.”

“그래. 비뢰검결은 원래 내공이 필요한 상승 무공이다. 내가 멍청하게도 다른 준비는 다 해 두고서 너의 내공 증진을 시켜 줄 준비를 안 해 둔 게 두고두고 후회가 되더구나…….”

영약까지 마련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촉박했고, 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자신은 본디 기연을 통해 내공 상승을 이뤄 냈었지만, 막상 자신의 제자인 윤후에겐 배풀지 못하여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죽음을 준비하던 탓에 영악을 제대로 준비해 두지 못해 마음이 쓰였는데, 약선의 도움으로 걱정을 떨칠 수 있게 되었다.

“이리 와서 앞에 앉아 보아라.”

그 말에 이윤후는 검성에게 등을 내준 채 가부좌를 튼 채 앉았다. 검성이 말했던 자신의 실력을 향상해 줄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검성은 이윤후의 등에 손을 가져가 체내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과연, 오행의 모든 기운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오행의 기운을 균형 있게 쌓았구나.”

검성은 이윤후를 살피고는 놀라운 듯 말했다.

“운공할 때 신경 써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한쪽에 치우치면 좋지 않다고 사부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이윤후의 말에 검성은 그런 그가 기특한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남들이 보면 조금은 웃긴 모습이었다. 겉모습만 보면 나이 차가 나지 않았으니.

“잘했구나. 어제 너의 말을 듣고 오행상생법을 너에게도 적용해 볼까 했는데 어떨 거 같으냐?”

“아…… 그렇군요. 오행상생법을 쓴다면 저한테도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이윤후는 검성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정작 남에게 효과가 있는 것을 자신에게 적용해 볼 생각은 못 하고 있었다. 스스로 사용하기는 사실 힘들었지만 만상오행공의 창시자인 검성이 자신에게 써 준다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게 분명했다.

“보통 무공을 배우면 오행의 기운을 한 가지 정도, 많으면 두 가지 몸에 가지게 되는데, 넌 오행 모두 균형 있게 가지고 있으니 모든 오행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면 확실히 이전보다 더 좋아지겠지.”

이윤후는 검성의 말에 몸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자신이 강해질 여지가 있음에 몸이 흥분하고 있었다.

“몸에 힘을 빼도록 해라. 이제 기운을 불어넣을 테니 잘 받아들이도록 정신을 집중하여라.”

“네. 알겠습니다.”

이윤후는 검성의 말에 다시 몸에 힘을 빼고는 정신을 집중했다. 이내 검성의 기운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목생화(木生火).”

나무가 탐으로써 불을 돕고.

“화생토(火生土).”

불이 타면 재가 되어 흙이 된다.

“토생금(土生金).”

흙 속에서 금이 생겨나고.

“금생수(金生水).”

쇠가 녹으면 물이 되고.

“수생목(水生木).”

물이 있어 나무가 자란다.

검성은 오행상생을 하나씩 읊으며 기운을 밀어 넣기 시작했고, 이윤후는 검성의 말을 되새기며 기운을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른 후 검성은 손을 떼고 물러났고 이윤후는 기운들을 갈무리하기 위해 정신을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건 내 예상을 뛰어넘는구나…….”

검성은 이윤후의 말을 듣고 확실히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효과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윤후가 기운들을 잘만 갈무리한다면 지금의 몇 배는 실력이 상승할 게 분명했다.

이윤후는 몸 안의 기운을 다스리는 데 반나절을 잡아먹어야 했다. 일이 끝나자 검성은 이윤후가 대견한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고생했구나. 이제 너는 완전 다른 몸이 되었다.”

“엄청난 기운이 체내에서 느껴집니다. 이 정도일 줄은…….”

이윤후는 자신의 몸 안에서 느껴지는 힘에 스스로 놀랐다. 한 번에 모든 오행의 기운을 받아들인 탓에 그만큼 오랜 시간을 들여 고생했지만 기운을 다스린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몸 안에 들끓는 기운 덕에 이전과 다른 몸 상태로 변해 있었고 자신감이 넘쳤다.

“일단 동굴 밖으로 가서 좀 씻고 오너라.”

“아, 네. 땀을 너무 흘렸네요.”

검성의 말에 이윤후는 쭈뼛거리며 자신의 몸에서 냄새를 맡았다. 오행의 기운을 다스리는 과정에서 온몸에 땀을 심하게 흘려 옷이 흠뻑 젖어 있었다. 이윤후가 동굴 밖으로 나서자 검성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보였다.

생각보다 오행상생법을 이용한 이윤후의 수련이 효과적이자 검성은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그의 몸은 무공을 배우기 위한 최적의 몸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염원하던 비뢰검결도 이제 사용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일 년 후 윤후의 모습이 기대되는구나.”

검성은 벌써 일 년 후 수련을 마칠 이윤후의 모습이 기대되었다. 무공을 모르던 아이를 데려와 무공의 기본부터 가르칠 때도 뛰어난 오성(悟性) 덕에 배우는 것이 빨랐던 이윤후였지만, 내공에 가로막혀 배운 만큼 활용하지 못했다.

이제 그 내공이란 한계가 없어졌으니, 일 년 후 이윤후의 모습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 * *

이윤후가 얼마 후 흠뻑 젖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옷도 젖었기에 입은 채로 폭포수에 그대로 들어갔다 온 듯했다.

“몸은 어떠하냐?”

“날아갈 듯합니다. 사실 제가 유 소저를 상생법으로 치료해 주었을 때도 유 소저가 절대 아무에게나 이 치료를 해 주지 말라고 했는데, 그 이유를 알 거 같네요.”

이윤후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자신을 가로막던 내공의 벽이 사라지자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원래 무인이 영약을 복용하더라도 그 영약의 효능을 전부 몸에 받아들이는 것은 힘들었다. 기껏해야 영약의 삼분지 일을 흡수하면 많이 흡수한 것이었다.

이윤후의 몸도 이제껏 약선이 준 단약의 효능을 거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는데, 검성이 오행상생법 덕에 녹아들지 못하던 단약의 효능이 이윤후의 몸에 그대로 녹아든 상황이었다.

“확실히 아무에게나 해 줄 방법은 아닌 듯하구나.”

검성도 백아의 상태를 살펴보고는 어느 정도 확신은 있었지만 이윤후에게 나타난 효과는 예상 그 이상이었다.

“이제 비뢰검결을 펼칠 수 있을 거 같으냐?”

이윤후는 검성의 물음에 상월을 잡아 보았다.

“펼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일 초식을 나에게 써 보아라.”

“사부님에게요?”

검성의 말에 놀란 이윤후는 그를 보며 물었다.

“설마 날 걱정하는 것은 아니겠지? 제자가 펼치는 검엔 당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고 펼쳐 보아라.”

검성의 말에 살짝 울컥한 이윤후는 상월에 손을 가져갔다.

“정말 제대로 펼치겠습니다.”

“그래. 정말 제대로 펼쳐 보아라. 그래야 널 어떻게 괴롭힐지 판단할 수 있으니 말이야.”

이윤후는 검성의 말에 살짝 고민되기 시작했다. 자기가 잘해야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 것인지 못해야 괴롭힘을 안 당하는 것인지 확신이 안 섰다.

“갑니다.”

이윤후는 일단 전력을 다해 부딪쳐 보기로 했다.

츠츠츠―

이윤후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자 상월이 그의 기에 반응하여 한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상월과 꽤 궁합이 좋은 모양이구나.”

이윤후가 검을 뽑자 검성도 두 손을 풀며 받아들일 준비를 했고, 두 사람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보여다오.”

검성의 외침과 함께 이윤후의 신형이 앞으로 튀어 나갔고 검을 내질러 오기 시작했다.

“비뢰낙일(飛雷落日)!”

촤자자자작―

검에서 마치 번개가 치듯 검기가 폭사되었고, 엄청난 기세로 검성에게 덮쳐져 갔다. 하지만 검성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손을 내뻗었다.

파방―

“어……?”

검성이 손을 허공에 휘젓자 휘몰아치던 검기가 순식간에 흩어지듯이 사라져 버렸고 이윤후는 반탄력에 튕기며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이윤후는 자신의 검이 검성에게 상대조차 되지 않을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이리 쉽게 막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손을 휘젓는 정도로 검기는 사라졌고, 강한 반탄력에 자신은 처음의 자리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래도 오절이라 불렸던 네 사부의 실력을 의심했던 것이냐?

“그건 아니지만…… 나름 저 스스로 만족스러웠던 초식이 너무 쉽게 막히자 놀란 것뿐입니다.”

“처음 펼친 것치고는 잘했다. 조금은 불필요한 동작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고쳐 나가야 할 부분이고 위력 또한 나쁘지 않더구나.”

검성은 진심으로 칭찬하며 말하고 있었지만 너무 쉽게 자신의 초식이 파훼당한 이윤후 처지에서는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

“확실히 비뢰검결이 펼쳐지니 후련합니다.”

그래도 이윤후는 비뢰검결을 처음 사용했다는 자체로 나름 만족스러웠다.

“비뢰검결의 초식 모두 펼칠 수 있겠느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펼쳐 볼까요?”

이윤후는 검에 다시 손을 가져갔고 검성은 손사래를 쳤다.

“더 안 보여 줘도 된다. 전반부의 삼 초식은 일 갑자의 내공으로 펼칠 수 있으니, 지금 네 상태면 전반부는 다 펼칠 수 있을 터. 넌 이제 일 년간 전반부 삼 초식을 제대로 익히고 후반부 삼 초식까지 모두 펼칠 수 있어야 한다. 할 수 있겠느냐?”

이윤후는 검성의 물음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비뢰검결은 전반부 삼 초식과 후반부 삼 초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지금 현재 몸 상태로는 전반부 초식은 분명 펼칠 수는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후반부 초식은 일 갑자 이상의 내공이 필요해 현재는 못 펼칠 가능성이 컸고 일 년의 시간 동안 할 수 있을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기에 선뜻 답하지 못했다.

“자신이 없느냐?”

“아닙니다. 해 보겠습니다. 사부님께서 제가 못 할 일을 시키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윤후의 대답에 검성은 만족스러운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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