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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돌아오다-38화 (38/251)

38화― 무림맹주의 이면(裏面)

“언니, 그렇게도 걱정이 되는 거예요?”

“그냥…… 내가 그 사람에게 너무 의지를 많이 하고 있었나 봐…… 없으니 불안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러네.”

단채영은 계속 유인경과 붙어 다녔던지라 친해졌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유인경을 언니라 부르고 있었다.

이윤후가 사라진 이후로 유인경이 계속 초조해했기에 계속 단채영이 데리고 다니며 안정시켜 주고 있었다.

“약선 할머니와 같이 갔으니 별일 없었을 거예요. 돌아왔다고 해서 조 대주가 데리러 갔으니 곧 오겠죠.”

단채영도 이미 자신의 아버지와 조준혁을 통해 유인경의 상황이 어떤지 들었고, 혼자가 된 유인경의 처지가 불쌍해 온종일 같이 있어 주고 있었다.

“이거 아쉽군요. 유 소저가 괜찮다면 빙궁에 머무셔도 좋습니다.”

두 사람이 조잘거리며 대화하는 것을 듣고만 있던 단지경이 유인경에게 이야기했다.

자신의 딸의 또래가 많지 않은 빙궁이라 조금은 걱정스러웠는데, 단시간에 자신의 딸이 유인경을 따르는 것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정말요? 그래도 돼요?”

단채영은 단지경의 말에 기뻐하며 유인경을 보았다.

“유 소저가 원하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물론 흑월도존의 소식이나 그분을 따르던 자들이 나타난다면 그때 가셔도 되고요.”

“그게…….”

생각지도 못했던 단지경의 제안에 유인경은 조금은 고민했다. 현재 그녀의 처지로서는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사왕련에서 언제 자신을 죽이기 위해 자객을 보낼지 모를 일이었고, 자신의 할아버지 소식을 모르는 현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빙궁에 머무는 것이 안전할 수도 있었다.

유인경이 고민하던 사이.

“조준혁입니다. 이 소협을 데리고 왔습니다.”

밖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며 조준혁과 이윤후가 방으로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궁주님. 말씀도 드리지 못하고 약선 어르신과 어디를 좀 다녀왔습니다.”

이윤후가 단지경을 향해 예를 취하자 단지경은 일어나 손사래를 쳤다.

“약선께서 검성을 얼마나 찾아왔는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그 일로 움직이셨을 텐데 제가 뭐라 하겠습니까. 자리에 앉으시죠.”

단지경의 말에 조준혁과 이윤후 모두 빈자리에 앉았다.

“유 소저, 죄송합니다. 너무 이른 시간 움직여서 말을 못 하고 다녀왔습니다.”

“이야기 들었어요. 조 대주께서 제가 일어나자마자 이야기해 주셔서 괜찮았어요.”

유인경은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단지경을 비롯한 모두는 그녀가 괜찮지 않았음을 알았기에 웃음을 참고 있었고, 그 모습에 유인경은 얼굴을 붉혔다.

“그건 그렇고 약선 어르신과 다녀온 일은 잘되었습니까?”

단지경은 궁금했던 부분을 묻기 시작했다.

“네. 아주 잘되었습니다.”

단지경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자세한 사정 이야기였지만, 이윤후는 단답만 했다. 이윤후도 단지경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함을 알았지만 남들 앞에서 육성으로 말해 줄 순 없는 부분이었다.

검성이 현재 살아 있다는 게 알려지면 무림을 한바탕 뒤집어엎어질 터였다.

하지만, 빙궁주라면 믿을 수 있었다.

[궁주님에게 신세를 크게 지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사부님과 함께 빙궁을 다시 한번 찾겠습니다.]

[검성과 함께 말입니까?]

이윤후의 전음에 단지경은 깜짝 놀랐다. 당연히 죽었을 검성이 살아 있다니?

갑자기 말없이 눈빛만 교환하는 둘을 보며, 단채영이 전음이란 걸 알아채곤 입을 열었다.

“뭐예요! 왜 몰래 이야기해…….”

“어허! 입 다물거라.”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아이였으나, 단지경은 그녀의 말을 단호히 말을 끊었다.

그녀는 편들어 달라는 듯 조준혁을 향해 째려보았으나 조준혁은 그런 그녀의 눈빛을 피했다. 조준혁은 나름 빙궁에서 실권자로 그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단채영만은 그렇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병치레가 심했던 단채영을 워낙 귀하게 키웠다. 몸은 완전히 괜찮아졌으나, 어느새 그녀는 천방지축이 되어 있었다.

“궁금하시겠지만 나중에 모두 말해 드리겠습니다. 약선께서도 일단 비밀로 해 달라고 하셔서요.”

이윤후가 단언하자 단채영도 더 묻진 못했다.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

단지경의 물음에 이윤후는 유인경을 보았다가 입을 열었다.

“장가철장에서 심부름을 받은 것도 있고, 유 소저가 서안에 볼일이 있어 서안으로 가려고 합니다.”

“서안이요? 유 소저께서 서안에 무슨 볼일이……?”

단지경은 유인경과 이윤후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자신의 아는 바로는, 서안 쪽은 무림맹의 영역이었기에 사파 지존의 손녀였던 유인경이 가기에는 위험한 곳이었다.

“할아버지와 친우이셨던 비천신검께 도움을 청할까 해서 가려고 했는데 생각을 좀 해 보고 있어요.”

단지경의 물음에 유인경이 말했다.

“비천신검이라면 무림맹주를 말하는 것입니까?”

“네. 사마련이 그렇게 되고 제가 믿을 만한 사람이 생각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자주 이야기해 주셨던 비천신검이 생각나서 일단 목적지를 그렇게 잡고 이동 중이었어요.”

유인경은 자신의 말에 단지경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지자 그를 보았다.

“왜 그러시죠?”

“제 생각에, 유 소저가 무림맹을 찾아 서안으로 가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군요.”

“네? 왜 그러시죠?”

유인경은 단지경의 모습에서 장가철장의 장주였던 장윤호가 겹쳐 보였다. 그 역시 그녀가 서안에 비천신검을 만나러 가는 것을 알고 단지경과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하나?’

단지경은 조금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아는 비천신검이라면 절대 유인경을 도와줄 인물이 아니었다.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고 단지경은 이내 입을 열었다.

“비천신검에 대해 잘 아십니까?”

단지경의 물음에 유인경은 물론 이윤후와 단채영까지 고개를 갸웃했다. 비천신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인경과 이윤후는 뭔가 이질감을 느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장가철장의 장윤호를 떠올리고 있었다.

“궁주님, 자세히 이야기해 주십시오. 일전에도 무림맹으로 향한다는 말에 궁주님과 비슷한 반응을 보여 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도 유 소저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었습니까?”

단지경은 이윤후의 말에 되물었다.

“네. 장가철장의 장주였습니다.”

단지경은 이윤후의 대답에 조금은 생각에 빠졌다.

‘장가철장의 장주라면 무림맹주의 이면(裏面)을 알고 있을 수도 있겠군. 그래서 저들에게 충고했을 거야.’

단지경이 또다시 생각에 빠진 채 말이 없자 모두 그를 보았다. 조준혁도 무림맹주의 이면을 잘 알고 있었기에 단지경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야기하실 겁니까?]

단지경은 조준혁이 전음으로 물어 오자 살짝 그를 보았다.

[현재 저희가 무림맹주와 거래를 끊었다고 하나, 괜히 그전의 일이 밝혀진다면 좋을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중원에서 무림맹주는 무림의 영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준혁의 전음에 단지경은 다시 생각에 빠졌다. 자신이 고민하는 부분도 그것이었다. 유인경이 무림맹주를 만나러 가면 분명 이용당할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아는 무림맹주라면 그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는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를 이용해 무림의 분란을 일으킬 사람이었다.

결심을 굳힌 듯 단지경이 입을 열었다.

“제 얘기를 믿으실지 몰라 고민을 하긴 했지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이야기해 주세요. 저희도 안 그래도 서안행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단지경은 이야기하기 전에 조준혁을 한 번 바라보았고, 조준혁도 설득을 포기한 듯 눈을 감고 있었다.

“현 무림맹주는 알려진 것과 달리 정파의 영웅으로 불릴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단지경의 첫마디에 단채영만이 놀랐고, 이윤후와 유인경은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단지경도 그들의 반응을 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는 무림을 구한 영웅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것은 다 날조된 사실이죠. 이 사실은 정파 무림의 명숙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일 겁니다.”

“궁주님의 말이 사실입니까?”

이윤후는 대충 예상은 하던 이야기라 듣고는 있었지만 충격적이긴 했다.

“무림맹주가 정말 그런 자라면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에서 왜 가만히 두는 거죠?”

“그들도 뒤가 구리기 때문입니다. 현 무림맹주 우금은 원래 무림맹에서 일하던 말단 무사였습니다. 그전 맹주와 맹의 실권자들의 일을 처리해 주며 맹 내에서 힘을 키워 나갔고, 그 일을 하며 사패(四覇)의 모든 세력과도 깊은 관계를 맺었습니다.”

“사패라면 빙궁과도 연관이 있습니까?”

“제가 그의 정체를 잘 아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단지경의 말에 이윤후와 유인경은 그의 말에 더욱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결국 맹주 자리까지 올랐고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영향력을 축소하며 맹 내에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 나갔죠.”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반발이 없었나요? 아무리 맹주라고 하지만 그들을 무시할 수가 없었을 텐데요?”

이야기를 듣던 유인경이 의아한 듯 물었다. 하지만 이윤후는 어떤 이야기일지 예상이 갔다.

“맹주가 행했던 더러운 일들에 그들이 관련되어 있으니 반발하지 못한 거군요?”

“그렇습니다.”

이윤후는 단지경의 이야기 속에서 무림맹주의 우금이 어떤 자인지 알 수 있었고, 단지경이나 장윤호가 왜 자신들을 말리려 한 건지 이해가 갔다.

“이 소협의 말처럼 맹주가 말단 시절에 뒤처리를 해 주었던 자들이 구파일방, 오대세가의 중진이었으니, 그들은 맹주가 된 우금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약점을 아는 자가 가장 높은 위치에 올랐으니까요. 그것을 이용해 우금은 무림맹을 장악했고, 무림맹의 핵심인 사대무단마저도 자신의 사람들로 채우며 정파 무림을 자신이 좌지우지하게 되었죠.”

유인경과 단채영은 단지경이 하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그에 반해 모든 것을 담담하게 듣고 있는 이윤후는 이야기 중간중간 생각에 빠졌다.

“혹시 무림맹주가 흑월도존을 설득했던 일에도 다른 이면이 있었습니까?”

이윤후는 설마 하며 물었던 질문이었지만, 단지경의 표정을 보고 자기 생각이 맞았음을 알 수가 있었다.

“저도 정확한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 빙궁에서도 그 일과 관련이 있었던지라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단지경은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고 조준혁은 단지경이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도 유인경과 이윤후가 마음에 들어 정이 가긴 했지만 단지경이 너무 많은 것을 저들을 위해 배려한다고 생각했다.

[형님, 빙궁이 예전 무림맹주와 거래했음을 다 밝히시면 안 됩니다. 아무리 저들이 걱정된다 하여도 이 정보가 새어 나가면 무림맹주는 물론이고, 저희까지 다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조준혁의 전음에 단지경도 그를 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경도 거기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궁주에 오른 뒤 무림맹의 요청을 모두 거부해 왔다. 얼마 전에도 요청이 들어온 것을 반려(返戾)했다.

하지만 빙궁이 이제껏 무림맹주와 더러운 뒷거래를 해 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단지경도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빙궁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기존 중진들과 마찰이 생기고 있었다.

단지경은 빙궁의 중진 중에서 무림맹주의 사람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었고, 자신의 일에 계속 반대를 하는 자들을 위주로 조사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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