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천무신창(天武神槍)
우금은 다시 집무실의 자리에 앉은 후 자신의 무릎을 두 번 쳤고, 그 행동에 미홍은 슬며시 웃으며 그의 곁으로 갔다.
그러곤 그의 무릎에 자신의 엉덩이를 붙이고는 우금에게 안기었고 우금은 만족한 듯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휘감으며 가슴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어머~ 그래도 대낮인데 누가 올지 모르니 옷은 벗기지 말아요.”
자신의 옷 안으로 파고드는 우금에게 손을 떼라며 말했으나, 그는 음흉한 미소를 보이며 손을 멈추지 않았다.
“하악~”
자신의 가슴으로 들어오던 우금의 손을 쳐 내었지만 다른 손은 미홍의 하복부를 향해 쑥 들어왔고, 그 손에 의해 그녀는 끈적한 신음성을 내뱉어야 했다.
미홍은 몸을 꼬며 더욱 우금에게 달라붙어서 그녀가 안겨 오자 거부당했던 다른 손은 다시 가슴을 향해 파고들어 갔다.
“네가 골라 주던 다른 아이들을 안아 왔지만, 너만큼 좋지는 못하더구나.”
“흐흥…… 맹주는 여자를 잘 다룰 줄 아시는군요. 어린아이들보다 제가 좋을 리 없잖아요.”
미홍은 시간이 시간인지라 대낮부터 맹주의 집무실에서 정사를 나눌 수가 없었기에 우금의 손에서 벗어나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쳐 입었다.
미홍이 빠져나가자 조금은 아쉬운 듯 우금은 표정을 보였다.
“그리고 맹주가 일을 치를 때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데 끝까지 할 수가 없지요. 전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요.”
미홍은 낮이라 우금의 손에서 빠져나오기도 했지만, 우금의 여인을 다루는 변태적인 행위 때문에 그와 잠자리는 피하는 편이었다.
본회의 명령으로 우금에게 보내진 이후, 우금의 일을 도우면서 그의 잠자리 상대도 자신이 구해 주었는데, 우금에게 보낸 여인들은 심한 매질을 당해 멀쩡하게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변태적으로 여인을 때리기도 했는데, 무인이다 보니 그의 매질을 견딜 여인이 있을 리가 없었다. 심한 매질로 인해 우금의 밤 시중을 들었던 여인들은 며칠을 누워 지내야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죽이지는 않는다는 점 정도였지만, 한 번 그와 잠자리를 가진 여인들은 공포감에 절대 다시는 우금에게 가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미홍이 늘 새로운 여인을 구해서 넣어 줘야 했기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천무신창(天武神槍)은 어떻게 처리할 예정이에요?”
우금에게서 떨어진 미홍은 책상 위에 놓인 긴 나무 상자로 다가가 열어 보았다.
끼익―
나무 상자를 열자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창이 나타났다. 길이는 육 척(六尺) 정도로, 보통 사내들의 키보다는 조금 긴 정도였고, 창대엔 천무(天武)라고 음각(陰刻)되어 있었다.
신장의 무기는 천무신창처럼 각각 이름이 무기에 새겨져 있었다.
검이었다면 맹주 우금이 바로 사용했을 터이나, 창이었기에 처분이 곤란하였다. 창을 쓰는 무인이 적은 것은 아니었으나, 우금의 편을 드는 정파인 중 천무신창을 사용할 만한 적합한 인물은 마땅히 없었다.
“검이 아니라 아쉽겠군요. 맹주께서 쓰지 못하니까요.”
“그렇게 따지면 그 창의 주인이 될 만한 자가 누가 있겠나. 뭐, 처분이 곤란한 물건이니 무림맹에 넘겨지긴 했겠지만.”
우금의 말에 미홍이 배시시 웃었다. 세인들이 보기엔 금화상단이 좋은 뜻을 가지고 무림맹의 비무 대회에 상품으로 쓰라고 내준 것 같은 모양새였지만, 실상은 전혀 사실과 달랐다.
원래 금화상단은 신장의 무기를 비밀리에 구하고 소문이 퍼지지 않게 신경 썼으나, 어떻게 알려졌는지 무림에 파다하게 소문이 퍼졌고, 신장의 무기에 눈먼 자들이 하루가 멀다 않고 찾아와 무기를 팔라고 권해 왔다.
처음엔 팔기를 권했지만, 갈수록 협박했고, 거기에 도둑들이 수차례 들면서 금화상단도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님을 판단하고 무림맹에 넘긴 것이었다.
“그런데 금화상단은 왜 무기를 팔지 않고 무림맹에 넘긴 것이지요?”
미홍은 자신도 장사하는 장사꾼이기에 금화상단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들이 산 가격의 몇 배는 받을 수가 있었을 게 분명했다. 신장의 무기의 값어치를 아는 무림인들이라면 억만금이라도 낼 게 분명했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군.”
“그게 무슨 소리죠?”
미홍은 우금이 혀를 차며 말하자 살짝 미간을 좁히며 화난 듯 물었다. 자신 역시 상계에 발을 걸친 인물이었기에, 상도(商道)에 대해선 나름 전문가라 자부하고 있었다.
하나 우금은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면서 차분히 설명을 이어 나갔다.
“정사파 모든 문파가 나서 금화상단에 문의하거나 협박했었을 거야.”
“그렇죠. 저희도 사려고 이야기를 넣었으니까요.”
실제로 미홍도 천무신창을 얼마에 팔 건지 문의를 해 봤었다. 곤란하다는 답변을 듣긴 하였지만 말이다.
“그랬는데 금화상단이 한쪽에다 팔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아……!”
그제야 우금의 말이 이해가 간 미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받고 팔게 되면 정사파들에게 명분을 주게 될 수도 있었다.
무력이 없는 금화상단의 입장에선 갑자기 들이닥친 정사파 세력으로 인해 존망 자체가 갈릴 수도 있었다.
“가격을 다르게 불렀다면 금화상단에서도 팔기 편했겠지만 천무신창의 값어치를 아는 자들은 얼마든 사겠다고 했을 거야. 그런 상황에서 금화상단은 고를 수가 없었겠지. 게다가 가지고 있다간 화를 입을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모양새 좋게 넘길 수밖에.”
우금은 포기하지 않았는지 말을 하며 미홍을 엉덩이를 주물럭거렸고, 그녀는 그런 우금의 손을 쳐 내었다.
“힘없는 곳이 좋은 신물을 가지고 있으면 화를 입을 수밖에 없죠. 어떻게 보면 금화상단의 주인도 현명하군요. 이런 물건을 포기하는 판단을 하다니요.”
미홍은 진심으로 금화상단의 단주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상인으로서 많은 이문을 남길 기회를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덕분에 이것의 처리에 대한 고민은 우리에게 넘어온 상황이지. 정말 비무 대회 상품으로 사용할지는 생각 좀 더 해 봐야겠어.”
우금의 말에 미홍은 열린 상자를 다시 닫아 놓았다. 어차피 창이라 쓸 만한 인물도 제한적이었기에 욕심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만독곡(萬毒谷)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 빨리도 답변이 왔군.”
미홍의 말에 우금이 의외라는 듯 답했다.
“아마 그들도 무언가를 시험해 볼 요량인 듯하던데요. 맹주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답니다.”
“여전히 시원시원해서 좋군.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인물들의 명단은 다 확인되었나?”
“오대세가의 명단은 이미 아실 거고, 구파일방의 명단은 여기 있습니다.”
미홍은 품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어 내밀어 건네었다.
“전 일이 바빠서 가 보겠습니다. 혹시 시키실 일 있으면 불러 주세요.”
“그래? 아쉬운데 오랜만에 얼굴 보여 주고는 이렇게 가 버리면…….”
우금은 말을 하며 자신의 바지 사이로 뚫고 나올 듯이 솟아 있는 자신의 물건을 보이며 말했고, 미홍은 그 모습에 웃음을 보였다.
“야간에 새로운 아이를 넣어 드릴게요. 그걸로 참으세요. 저 정말 바쁜데 소식을 전하러 온 거랍니다.”
“그럼, 참아야지. 저번에 들어온 아이는 너무 경험이 없던데…… 난 처녀가 아니라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애면 좋겠어.”
“알겠어요. 저번에는 제가 구한 아이가 아니라 아래 것들이 맹주의 취향을 만족하게 해 드리지 못했군요. 신경 쓸게요.”
그 말에 우금은 만족한 듯 웃어 보였고 미홍은 그제야 예를 취하고는 맹주의 집무실을 벗어났다.
* * *
약선과 헤어진 후, 빙궁으로 돌아온 이윤후는 연무장에 모여든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설마 네가 이곳에 나타날 때마다 설응들이 저렇게 군집하는 거야?”
이윤후는 모여든 빙궁의 사람들과 하늘에 가득히 선회하고 있는 설응들을 보며 백아를 다그쳤다.
꾸륵―
백아가 이윤후를 태우고 돌아오자 이미 빙궁의 하늘엔 설응들이 백아를 반기듯이 선회하며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소리가 가득 차자 빙궁의 사람들이 궁에서 쏟아져 나오고, 이 상황이 된 것이었다.
“하긴 네가 무슨 죄가 있겠냐?”
이윤후는 백아를 다그치는 자신이 한심한지 백아를 쓰다듬고는 빙궁의 사람들에게로 갔다. 모두 경계를 풀지 않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큰일이 아니니 모두 돌아가시오.”
뒤늦게 나온 조준혁이 모여 있는 사람들을 해산시키기 시작하자 다들 불만을 한마디씩 내뱉기는 했지만 금세 사라지게 되었다.
“설응들이 요란스럽군요.”
이윤후가 설응들을 바라보자, 조준혁이 설명해 왔다.
“원래 설응들은 우두머리가 돌아올 때마다 저런 식으로 도열해 왔습니다. 우두머리에 대한 충심이 대단한 영물들이죠.”
하늘을 선회하던 설응들은 백아와 함께 사라졌다.
이윤후는 조준혁의 말을 듣고서야 단지경이 설응의 통제권이 없는 것이 정말 큰일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설응들이 저렇게 군집하여 우두머리를 반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로 장관이었는데 그 위압감이 엄청났다.
“그런데 조금 전에 저쪽 기둥에 몸을 기댄 채 바라보던 사람은 누구인지 아십니까?”
“네? 누가 있었습니까?”
이윤후의 물음에 조준혁은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되물었다.
“인상이 조금은 각진 얼굴에 호상이었는데 나이는 삼십 대 정도로 보였습니다. 덩치도 건장했고요.”
이윤후의 말에 짚이는 이가 있는지 조준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했습니까?”
“저를 계속 주시하고 있더군요.”
도착하고부터 계속 눈길을 주던 사람. 그는 다름 아닌 궁주인 단지경의 이복동생인 단경호였다. 그것을 눈치를 챈 조준혁은 꺼림칙한 표정으로 생각에 빠졌다.
“……아마 이 소협이 본 사람은 궁주의 동생인 단경호일 겁니다. 혹시라도 그자가 소협에게 접근한다면 단호하게 쳐 내 주십시오.”
“아, 네.”
조준혁의 표정과 태도가 너무 단호했기에 이윤후도 바로 답했다. 이윤후로서도 빙궁의 세력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궁주님과 유 소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조준혁은 그제야 본론을 꺼내었고 이윤후도 유인경에게 말도 없이 다녀온 일이 조금은 미안한 상황이라 그를 따라나섰다.
“유 소저가 혹시 화나지 않았습니까?”
이윤후는 조준혁의 뒤를 따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요. 화가 났다고 하기보단, 이 소협을 걱정하더군요.”
“그래요?”
“아마 현재 무림에 유 소저가 마음 둘 곳이 없기에 이 소협이 사라지자 걱정이 많은 듯하더군요. 정확한 두 사람의 사정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유인경은 이윤후가 아침에 방에 없음을 알고 찾아다녔다. 조준혁에게 사정을 듣고 나서도 많은 걱정을 했다. 혹시나 이윤후가 자신을 두고 가 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유인경으로서는 이미 할아버지인 유상휘의 안위를 모르는 상황이기에 의지할 데라고는 이윤후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