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악무도-143화 (완결) (143/143)

143화. 새로운 시작(完)

2018.08.16.

소문난 부호로 꼽히는 단리평(段里平)은 안강 일대의 소유한 건물들을 모두 매물로 내놓았다.

늘 골머리를 앓던 문제를 해결할 적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강 일대는 지리적으로만 따지면 정파와 사파, 마교까지 모두 통할 수 있는 중심지였다.

하여 단리평은 안강 일대의 건물들을 사들여 큰 이익을 거둘 계획이었다. 허나 결과적으로 그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되었다.

이유는 강호인들의 잦은 분쟁이었다. 서로 이념이 다른 정, 사, 마의 무인들이 모이다 보니, 사소한 시빗거리에도 서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결국 하루가 멀다 하고 큰 싸움이 벌어졌고, 민심은 나날이 흉흉해졌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레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것이다.

물론 단리평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투자했던 은자를 회수하기는커녕, 유지, 관리, 보수비용으로 끝없이 손해는 커졌다.

허나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던가. 마침내 단리평에게 안강 일대의 건물들을 팔아치울 기회가 찾아왔다.

강호인들은 서로 합심하여 구중련과 맞섰고,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하여 당장 강호는 더없이 평화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안강 일대의 건물들의 가치는 높아질 터. 분명히 지리적으로 안강은 정, 사, 마와 모두 통하는 요지임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애물단지를 처리할 기회다.’

단리평의 결심은 굳건했다. 그 결심의 바탕이 된 생각은 무림의 평화가 오래 지속되지 않으리란 예측이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서로 반목해온 정, 사, 마의 무사들이 한 번의 계기로 완벽히 단합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단리평의 대답은 단호한 부정이었다.

그렇기에 단리평은 잠시라도 안강 지역이 이목을 끌게 되었을 때를 기회 삼아 헐값에 팔아치울 작정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단리평이 애타게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다.

희소식을 전해온 사내는 단리평의 오랜 친우였다.

“이보게, 자네가 내놓은 매물을 사겠다는 사람이 찾아왔네.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나가보게.”

“드디어 온 건가. 지금 바로 만나러 갈 터이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전해주게.”

단리평은 고급스러운 비단옷을 걸치고, 직접 손님을 맞이했다.

멀찍이서 행색을 살폈을 때 단리평을 찾아온 일행은 두 명으로 한 쌍의 남녀였다.

단리평은 장원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여기까지 찾아오느라 고생했소.”

단리평은 인사를 건네며 자신을 찾아온 일행의 행색을 살폈다. 차림새를 보고 대충 상대가 어느 정도 부유한지를 가늠하기 위함이었다.

“자 그럼 우선 안으로 들어가서…….”

은밀하게 일행을 살피던 단리평은 순간 턱하고 말문이 막혔다.

가까이서 바라본 여인의 미모를 보고 순간 넋이 나간 것이었다.

여인의 모습은 빼어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마치 그 여인의 주위로 환한 빛이 비추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활짝 핀 꽃봉오리를 연상케 하는 청초한 얼굴은 단연 아름다움의 정점이었다.

누구나 한번쯤 머릿속으로 그렸던 이상적인 미인 그 자체였다.

그다지 꾸민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으나, 전설로 전해지는 미인들이 한껏 치장한다 해도 눈앞의 여인과 비교되지 않으리란 확신이 들 정도였다.

만약 눈앞의 여인이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라 주장한다면 분명 아무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으리라.

단리평은 차마 시선을 떼지 못하고 멍하니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때 여인의 옆에 서 있던 사내가 불만스런 어조로 말을 걸어왔다.

“이봐, 뭐하는 거야?”

퍼뜩 정신을 차린 단리평은 서둘러 여인에게 시선을 거두고는 사내를 향해 대답했다.

“미, 미안하오. 잠시 딴생각을 좀 하느라…….”

사내는 여인과 반대로 무척이나 사나운 느낌이었다.

이유 없이 무서운 인상으로 괜히 주눅이 드는 느낌이랄까. 또한 어찌나 하대가 익숙한지, 처음 보는 상대가 자연스럽게 하대를 했음에도 의아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사나운 인상의 사내가 말했다.

“잡설은 됐고. 우리는 그쪽이 내놓은 매물을 사러왔다. 혹시 이미 거래가 성립된 건 아니겠지?”

“아직까지 구매 의사를 밝힌 사람은 없었소.”

“그럼 됐네. 그쪽이 내놓은 안평의 건물들은 우리가 모두 사겠다. 제시된 은자는 열흘 내로 가져오도록 하지. 그럼 거래 성립인가?”

“정말 한 번에 전부 살 생각이오?”

사나운 인상의 사내는 짧게 고개를 끄덕임으로서 대답을 대신했다.

단리평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렇듯 단번에 안강의 건물들을 처분하니 오래된 체증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좋소. 그럼 은자를 받는 대로 매물을 넘기도록 하겠소.”

“그럼 약속대로 곧 은자를 보내도록 하지. 혹시나 해서 충고하는데 만약 나중에 딴소리하면 재미없을 거야.”

“아, 알겠소. 그런 일은 절대 없을 터이니 안심해도 좋소.”

단리평은 이유 없이 몸이 떨렸다. 만약 하나라도 약속이 깨지는 날에는 분명 큰 화가 닥칠 것 같았다.

그다지 위협을 받은 건 아니었으나, 눈앞의 사내와 마주할 때면 시종일관 움츠러드는 기분이었다.

사나운 인상의 사내는 볼일이 끝나자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그와 나란히 서 있던 여인은 정중하게 포권을 취한 뒤 사내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남녀 일행은 거래를 마치고 단리평의 본가 밖으로 나왔다.

익숙한 두 사람의 정체는 진무량과 유서하였다.

두 사람은 일전에 구중련과 전쟁에서 승리한 뒤에 함께 미래를 계획했었다.

진무량과 유서하의 약속은 앞으로 두 사람이 평생토록 함께할 세가를 짓는 것이었다.

걸음을 옮기던 진무량이 유서하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세가를 지을 터는 마련된 셈이네.”

진무량은 안강에 세가를 지을 계획이었다.

사람이 몰리는 장소에는 필시 이익이 뒤따르는 법. 안강은 정, 사, 마와 모두 통하니, 적은 투자라도 큰 이문을 남길 수 있는 장소였다.

물론, 강호 무사들의 잦은 분쟁은 방해요소였다. 허나 그 문제는 진무량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구중련을 몰아낸 영웅, 진무량이 자리한 곳에서 어느 누가 감히 싸움을 벌일 수 있겠는가.

진무량이 염옥창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소한 분쟁은 완벽히 해결될 것이었다.

유서하 역시 진무량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허나 그녀의 걱정거리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이라 하더라도, 안강 일대의 건물들을 모두 사려면 막대한 은자가 필요할 거예요. 제가 가진 은자를 모두 보탠다 해도 아마 어림도 없을 텐데. 혹시 모아둔 재산이라도 있는 건가요?”

“내가 재산을 쌓아둘 사람으로 보여?”

유서하는 한숨을 내쉬고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아니요.”

“역시 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네.”

“그러면 안강 일대의 건물들은 어떻게 살 생각이에요?”

“은자는 없어도 은자가 나올 구석은 알고 있지.”

“그게 어딘데요?”

“너도 잘 알고 있는 곳이야. 심지어 은자가 넘치는 그곳으로 들어갈 열쇠는 네가 가지고 있어.”

* * *

진무량과 유서하가 향한 곳은 황룡표국이었다.

근래 황룡표국은 강호에서 왕성히 활동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황룡표국이 부강해진 가장 큰 원인은 후계자였던 은소연이 황룡표국 국주의 자리에 오른 것이었다.

신투에게 크게 손해를 본 뒤부터 은소연은 달라졌다.

오만함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성심성의껏 표국의 일을 돌보기 시작한 것이다.

밑바닥에서부터 묵묵히 노력해온 은소연은 황룡표국 주인이 되었을 때 비로소 가진 재능을 활짝 꽃 피울 수 있었다.

은소연은 다양한 정보를 통해 상권의 흐름을 파악했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막대한 이문을 남겼다.

예상치 못한 위기와도 숱하게 마주했으나, 은소연은 담대하게 앞장서서 문제점을 하나씩 보완해 나갔다.

은소연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황룡표국은 결국 전에 없던 큰 성공을 이뤄낸 것이었다.

은소연은 자신을 찾아온 진무량과 유서하를 향해 질문했다.

“이렇게 다시 뵙게 되니 정말 반갑네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신 거죠?”

말을 마친 은소연은 손에 쥔 작은 모양의 나무패로 시선을 옮겼다.

그 나무패는 은소연이 헤어지기 전에 유서하에게 건넨 것이었다. 진무량은 은소연과 대면하기 위해 그 나무패를 이용했다.

은소연을 상징하는 나무패는 천하에 둘도 없는 물건이었고, 그것을 알아본 황룡표국의 표사들은 진무량과 유서하를 은소연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 것이었다.

진무량이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냈다.

“급히 은자가 필요해. 그래서 은자를 빌리러 왔다.”

무작정 밀어붙이는 진무량의 요구를 들은 유서하는 순간 두통이 일었다.

아직 진무량이 훔친 금정신단에 대해 해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에 더해 예고 없이 대뜸 찾아와 은자를 빌리러 왔다고 밝힌 것이었다.

유서하는 은소연의 난처한 심정을 우려했다.

허나 유서하의 예상과 달리, 은소연은 덤덤하게 진무량의 요구에 대해서 대답했다.

“은자를 빌리러 왔다면 마땅히 담보도 가져왔겠죠?”

“물론.”

진무량은 챙겨온 멸천대의 깃발을 꺼내들었다.

“이 정도면 담보로 충분할 거다.”

은소연은 곧바로 진무량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챘다.

검은 용이 승천하는 깃발은 그야말로 멸천대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그 깃발을 표행을 나갈 때 걸어둔다면?

당연히 막대한 효과를 거둘 것이다. 멸천대의 깃발이 걸린 표행을 습격한다는 건 멸천대와 대적한다는 뜻이었다.

현재 천하에서 멸천대와 대적하고자 하는 세력이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멸천대의 깃발은 그 어떤 철저한 방비보다도 더 확실하게 표행을 지킬 수 있는 방법임이 확실했다.

중요한 표행을 확실하게 성공시킬 수 있음을 물론, 부가적으로 표사들의 부담까지 줄어들 터.

“큰 전쟁을 겪어 무림맹도 위세가 많이 꺾였지. 듣자하니 근래에는 녹림을 비롯해 잡다한 도적떼까지 들끓는다고 하더군. 이런 때 멸천대의 깃발은 반드시 큰 도움이 될 거야.”

진무량이 말을 이었다.

“또한 이 깃발을 보고도 겁 없이 덤벼드는 놈이 있다면 반드시 내가 응징해주도록 하지.”

은소연은 흔쾌히 진무량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아요. 원하시는 만큼 은자를 내어드리죠.”

“빌린 은자는 금방 갚도록 하지. 그리고 일전에 금정신단을 가져간 건 신투가 아니라 나야. 그러니 금정신단 또한 은자로 변상할게. 원한다면 그 당시 금정신단을 거래하려던 가격의 두 배 이상도 낼 수 있어.”

은소연은 예상치 못한 진무량의 발언에 순간 당황했다. 허나 놀라는 기색도 잠시, 은소연은 곧 다른 제안을 해왔다.

“지난 일은 서로 잊는 걸로 하죠. 그 당시 진 소협께서 나서주지 않았다면 표물을 전부 잃었을 테니까요. 대신에 앞으로도 계속 저희 표국과 거래해주세요. 금전신단의 대한 대가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구중련과 전쟁을 통해서 진무량은 엄청난 인연을 쌓았다. 무림맹과 영사문주, 현 마교의 교주까지 통하는 인연은 현 강호에서 진무량 단 한 명뿐이리라.

또한 앞으로 그와 인연을 맺고 싶어 하는 강호 고수들도 수없이 많을 터.

진무량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보면 그 인연까지 따라오게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진무량은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장사를 할 줄 아는군. 최고의 이득을 얻어내는 방법이 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네.”

“과찬의 말씀이군요.”

“좋아. 요구 사항은 모두 들어주지.”

“그럼 아무 문제없겠네요. 원하시는 금액과 발송지를 주시면 은자는 사흘 내로 도착할 거예요.”

진무량과 은소연 모두 원하는 걸 모두 얻었기에,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였다.

진무량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거래 성립이군.”

* * *

안강 일대를 사들인 진무량은 곧바로 세가 증축에 착수했다.

황룡표국에서 넉넉히 빌린 은자를 통해 세가 증축은 무탈하게 이어졌다.

그리하여 비로소 완성된 진씨세가의 모습은 부족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이었다.

높이 솟은 담벼락은 사방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고, 널찍한 대문을 통과하면 시원하게 뚫린 대로로 이어졌다.

세가 내부에는 수백 명이 동시에 합격진으로 연습할 수 있을 정도로 광활한 연무장이 펼쳐져 있었다. 또한 고풍스러운 느낌의 건물들도 가득했는데, 손님이 묵을 방부터 의방과 주점까지 없는 시설이 없을 정도였다.

또한 진씨세가의 가장 안쪽에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높이 솟은 전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은 진무량과 유서하가 함께 사용하는 방이었다.

진씨세가가 완벽히 완성되었다는 소문은 천하 각지로 퍼져나갔다.

그 소문은 진무량과 인연을 맺었던 강호 고수들 또한 접하게 되었다. 하여 그들은 모두 축하의 뜻을 전하기 위해 진씨세가로 모였다.

환영회가 열리는 날, 진무량은 유서하와 함께 전각 지붕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지붕에 걸터앉아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진무량은 유서하를 살포시 끌어당기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푹 쉬어 둬. 오늘 귀찮은 녀석들이 몰려올 텐데, 그러면 여러 가지로 신경 쓸 게 많잖아.”

“좋아요. 아직 여유로우니까요.”

유서하는 힘을 빼고 진무량의 가슴에 편하게 머리를 기댔다.

진무량은 흘러내린 유서하의 머릿결을 조심스레 가다듬어 주었다.

높은 곳에 올라서인지 공기는 더없이 상쾌했다. 또한 햇볕은 적당히 따뜻했고, 스치는 바람은 기분 좋게 시원했다.

한적한 시간을 보내던 진무량과 유서하. 이윽고 진씨세가의 남물을 향해 다가오는 한 무리의 일파가 보였다.

그들은 척 봐도 다부진 체격의 무인들이었다. 유서하는 선두에 선 사내를 보고서 상대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적포신군께서 가장 먼저 찾아오신 것 같네요.”

“하여간 성실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뭐 잘됐네. 이 기회에 전해 받은 적포를 돌려줘야겠어.”

“그걸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요?”

“바빠서 전해줄 기회가 없었어. 묵위현이 왔다면 꼬맹이도 따라왔겠군.”

심드렁하게 대답을 마친 진무량은 다수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익숙한 복장의 무리가 보였다. 그들은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마교의 무인들이었다.

여도강 일파는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거대한 수레를 끌고 오는 중이었다.

수레 안에 내용물을 확인한 진무량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헤어질 때 좋은 술이나 대접하라고 했더니, 아주 술을 장독째로 들고 오는군.”

유서하는 슬쩍 진무량을 흘겨보았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돼요. 알고 있죠?”

진무량은 날카로운 유서하의 시선을 피했다.

“그럼. 알고 있지.”

“지켜볼 거예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진무량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또 하나의 일련의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정갈한 복식을 맞춰 입고 있었다. 또한 지금까지 방분한 사람들 중에서 단연 돋보일 정도로 많은 인원을 자랑했다.

“얼핏 보아하니 무림맹 측에서 찾아온 것 같네.”

안력을 집중한 유서하는 단번에 무림맹 일행에서 유월천을 찾아냈다.

“아버지도 오셨어요.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해서 항상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었는데…….”

진무량은 솔직히 비천검문과 관계가 좋지 못했으나, 유월천의 방문은 반갑게 생각했다.

유서하가 늘 그리워하던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진무량은 유서하를 살피다가 우연히 진씨세가로 들어오는 남녀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제껏 무리지어 움직였던 이들과 달리, 그 두 사람은 적은 인원이다 보니 눈길이 가지 않았던 탓이었다.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진무량은 더없이 표정이 환해졌다.

“연시우와 연희도 왔어.”

유서하는 한껏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연희 소저의 병에 차도가 있었던 걸까요?”

“그럴지도. 아무래도 더 이상 여기서 기다릴 수만은 없겠군.”

진무량과 유서하는 지붕에서 훌쩍 뛰어내려 땅을 딛고 섰다.

“직접 만나봐야겠어. 같이 가자.”

유서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함께 손을 맞잡은 진무량과 유서하는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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