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악무도-136화 (136/143)

136화. 범용

2018.07.22.

정과 마의 기운이 온전히 합쳐지면서 진무량을 중심으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점점 더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났다.

그에 맞서 달려드는 백사동 고수들은 모조리 염옥창의 제물이 되었다.

진무량의 손에 들린 염옥창은 마치 몰아치는 폭풍처럼 매서웠으며, 때때로 번개가 번쩍이듯이 빠르게 움직였다.

수많은 백사동의 고수들 중, 어느 누구도 상상조하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구중련에서도 정평이 자자한 최정예 고수들이 단 한 명의 사내를 상대로 무참하게 패배하리라고는.

몽원양은 바짝바짝 타는 입술을 피가 새어나올 정도로 세게 깨물었다.

연이어 나가떨어지는 수하들을 볼수록 위기의식이 점점 커진 탓이었다.

‘도대체 본진을 지키는 수많은 고수들은 어디서 뭘 하기에,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것이더냐!’

몽원양은 차마 주변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랬다가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진무량에게 순식간에 목이 꿰뚫릴 테니까.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사력을 다해 진무량과 맞서는 것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머릿속에 생긴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진무량이 본진을 급습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거늘, 시간이 지나도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고수들이 단번에 달려든다면 제아무리 진무량이라 해도 난처함을 드러낼 터.

그렇다면 천천히 내공을 소진시킨 뒤, 단숨에 진무량을 쓰러뜨릴 기회도 노릴 수 있을 것이었다.

허나 현 상태로 진무량을 지치게 하기에는 인원이 턱없이 모자랐다.

‘이런, 제길!’

몽원양은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쇄도해오는 진무량과 맞섰다.

* * *

구중련의 본진 주변에서는 몽원양이 꿈에서조차 상상조차 했던 일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정, 사, 마에서 각각 차출된 범용한 무인들이 구중련의 정예 고수들과 맞서 싸워 호각의 승부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몽원양은 몇몇의 고수들을 제외하곤 모두 숫자를 채우기 위한 쓸모없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허니 그런 범용한 무인들이 뭉쳐서 구중련의 정예 고수들과 호각 승부를 벌인다는 걸 상식 밖의 일이었다.

선혈이 흩날리는 치열한 격전 속. 그 중심에는 견무겸과 남궁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한 무리의 적들을 격파하고서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다.

견무겸은 지친 숨을 연거푸 몰아쉬다가 남궁지를 향해 걱정스런 기색을 내비쳤다.

“소협. 상처는 좀 괜찮으십니까?”

남궁지는 슬쩍 웃음을 흘리고는 견무겸에게 반문했다.

“걱정해줘서 고맙긴 한데, 자네 몸부터 챙겨야하지 않겠나?”

견무겸과 남궁지는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비단 두 사람뿐 아니라, 구중련의 본진을 기습한 정, 사, 마의 무인들 모두 겨우 숨만 붙어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반적으로 그들은 구중련 고수들의 비해 무공 수준이 한참이나 뒤쳐졌다.

가장 중요한 핵심 요충지를 지키기 위해 집결한 구중련의 고수들과 시선을 피하기 위해 임시로 모인 범용한 강호의 무사들을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

그런 두 세력이 맞붙는다면 승리하는 쪽은 당연히 구중련일 것이다.

실제로 구중련 입장에서는 여태까지 정, 사, 마의 무인들을 처리하지 못한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남궁지의 물음에 견무겸이 대답했다.

“괜한 질문을 했다면 죄송합니다.”

“그 딱딱한 태도는 정말이지 한결같군. 빈말을 하지 않아 믿음이 가는 점이 좋긴 하지만 말이야.”

순간 견무겸과 남궁지는 담소를 멈추고, 동시에 한 지점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두 사람의 시야에서는 다수의 인기척과 함께 구중련의 고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남궁지가 한숨을 쉬었다.

“휴우. 정말 쉴 틈을 주지 않는 상대군.”

“지치셨다면 조금 물러나 계시지요.”

“내 숨이 끊어질지언정 홀로 물러설 수는 없지.”

범용하기 그지없는 강호의 무사들에게 구중련의 고수들은 실로 벅찬 상대임이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정, 사, 마의 무인들 중 그 누구도 도망치지 않았다.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상대의 기세에 맞서면서 한걸음도 뒷걸음치지 않았고, 절정의 고수들이 사방에서 포위해온다 하더라도 굳건히 제자리를 지켰다.

오랜 세월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눠왔으나, 현재 강호 무인들의 머릿속에 그런 사실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모두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각오는 단 한 가지.

바로 자신들이 살아온 강호를 지키고자하는 신념이었다.

비록 강호를 살아가는 범용한 무사들일지라도 열정만은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았다.

강호는 평생토록 몸담았던 무사들에게 보금자리와 같았기 때문이다.

음모와 배신, 속임수가 난무하는 강호에 모두 좌절했던 시기도 있었으리라.

허나 그 안에서 같은 뜻을 지닌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각자의 뜻을 이루기 위해 성장해온 강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장소였다.

그러니 강호를 마음대로 지배하려는 야욕을 품은 구중련 놈들을 상대로 무력하게 무릎 꿇을 수는 없었다.

“여기 모인 강호 무사들 모두 각자의 긍지를 걸고 싸우고 있어. 긍지란 목숨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지.”

남궁지가 슬쩍 견무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대도 같은 생각이겠지만 말이야.”

“……그렇습니다.”

남궁지는 다시 한번 가슴 속에 품은 각오를 되새기듯 검손잡이를 세게 움켜잡았다.

“더 이상 여유부릴 수는 없겠군. 다시 한번 신명나게 날뛰어보세.”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뒤이어 남궁지와 견무겸은 몰려드는 구중련 무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비단 두 사람뿐 아니라 난전을 벌이던 마교의 노고수들과 더불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영사문의 무인들까지 모두 하나가 되어 구중련의 정예 고수들과 맞섰다.

* * *

혈혈단신으로 몽원양을 몰아붙이던 진무량은 곁눈질로 백사동 고수들을 살폈다.

애초에 진무량을 포위하던 구중련 고수들의 숫자는 백여 명을 훌쩍 넘었다. 그중에 반은 백사동의 고수들이었으며, 강호 무사들을 피해 본진으로 지원 온 구중련의 고수들이 나머지 반이었다.

허나 그 많던 인원들 중, 현재 두 발로 서 있는 상대는 열 명 남짓이었다.

나머지는 모조리 염옥창에 꿰뚫려 숨을 거둔 것이다.

곧이어 진무량은 본진으로 다가오는 구중련 무리들의 기척을 감지했다.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제법 많은 수에 적이 몰려온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다. 조금 성급하더라도 여기서 승부를 낸다.’

구중련의 고수들이 모여드는 건 강호 무사들에게 변고가 생겼음을 뜻했다.

허나 정, 사, 마의 무인들이 제몫을 못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은 애초에 진무량의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긴 시간 구중련 고수들을 붙잡아 두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 상황만 보고 따졌을 때, 지체할 시간이 없음은 확실했다.

계속해서 구중련의 고수들이 몰려든다면 전황은 더욱 어려워질 터.

적의 지원이 도착하기 전인 지금이 바로 몽원양을 해치울 수 있는 기회였다.

진무량은 타오르듯 넘실거리는 마공을 더욱 격렬하게 운용했고, 그에 따라 유서하의 연주도 변해갔다.

디링-! 디리리링-!

진무량은 점차 빨라지는 음률에 맞춰 요동치는 정과 마의 기운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이윽고 완벽히 합쳐진 두 개의 기운은 진무량 내면의 잠재능력들을 모조리 해방시켰다.

그에 따라 점차 진무량은 지금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불필요하게 몸에 들어간 힘. 내공을 운용하면서 미세하게 낭비되는 내력. 더 나아가 자연에서부터 전해지는 미세한 기운까지 명확히 느껴졌다.

스스로 가진 능력을 완벽히 각성하여 자연체에 도달하는 것.

그때가 바로 진무량이 창안한 용형십삼식의 십이식 파천무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윽고 진무량의 발걸음이 떨어지면서 몽원양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잠시 멈춰 있던 진무량이 다시 움직이자, 몽원양은 주변에 수하들에게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모두 달려들어 진무량을 막아라!”

몽원양의 고함으로 인해 구중련의 고수들이 일제히 진무량을 향해 달려들었다.

여기저기서 쇄도해 오는 적들에게 진무량은 여태까지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파괴적인 초식으로 먼저 선공을 취했을 때와 반대로 상대가 다가올 때까지 여유롭게 기다렸다.

단숨에 근접한 백사동 고수의 검이 눈앞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진무량의 신형이 움직였다.

뒤늦게 진무량의 대처를 확인한 백사동의 고수는 승리를 확신했다.

‘내가 이겼다!’

느릿느릿하게 찔러오는 염옥창보다 자신이 내리친 검이 더 빨리 진무량에게 닿으리라 판단한 것이었다.

허나 그 판단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군더더기 없는 궤적으로 흐르는 염옥창이 순식간에 백사동 고수의 심장을 꿰뚫어버린 것이다.

그 뒤로 달려드는 구중련의 고수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염옥창은 그리 빠르게 움직이지도 않았고, 막대한 기운이 실려 있지도 않았다.

허나 부드러운 바람처럼 움직이는 염옥창은 여지없이 단번에 적들의 급소를 꿰뚫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몽원양은 사지가 딱딱하게 굳었다.

그래도 여태까진 어떻게든 백사동의 고수들과 힘을 합쳐 진무량을 막아왔다. 허나 갑작스레 변한 진무량에게는 합공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격에 백사동 고수들을 베어버리니, 자신이 나설 틈조차 없었다.

순식간에 앞을 막아서는 백사동 고수들을 모두 베어버린 진무량은 천천히 몽원양을 향해 다가갔다.

몽원양은 차마 반격할 엄두도 내지 못해 뒷걸음질 쳤다.

“오지 마! 오지 마라! 이놈!”

몽원양이 보기에 한 걸음씩 다가오는 진무량의 모습은 마치 저승사자를 연상케 했다.

두 사람의 거리가 다섯 걸음 정도 남았을 때, 갑자기 유서하의 연주가 멈췄다.

연주가 끊어지면서 진무량 체내의 정의 기운이 사라져갔다. 그에 따라 융합되었던 두 개의 기운 역시 분리되었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진무량은 걱정스런 눈길로 유서하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지?’

진무량이 근심에 빠져있을 때, 곧 유서하의 연주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디리리링-! 디리리링-!

유서하의 곡조는 계획대로 행동하자는 의미였다.

현재 유서하는 일찍이 몽원양이 파견한 별동대에게 기습을 당한 상황이었다.

허나 유서하는 진무량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그들을 상대해낼 자신이 있었다. 하여 그녀는 진무량에게 계획대로 진행하라는 뜻이 담긴 곡조를 연주한 것이었다.

몽원양은 순간 진무량의 집중력이 흐트러졌음을 정확히 간파했다.

찰나의 틈을 파악한 몽원양은 곧바로 등을 돌려 진무량에게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다.

기습적인 몽원양의 도주에 진무량은 곧바로 추격에 나섰다.

허나 곧 구중련의 본진을 지키던 고수들이 진무량의 앞을 막아섰다.

재빨리 몽원양을 처치하지 못하는 바람에, 우려했던 구중련 고수들이 합류해버린 것이었다.

진무량은 급히 마공을 끌어올리며 앞을 막아선 구중련 고수들에게 분노에 찬 경고의 뜻을 전했다.

“죽기 싫으면 당장 비켜.”

* * *

수하들을 버리고 도망치던 몽원양은 사력을 다해 펼치던 경공을 잠시 멈췄다.

그리고는 안력을 집중하여 진무량이 있는 곳을 살폈다.

다수의 구중련 고수들이 진무량을 협공하는 형세였으나, 승기는 명백히 진무량으로 향해 있었다.

정과 마의 기운을 동시에 운용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지간한 고수들로는 진무량을 상대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진무량을 상대로 시간을 버는 것이 고작일 터.

몽원양은 깊은 탄식에 빠졌다.

어떻게든 진무량을 피해 도망쳤다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처럼 남아 있었다.

진무량에게 잃은 본진은 구중련 최고의 요충지였다.

지휘구조 자체가 시작되는 곳이다 보니, 결코 빼앗겨서는 안 되는 장소인 셈이다.

그런 요충지를 진무량에게 빼앗겼으니, 이제부터 정, 사, 마 무인들의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터.

그 상태로 적과 교전을 이어가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최대한 많은 인원을 살리면서 후퇴하는 것밖에 없었다.

패퇴했다는 사실을 담무흔이 알게 되면 또 어떤 불상사가 벌어질지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졌다.

‘우선은 살아야 한다.’

암담한 미래를 걱정하는 것보다 우선 당장 눈앞에 일들을 처리해야 했다.

현재 최선의 선택은 최대한 많은 인원을 살려 담무흔과 합류하는 것이었다. 그 뒤에 다시 태세를 정비한다면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올 터.

몽원양은 쓰린 가슴을 부여잡고는 다시 진무량으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다.

* * *

진무량은 구중련 본진을 수비하던 무인들과 일전에서 당당히 승리했다.

방해하는 적들을 쓰러뜨렸으니 이제부터 진무량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전자는 몽원양의 뒤를 쫓아 수급을 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후자는 함께 구중련 본진을 정, 사, 마 무인들을 돕는 것이었다.

몽원양을 벤다면 전과는 확실하겠으나,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구중련의 고수들을 헤쳐 나가면서 도망 몽원양을 사로잡는 건 쉽지 않을 것이었다.

정, 사, 마 무인들을 돕는다면 아군의 피해를 줄일 수 있겠으나, 앞으로 전황을 이롭게 바꾸기는 어려웠다.

진무량은 두 가지 방안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했다.

마침내 정한 결론은 후자 쪽이었다.

억지로 몽원양을 쫓다가는 성과를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컸다. 그보다는 우선 아군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확신을 굳힌 진무량은 정, 사, 마 무인들이 혈전을 벌이는 곳으로 나아갔다.

* * *

진무량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예상과 달리 구중련의 고수들은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즉, 강호의 무사들이 자력으로 구중련 고수들을 격파한 것이었다.

이는 진무량조차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범용한 무인들을 선별하여 구중련의 본진을 친 것은 어디까지나 몽원양을 잡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솔직히 전멸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에 전력 차이였다.

허나 정, 사, 마의 무인들은 도리어 구중련의 고수들을 격파하고도 제법 많은 인원이 남아 있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강호의 무사들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강호를 지키고자하는 간절한 바람이었다.

그 열의와 갈망이 기적을 이뤄낸 것이다.

진무량은 얼마 남지 않은 구중련 고수들의 배후를 쳐서 전투를 완전히 끝냈다.

이윽고 진무량이 아군에 피해상황을 살폈다. 그러던 중에 특히 진무량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남궁지와 견무겸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크고 작은 검상들로 인해 온몸이 엉망진창이었다.

제대로 몸을 가눌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 서로가 서로에게 기댄 상태였다.

두 사람 모두 피와 땀으로 범벅되어 앞이 잘 보이지도 않았으나, 투지만은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진무량이 견무겸을 바라보며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

“너 살아 있는 거 맞지?”

“흥,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 예전부터 생명력만은 바퀴벌레 수준이었으니까.”

견무겸은 진무량과 함께 보냈던 시절이 생각나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남궁지가 진무량을 향해 물었다.

“몽원양은 어떻게 됐소?”

“아쉽지만 놓쳤어. 이제부터 추격한다 해도 의미가 없을 것 같고.”

“그렇다면 앞으로 어찌 움직일 생각이시오?”

“최선은 도망치는 구중련 놈들을 쫓아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히는 거야.”

진무량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남궁지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다시 우리를 써주시오. 아직 얼마든지 적과 싸울 기력이 남아 있소.”

생각지 못한 남궁지의 제안에 진무량은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구중련의 심장부인 이곳에서부터 인원을 파견한다면 확실히 퇴각중인 구중련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히는 것이 가능했다.

허나 구중련의 정예 고수들과 겨룬 탓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부상자들이 과연 그 같은 임무를 맡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진무량은 고개를 돌려 주변 무인들의 상태를 살폈다.

얼핏 보기에는 모두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부상이 틀림없었다.

허나 어느 누구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렬한 눈빛으로 스스로 싸울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야말로 정신이 육체를 초월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 정도 사기라면 만류한다 해도 듣지 않을뿐더러, 어떤 적과 겨룬다 해도 승리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다시 전장의 국면을 바꾼다.”

진무량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 계획대로 적의 연계를 끊고, 퇴로를 차단하는데 성공한다면 구중련은 회복하지 못할 피해를 입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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