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연합
2018.07.15.
몽원양이 이끄는 철혈부원들은 전장에서 감도는 수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딱 꼬집어 정, 사, 마 무인들에게서 의심스러운 행적을 발견한 건 아니었다.
확실히 수상한 점을 찾아낸 것이라곤, 멸천대의 조장들이 검선 유월천과 적포신군 묵위현에게 접선했다는 사실 정도였다. 허나 그 사건 이후로도 비천검문과 영사문 양측 모두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그럼에도 철혈부원들은 특별히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계를 취했다. 평생 정보를 취급하면서 얻은 경험들이 미묘하게 다른 전장의 공기를 느낀 것이다.
이는 철혈부가 정보를 취급하는 데 있어 천하에서 최고로 꼽히는 집단이란 걸 증명하는 바이기도 했다.
철혈부원들이 신경을 곤두세운 채 삼엄한 경계를 펼치던 중, 영문 모를 연주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고음과 저음이 유려히 변화하는 아름다운 금의 선율은 산천을 타고 널리 펴져 나갔다.
의문의 연주소리를 조사하려던 찰나, 전장이 급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정, 사, 마의 무인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경계를 책임지던 철혈부원은 급변하는 사태를 서둘러 몽원양에게 보고했다.
“부주님! 여도강 일파가 진격 중입니다! 영사문과 무림맹 놈들까지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합니다!”
몽원양은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몽원양은 묵묵히 턱을 쓰다듬으며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현재 상대의 노림수가 무엇인지까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으나, 모종의 계책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또한 이렇듯 정, 사, 마의 무인들이 동시에 움직이는 걸로 미루어 보아, 독립적으로 행동하던 여태까지와 달리 그들이 하나로 연합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짐작 가능했다.
‘되도 않는 잔꾀를 부리려 하는구나.’
전 방위에서 진격해오는 살벌한 강호 무인들의 기세에 주눅 들 법도 했으나, 몽원양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몽원양이 이토록 자신만만한 이유는 곁에 있는 구중련 무인들 때문이었다.
구중련의 단결력은 서로 반목하며 사소한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정파와 사파, 마교 무인들과 근본부터 다르다.
무림일통을 염원하며 무려 천년 동안 이어져온 구중련의 무인들과 어찌 강호의 오합지졸들을 비교할 수 있을까.
상대가 어떤 꿍꿍이를 숨기고 있다 한들, 계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일치된 움직임을 필요로 할 터.
정파와 사파, 마교의 무인들이 합쳐져 그런 통일된 움직임을 보여줄 리 만무했다.
무엇보다 상대가 어떤 잔꾀를 부린다 하더라도 몽원양은 정면으로 상대해 쳐부술 확신이 있었다.
‘이건 오히려 좋은 기회다.’
지금까지 무림맹과 영사문, 여도강 일파들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두었으나, 회복이 불가할 정도의 타격은 가하지 못했다.
그들의 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전력으로 덤벼들기보다 구중련의 전력을 파악하는 데 힘썼기 때문이다.
허나 작금의 상황은 여태까지와 확연히 다르다.
슬금슬금 싸움을 회피해오던 상대가 먼저 검을 빼들고 덤비는 형세가 된 것이다.
이번에 적을 격파한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힐 수 있을 터.
실로 구중련과 무림의 승부를 판가름할 척도가 될 만한 전투라 볼 수 있었다.
“적들의 갑작스러운 진격에 당황할 필요 없느니라. 모두 평소처럼 행동하되, 내 명령에 따라 착오 없이 움직이면 된다.”
몽원양은 곁에 있는 측근들을 향해 자신감이 깃든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놈들이 어떤 수를 쓰든 간에 내 모조리 내 눈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나를 믿고 따르라.”
* * *
멀리서 보면 구름과 맞닿은 것처럼 보이는 구룡산.
높이 솟은 구룡산 정상 산봉우리에서는 금의 연주소리가 쉼 없이 이어졌다.
유려한 연주를 펼치는 장본인은 바로 유서하. 그리고 그녀의 근처에는 진무량이 자리하고 있었다.
진무량은 천 길 낭떠러지 끝자락에 의연히 서서 전체적인 전황을 살폈다.
시시각각 변하는 멸천대의 깃발을 유심히 살피던 중에 진무량은 구중련의 무인들이 묵위현을 포위하려는 사실을 간파했다.
진무량은 시선을 묵위현 근처에 두고 유서하를 향해 말했다.
“묵위현에게 진로를 바꿔 우회하라는 신호를 보내줘.”
유서하는 진무량의 요청에 따라 즉시 곡조를 바꿨다.
디리링-! 디리링-!
유서하의 손끝을 타고 흐르는 선율은 찢어지는 듯한 고음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곡조를 연주했다.
그에 따라 돌출된 묵위현과 영사문 무인들의 움직임이 느려지더니, 이윽고 방향을 틀어 적에 포위를 일찌감치 벗어날 수 있었다.
음을 통해 정, 사, 마 무인들을 지휘하는 방법은 대성공이었다.
진무량은 멸천대의 깃발을 확인하고는 반드시 필요한 순간에만 유서하의 연주를 통해 자신의 뜻을 알렸다. 최대한 무림맹과 영사문, 여도강 일파의 움직임에 간섭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유월천과 묵위현, 여도강 역시 그 사실을 알았기에, 사전에 약속된 곡조를 연주하면 정확히 그 신호에 따라 움직여주었다.
그로 인해 정, 사, 마 무인들은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
허나 금을 연주하는 유서하는 근심을 모두 떨쳐버리지 못했다.
여태껏 연주를 통해 보낸 신호의 대부분이 후퇴하거나 대기하라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유서하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진무량을 향해 물었다.
“전황은 어떤가요?”
“아직은 어느 쪽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어.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연주를 통해 정, 사, 마의 무인들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건 분명 성공이었으나, 결정적으로 구중련을 격파하고 승리에 다다를 수는 없었다.
명령에 따른 체계적인 움직임은 구중련도 결코 뒤처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구중련 쪽이 한 수 위였다.
천년에 세월 동안 호흡을 맞춰온 경험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획기적인 방법이라곤 하나, 유서하의 연주를 통해 무인들을 지휘하는 방법은 분명 임시방편이었다.
하여 구중련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기 위해서는 한 수가 더 필요했다.
바로 그 결정적인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진무량은 공격 명령을 최대한 줄인 채로 전황을 살핀 것이다.
허나 몽원양의 지휘에서 특별한 허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아갈 때와 수비해야 할 순간을 정확히 파악했으며, 속공과 변칙적인 움직임까지 적절하게 섞어 실로 기민한 움직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나마 구중련의 무인들에게서 보이는 일관된 움직임은 단 한 가지였다.
‘구중련 놈들은 유월천과 묵위현, 여도강의 행동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다.’
전체적인 전황을 살폈을 때, 단 한 순간도 세 사람의 경계가 느슨해지는 법이 없었다.
유월천에게 공격 시도를 할 때면 언제나 포위하기 위한 움직임을 먼저 취했고, 묵위현과 여도강의 근처 방비는 여타의 곳에 비해 훨씬 더 삼엄했다.
상대 고수를 견제하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허나 분명 몽원양에게는 고수들의 경계가 지나치게 철저했다.
한 곳에 지나치게 힘을 집중하면 반대쪽에는 반드시 허술해지는 법.
진무량은 허점이라 보기에도 힘들 정도로 아주 작은 빈틈을 노려볼 생각이었다.
거대한 땜이 무너질 때도 그 시작은 반드시 작은 균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소한 허점을 얼마나 잘 이용할 수 있는지가 바로 능력이지.’
확고히 마음을 정한 진무량이 유서하를 향해 말했다.
“지금 바로 곡조를 연주해줘. 보낼 신호의 내용은…….”
* * *
몽원양은 수하들이 전하는 보고를 듣고서 전체적인 전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 정보를 토대로 적재적소에 무인들을 배치시켰다.
정, 사, 마 무인들이 동시에 움직이다 보니, 몽원양에게 다급한 어조에 보고가 끊임없이 전해졌다.
“급보입니다. 여도강 일파가 돌연 전열에서 이탈하여 맹렬한 기세로 진격 중입니다.”
몽원양은 보고를 듣자마자 곧바로 대응책을 내놓았다.
“앞뒤 모르고 달려들다니 무지하기 짝이 없군. 사풍대(蛇風隊) 전 인원을 배후로 투입시켜 여도강의 목을 가져오라 전하거라.”
몽원양의 명령이 떨어진 뒤에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급박한 보고가 이어졌다.
“적포신군의 무리가 갑작스레 진로를 크게 이탈했습니다. 갑자기 진로를 바꾼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몽원양의 주름진 미간이 더욱 찌푸러졌다.
묵위현은 긴 시간 강호에서 명성을 떨쳐온 무시할 수 없는 고수이다. 최근에는 사파를 일통한 영웅인 그가 불필요한 움직임을 취할 리는 없을 터.
“철혈부원들을 더 투입하여 묵위현의 진로를 상세히 조사하라. 영사문이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 단시간 내로 파악해야 한다.”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몽원양은 영사문과 여도강 일파의 돌발 행동에 숨겨진 의도가 있는지 파악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잠시 한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철혈부의 연락책이 빠른 걸음으로 몽원양을 향해 다가왔다.
연락책은 곧바로 무릎을 꿇고 다급한 사안을 전했다.
“부주님! 유월천이 행적을 감췄습니다. 아무래도 놈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보고를 전해 들은 몽원양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라!”
“아마도 유월천은 비천검문 문도들과 떨어져 단독으로 움직이려 하는 듯합니다.”
몽원양은 연이어 날아드는 비보들을 통해 쌓아뒀던 분노가 단숨에 폭발했다.
“유월천은 특히나 주의를 기울여야 할 요주의 인물이다. 어찌 놈의 행적을 놓칠 수 있단 말이냐!”
“죄송합니다.”
“비천검문 인근에 있는 무인들을 모두 동원해도 좋다. 서둘러 유월천의 소재를 파악하라!”
철혈부의 연락책은 고개를 깊이 숙이고 몽원양의 명령을 실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몽원양은 분을 삭이지 못해 한참 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곁에 있는 수하를 향해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요주의 인물들 중에 유월천 말고, 또 행방을 파악하지 못한 자가 있느냐?”
“진무량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여태까지 놈의 위치를 찾아내지 못했단 말이더냐?”
“요 며칠 사이에 진무량은 여도강 일파를 벗어나 행적을 감췄습니다. 부원들이 필사적으로 놈의 위치를 찾으려 했으나, 정, 사, 마 어느 무리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인상을 구긴 채 고민을 하던 몽원양의 귓가에 거슬리는 금의 연주소리가 들려왔다.
그 연주소리를 통해 몽원양은 유서하를 떠올렸다.
사대신마인 호율을 쓰러뜨린 유서하는 구중련 내에서도 특별한 경계 대상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진무량과도 인연이 깊다고 알려져 있었다.
몽원양이 말했다.
“너는 즉시 부원들을 이끌고 저 금의 연주소리에 대해 알아봐. 유서하는 음공의 절세고수라 하니, 충분한 인원을 데리고 가야 할 것이다. 어쩌면 진무량의 위치를 그곳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몽원양의 명령을 받은 철혈부원이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부터 터져 나오는 함성 소리가 몽원양의 귓가를 때렸다.
“우와와아아아!”
몽원양은 영문을 알 수 없는 함성소리를 듣고, 자연스레 청력을 집중하여 주변 소리를 살폈다.
수백 명이 내지르는 동시에 내지르는 함성 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곧이어 날카로운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 소리가 연신 터져 나왔다.
몽원양은 서둘러 작전을 지시하는 천막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인근을 살피던 몽원양은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구중련 무인을 향해 거칠게 소리쳤다.
“이게 다 무슨 일이냐?”
“적의 기습입니다!”
몽원양은 순간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상대들에게는 모두 삼엄한 경계를 펼치는 중이었다.
잠시 행방을 놓친 이들이 있다지만, 이렇듯 구중련의 본진에 도착할 때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도대체 이곳을 습격한 이들이 누구냐! 행방을 감춘 유월천이냐?”
“아닙니다. 저희가 경계하던 고수들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몽원양은 대화만으로 화가 뻗치는지, 홱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먼 곳에 있는 적을 확인하기 위해 안력을 집중했다.
‘뭐야? 저들은 대체 누구란 말이냐.’
본진을 급습한 적들의 인상착의와 사용하는 무기를 모두 살펴보아도 머릿속에 딱히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심지어 무공수준 또한 뛰어나다고 볼 만한 자도 그다지 많지 않을 정도였다.
실제로 몽원양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여도강, 묵위현, 유월천 같은 절세의 고수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구중련의 본진을 습격한 이들은 견무겸을 비롯하여 아직 평범한 비천검문의 무인들이었다.
또한 그 주변에는 강호의 주요 인사들을 경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경계가 소홀했던 남궁지도 자리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마교에서 퇴물로 치부되어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난 노인들. 그리고 아직 명성을 떨치지 못한 영사문의 무인들도 함께였다.
그들은 모두 철혈부원들의 감시를 벗어난 인물들이었다.
몽원양은 특유의 짜증이 가득 묻어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수비대를 여기로 불러 모아라. 내 친히 저놈들을 도륙할 것이다.”
몽원양은 어떻게 적들이 여기까지 도달했는지 잠시 의문이 들었으나, 곧 그 생각을 접었다. 그보다 본진을 수비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각지에 퍼진 구중련 무인들 전체에게 작전을 하달하는 요충지. 결코 적에게 넘겨줄 수 없는 곳이었다.
물론 중요한 장소인 만큼 본진의 수비는 철통처럼 완벽했다.
예상치 못한 적의 기습을 통해 잠시 수비 체계가 흔들렸을 뿐. 다시 태세를 가다듬고 적과 맞선다면 상대는 쉽게 제압할 수 있음이 틀림없었다.
몽원양에 명령에 따라 순식간에 구중련의 본진 방어를 담당하는 수비대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몽원양은 적과 맞설 생각을 하니 돌연 수치스러운 심정이 들었다.
기껏해야 절정도 도달하지 못한 무인들을 상대로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몽원양에게는 엄청난 굴욕이었다.
“저따위 쓰레기 같은 놈들에게 본진이 기습당하다니……. 수치스럽기 짝이 없구나.”
몽원양은 공허 섞인 혼잣말을 내뱉었다. 허나 그의 의도와 달리 곧 허공에 내뱉은 혼잣말에 대답이 들려왔다.
“바로 그 쓰레기 같은 생각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쉽게 찾아올 수 있었다.”
이윽고 풀숲을 헤치고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몽원양의 혼잣말에 대답한 조소 섞인 목소리의 주인이기도 했다.
진무량이 당당히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몽원양은 당황을 금할 길이 없었다.
“어, 어떻게 네놈이 여기에……?”
“다시 말해줘야 하나? 네놈의 썩어빠진 신념 덕분에 찾아오게 된 거라고.”
남궁지와 견무겸을 필두로 한 비천검문의 무인들. 그리고 영사문을 비롯한 여도강 일파의 노고수들을 구중련의 심장부로 어떻게 도달할 수 있었을까?
모든 건 진무량의 계획이었다.
멀리서 전장을 살피던 진무량은 상대적으로 감시가 덜한 무인들을 따로 모았다.
그리고 여도강, 묵위현, 유월천을 통해 적들의 시선을 빼앗은 것이다.
세 명의 절세 고수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몽원양은 필요 이상으로 전력을 집중시켰다.
그 결과 몽원양은 스스로 짠 완벽한 포진에 구멍을 낸 것이다.
흔히 완벽한 진용을 갖춘 상대와 맞설 때, 가장 쉽게 수비를 뚫어내는 방법은 적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몽원양은 진무량의 계획대로 스스로 움직여주었고, 그로 인해 생긴 틈을 명성이 뛰어나지 않은 무인들로 하여금 나아가게 한 것이다.
당황했던 것도 잠시, 금세 계책에 면모를 파악한 몽원양은 진무량을 조롱했다.
“천하에 진무량이 저딴 떨거지들 틈에 숨어 이곳까지 온 것이냐?”
“멍청한 놈. 아직도 스스로가 벌인 실수를 깨닫지 못하다니……. 좁아터진 네 식견으로 인해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진무량은 천천히 염옥창을 빼 들었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창날이 빛에 반사되어 찬란하게 번뜩였다.
“또한 네놈이 떨거지라고 취급하는 자들이 바로 이 전장을 바꾼 승리에 주역들인 것이다.”
“……윽.”
몽원양은 무의식적으로 주춤거리다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이윽고 염옥창을 손에 쥔 진무량에게서부터 숨이 막힐 정도로 투박한 살기가 흘러넘쳤다.
“그리고 나와 마주쳤을 때 네놈의 앞날이 어떤지는 스스로 알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