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결전의 시간.
2018.07.01.
연시우는 불안한 심정을 내보이듯 온종일 방 안을 서성거렸다.
안절부절 못하는 연시우의 머릿속에서는 진무량과 나눴던 대화가 쉼 없이 반복되었다.
ㅡ곧 여도강에게서 연락이 올 것이다. 너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 전에 끝내 둬라.
연시우는 초조한 걸음을 멈추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러고는 앞섬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연시우의 손에 들린 물건은 은으로 제작된 팔찌였다.
따로 문양이 새겨지지 않아 전체적으로 수수한 느낌의 그 은팔찌는, 연시우가 마교로 오는 길에 지나쳤던 노점상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이걸 전해 줘야 하는데…….’
우연히 발견한 은팔찌는 자연스레 추연희를 떠올리게 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다 보니, 그 은팔찌가 눈에 들어 온 것이었다.
이미 은팔찌의 주인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나, 차마 연시우에겐 전해 줄 용기가 없었다.
은팔찌를 사는 것조차 겸연쩍어, 함께 행동하던 유서하와 멸천대원들의 눈까지 피해 어렵사리 구입하지 않았던가.
연시우는 추연희에게 은팔찌를 전할 상상만으로도 눈앞이 컴컴해졌다.
허나 기회는 지금뿐이었다.
곧 구중련과 일전을 치르기 위해 떠나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 전에 미련이나 아쉬움은 남겨 두고 싶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은 연시우는 눈앞에 추연희가 있다고 스스로 암시를 걸었다.
그리고는 정중하게 두 손 위에 올려둔 은팔찌를 앞으로 내밀었다. 이어지는 한껏 낮아진 연시우의 목소리.
“소저를 생각하며 산 것이오. 부디 내 마음이니…….”
연시우는 차마 말을 끝맺지 못했다. 낯선 본인의 모습이 수치스러워 견딜 수 없던 탓이었다.
연시우는 과하게 정중한 모습을 버리고자 다짐하고는, 한손으로 은팔찌를 잡고 앞으로 내밀었다.
“오다가 주웠소.”
이건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마치 구걸하는 상대에게 적선하는 모습이 아닌가.
그래도 짧게 말하니 쑥스러움이 덜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는 실로 엄청난 발전이었다.
그렇다면 최대한 용건만 간단하게 전하면 될 터.
연시우는 툭하고 은팔찌를 던지며 무심하게 말했다.
“이거 너 해.”
미친 짓이 틀림없었다. 용건만 간단히 하고자 하는 바람에 너무 무례해지지 않았는가.
연시우는 치밀어 오르는 후회를 느끼며 바닥에 떨어진 은팔찌를 다시 주웠다.
스스로가 한심스러워 한참이나 은팔찌에서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겨운데, 이 상태로는 추연희 앞에 당당히 나서는 것조차 불가능할 터.
그렇다면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전장을 떠돌던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었다.
연시우는 결국 다시 앞섬으로 은팔찌를 돌려놓았다.
그때 문밖에서 인기척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에 계신가요?”
목소리의 주인은 추연희였다.
연시우는 갑작스런 추연희의 방문에 당황했으나, 애써 덤덤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렇소. 들어오시오.”
방문을 열고 들어온 추연희는 연시우의 안내로 방 중앙에 있는 다탁에 앉았다. 뒤이어 연시우도 맞은편에 자리하자, 추연희가 대화를 시작했다.
“따로 임무를 수행하다가 돌아오셨다고 들었어요, 혹시 다치 곳이 있는지 우려돼서 찾아왔어요.”
“아……. 그런 거라면 신경 쓰지 마시오. 자잘한 부상은 있었으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틈틈이 상처를 돌봤기에 모두 회복했소.”
단호한 연시우의 대답에 추연희는 잠시 망설였다. 이내 그녀가 다시 어렵게 질문을 꺼냈다.
“무림맹에도 갔었다면서요. 거기선 무슨 일을 하셨나요?”
연시우는 추연희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진무량과 재회한 순간부터 시작하여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연시우는 유서하가 진무량을 찾아오게 된 이야기를 꺼냈다.
“유 소저의 간곡한 부탁에 결국 내 길을 터 주었소. 지금까지 대주의 명을 어긴 건 그때가 처음이라 속으로 자결할 각오까지 했으나, 이상하게도 대주께서는 따로 그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소.”
“옳은 판단을 했는데, 벌을 내릴 리가 없죠.”
그토록 그리워하던 유서하를 만나게 도와준 연시우에게 진무량이 벌을 내릴 이유가 없었다.
사실 유서하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진무량을 향한 그녀의 마음이 어떤지 예상할 수 있었다. 그 애틋한 심정은 진무량 또한 마찬가지였으리라.
유일한 유희(遊戲)였던 술을 멀리할 결심을 한 것만 봐도 충분히 짐작 가능했으니까. 그 결심조차도 결국 유서하를 그리워해 깨져 버렸지만.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얽힌 자신과 달리, 유서하는 진무량에게 여인이었던 것이다.
아쉬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저 동정어린 시선이 아닌, 언제나 솔직하게 자신을 대해 준 진무량이 좋은 짝을 만나길 바랐으니까.
연시우는 추연희의 말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으나,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고서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유 소저와 만난 다음에 대주는 무림맹주와 대면했소. 그리고 또…….”
연시우는 스스로 겪었던 일들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특별한 주제도 없고, 심지어 보고하는 듯한 딱딱한 어조의 설명은 한도 끝도 없이 이어졌다.
점차 추연희는 우울한 심정이 들었다.
‘정말 내가 안부만 묻고자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녀는 사실 오래 전부터 연시우의 속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수하들에게조차 모두 차가운 태도로 일관하는 연시우가 그나마 다정한 모습을 보일 때는 오직 자신이 앞에 있을 때뿐이었으니까.
이제껏 추연희는 자신이 앓고 있는 병 때문에 연시우의 마음을 무시해 왔다.
허나 언제까지 이런 애매한 관계로만 남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제 연시우는 지금까지와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전장으로 다시 떠나야만 했다.
하여 결국 추연희는 먼저 연시우에게 다가서기로 결심했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영원히 변하는 건 없을 테니까.
늘 당당한 진무량의 자신감이 부러웠고, 닮고자 노력해 왔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였다.
“결국 호율과 겨루게 되었는데…….”
추연희는 지루한 연시우의 설명을 자르며 숨겨 둔 진심을 표현했다.
“떨어져 있는 동안 제가 보고 싶었던 적이 없었나요?”
“…….”
연시우는 당황하여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추연희는 더 이상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연시우가 진심을 표현할 의지가 없고, 마냥 숨겨 둘 생각이라면 더 이상의 고백은 오히려 민폐가 될 터.
“제가 괜한 걸 물었네요. 그냥 잊어 주세요.”
추연희는 서둘러 몸을 돌렸다. 이윽고 추연희가 방문으로 나가려던 찰나, 연시우가 그녀의 소매를 붙잡았다.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연시우는 먼저 용기를 낸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결국 팔찌를 전할 생각조차 접지 않았던가.
추연희는 정말 어렵게 자신에게 마음을 전할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용기에 답해야만 했다.
그조차 못한다면 어찌 사내라 할 수 있을까.
연시우는 앞섬에서 은팔찌를 꺼내 당당히 추연희 앞에 내밀었다.
“언제나 소저를 생각했소. 이 팔찌가 그 증거요. 소저께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여…….”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된 연시우는 스스로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조자 잘 몰랐다.
가까스로 진정을 되찾은 연시우는 쓸데없는 말만 튀어나오는 입을 꽉 다물었다. 그리고는 추연희의 손목에 은팔찌를 걸어 주었다.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하지 않겠소. 오래 동안 소저를 연모해 왔소. 부디 내 마음을 받아 주시오.”
추연희는 마음과 달리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끝내 마음속에 남은 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 제 병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시죠? 오래 살 수 없을지도 몰라요.”
“오래 전부터 소저의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고 있었소. 구중련과의 전쟁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연구해 볼 생각이오. 설령 만에 하나 병을 낫게 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해도…….”
연시우는 마음 깊은 곳에 오래토록 묵혀 두었던 진심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내가 사랑할 사람은 영원히 그대뿐이오.”
* * *
담무흔의 명에 따라 몽원양은 마교의 수뇌부들을 한자리에 집결시켰다.
거기에 더해 구중련 타격대의 대주들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이니, 드넓은 공터가 사람으로 가득 찼다.
다만 평소와 달리 마교 소속이었던 무인들이 모인 곳이 조금 어수선했다.
현재 마교의 통솔권이 여도강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을 각자의 정보망을 통해 파악했기 때문이다.
마교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무림맹과 전쟁이 길어진다면 결과는 필패임이 확실했다.
게다가 여도강은 담무흔을 따랐던 마교 세력들까지 아무 처벌 없이 받아들인다고 하니, 여기 모인 고수들 중 몇몇은 이미 마음이 흔들리는 중이었다.
그때 겹겹이 쌓인 인파를 헤치고, 담무흔과 몽원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앞으로 나선 몽원양은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모두 조용! 교주님께서 긴히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니 전원 주목하라!”
장내가 조용해지자 몽원양은 뒤로 물러났다. 뒤이어 담무흔은 높은 지대에 올라 모인 인파들을 내려 보았다.
마교와 구중련의 무인들까지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담무흔을 향했다.
마침내 내공을 실은 담무흔의 목소리가 넓은 공터를 쩌렁쩌렁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모두 마교에서 예상치 못한 변고가 일어났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허나 계획에 변동은 없다. 우리는 이대로 무림맹을 무너뜨릴 것이다.”
담무흔은 파격적인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에 따라 잠시 장내가 술렁이다가, 결국 맨 앞줄에 있던 마교의 고수들이 반대의 뜻을 전했다. 먼저 나선 이는 오랫동안 마교의 호법으로 지내온 나성문(奈聲聞)이었다.
“무리한 판단이십니다. 퇴로가 없는 상태로 무모한 공격은 파멸을 부를 것입니다.”
나성문의 의견에 마교의 장로 냉겸(冷謙)이 의견을 보탰다.
“무림맹과의 전쟁은 잠시 미루시고, 우선 마교부터 안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담무흔은 가당치도 않다는 듯 냉소를 흘렸다.
뒤이어 담무흔이 슬쩍 손을 들어 올리더니 가볍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퍽! 퍽!
그러자 뼈와 살이 으깨지는 끔찍한 타격음 울려 퍼졌다.
자연스레 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순식간에 시체로 변한 나성문과 냉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머리가 편육처럼 터진 채로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퇴로? 그 따위 것은 애초부터 생각한 적도 없었다. 허니 마교에서 변고가 일어났다 한들, 신경 쓸 필요 없다.”
두 명의 생명을 앗아갔음에도 담무흔은 아무렇지 않은 듯 연설을 이어 갔다.
“우리는 연이은 승리로 무림맹주의 위치까지 알아냈다. 맹주를 죽여 정파의 연계를 허물어뜨리면 무림맹은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먼저 무림맹을 쳐부순 뒤 반기를 든 마교를 상대하면 그만인 것이다.”
“…….”
마교 고수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나성문과 냉겸은 마교에서도 손에 꼽히는 절세의 고수들이었다. 헌데 그런 두 사람이 제대로 반격조차 못하고, 허무하게 숨이 끊어졌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담무흔이 어떤 방식으로 두 사람을 죽였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으니, 두려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선택은 그대들의 몫이다. 여기서 후퇴를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내 친히 목을 칠 것이다!”
담무흔의 외침이 이어졌다.
“허나 나를 따라 무림맹을 쳐부수면 그대들은 모두 새로운 천하의 중축이 되어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다! 그대들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잠시 쥐죽은 듯 고요한 침묵이 찾아왔다. 허나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허무하게 담무흔의 손에 죽는 것과, 무림맹을 쳐부수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 둘 중에서 어찌 선택을 고민할까.
수많은 마교의 수뇌부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교주님을 따르겠습니다!”
그제야 담무흔은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전쟁은 전부를 가지거나 모든 걸 잃는 것이다.
마교의 지배권을 빼앗긴 건 분명 뼈아픈 손해였으나, 그로 인해 마교 고수들의 마음을 하나로 다잡았다.
현 상황은 실로 배수진을 친 것과 흡사했다.
모두 후퇴는 없다는 마음을 품었으니, 앞으로 죽기를 각오하고 적과 맞설 터. 이는 앞으로 무림맹과의 일전에서 큰 효력을 발휘할 것이었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 * *
온종일 연무장에서 무공을 수련하던 주백기는 날이 어둑해져서야 본인의 처소로 향했다.
한창 길을 걷던 중, 주백기의 눈에 위지운이 보였다.
위지운은 온몸이 흙투성이가 된 상태로 잔뜩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의문이 생긴 주백기가 위지운을 향해 물었다.
“……무슨 짓을 했기에, 그 지경이 된 거냐?”
위지운은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넘어져서 땅바닥을 구르다가 이 지경이 됐다.”
“……미친놈.”
“젠장, 나도 이해가 안 되는데 너라고 다를 게 있겠냐. 귀신에 홀렸다고 치고, 그냥 가던 길이나 가자.”
멸천대의 조장들은 같은 건물에 기거했기에, 위지운과 주백기는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
두 사람이 거처에 도착했을 때, 근처를 서성대는 사내를 발견했다. 익숙한 얼굴의 그 사내는 오랜 시간 연시우를 보필해 온 호현이었다.
위지운이 호현을 향해 다가가 물었다.
“왜 안 들어가고 여기 있어? 연시우를 보러 온 거 아니야?”
호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조장께서 추 소저와 함께 계십니다. 하여 들어가기가 좀…….”
“더 이상 말 안 해도 무슨 뜻인지 알겠다.”
연시우 본인은 드러내지 않는다고 꽤나 노력하는 듯 했지만, 사실 대다수의 멸천대원들은 이미 추연희를 향한 연시우의 마음이 어떤지 눈치채고 있었다.
물론, 위지운 또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야 아무래도 우리도 잠깐 자리를 피해 줘야겠다.”
위지운이 옷을 잡아당기자, 주백기가 물었다.
“……왜? 난 들어가서 좀 쉬고 싶다.”
“오랜만에 둘이 시간 좀 갖겠다는데, 굳이 방해할 필요 없잖아.”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너 빼고 다 알고 있는 사실이 있어. 모르면 그냥 얌전히 따라와.”
주백기를 끌고 가던 위지운은 문득 서러운 감정이 차올랐다.
“이거야 원, 짝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 수가 있나?”
“……아까부터 무슨 헛소리를 계속 지껄이는 거냐?”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주백기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자, 위지운은 더욱 서글퍼졌다.
“됐다. 그냥 오늘은 둘이서 술이나 마시자.”
티격태격 걸음을 옮기던 위지운과 주백기 앞에 참마검 유안이 앞을 가로막았다.
인근을 헤매던 유안은 눈앞에 두 사람이 멸천대의 조장임을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멸천대주에게 전할 소식이 있어 찾아왔는데, 혹시 지금 어디 있는지 아시오?”
“……모르오. 아침부터 보이지 않았소.”
주백기의 대답에 이어 위지운이 말을 덧붙였다.
“무슨 일인지 말해 주면 내 대주를 만나는 대로 전해 주겠소.”
“고맙지만 사양하겠소. 직접 멸천대주를 만나서 전하겠소.”
대답을 마친 유안은 두 사람을 지나쳐 걸어갔다.
위지운과 주백기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멀어지는 유안을 바라보았다.
상대가 참마검 유안이라는 사실은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유안은 긴 시간 마교에서 활약해 온 고수였고, 무엇보다 여도강의 최측근이기 때문이었다.
여도강 측에서 이토록 늦은 시간에 진무량을 찾는 이유를 예측했을 때, 답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구중련을 토벌할 준비가 끝났다는 것이다.
위지운이 먼저 주백기를 향해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술은 나중으로 미뤄야겠는데.”
“……음. 이제 휴식은 끝난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