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악무도-120화 (120/143)

120화. 패배

2018.05.27.

위지운은 빡빡하게 붕대를 동여매 주는 주백기를 향해 고통 섞인 괴성을 내질렀다.

“아파! 너무 아파! 아파 죽겠다고!”

“……엄살 피우지 마라.”

“살살 좀 해! 하여간 무식하게 힘만 좋아서는…….”

위지운의 불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백기는 발버둥치는 위지운을 붙잡은 채 남은 붕대를 마저 감았다. 그렇게 겨우 허리까지 붕대를 다 감고 나서야 위지운은 겨우 주백기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결국 발악할 힘도 다한 위지운은 눈물이 그렁그렁 매친 채 투덜거렸다.

“이제 좀 나아 가고 있었는데, 너 때문에 다시 상처가 더 벌어진 거 같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이번에는 회복이 빠른 것 같군.”

일전에 위지운이 진무량에게 덤볐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부상을 입었다. 당시 위지운은 반년 정도는 꼼짝도 못하고 침상에만 누워 있어야 했을 정도였다.

어느새 고통은 잊었는지 위지운이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활짝 펴면서 말했다.

“맞는 것도 다 재주가 있는 거거든. 내가 대주의 주먹을 요리조리 피한 탓에 상처가 덜한 거지.”

“……그냥 맷집이 더 세진 거 아니냐? 피하는 건 생각도 못하고 얻어터지는 것 같던데.”

“네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구나. 주먹이 날아올 때 요령껏 다 피한 거야. 요렇게, 또 요렇게 말이지.”

위지운은 피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몸을 휙휙 꺾으면서 자신의 주장을 강조했다.

위지운을 찾아온 진무량은 황당한 광경을 목격하고는 주백기에게 명확한 사실을 일러주었다.

“놀고 있네. 이제 곧 네놈이 쓸 데가 있으니까 내가 적당히 한 것뿐이다. 중간에 기절만 안 했어도 더 패 줬을 거야.”

민망해진 위지운은 고개를 돌려 먼 산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백기는 진무량을 향해 간단하게 예를 취하고서 질문했다.

“대주께서 이곳에는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허약한 놈의 상태를 확인하러 왔다. 전처럼 입을 나불대는 걸 보니 이제 다 나은 것 같군.”

유심히 진무량을 바라보던 주백기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혹시 요새 좋은 일이 있으십니까?”

진무량이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었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해 와서인지 주백기는 진무량의 미묘한 심정 변화를 눈치챘다.

위지운 또한 주백기의 의견에 동의했다.

“맞아. 저번에는 혼자 웃고 있는 모습도 본 것 같은데.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너희들이 착각하고 있는 거다.”

진무량은 단칼에 반박하고 나섰으나, 거기서 얌전히 물러날 위지운이 아니었다.

귀신같이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위지운은 머릿속으로 시간을 거슬러 가며, 진무량이 평소와 달라진 기점을 찾기 시작했다.

‘아마도 연시우가 보낸 서찰을 받고 나서인 것 같은데.’

늘 함께 지내던 연시우가 돌아온다고 해서 진무량이 별다른 감흥을 느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서찰의 내용을 곰곰이 곱씹던 위지운은, 단번에 진무량의 기분이 좋아진 이유를 알아냈다.

“이제 알았다. 유서하가 오고 있어서 그런 거구나. 이유가 그것밖에 없네.”

진무량은 무엇보다 유서하가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비천검문을 떠나 자신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기뻤던 것이 분명했다.

주백기 역시 혼잣말로 동의했다.

“……그렇군.”

위지운은 진무량이 감추려던 사실을 드러내서 괜스레 들떴다.

“그래도 이곳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 텐데.”

위지운이 계속 떠들어 대자, 진무량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위지운을 노려보며 경고했다.

“계속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면 그 혓바닥을 확 뽑아 버린다.”

위지운은 속으로 ‘괜히 신경질이야.’ 라고 생각했지만, 감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

생각을 그대로 말한다면 정말로 혓바닥이 뽑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때 멸천대원 한 명이 진무량을 찾아왔다.

그는 진무량에게 한차례 머리를 숙여 예를 갖춘 뒤에, 손에 든 두 통의 서찰을 모두 진무량에게 전했다.

서찰을 전한 멸천대원을 향해 진무량이 물었다.

“누가 보낸 서찰이냐?”

“파운신검입니다. 그리고 영사문에서도 서찰을 보내 왔습니다.”

진무량은 먼저 여도강이 보낸 서찰부터 꺼내 보았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주백기가 서찰을 읽는 중인 진무량에게 물었다.

“여도강이 뭐라고 서찰을 쓴 것입니까?”

“우리와 뜻을 합쳐 마교를 무너뜨리기 위한 방책을 함께 의논하자는군.”

진무량은 여도강과 힘을 합치게 된 사실을 진정으로 반갑게 여겼다. 마교를 구중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여도강 세력들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뒤이어 진무량은 영사문에서 보낸 서찰을 확인했다.

묵위현이 친필로 쓴 서찰에는 무림맹과 구중련의 일전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적혀 있었다.

서찰의 내용을 확인하면서 진무량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 갔다.

여도강이 보낸 서찰이 기쁜 소식이었다면, 반대로 영사문이 전해온 소식은 비보(悲報)였다.

“무림맹이 걱정이군.”

무림맹과 구중련의 일전은 진무량의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었다.

* * *

무림맹주 섭고명은 긴박하게 들어오는 보고를 전해 듣고 깊은 상념에 잠겼다.

개전 초기에 구중련과 무림맹은 어느 한쪽으로 승패가 정해지지 않는 치열한 양상이었다.

구중련이 위협적인 상대임을 인지했기에, 첩자를 색출하는 등 무림맹이 만반의 준비를 거쳐서 얻은 성과였다.

무림맹과 구중련은 모두 수없이 많은 불세출의 고수들을 보유했기에, 넓은 지역을 아우르는 전투가 펼쳐졌다.

그중에서 섭고명에게 승전보를 전해 오는 문파들도 제법 많았다. 특히 영사문과 연합한 비천검문은 연이어 구중련과 결전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허나 조금씩 승부의 방향이 구중련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원인은 단 한가지로서 매우 간단명료했다.

구중련주 담무흔.

그의 존재 하나가 거대 세력인 무림맹 자체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담무흔이 정마전쟁 자체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것이었다.

착실하게 작은 전과를 올려 나가는 무림맹과 달리, 담무흔은 전장에 나타날 때마다 무림맹이 회복할 수 없는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담무흔의 손에 쓰러진 무림맹의 명문 문파는 이미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미 무림맹 전체가 담무흔을 공포의 대상 그 자체로 여길 정도였으니, 섭고명의 고뇌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섭고명이 곁에 있던 제갈휘에게 물었다.

“담무흔의 위치는 파악했느냐?”

“중산 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는 보고가 왔습니다.”

섭고명의 시선이 넓게 펼쳐진 지도를 향했다. 유심히 지도를 살피던 섭고명이 다시 입을 열었다.

“놈이 드디어 자네가 친 함정에 걸려들었군.”

무림맹의 군사 제갈휘는 담무흔이 모습을 드러냈던 장소부터 사라진 위치까지의 경로를 샅샅이 추적했다. 하여 담무흔이 다시 나타날 장소를 여섯 군데로 예측했고, 정말 그 중에 한 곳에 담무흔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제갈휘가 꼽은 여섯 곳에는 모두 무림맹에서 가장 강한 문파들을 배치시켜 두었다.

제갈휘는 특유의 침착한 어조를 유지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제 담무흔은 화산파의 협공을 받을 것이니, 구중련의 기세도 한풀 꺾일 것입니다.”

화산파의 협공을 받는다면 담무흔도 무사하지 못할 터.

담무흔의 목을 취한다면 더없이 큰 성과이고, 부상만 입혀도 후에 어마어마한 이득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었다.

하다못해 담무흔을 온전히 놓친다고 해도, 그를 곁에서 보좌하는 측근들만 제거해도 손해는 아니었다.

섭고명이 말했다.

“그럼 이제 화산파에서 올릴 승전보만 기다리면 되겠군.”

* * *

구중련주 담무흔은 중산 정상에서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수백 구의 시신들과 더불어 사방으로 튄 선혈들이 가득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시신들이 모두 매화문양이 새겨진 의복을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교하게 새겨진 매화문양은 모두 화산파의 상징.

즉, 매복해 있던 화산파가 거꾸로 담무흔에게 당해 무참하게 살해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담무흔에게선 작은 생채기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담무흔은 옷깃조차 흐트러지지 않았으며 숨조차 몰아쉬지 않았다. 그 모습은 마치 주변 시신들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허나 새하얀 의복에 가득 튄 붉은 피는 담무흔이 화산파 전원을 쓰러뜨렸다는 사실을 여실이 나타내 주었다.

시체 더미 속에서 유일하게 두 발로 서 있는 노인이 담무흔을 향해 검을 일갈을 내질렀다.

“네 이놈……! 어딜 보는 것이냐? 이 몸은 아직 쓰러지지 않았느니라.”

척 보기에도 노인은 깊은 상처를 입었으나, 몸을 꼿꼿이 세운 채 담무흔을 노려보았다.

그 노인은 정파의 칠무제 중 한 명이자, 화산파의 장문인 순우혁(淳于赫)이었다.

순우혁과 평생을 함께한 애검, 광평검(廣平劍)의 긴 검신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담무흔을 향해 겨눠졌다.

담무흔은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 순우혁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아직까지 살아 있다니, 제법 명줄이 질기군.”

“먼저 간 동료들의 넋을 달래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다. 너를 베어 저승길에 내 길동무로 삼아 주마.”

“그러기에는 역량이 많이 부족할 텐데. 그래도 지금까지 상대한 무림맹 놈들 중에서는 너희가 그나마 나았다. 여태껏 픽픽 나자빠지는 놈들과 달리 베는 맛이 있었지. 뭐, 제법 즐거웠다.”

순우혁은 평생토록 함께 동문수학해 온 문도들을 비웃는 담무흔의 언사를 참을 수 없었다.

순우혁은 자하신공을 운용하여 남은 내력을 모조리 끌어올렸다.

그러자 순우혁의 몸을 중심으로 점차 자색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자색기운은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담무흔을 완전히 뒤덮어 버렸다.

이윽고 담무흔을 중심으로 여섯 송이의 자색 매화가 피어올랐다.

화산파의 독문무공인 육합검법이 펼쳐질 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피어오른 여섯 송이의 매화는 여섯 방향에서 담무흔을 에워싸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했다.

그때 자색 기류 사이로 순우혁이 튀어나와 단숨에 담무흔을 향해 일검을 휘둘렀다.

‘육합신검법(六合神劍法)!’

순우혁은 평생을 갈고 닦은 최고의 절초가 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때 그가 상상치도 못했던 현상이 벌어졌다.

담무흔이 몸을 뒤척이자 아름답게 핀 여섯 송이의 매화가 모두 부서져 버린 것이다.

쨍!

필살의 마음가짐으로 휘두른 광평검 마저 담무흔의 도에 막혀 버렸다.

검신부터 검날까지 모두 칠흑같이 검은 담무흔의 흑오신도였다.

흑오신도와 부딪친 광평검은 점차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산산조각 나 버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후퇴는 염두에 두지 않은 순우혁은 그 자세에서 곧바로 담무흔을 향해 일장을 날렸다.

오직 화산파 장문인에게만 전수되는 혼원장법(混元掌法)!

순우혁의 손바닥은 정확히 담무흔의 가슴을 강타했으나,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담무흔이 펼친 호신강기를 뚫지 못한 탓이었다.

담무흔은 순우혁에게 이마를 바짝 붙인 채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고생했다. 그만 꺼져라.”

그와 동시에 담무흔의 흑오신도가 순우혁의 복부를 관통했다.

“쿨럭!”

한 움큼 피를 쏟아내며 순우혁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순우혁은 숨이 끊어짐을 느끼면서 고개를 올려 담무흔을 노려보았다.

“네놈…… 역천혈마지체(逆天血魔之體)였더냐…….”

담무흔의 몸에 손바닥이 닿는 순간, 순우혁은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특이한 기의 흐름을 느꼈다.

현세에서 존재할 수 없는 그 기의 흐름. 그에 대해서 알게 된 건 화산파의 부흥을 이끌었던 전 장문인의 말에서였다.

역천혈마지체는 천년에 한 번 꼴로 강호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전설의 체질이었다.

역천혈마지체를 타고난 이는 아무리 내력을 사용해도 모자라지 않으며, 한 번 본 무공은 전부 본인의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다고 전해진다. 그야말로 무인으로서 궁극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 체질.

순우혁은 문득 역천혈마지체를 대표하는 문구를 떠올렸다.

ㅡ역천혈마지체를 지는 이는 능히 천하를 뒤엎을 힘을 지녔으며, 그가 잘못된 길로 들어선다면 필히 천하가 파멸의 길을 걸으리라.

담무흔은 무릎을 꿇고 있는 순우혁을 내려다보며 차가온 목소리를 내뱉었다.

“내 목을 노리면서 고작 이 정도 인원을 배치한 것이 네 패배의 원인이다.”

제갈휘를 비롯한 무림맹 인사들 중 누구도 담무흔을 얕본 사람은 없었다.

모두 그를 최강의 숙적으로 여기고 경계했으나, 담무흔은 그 예상마저도 훨씬 뛰어넘는 무공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전장에서 당연히 이기리라 여겼던 곳에서 참패하는 것만큼 뼈아픈 타격은 없는 법.

결국 또 다시 담무흔으로 인해 무림맹은 주력을 잃는 엄청난 손실을 겪어야 했으며, 구중련의 사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높이 솟구쳤다.

* * *

진무량은 여월산을 떠나 여도강의 은신처인 비선사로 향했다.

마교의 이목이 여도강에게 집중되었기에, 이번에는 진무량이 여도강을 찾아가게 된 것이었다.

여도강이 보낸 서찰에는 비선사를 찾아오는 길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고, 덕분에 진무량은 진법에 빠져 헤매지 않고 비선사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하여 진무량은 비선사 중앙에 위치한 대방에서 여도강과 독대할 수 있었다.

영사문에서 정마전쟁에 대한 자세한 소식을 들은 진무량은 긴말하지 않고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지금 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겠지. 아무래도 서둘러 일을 진행해야겠어.”

여도강 또한 진무량의 의견에 찬성했다.

“동감이오. 그대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나는 마교에 남아 있는 자들에 대해 파악해 두었소.”

진무량은 여도강이 가진 정보력을 높게 평가했다.

마교의 감시를 피하는 것만 해도 쉽지 않거늘, 역으로 마교의 정보를 빼내는 건 실로 대단한 수완이었다.

여도강이 조사한 바를 진무량에게 설명했다.

“알다시피 임시로 마교를 통치하고 있는 인물은 감천기요. 그 외에 특출난 고수는 소천광과 맹사가 있소.”

진무량은 여도강이 입에 올린 두 사람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이 기회에 악연들을 모조리 정리할 좋은 기회군.”

진무량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는 특유의 조소를 지었다.

여도강은 눈썹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감천기요. 그는 독공은 물론, 머리도 비상하니 쉬운 전투가 되지는 않을 것 같소.”

일찍이 진무량 또한 사대신마로 지내면서 감천기에 대해서는 익히 파악하고 있었다.

진무량이 말했다.

“감천기를 상대로 어설픈 작전은 안 통해. 놈은 상대의 생각을 미리 읽어 역으로 받아치는 게 특출한 놈이니까.”

진무량이 감천기에 대한 대책을 세울 때 여도강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우리가 마교를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이 담무흔에게 알려지면 안 된다는 것이오.”

담무흔이 마교로 돌아오거나 따로 지원군을 보낸다고 해도 전황은 굉장히 어려워진다. 현 상태로도 쉽지 않은 상대이거늘, 더 많은 고수들을 상대하기는 현실적으로 버거웠다.

생각을 정리한 진무량은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답이 나왔네. 감천기의 목을 따는 방법은 임기응변과 속전속결이다.”

여도강은 당황한 어조로 대답했다.

“임기응변이라면 특별한 방책이 없다는 뜻이오?”

“작전은 통할 만한 상대에게만 사용하는 거지. 쓸데없는 계획은 도리어 방해만 될 뿐이야. 모든 건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대처하면 돼. 그건 감천기라 해도 쉽게 읽어내지 못하겠지.”

“그럼 속전속결은 무엇이오?”

진무량이 벌떡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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