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이별의 방식 (1)
2018.05.10.
유구한 세월이 그대로 보존된 마교의 교주전은 현재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휩싸인 상태였다.
현 마교의 주인이자, 구중련주인 담무흔이 불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담무흔은 보고를 마친 연락책을 향해 묵직한 음성으로 명령했다.
“다시 한번 말해 보아라.”
담무흔의 물음을 똑똑히 들었음에도, 연락책은 함부로 대답하지 못했다.
엄중한 담무흔의 목소리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저절로 오금을 저리게 했다. 또한 우연히 마주친 눈빛은 어찌나 강렬한지, 감히 마주할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지금처럼 담무흔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때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두려운 감정으로 인해 오장육부가 전부 뒤틀리는 듯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연락책은 머리로 땅을 찧으며 간신히 입을 뗐다.
“비천검문과 겨루던 호율 님께서 대패하였습니다. 검선은 간신히 생존한 혈랑대를 영사문 쪽으로 유인하여 협공을 감행했고, 그 결과 혈랑대의 부대주 상관호가 숨지고 혈랑대를 포함한 서른 개의 타격대가 전멸했습니다.”
구중련이 파악한 전황은 아주 정확했다.
유월천은 일부러 혈랑대의 추격을 느슨하게 하여 영사문 쪽으로 유인했다. 도망치기에 여념 없던 마교의 세력들은 갑작스레 등장한 묵위현과 영사문의 무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언짢은 심정을 내비치듯 담무흔이 높아진 언성을 내뱉었다.
“그 전에, 호율을 쓰러뜨린 자가 누구라고 했느냐?”
“유서하라는 여인입니다.”
담무흔의 시선이 연락책을 떠나 시립해 있던 몽원양에게로 옮겨갔다.
“들어보지 못했던 이름이다. 상대가 누구인지 파악했는가?”
구중련은 강호에서 위협이 될 만한 고수들에게는 진작 파악하여, 모두 은밀하게 감시를 붙여 둔 상태였다. 허나 그중에 분명 유서하라는 이름은 없었다.
그러니 담무흔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의문의 여(女)고수는 물론, 그녀가 호율을 쓰러뜨렸다는 사실 자체를 납득하기 쉽지 않았다.
마교의 모든 정보를 총괄하는 철혈단의 단주인 몽원양이 그동안 파악한 사실을 담무흔에게 전했다.
“유월천의 여식임을 제외하면 딱히 알려진 바가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기껏해야 특이점이 있다면 진무량과 연관이 있다는 것 정도일진대…….”
몽원양은 말끝을 미묘하게 흐렸다.
담무흔에게 보고하는 몽원양 스스로도, 유서하가 호율을 쓰러뜨렸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율이 누구인가. 흔히 천하에 적수를 찾아볼 수 없다고 일컬어지는 사대신마의 일인이자, 마교 최강의 타격대를 통솔하는 혈랑대의 대주가 아니던가.
그런 그가 제대로 이름을 떨치지도 못한 신진 고수에게 당했다? 이건 마치 당장 천지가 뒤바뀐다는 소식만큼이나 황당하기 짝이 없는 소식임이 틀림없었다.
문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그 소식이 현실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호율이 쓰러진 건 현재 구중련에게 치명적인 피해로 작용할 터.
그만큼 한 무리를 이끄는 수장의 존재감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헌데 진무량에게 적무혁을 잃은 타격이 아직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호율마저 쓰러졌다. 사대신마 중 둘을 잃었다는 소식은, 마교 무인들의 전의 자체를 꺾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즉, 유서하는 구중련의 대업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엄청난 일을 벌인 것이다.
물론 몽원양이 우려하는 바를 담무흔 또한 모르지 않았다.
“진무량이라…….”
담무흔은 짙게 밴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조용히 읊조렸다.
구중련이 구상한 대업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마교를 무너뜨리고, 그 힘을 이용해 무림맹과 사파마저 무릎 꿇릴 계획들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진무량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처음 진무량의 존재를 들었을 때는 단순히 그를 귀찮은 훼방꾼이라고 여겼다.
허나 진무량은 구중련의 기둥으로서 어느 누구보다 충심으로 따랐던 적무혁을 죽였다. 그도 모자라 이제는 그와 관련된 여인이 호율마저 쓰러뜨린 것이다.
진무량이라는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구중련의 대업이 크게 어그러져 갔다.
‘어쩌면 마교를 점령한 순간, 만사를 제치고서라도 가장 먼저 했어야 하는 일이 놈을 죽이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군.’
후회는 언제 해도 항상 늦는 법.
과거를 돌이킬 수는 없다. 허나 마음먹기에 따라 미래는 언제든 바꿀 수 있다. 또한 담무흔은 능히 원하는 미래를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 사내였다.
“모두 들으라. 이제부터는 내 직접 무림맹을 쳐부수러 출발할 것이다.”
여태까지 담무흔은 직접 무림맹과의 전쟁에 나서지 않았다.
마교 내부에 숨어 있는 여도강을 비롯한 불순한 세력들을 색출할 필요가 있기도 했고, 호율을 선봉으로 내세운 마교의 무인들이 연전연승을 거뒀기에 구태여 모습을 드러낼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허나 그 무엇보다 담무흔이 잠잠했던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몽원양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담무흔을 향해 물었다.
“부상은 이제 괜찮으신 것입니까?”
몽원양의 언중에 담긴 속뜻은, 천군위와 격전 중에 입은 담무흔의 부상에 대한 우려였다.
담무흔은 주저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경미한 내상일 뿐이었다.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느니라.”
천군위를 꺾는 과정에서 입은 부상은 한참동안 담무흔을 괴롭혀 왔다. 꾸주한 운기를 통해 지겨웠던 내상은 조금씩 차도를 보였고, 이제야말로 완쾌 수준에 이르렀다.
즉, 이제야말로 담무흔을 억제할 족쇄가 완전히 풀린 것이었다.
담무흔이 몽원양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그대는 뛰어난 마교의 타격대를 모두 집결시켜라. 나는 따로 준비를 마치고 합류하겠다.”
담무흔은 은밀히 암약하던 구중련의 세력들을 모두 끌어모을 작정이었다. 암중에서 힘을 길러온 그들의 무력은 강호에서 적수를 찾아보기 힘든 고수들.
담무흔은 자신의 수족들과 함께 강호를 확실하게 끝장낼 각오를 굳힌 것이었다.
또한 담무흔 본인이 직접 무림맹으로 향한다면 다시 한번 마교 무인들의 사기가 치솟을 터. 그렇다면 당장 불리한 정황들을 뒤집고도 남을 전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었다.
담무흔의 시선이 옆으로 이동하여 호율 옆에 서 있던 감천기를 향했다.
“그대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있다.”
감천기는 얼굴을 감싼 천을 굳세게 동여매며 대답했다.
“콜록 콜록. 하명하십시오.”
“내가 없는 동안 마교를 책임지거라. 특히 아직 잡아들이지 못한 불순분자들을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하라.”
무림맹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물자가 필요한 건 자명한 이치. 그 모든 건 마교에서부터 공급받아야 했다. 즉, 담무흔은 그와 관련된 일련의 문제들을 모두 감천기에게 일임한 것이었다.
또한 계속 신경을 거스르는 천군위의 후위무사였던 여도강의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기침 소리를 삼키며 감천기가 흐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맡겨만 주십시오.”
* * *
혈랑대와의 일전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유서하는 비천검문의 천막으로 돌아가기 전에 우선 큰 부상을 입은 연시우를 챙겼다.
급한 대로 붕대를 감아 출혈을 막고, 간단한 응급처치를 끝낸 뒤에 유서하가 말했다.
“당분간은 절대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 만약 상처가 벌어지면 꼭 의원을 찾아 제대로 치료받으시고요.”
“이제는 아무렇지 않으니 신경 쓸 필요 없소. 어쨌든…… 고맙소.”
연시우의 부상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족히 반년은 거동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연시우는 부상에 익숙했고, 단련된 육체 덕분에 당장 움직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내 평소답지 않게 유서하의 눈치를 살피던 연시우가 슬쩍 질문을 던졌다.
“소저께서는 이제부터 어떻게 움직이실 생각이시오?”
진무량은 연시우에게 유서하를 지켜 달라는 명령을 내렸을 뿐이었다.
허나 언제까지 유서하의 곁에 있을 수는 없었다. 어쨌든 연시우는 멸천대 소속이기에, 앞으로 언제까지나 비천검문과 함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또한 앞으로 구중련과의 일전을 치러 승리하기 위해서는 멸천대가 흩어져서는 안 됐다.
구중련과의 전쟁이 격렬해질수록 진무량에게 멸천대의 존재는 더욱 중요해질 터. 한 사람이 아쉬운 현재, 힘을 분산시키는 건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 모든 사실을 감안하고도 진무량은 연시우를 유서하에게 보냈다.
연시우 또한 군말 없이 그 뜻에 따랐지만, 이제는 다시 멸천대로 돌아가야 할 때였다.
이번에 호율을 크게 격파했으며 영사문도 합류하였으니, 더 이상 비천검문에 머무르는 건 의미가 없었다.
“대주께서는 소저를 지켜 달라는 것 외에 다른 명령을 내리지 않았소. 만약 소저께서 이곳에 남겠다면…….”
“저는 진무량에게 갈 거예요.”
유서하는 흔들리지 않는 결심을 내보이듯, 확고한 태도로 말했다.
무림맹에서 진무량과 다시 마주한 순간 느꼈던 그 감정은 조금도 바라지 않았다.
언제나 저 높이 서서 천하를 내려다보는 듯, 진무량은 늘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 이유는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이었다. 불투명한 미래의 자신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기에.
진무량의 감춰 둔 속마음을 알게 된 순간, 비로소 감정이 터져 버렸다.
그 감정은 오랜 시간 함께한 정도 아니었고, 단순히 은혜를 갚기 위한 고마움도 아니었다.
진심으로 진무량을 연모하는 감정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진무량이 없이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무량과 함께할 수만 있다면 어떤 시련이 닥쳐온다 해도 두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진무량에게 닥칠 고난이 있다면 그조차도 모두 자신이 감내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더 이상 진무량이 없는 미래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유서하가 연시우를 향해 말했다.
“먼저 출발해 주세요. 정리해야 할 것들을 끝마치면 곧바로 뒤따라갈게요.”
연시우는 유서하를 이해한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서하는 태어나 지금까지 평생을 몸담은 장소를 떠나려 한다. 당연히 작별할 시간이 필요할 터.
“이곳에 수하 둘을 두고 가겠소. 작별을 끝낸 뒤에 수하들과 함께 나를 찾아오시오.”
* * *
연시우와 재회를 약속한 유서하는 비천검문의 문도들이 야영을 하고 있는 장소로 향했다. 이윽고 그녀의 발길이 닿은 곳은 임시로 유월천과 장백령이 머물고 있는 천막이었다.
장백령은 유서하를 발견하자마자 한걸음에 다가가 그녀를 반겼다.
“어디를 갔다가 이제야 오는 것이냐. 구중련을 몰아내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네가 돌아오지 않으니, 혹시나 또 무슨 변고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했느니라.”
반갑게 맞아주는 장백령에게 유서하는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죄송해요. 어쩌다보니 조금 늦게 도착하게 됐어요.”
유서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유월천의 눈치를 살폈다.
장백령과 반대로 유월천은 한껏 인상을 찌푸린 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중이었다.
이내 유월천이 한껏 내리깐 목소리로 유서하를 꾸짖기 시작했다.
“어디를 갔는지는 묻지 않으마. 헌데 어찌 내가 내린 명령을 무시하고 호율과 겨룬 것이냐?”
“그게 그럴 만한 사정이 조금…….”
“문주의 명령은 그 자체만으로 준엄하여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질서가 바로 잡히는 것이고. 정녕 그 사실을 모르는 게냐?”
“……죄송합니다.”
점차 분위기가 식어 가자, 보다 못한 장백령이 나섰다.
“그만하게. 어쨌든 서하가 큰 공을 세운 건 사실이지 않나.”
적당히 유월천을 말린 뒤에 장백령은 유서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괜히 저러는 것이니 너무 괘념치 말거라. 네 활약으로 인해 구중련이 물러난 것이다. 영사문도 근처에 도착했다고 알려왔고, 무림맹도 곧 움직일 터이니 앞으로는 한동안은 숨을 돌릴 게다. 피곤할 테니 어서 들어가 쉬거라.”
장백령의 만류에도 유월천의 엄한 눈길은 조금도 풀어지지 않았다. 이내 유월천은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꼴도 보기 싫으니, 이만 물러가거라.”
유서하는 잠시 머뭇거렸다. 유월천의 심기가 불편한 지금 비천검문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할지 고민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들여 좋은 일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시간을 허비할수록 어려워지는 일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작별의 말을 전하는 건 명백한 후자였다.
마음을 정한 유서하가 유월천을 향해 말을 걸었다.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디 한번 해 보거라. 아비가 한 말이 틀렸다고 반박이라도 해 볼 참이더냐?”
“그럴 생각은 없어요. 비천검문의 문주로서 응당 하셔야 할 꾸짖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려는 말은 그와는 관계가 없어요.”
“그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게냐?”
유서하는 순간 말문이 턱하고 막혔지만, 어렵게 자신의 주장을 설명해 나갔다.
“저는 이제부터 비천검문을 떠나려 해요. 앞으로 남은 생은 진무량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유서하의 깜짝 발언에 유월천은 크게 분노했다. 의자에서 벌떡 몸을 일으킨 유월천이 유서하를 향해 호통을 내질렀다.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더냐!”
“아주 긴 시간 동안 수없이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부디 허락해 주세요.”
유월천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유서하를 노려보았다. 잠시 동안 몸을 떨던 유월천은 이내 천막 밖을 향해 소리쳤다.
“견무겸은 거기 있느냐!”
내력이 가득 실린 유월천의 목소리를 듣고, 밖에서부터 견무겸이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즉시 서하를 감금하라! 경비의 책임은 네게 맡길 테니, 내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진 그 누구의 접근도 허락해선 안 된다! 알겠느냐!”
“명을 따르겠습니다.”
유서하는 저항하지 않고 유월천의 명령에 따랐다.
결국 그녀는 결박당한 채 빈 천막에 감금당했다. 천만 주변에는 비천검문의 무인들이 모여 삼엄한 경계를 폈다.
견무겸은 인근 경비를 물린 뒤에 은밀히 유서하의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서둘러 유서하를 향해 다가간 견무겸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가씨, 대체 무슨 말씀을 하셨기에 문주님께서 저리 노하신 것입니까?”
“비천검문을 떠나 진무량에게 가고 싶다고 했어.”
견무겸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쩍 벌렸다가 서둘러 정신을 차렸다.
“문주님의 반응이 이해가 되는군요.”
“무겸, 너도 아버님과 같은 생각이야?”
“…….”
견무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런 그를 향해 유서하가 씁쓸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역시 그렇겠지. 다들 내가 떠나는 걸 찬성할 리 없을 거야.”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한참을 꿈쩍도 하지 않던 견무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는 문주님과 생각이 다릅니다.”
견무겸은 과거 유서하가 진무량과 헤어지고 비천검문으로 돌아왔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당시 유서하는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빈껍데기처럼 느껴졌다.
겉으로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으나, 속은 고통을 이기지 못해서 시커멓게 썩어 가는 중이랄까.
힘겨워하면서도 웃음 짓는 유서하의 모습을 바라보는 건, 그 어떤 고통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운 순간이었다.
그런 유서하의 모습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마침내 견무겸은 괴로움을 감추는 유서하를 볼 때마다 느꼈던 생각을 그녀에게 전했다.
“제가 아가씨를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