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악무도-111화 (111/143)

111화. 목적

2018.04.26.

비천검문의 기습은 대성공이었다.

혈랑대를 비롯한 구중련의 무인들은 예상치 못한 비천검문의 야습에 당황하여 온전히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쓰러져 갔다.

공격해 온 비천검문 무인들의 숫자를 파악하지 못함은 물론, 정확한 상황까지 파악하지 못하니 마교의 무인들은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비천검문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합격진으로 사방에서 맹공을 펼쳐 큰 성과를 거두었다.

셋으로 나뉜 비천검문의 일행 중에서도 특히 남궁지가 이끄는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가장 크게 활약했다.

선봉에 선 남궁지는 앞을 가로막는 혈랑대원들을 연신 베어 내며 용맹하게 외쳤다.

“적은 아직 제대로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 적기다. 모두 분전하라!”

남궁지의 외침에 고무된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일제히 구중련의 무인들에게 달려들었다.

마교의 무인들은 남궁세가의 쾌진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연신 뒤로 밀렸다.

적들을 베어 갈수록 남궁세가 무인들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았다. 모두가 한껏 고취된 상태였으나 그중에서도 단 한 명만은 달랐다.

신중한 눈길로 주변을 살피는 이는 바로 남궁세가에 합류한 유서하였다.

견무겸은 금세 평소와 다른 유서하의 낌새를 눈치챘다. 그는 번쩍이는 쾌검으로 눈앞에 상대를 제압한 뒤 유서하를 향해 다가갔다.

“아가씨,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신경을 거슬리는 소리가 있어.”

짤랑짤랑.

유서하는 또 다시 의문의 소리를 감지해 냈다.

여기저기서 잘 제련된 쇠붙이끼리 힘껏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터져 나오는 함성과 비명으로 인해 주변은 소란스럽기 그지없었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릴 리 없었으나, 음공을 익힌 유서하는 달랐다.

유서하는 기습을 감행한 순간부터 이질적은 소리를 감지했다. 그리고 그 짤랑이는 소리가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까지 파악해 냈다.

‘음공을 익힌 상대. 그것도 아주 수준 높은 음공을 구사하는 고수가 틀림없어.’

음공은 소리로 상대의 역량을 가늠한다. 짤랑이는 소리를 토대로 유서하가 파악한 상대의 수준은 초절정을 뛰어넘은 불세출의 고수가 틀림없었다.

하여 유서하는 경계심을 더욱 끌어올렸다. 짤랑거리는 소리는 점점 멀어지는 중이었으나, 그럴수록 불안감은 커져 갔다.

제아무리 고수라 할지라도 처음 음공을 쓰는 상대와 맞서면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이런 높은 수준의 음공을 구사하는 고수라면 더욱 버거울 터.

유서하는 정체를 알지 못하는 음공의 고수가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를 절실히 느꼈다.

결심을 내린 유서하가 견무겸을 향해 말했다.

“무겸. 이곳에 있는 비천검문 무인들의 통솔을 부탁해.”

“아가씨께서는 다른 곳으로 향할 생각이십니까?”

“정확히 표현하진 못하겠지만 꼭 확인할 것이 있어.”

잠시 대답을 망설이던 견무겸이 이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견무겸은 유서하의 무공수준이 놀랍도록 향상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전력으로 경공을 펼친다면 그 뒤를 따르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였다.

또한 유서하가 내린 결정이라면 분명 마땅한 이유가 있을 터.

이럴 때 유서하를 돕겠다고 따라나서는 건 오히려 방해가 될 확률이 더 컸다.

유서하가 견무겸을 향해 말을 말했다.

“여긴 남궁지 소협의 지휘에 따라 움직인다면 문제없을 거야. 그럼 잘 부탁할게.”

당부의 말을 마친 유서하는 곧 짤랑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지면을 밟고 뛰어올라 높이 솟은 나무들을 박차며 바람처럼 경공을 펼쳤다.

* * *

천유성은 마주한 연시우에게 시선을 거둔 채 곁을 지키고 있는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모두 물러서라. 놈은 나 혼자서 상대하겠다.”

연시우 또한 멸천대원들에게 관여치 말라는 눈짓을 보냈다. 멸천대와 영월단이 일제히 뒤로 물러나자, 연시우와 천유성 사이에 넓은 공간이 생겼다.

연시우는 타고 있던 청풍에서 훌쩍 뛰어내린 뒤에 천유성을 바라보았다.

“비켜라. 수하들을 데리고 이곳을 벗어난다면 쫓지 않겠다.”

천유성은 곧바로 대답하는 대신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마공을 모두 왼손으로 집중시켰다.

스오오오오!

상대의 내력을 갈구하듯 천유성의 왼손에서 기괴한 괴음이 울려 퍼졌다.

천유성은 검게 물든 왼손을 살짝 들어올려, 떨어져 있는 연시우를 향해 겨눴다.

“그 미적지근한 태도는 뭐냐? 물러 터졌구나. 연시우.”

순식간에 연시우를 향해 쇄도하며 천유성이 분노에 찬 외침을 터트렸다.

“적에게 온정을 가지는 순간 죽는다고 네놈이 직접 말하지 않았더냐!”

쉬이익!

연시우는 긴 장창을 뻗어 무시무시한 속도로 파고들어오는 천유성의 전진을 멈추게 했다.

천유성은 걸음을 멈춘 채 날아드는 창끝을 어깨 너머로 흘려보냈다.

“이깟 창술로 뭘 어쩔 생각이지? 뜸 들이지 말고 흡마공으로 승부해라.”

천유성의 기대와 달리 연시우는 흡마공을 펼치지 않았다. 그러자 분노로 인해 천유성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연신 바람을 찢으며 날아드는 연시우의 창끝. 그 모습을 유심히 살피던 천유성은 곧 연시우의 다음 찌르기의 궤도를 예측했다.

천유성은 급히 신형을 회전시켰다. 빈 공간으로 날아드는 연시우의 일격이 날아들었고, 천유성은 떨어져 있던 연시우와 급격히 거리를 좁혔다.

검게 물든 천유성의 왼손이 연시우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들었다.

연시우는 급히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얼핏 피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천유성의 금나수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급히 표적을 바꾼 천유성은 연시우의 오른쪽 어깨를 노려 정확히 틀어쥐었다.

‘마정대흡인!’

움켜쥔 어깨를 통해 연시우의 내력이 천유성에게로 급격히 빨려 들어갔다.

마정대흡인은 내력은 물론, 상대의 생기 자체를 빨아들이는 흡마공. 연시우는 팔이 썩어 버리기 것을 막기 위해 억지로 내력을 끌어올려 마정대흡인에 대항했다.

그와 동시에 연시우는 뒤로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천유성 쪽으로 몸을 던졌다.

변칙적인 연시우의 움직임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천유성의 중심이 무너졌다. 그 틈을 타서 연시우는 천유성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신형을 뒤로 날렸다.

천유성은 즉시 멀어지는 연시우를 향해 주먹을 뻗어 권기를 날렸다.

내력이 응축된 권기는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콰과광!

급히 빠져나오느라 상대의 공격에 대비하지 못한 연시우에게 천유성의 권기가 정확히 적중했다.

연시우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내상으로 인해 흘러나오는 피를 입 밖으로 뱉어 내며 조용히 읊조렸다.

“마정대흡인이라……. 믿을 수 없는 성취를 이뤄 냈군.”

“내 흡마공은 이미 너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몸을 일으키며 연시우가 말했다.

“정녕 물러날 생각은 없는 건가?”

“숨통을 끊어 놔야 그 헛소리를 멈추겠구나.”

연시우는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았다.

진심으로 천유성과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전장에서 온정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찰나의 방심으로 인해 숨이 끊어지는 곳이거늘, 상대의 대한 배려는 가당치도 않다. 그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이유는 진심으로 천유성을 아꼈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멸천대에 몸담고 있으나, 과거 영월단 시절을 모두 잊은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헌신짝처럼 내던졌던 천유성을 대적하는 건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었다.

허나 더 이상 망설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모든 것을 앗아간 구중련에게 아직 복수하지 못했다. 과거 멸천대의 명예도 되찾지 못했으며, 앞으로 대주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도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

각오를 마친 연시우는 이내 왼손으로 마공을 집중시켰다.

“이제부터 전력으로 상대해 주마. 한순간도 방심하지 마라.”

스오오오오!

흡마공을 펼친 준비를 마치자 연시우를 감싸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천유성은 연시우의 살기를 마주했을 뿐임에도 벌써부터 온몸에 살갗이 떨려 왔다.

천유성이 호기롭게 외쳤다.

“오냐. 어디 한번 덤벼 봐라!”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주먹이 뻗으면 곧바로 닿을 정도에 가까운 근접 거리에서 펼쳐지는 공방전.

두 사람은 상대를 붙잡기 위해 분주히 왼손을 뻗었다.

연시우와 천유성은 마치 거울을 바라보는 것처럼 똑같이 움직였다. 내공심법은 물론, 초식까지 완전히 일치했던 것이다.

상대를 몰아넣기 위한 연시우의 현란한 보법을 천유성은 예측하여 미리 벗어났다. 그리고 연시우는 기습적으로 날아드는 천유성의 오른손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 냈다.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연시우와 천유성은 아슬아슬한 일질일퇴의 공방전을 이어 갔다.

먼저 팽팽한 흐름을 깬 쪽은 연시우였다.

연시우는 단숨에 상대의 급소를 제압할 생각을 버리고 천유성의 왼손을 집요하게 노렸다.

이는 정면으로 승부를 내자는 연시우의 도발이었다.

그 뜻을 눈치챈 천유성은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왼손을 뻗어 정면으로 연시우와 맞섰다.

쿠구구구궁!

흡마공을 펼치기 위해 검게 물든 연시우와 천유성의 왼손이 부딪쳤다.

이윽고 맞닿은 왼손을 통해 두 사람은 서로의 내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스오오오!

천유성은 연시우의 내력을 빨아들임과 동시에 스스로의 내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야말로 순수하게 흡마공의 우위를 가르는 승부.

끝없이 내력을 빨아들이던 천유성은 곧 스스로의 한계를 직감했다. 결국 참아내지 못하고 출수한 팔을 거두어들이려는 순간, 연시우의 왼손이 떨어졌다.

심지어 먼저 왼손을 거둔 연시우는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천유성은 물러서는 연시우를 바라보며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연시우! 고작 이 정도였더냐?”

연시우는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착각하지 마라. 내 먼저 물러선 이유는 네게 더 높은 경지를 보여 주기 위함이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연시우의 왼손에 강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허나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그 강기를 형성하고 있는 기운이었다.

천유성은 단숨에 연시우의 왼손에 맺힌 강기가 자신에게서 빨아들인 기운임을 알아챘다.

연시우가 말했다.

“흡마공의 완성은 상대에게서 빨아들인 내력을 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지는 않겠지?”

흡마공을 익힌 일인으로서 천유성은 연시우가 말하려는 바를 단번에 눈치챘다.

빨아들인 내력을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 있는 건 그야말로 전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흡마공 최고의 경지.

그제야 천유성은 연시우와의 격차를 절실히 체감했다.

내력을 빨아들이느라 모든 힘을 소진한 자신과 달리, 연시우는 흡수한 내력을 사용하니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연시우는 전력으로 왼손을 뻗어 천유성을 향해 강기를 쏘았다.

뻗어나간 강기는 가로막는 것들을 철저하게 분쇄하며 나아가 천유성을 덮쳤다.

천유성은 마지막 남은 내력을 모조리 쥐어짜 호신강기를 펼쳤다. 허나 그 정도로 연시우의 강기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결국 막대한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천유성의 신형이 멀리 튕겨 나갔다.

천유성은 튀어나온 바위에 부딪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내 그의 앞으로 연시우가 다가왔다.

무방비 상태의 천유성의 목을 향해 연시우의 왼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

허나 연시우는 결국 뻗었던 왼손을 거둬들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천유성이 눈에 핏발을 세우며 외쳤다.

“설마 동정할 생각인가? 내게 그보다 더한 치욕은 없다. 빨리 죽여라!”

“…….”

서슬 퍼런 천유성의 외침의 대답하지 않은 채 연시우는 결국 몸을 돌렸다.

돌아서가는 연시우를 향해 천유성이 한 맺힌 목소리로 절규했다.

“네놈은 정말 변한 것이 없구나! 평생을 함께했던 영월단을 떠날 때도 그랬다. 어찌 남의 기분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그렇게 제멋대로일 수 있느냐?”

“변하지 않은 건 너도 마찬가지다. 너는 여전히 책임감으로 살아갈 뿐, 진정 스스로 바라는 것이 무언지도 모르지 않느냐.”

연시우는 뒤돌아 나아가던 걸음을 멈추며 말을 이었다.

“구중련 놈들이 장악한 마교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정녕 네가 원하는 것이냐?”

구중련의 대해 조사하면서 그들이 마교에서 벌인 행태는 모두 파악했다.

반항하는 세력들을 철저히 응징하는 반면에, 뜻을 따르는 이들에겐 아낌없는 명예와 포상을 내린다. 또한 죽은 이들의 자리는 모두 구중련의 인사들로 채우니, 내실은 점점 더 견고해져갔다.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명예를 좇아 결국 마교의 무인들은 구중련에 굴복하게 된 것이다.

연시우가 말했다.

“단순히 영월단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닌, 네가 진정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이냐? 진정 구중련의 수족이 되어 천하를 일통하고자 함이더냐.”

“…….”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는 천유성을 향해 연시우가 말했다.

“우선 네가 진정 원하는 목표를 찾거라.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나를 죽여야 한다면 다시 나를 찾아와라. 그때는 나도 전력을 다해 너를 죽여주마.”

연시우는 멈췄던 걸음을 다시 떼어 저만치 떨어져 있는 멸천대원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때 금속끼리 부딪치는 미세한 소리가 울렸다.

짤랑짤랑.

천유성은 특이한 금속음이 호율의 금팔찌에서 나는 소리임을 직감했다.

“위험해!”

천유성의 다급한 외침을 듣고 연시우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자 곧바로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호율이 눈에 들어왔다.

호율의 절기는 음공.

인지하지도 못할 정도의 미세한 금속음을 지속적으로 듣게 하여, 기척을 감지하는 무인의 감각을 완전히 마비시켜 버린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기습을 감행해 상대의 숨통을 끊어 놓는 것이야말로 호율이 필승의 공적을 이뤄 낸 방식이었다.

연시우는 순간 몸이 굳어 버렸다.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호율을 알아차리지 못했을뿐더러, 당장 방어태세를 갖춘다 해도 호율의 일격을 막아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몸이 알았기 때문이다.

호율은 무방비 상태의 연시우를 향해 생글생글 웃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잘 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섬광처럼 호율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퍼억!

호율의 주먹은 정확히 몸통을 관통했다.

허나 그 상대는 연시우가 아닌 천유성이었다.

천유성은 연시우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져 호율의 일권을 대신 받아낸 것이었다.

애초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 호율은 천유성의 몸통을 관통했던 주먹을 빼내고서 뒤로 물러났다.

멸천대원들은 재빨리 연시우를 중심으로 둥글게 둘러쌓아 경계태세를 취했다.

연시우는 힘없이 쓰러지는 천유성을 받았다.

천유성의 복부에서는 끊임없이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연시우는 양손으로 천유성의 복부를 눌러 피를 막으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복부가 완전히 관통당했기에 피를 멈출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당장에라도 끊어질 듯한 숨을 몰아쉬면서 간신히 천유성이 입을 뗐다.

“제, 제가 지, 진정으로 하고 시, 싶었던 일이 아무래도 이건가 보, 봅니다.”

“입 닥치고 호흡에나 전념해.”

연시우는 다급하게 외투를 벗어 천유성을 지혈하려 했다.

천유성이 떨리는 손으로 연시우의 행동을 막았다.

영월단에서 그를 섬길 때부터 연시우는 정말 한결같았다.

영월단을 떠나고 마교마저 등져 연시우가 타락했다 여겼지만, 정작 그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언제나 냉철했고 강했으며, 늘 원하는 바를 향해 똑바로 달려갔다.

그런 연시우를 언제나 존경해 왔다.

마지막만은 늘 동경해 왔던 대상처럼 스스로 진정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행동했기 때문일까. 그다지 생에 대한 미련은 남지 않았다.

천유성은 숨이 끊어지기 전에 마지막 자신의 진심을 연시우에게 전했다.

“어, 언제나 조, 존경해 왔습니다. 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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