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기회
2018.04.08.
진무량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면서 감긴 눈을 떴다. 어젯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인지, 잠에서 깼음에도 취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지독한 두통으로 인해 진무량은 한쪽 눈만 간신히 뜬 채 주변을 살폈다.
그때 바로 옆에서 한껏 날카로워진 유서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일어난 건가요? 저는 누구 때문에 한숨도 못 잤는데.”
진무량은 생각지 못한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휙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멀리 떨어지지 않은 의자에 앉아 있는 유서하의 모습이 보였다.
흠칫 놀란 진무량은 몸을 뒤로 빼며 유서하를 향해 물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당연히 제 발로 객잔 문을 통과해서 여기까지 걸어왔으니까 지금 여기 있는 거겠죠.”
전혀 생각지 못했던 유서하를 발견하자, 진무량은 술기운이 완전히 달아나 버렸다.
침착하게 현실을 돌이켜 생각해 봐도 유서하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은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객잔 밖은 연시우가 철통처럼 지키고 있을 터. 그럼에도 유서하가 여기 있다는 건…….
분노에 찬 진무량의 눈동자가 객잔 밖으로 향했다.
“연시우 이놈이…….”
“연 소협은 제 부탁을 들어준 것뿐이니까 아무 죄가 없어요. 그보다 먼저 어젯밤에…….”
유서하는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멈췄던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기억나요?”
진무량은 뜬금없는 유서하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천천히 어젯밤의 기억을 회상하기 시작했고, 하나둘씩 그때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기억은 유서하와 입을 맞추는 순간이었다. 그때의 뜨거웠던 유서하의 입술 감촉은 아직까지도 자신의 입술에서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건 분명 환영이었을 텐데…….’
이내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이 전부 떠올랐고, 진무량은 스스로를 저주했다.
냉정하게 생각할수록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다.
어떻게 눈앞에 있는 유서하를 환영이라고 오해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은 전부 술이 틀림없었다.
진무량은 지금 당장이라도 창피해서 미쳐 버릴 것 같았지만, 그런 꼴사나운 모습을 유서하에게 보일 수는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기억 안 나.”
한번 거짓말을 시작하니 그 다음은 더 쉬웠다. 진무량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그보다 왜 여길 찾아온 거지? 분명 넌 쓸모없어졌다고 했을 텐데.”
“또 거짓말. 당신의 거짓말은 이제 저한테 안 통해요.”
유서하가 핀잔을 주듯 답했지만, 진무량은 애써 침착한 척하며 말을 이었다.
“착각이 심하군.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몸을 일으킨 진무량은 유서하에게서 돌아선 채 앞으로 걸어갔다.
유서하는 망설임 없이 뛰어가 뒤에서 진무량을 와락 껴안았다.
“도망치지 말아요.”
진무량은 한껏 당황한 어조로 대답했다.
“뭐하는 짓이야? 이거 놔.”
유서하는 진무량의 허리를 감싼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저를 떼어 놓으려는 이유를 사실대로 말해 주세요. 그 전까지는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
진무량에게 유서하를 뿌리칠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았다. 그냥 가볍게 밀치기만 하더라도 유서하는 떨어져 나갈 것이다.
허나 온몸이 굳어 버린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은 유서하를 밀어낼 수가 없었다.
여태까지 유서하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은 이유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억지로 유서하와 멀어지려 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유서하를 밀어낼 수 있는 방법은 한심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진심을 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와 함께 있으면 네가 불행해지니까.”
진무량은 계획은 마교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비록 구중련의 손아귀에 떨어졌다고 하나, 결과적으로는 마교 전체와 적대하는 셈이었다.
그 말인즉, 다시 마교로 돌아갈 수 없음을 뜻했다.
무림맹은 철저히 서로 이용하는 관계일 뿐이었다. 구중련이 무너지고 나면 무림맹과는 무림공적인 관계로 돌아갈 터.
영사문이 집권하는 사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록 지금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영사문에 계속 머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하나로 뭉친 사파는 새로운 주인이 필요할 테고, 분명 그 후보로 진무량이 거론될 것이었다. 강한 힘은 언제나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법.
아무리 의지가 없다하더라도 언젠가 후계를 정해야 하는 묵위현의 입장에서는. 진무량의 존재 자체가 위협이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무엇보다 진무량은 지금까지 협력해 준 묵위현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마교, 무림맹, 사파 그 어디에도 내가 머물 자리는 없어.”
지금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은 없지만, 유서하를 생각한다면 구중련과 전쟁이 끝난 다음도 생각해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 그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했다. 그 때문에 유서하를 밀어낸 것이었다.
자신만 사라진다면 유서하는 비천검문에서 아무 부족함 없는 삶을 보낼 터.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미래에 그녀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널 밀어내지 못하겠다. 그러니까 네가 날 떠나.”
진무량을 꽉 끌어안은 채 유서하가 작은 목소리를 냈다.
“한심해.”
진무량에게 전하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를 향해 내뱉은 말이었다.
뒤돌아 서 있는 진무량의 등에서 힘들어하는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매일 밤 소리 없이 눈물을 삼키면서도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는 것부터, 상대방을 위해 자신이 희생하려는 모습까지.
그렇기에 안다. 상대방을 위해 멀어지는 선택을 했을 때 느끼는 고통도 모두 겪어 봤고, 아무리 겉으로 멀쩡한 척해도 괴로운 마음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런 나약한 모습은 전혀 당신답지 않아요.”
유서하는 서로를 위할수록 멀어져야 하는 미치도록 현실이 싫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계속될 진무량과의 관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확실한 결단이 필요했다.
생각을 굳힌 유서하가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평생 당신의 곁에 있을게요. 그러니까 두 번 다시 저한테 이런 나약한 모습 보이지 말아요.”
진무량과 마주하면서 유서하는 스스로의 마음을 확실히 알게 됐다.
상대방을 위한다는 이유로 멀어지는 건 서로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었다.
진무량과 떨어져 있던 모든 순간이 지독히도 괴로웠다. 앞으로 어떤 끔찍한 일을 겪는다 하더라도 그때 느꼈던 고통과 비교할 수 없으리라.
그러니까 이번에는 마음이 가는대로 해 보고 싶었다.
막상 마음을 굳히니 이상하게도 두려운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리 지옥 같은 미래가 펼쳐져 있다고 하더라도, 진무량과 함께라면 무섭지 않았으니까.
진무량이 유서하에게 나직이 경고했다.
“지금이 나를 떠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이 기회를 놓치면 넌 평생 내게서 벗어날 수 없어.”
“그럼 전 지금 그 기회를 놓친 거네요.”
진무량은 뒤에서 끌어안은 유서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자신의 품속으로 유서하를 세게 끌어안았다.
“그 결정, 후회해도 소용없어. 이제부터 평생 넌 내 거야.”
* * *
섭고명은 제갈휘를 뺀 나머지 무림맹 인사들을 모두 물렸다.
한참 시끄러웠던 장내가 조용해지자, 섭고명의 지독한 두통이 조금 나아졌다.
한참 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섭고명이 제갈휘를 향해 물었다.
“다른 무림맹 인사들의 반응은 어떤가?”
“대부분이 사파와 힘을 합치는 걸 꺼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반목해 왔기에 믿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무림맹의 힘으로도 충분히 구중련을 징벌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입니다.”
섭고명은 눈앞에 수십 개의 흐트러진 의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까지 여기 있던 자들과 다를 게 없군.”
“정확히 그렇습니다.”
섭고명이 제갈휘를 향해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묵위현을 중심으로 뭉친 사파 세력의 기세가 범상치 않습니다. 그들과 힘을 합치는 건 구중련을 치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럼 자네는 사파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보는가?”
“그런 뜻은 아닙니다. 사파의 도움을 받게 되면 앞으로 많은 문제도 같이 따라오겠지요.”
사파가 무림맹을 도우려는 의도가 결코 순수하게 무림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구중련의 대한 증오심도 있겠지만, 결코 이권이 걸린 문제를 빼놓을 수는 없다.
여태까지 무림맹과 큰 이권이 걸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사파는 적당히 물러나 왔다.
허나 무림맹이 사파의 도움을 받게 되면 도의상으로도 더 이상 이권을 독점할 수 없을 터. 또한 그들이 앞으로 어떤 무리한 요구를 해 올지도 예측할 수 없었다.
제갈휘가 말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무림맹의 힘으로 구중련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자네의 의견은 결국 사파의 손을 잡지 않는 게 이롭다는 거군.”
“그런 뜻은 아닙니다. 구중련이라는 공공의 적을 두었으니, 사파와 힘을 합치는 것도 좋겠지요.”
섭고명의 이마의 굵은 주름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그러니까 도대체 자네의 의견은 뭔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역할은 맹주님께 여러 의견들을 종합하여 전달해 드리는 것입니다. 결정은 맹주님의 몫이지요.”
섭고명은 불만스러운 눈길로 제갈휘를 쏘아보았다.
“천하에서 제일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옳은 소리를 지껄이는 놈이라던데, 딱 자네가 내 눈에 그렇게 보이는군.”
“맹주님께서 제 말이 옳다고 생각해 주시니, 저에겐 더없는 영광입니다.”
“말을 말지.”
무림맹주란 자리는 결국 무림맹 전체의 손실을 따져 가장 큰 이득을 얻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자리였다.
다만 이번 사파와 힘을 합치는 안건은 정확한 이득과 손실을 따지기가 쉽지 않았다.
섭고명이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제갈휘가 용건을 전했다.
“맹주님, 이동하실 시간입니다.”
“다음은 어딘가?”
“비천검문에서 온 손님을 만나셔야 합니다.”
순간 섭고명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었다.
지금 비천검문은 가장 가까이서 구중련에 대항하는 중이었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 유월천이 무림맹으로 사람을 보내 왔다면 결코 가벼운 사안은 아닐 터.
섭고명은 즉시 몸을 일으켰다.
“지금 바로 만나러 가지.”
섭고명은 무림맹 내부의 위치한 접견실로 향했다. 접견실 내에는 미리 도착한 유서하가 자리하고 있었다.
유서하는 접견실 내로 들어오는 섭고명을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었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비천검문의 유서하라고 합니다.”
“그래, 월천의 여식이라고 전해 들었다. 무슨 용무로 찾아온 것이냐?”
유서하는 유월천에게서 받은 서찰을 꺼내 섭고명에게 건넨 뒤에 대답했다.
“아버지께서는 무림맹이 영사문과 힘을 합치시길 바라십니다. 이 뜻을 맹주님께 직접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월천이 내게 그리 전하라 했단 말이냐.”
사파와 힘을 합치는 걸 망설이는 이유 중에는 정파인으로서의 체면도 완전히 빼놓을 수 없다.
헌데 어느 누구보다 자긍심이 강한 유월천이 직접 사파와 힘을 합치는 걸 제안해 왔으니, 섭고명은 쉽게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유서하는 유월천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 그녀는 여태까지 지켜봐 온 아버지의 생각을 보태거나 빼지 않고 그대로 전달했다.
“제가 감히 한 말씀 올리자면, 아버지께서는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인명을 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분명 영사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유도 그 뜻에서 비롯되었음이 틀림없습니다.”
“인명이라…….”
어쩌면 지나치게 복잡한 생각으로 인해 가장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던 건지도 모른다.
그 어떤 명예나 이권 따위보다 훨씬 더 귀한 것이 바로 한 사람의 목숨.
구중련과 전쟁이 길어질수록 무수히 많은 무인들의 피가 흘러넘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승리의 영광도 아군이 온전할 때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동료들이 모두 죽었다면 제아무리 큰 명예를 떨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섭고명은 유서하에게서 건네받은 서찰을 펼쳤다. 유월천이 쓴 글귀는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간결했다.
ㅡ서찰을 건넨 아이가 제 뜻을 잘 전달했을 터이니 더 이상 덧붙일 말은 없습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시든지 저는 맹주님의 뜻을 따를 것입니다.
서찰의 적힌 글귀를 전부 읽은 섭고명은 저절로 허탈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허허, 당근과 채찍을 교묘하게 사용하니, 넘어가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구나.”
진무량이 강압적으로 선택을 강요했다면 비천검문은 온화하게 설득해 왔다. 그 방법들이 어찌나 절묘한지, 섭고명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뜻에 동화되어 버렸다.
유서하가 조심스레 섭고명을 향해 물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무것도 아니니라. 내 검선의 뜻을 잘 알아들었으니, 이만 물러가도 좋다.”
섭고명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유서하가 다시 한번 의문을 나타냈다.
“아버지께 따로 전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능구렁이 같은 속내를 잘 전달해 준 여식 덕분에 무림맹주의 마음이 바뀌었다고 전해 주게. 그리고 아비의 마음을 헤아리는 훌륭한 여식을 두어 부럽다고도 말해 주고.”
유서하의 입가에 완연한 미소가 피어났다. 이내 그녀는 깊이 머리를 숙이며 섭고명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버지의 뜻을 헤아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이만 물러가 보게.”
유서하는 다시 한번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 뒤에 접견실 밖으로 향했다.
그녀가 나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갈휘가 접결실로 찾아왔다.
섭고명의 표정을 확인한 제갈휘는 다짜고짜 질문을 건넸다.
“마음의 결정을 하신 것입니까?”
“아직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는가?”
“맹주님을 모신 지 삼십 년입니다. 표정만 보고도 다 아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뭘 꾸물거리고 있는 겐가?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하게.”
“어디로 가시는지 아직 말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표정만 보고선 목적지까진 파악하지 못하나 보군.”
“오 년 정도만 더 모시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섭고명은 가볍게 혀를 차며 제갈휘를 바라보았다.
“쓸데없는 소리.”
“먼저 시작하신 건 맹주님입니다.”
“하여간 져 주는 법이 없어.”
“승부욕이 강하다는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마음대로 생각하게.”
섭고명은 가볍게 고개를 젓고는 다시 말을 꺼냈다.
“진무량이 근처에 머물고 있다지. 그 객잔으로 갈 것이니 앞장서게.”
“맹주님께서 직접 찾아갈 생각이십니까?”
“그래. 저번에는 그가 예고 없이 무림맹을 방문했으니, 이번에는 내 직접 찾아가 줘야지.”
진무량이 무림맹을 방문했을 때, 그는 속내를 모두 밝히지 않았다.
사파를 움직여 무림맹과 힘을 합치게 하는 것까지 진무량의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이라면, 그는 커다란 계획을 세우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 계획에 대해서는 조금 더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생각을 정리하던 섭고명의 입에서 문득 실소가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모두 진무량이 세운 계획대로라면 그는 정파와 사파를 모두 움직인 셈이었다.
그 말인즉, 천하가 진무량의 뜻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뜻.
진무량을 떠올리던 섭고명은 불만 섞인 어조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도무지 그릇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사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