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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무도-103화 (103/143)

103화. 결과

2018.03.29.

유월천은 온몸의 힘이 빠진 듯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거야 원, 겨우 늑대들을 피했는데 호랑이를 만난 셈인가.”

푸념을 늘어놓는 유월천을 향해 진무량이 짧게 대답했다.

“실없는 소리하지 말고 독 기운이나 다스려.”

유월천이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님은 진무량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제아무리 혈랑대라고 한들, 스무 명 남짓으로는 유월천의 옷깃도 스치지 못할 터.

즉, 유월천이 이토록 엉망이 된 이유가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

의문을 가지고 잠시 살펴보니, 곧 유월천에게서 평소 느끼지 못했던 사이한 기운이 감지됐다. 진무량의 식견은 그 기운의 정체가 곧 독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 챘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겠나.”

넉살스럽게 대답을 마친 유월천은 편안하게 두 눈을 감고 운기를 취했다.

서서히 의식을 내면으로 돌려 진기를 다스리기 시작하자, 곧 사지로 퍼진 무형심인지독의 기운을 찾아낼 수 있었다.

유월천은 내기를 운용하여 차츰 독 기운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유월천은 강호에서 칠대천으로 불리는 절세의 고수.

혈랑대원들과 겨룰 때는 운기를 위할 여유가 없었을 뿐.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몸속의 침투한 독 기운을 몰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주르르륵.

이윽고 유월천의 입술을 타고 검은 피가 실처럼 흘러내렸다.

몸속의 독 기운은 몰아냈으나, 그렇다고 중독 증상이 곧바로 낫지는 않았다.

일종의 후유증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 몸속에 숨어 있던 무형심인지독은 신체를 철저하게 잠식해 버린다. 그로 인해 독기운을 몰아내도 한동안 중독 증상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마교에서 무형심인지독을 가장 끔찍한 독으로 꼽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그 후유증이었다.

급한 대로 해독을 끝낸 유월천은 실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중독 증상으로 인해 시야가 흐릿했으나, 꿋꿋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이는 거라곤 진무량과 남궁지, 그리고 일그러진 진법 속의 공간뿐이었다.

천기자와 혈랑대원들은 모두 도망쳤으나, 아직 허영오행진은 깨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유월천은 특유의 넉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진무량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구, 이거 내가 시간을 너무 많이 지체했군. 기다려 줘서 고맙네.”

“고마워할 필요 없어. 네놈 꼴이 너무 한심해서 말을 섞고 싶지 않았을 뿐이니까.”

“대꾸할 수가 없군. 모두 내 불찰이었어.”

유월천은 정자세로 고쳐 앉아 무릎에 양손을 올린 뒤, 말을 이었다.

“지난 일은 묻어 두게. 그보다 자네,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가?”

이윽고 유월천은 쭉 뻗은 손날을 자신의 목에 갖다 댔다.

그 행동에 담긴 의미는 명백했다.

자신을 죽이라는 뜻.

남궁지는 다급하게 유월천을 만류했다.

“어르신, 어서 일어나십시오!”

유월천은 자신을 부축하려는 남궁지를 다독였다. 그러다가 순간, 남궁지의 어깨에 점혈을 짚었다.

“윽!”

순식간에 점혈을 제압당한 남궁지는 몸을 움직일 수 없음은 물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몹시 당황한 기색의 남궁지였으나, 유월천은 평소와 다름없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미안하네만, 자네가 끼어들 문제가 아니네. 잠시 자리를 비켜 주게.”

이내 유월천의 시선이 진무량을 향했다.

“부디 일격으로 끝내 주게.”

제멋대로인 유월천의 행동은 진무량의 심기를 건드렸다.

“지금 장난하는 건가?”

“흐음, 장난이라…….”

유월천은 감긴 것처럼 보이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서 진무량을 마주했다.

“그렇게 보이는가?”

유월천을 감싼 분위기는 어떠한 장난이나 거짓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평생 검을 쥐고 사는 강호인들은 무수히 많은 타인의 최후를 목격한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생을 끊어 놓으면서 드는 생각은 무엇일까?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다. 무수히 많은 강호의 무인들마다 모두 다른 생각을 할 테니까.

유월천의 경우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손에 피를 묻힌 그날 밤마다 유월천은 늘 자신의 숨이 끊어지는 순간을 그렸다. 그리고 그 상상은 매번 달랐다.

끝까지 품위를 지키면서 멋지게 떠날 때도 있었고, 또 한 번은 허무하게 등을 찔려 비명횡사한 적도 있었다.

무수히 많은 생의 마지막 순간을 그리다 보니, 우습게도 어느새 원하는 죽음이 생겨 버렸다.

거창한 최후는 아니었다. 굳이 화려하게 마지막을 보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까.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핑계로 죄를 저지른 상대에게 죽는 것이었다.

진무량은 그 조건에 완벽히 일치하는 상대였다.

지금까지 저질렀던 가장 큰 업보가 바로 진무량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었으니까.

유월천은 솔직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난 진심으로 자네 같은 인간은 이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네.”

“잘도 지껄이는군.”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야. 수없이 자네와 검을 겨루면서 내린 결론이었지.”

진무량과 유월천은 능히 강호 역사의 이름을 남길 수 있을 정도의 무인. 그런 고수들의 승부는 삼류무인끼리의 다툼과는 완전히 궤가 다르다.

우선 고수들끼리의 승부에서는 무의미한 움직임이 없다.

상대의 생각을 읽고, 움직임을 예측하며, 빈틈을 포착한 뒤에야 검을 뻗는다. 일련의 과정들은 조금 다를 수도 있고, 그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결코 무턱대고 검을 휘두르는 것은 아니다.

또한 검을 찔러 오는 궤도나 내딛는 발의 미세한 움직임 따위로도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낸다. 숱한 경험과 피나는 수련을 통해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이다.

그렇게 고수들은 어느새 자신의 검에 녹아들어 버린다.

그런 검을 서로 맞대다 보면 때때로 상대방의 인생을 엿보게 되는 것이다.

“자네의 창은 간절한 뜻도 없고, 의로움도 찾을 수 없었네. 그저 스스로 즐기기 위한 폭력…… 그래, 마치 공허함 같았어. 그런 위험한 힘을 방치하기보단 올바른 곳에 쓰고 싶었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유서하와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는.

그녀에게서 원망이나 꾸짖음을 들은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과오를 깨닫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부끄러움이었다.

그때까지 자신의 행동이 정의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허나 유서하와 대화를 나누는 내내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그제야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혈육인 딸의 앞에서도 떳떳하지 못하거늘, 뭐가 대의명분이고 정의란 말인가.

스스로를 정의롭다 여기며 악행과 타협하는 위선을 떨고 있었을 뿐이었다.

“사실 다 헛소리였네. 그냥 자네의 힘이 위협적이니까 내 마음대로 이용하고 싶었어. 결과를 위해서 과정 따윈 관심도 없었던 게지.”

“주저리주저리 시끄럽군. 이제 할 말은 끝난 건가?”

“그렇다네. 들어줘서 고맙군.”

속에 담아 두었던 것들을 털어놓으니 유월천은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염옥창이 날아들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끝까지 마지막 말을 들어준 걸 보면 진무량도 조금은 변할 걸까.

“그럼 이 진법을 빠져나갈 방법이나 찾아.”

짜증이 가득 담긴 진무량의 목소리. 유월천은 침착하게 의문을 나타냈다.

“나를 죽일 기회를 날려 버리겠다는 건가?”

“용서한 건 아니니까 착각은 하지 마. 당장 널 죽이는 것보다 구중련을 짓밟는 게 우선일 뿐이야.”

진무량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난 결과를 위한 과정 따윈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승부를 시작한 순간, 오직 이기는 방법만을 생각하지. 그렇다고 네놈과 닮았다고 생각하지는 마. 난 너처럼 나중에 후회할 짓 따윈 하지 않으니까.”

“자네의 심중은 여전히 모르겠군. 방금까진 조금은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여전한 것 같기도 하고.”

“변했는지 아닌지 일일이 신경 안 써. 어떤 모습이든 나는 나니까.”

“허허, 실로 자네답군.”

“어쨌든 지금 내 목표는 구중련이다. 놈들을 쓰러뜨리는데 필요하니까 널 살려 두는 거고.”

“내가 뭘 해 주면 되겠는가?”

“진법을 빠져나가는 대로 비천검문 놈들을 모두 모아서 도망쳐. 너까지 중독됐으니 승산은 아예 없어졌어. 일단 무조건 전력을 유지하는 데만 집중해. 그러다보면 곧 지원이 올 거야.”

“무림맹은 첩자 색출을 해야 하기에 당장은 움직일 수 없네.”

“불안정한 상태로 무림맹이 움직이는 건 구중련이 가장 바라는 거야. 그러니까 지원은 영사문에서 올 거야.”

“무림맹이 영사문과 뜻을 합치려는 움직임은 없네만.”

“그게 가장 큰 문제야. 무림맹 놈들, 아직까지도 영사문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다니. 하여간 고집불통 늙은이들 같으니라고.”

진무량은 잠시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너도 무림맹을 설득하는 걸 도와. 서찰을 보내든 무슨 방법을 쓰든 상관없어. 내가 비천검문을 도운 것도 모두 영사문의 뜻이라고 전해도 돼.”

유월천은 진무량에게 특별한 계획이 있음을 짐작했다.

무림맹과 영사문을 연합시킨다. 또한 도망치면서 비천검문의 전력을 유지시킨다. 그 모든 것들이 큰 계획을 이루기에 앞서 깔아 두는 포석처럼 느껴졌다.

“알겠네. 자네의 뜻에 따르지.”

“시간이 촉박하니까 최대한 서둘러야 해.”

유월천은 문득 진무량에게 궁금한 점이 생겼다.

“헌데 나를 믿을 수 있겠는가? 자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네놈이 재수 없긴 하지만, 구중련을 무너뜨릴 계획을 망칠 정도로 멍청하진 않지.”

“할 말이 없군.”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진법 내부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허영오행진은 유월천을 처치하는 동안에 시간을 벌기 위해 펼친 진법이었다. 천기자가 도망치고 시간이 흐르자, 자연스레 허영오행진은 그 힘을 잃어 갔다.

이내 여기저기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원래 있던 숲이 나타났다.

진법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진무량이 여기 남아 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럼, 난 먼저 가지.”

용건을 모두 전한 진무량은 미련 없이 돌아섰다. 그때 그의 뒤에서 유월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이대로 떠나도 되겠는가?”

잠시 멈칫거린 진무량은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유월천을 향해 되물었다.

“……무슨 뜻이야?”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이 있을 텐데.”

“그런 사람 없어. 앞으로도 영원히 비천검문 놈들과 상종할 생각도 없고.”

유월천은 진무량의 대한 유서하의 마음은 익히 아는 바였다. 진무량 또한 원한으로 얽힌 비천검문을 돕기 위해 한 걸음에 달려왔다. 그 사실만 보더라도 진무량과 유서하의 생각이 다르지 않음은 짐작 가능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진무량의 행동이었다.

유월천이 물었다.

“정말 이대로 떠나도 괜찮겠나?”

“내가 여기 온 사실을 비천검문 놈들에게는 절대 알리지 마. 뭐,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네가 알아서 그렇게 하겠지만.”

“알겠네.”

아직까지 진정한 진무량의 속내가 무엇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짐작할 수 있는 건, 그에게 말할 수 없는 깊은 뜻이 있다는 것 정도였다.

* * *

유월천이 기습당했다는 소식은 앞서 출발한 비천검문의 선발대에게도 전해졌다.

소식을 전해들은 장백령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이윽고 그는 남궁세가 무인들의 피해와 유월천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급히 유서하를 파견했다.

명령에 따라 유서하는 급히 경공을 펼쳐 유월천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무사한 유월천의 모습을 확인한 유서하는 그간에 걱정을 털어내듯 큰소리로 외쳤다.

“아버지!”

유서하는 다급히 유월천을 향해 다가가 이곳저곳을 살피며 이상이 없는지를 파악했다.

“괜찮으신 거예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독에 중독당하셨다고 들었는데…….”

“아비는 괜찮으니 그렇게 호들갑 떨 필요 없다.”

유월천의 대답에도 안심이 되지 않는지, 유서하는 걱정스런 기색이 가득했다.

유월천은 너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유서하를 안심시켰다.

“정말이다. 당분간만 조심하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그리 서두를 필요 없다. 내 나중에 차차 설명하도록 하마.”

진무량의 뜻대로 유월천은 그가 자신을 도와준 사실을 숨겼다. 진무량과는 허영오행진 내부에서 만났기에, 남궁지를 제외한 이들은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남궁지에게도 누차 함구해 달라는 뜻을 전했으니, 유서하에게 진무량의 소식이 전해질 가능성은 없었다.

유서하를 향해 유월천이 말했다.

“마침 네게 전할 말이 있었는데 잘 됐구나. 네가 급히 가 봐야 할 곳이 있다.”

“지금 떠날 수는 없어요. 아버지께서 온전치 않다는 걸 구중련이 알고 있으니 곧 움직일 거예요.”

“여기 일은 걱정하지 말거라. 최대한 구중련과 접촉을 피하면서 이곳을 빠져나갈 예정이다. 나도 곧 회복될 테니, 후퇴하면서 시간을 버는 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애초에 목적은 구중련의 진격을 막아내는 것이었기에, 유서하는 의문을 나타냈다.

“계획을 바꾸신 건가요?”

“그래. 그리고 바뀐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네가 맡아 줘야겠다.”

“말씀하세요.”

유월천은 친필이 적힌 서찰을 유서하게 건넸다.

“영사문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내용이 적힌 서찰이다. 너는 즉시 무림맹으로 가서 맹주께 이 서찰을 전하거라.”

전서구를 통해 서찰을 전할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유서하가 직접 무림맹을 방문했을 때 더 간절한 뜻을 내보일 수 있을 터.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일 뿐.

유월천이 유서하를 무림맹으로 보내는 결정적인 이유는 진무량을 만나게 하기 위함이었다.

진무량과 대화를 돌이켜 봤을 때, 영사문과 무림맹이 힘을 합치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진무량은 중대한 일을 결코 남에게 맡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는 반드시 무림맹의 모습을 드러낼 터.

무림공적으로 낙인찍힌 몸이기에 무림맹에 직접 나서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허나 지금은 시국이 소란스럽고, 현재 진무량은 영사문의 비호를 받고 있으니 분명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반드시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진무량은 마음먹은 일이라면 분명히 이뤄 낼 것이다.

유월천이 말했다.

“영사문의 힘을 빌리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맹주께 서찰을 전하면서 내 간곡한 뜻도 함께 전해다오.”

“알겠어요. 그럼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그래, 예상치 못한 인연과 만나더라도 너무 놀라지는 말거라.”

“그게 무슨 뜻인가요?”

“아무것도 아니다. 어서 가 보거라.”

유서하는 의문이 들었으나 더 이상 유월천에게 캐묻지 않고,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유월천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유서하의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진무량과 만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예상할 수 없었다.

다만 자신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유서하의 모습을 언제까지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그동안 느낀 바가 있다면, 무작정 진무량과 유서하를 떼어놓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두 사람이 풀어야 할 문제.

유월천은 유서하라면 분명 올바른 선택을 내릴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간절한 바람은 유서하의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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