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악무도-101화 (101/143)

101화. 비천검문 (2)

2018.03.22.

비천검문은 구중련의 진격을 막기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

장백령을 필두로 한 선발대는 이미 목적지 근처에 도착한 상태였다. 유서하를 비롯해 선발대로 선별된 이들은 모두 비천검문에서도 가장 뛰어난 실력자들이었다.

유월천은 선발대에 포함되지 않은 문도들과 남궁세가의 일원들을 통솔하여, 한발 늦게 비천검문을 떠났다.

그들은 한시 바삐 선발대와 합류하기 위해 부지런히 경공을 펼쳤다. 온종일 달리다 보니 금세 해가 저물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선 전장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법.

유월천은 일행들에게 자유로이 휴식을 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초목들로 둘러싸인 광경을 바라보던 유월천은 조급한 마음을 다스렸다.

믿음직한 실력자들을 선별했음은 분명했으나, 그렇다고 앞서 보낸 선발대에 대한 걱정을 지울 수는 없었다.

홀로 걸음을 옮기던 유월천의 뒤로 천기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이 복잡할 때 홀로 주변을 거니는 버릇은 여전하구먼.”

친근하게 말을 걸어온 천기자를 향해 유월천이 대답했다.

“바람이나 좀 쐬고 있었네.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가?”

“나도 요새 고민이 많아서 말일세.”

유월천과 천기자는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묵묵히 걷던 중, 천기자가 먼저 침묵을 깼다.

“벗의 푸념이나 좀 들어보겠나?”

“말해보게. 당장 내 사정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지만, 자네니까 특별히 들어줌세.”

특유의 너스레를 떠는 유월천을 향해 천기자가 천천히 속내를 털어놓았다.

“내가 은거를 택한 이유가 뭔지 아는가?”

천기자에게서 느껴지는 무거운 분위기로 인해 유월천은 대답을 망설였다. 대답을 듣기 위해 던진 질문이 아니었는지 천기자는 묵묵히 말을 이어 갔다.

“각자 저마다의 이익만 챙기려는 무림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일세. 처음에 내가 자네를 돕기 위해 나선 이유 또한 무림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였지.”

“그 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그 곧은 성품을 알기에, 내 자네를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 걸세.”

천기자는 걸음을 늦추며 고개를 숙였다. 바닥을 향한 그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다른 질문을 해 보지. 자네는 무림맹과 구중련의 전쟁에서 누가 승리할 것 같은가?”

뜬금없어 보이는 천기자의 질문이었으나, 유월천은 곧바로 대답했다.

“물론 무림맹이지. 그러기 위해 우리가 노력하는 중이 아닌가. 내 반드시 구중련의 야욕을 막아 낼 걸세.”

“그래……. 헌데 무림맹이 승리하면 뭐가 달라지지? 내가 환멸을 느낀 강호는 구중련에게 승리했다 하더라도 변하지 않고 똑같이 지속되지 않겠는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겐가?”

“자네가 먼저 철악산을 떠난 뒤에 정체 모를 무리가 나를 찾아왔네. 그들은 나와 함께 썩은 강호를 바꿔 보지 않겠느냐 제의했지.”

의문을 보이는 유월천을 향해 천기자는 꿋꿋이 설명을 이어 갔다.

“나는 두 가지 제의 중 하나를 선택을 해야 했네. 아주 긴 시간 동안 고민을 해야 했어.”

“자네, 설마……?”

천기자는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는 유월천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곧 결심을 세웠지. 의문의 무리…… 아니, 구중련과 함께 강호를 무너뜨리기로. 그리고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강호를 이뤄 볼 생각이네.”

천기자의 말이 끝나는 순간, 주변 풍경이 기묘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천기자가 미리 설치해 둔 진법이 발동되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동시에 주변에서 느껴지는 수십 명의 인기척.

그들은 진법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혈랑대의 대원들이었다. 사대신마인 호율의 직속 수하인 혈랑대는 마교에서 멸천대와 비견될 만한 유일한 타격대.

유월천은 천기자가 펼친 진법의 영향으로 혈랑대원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으나, 느껴지는 살기를 통해 그들이 뛰어난 고수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유월천은 당장 천기자의 배신에 대한 분노보다 벗을 잃은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이미 나를 죽일 계획을 세워 둔 건가.”

천기자와는 오래 전부터 구중련에 대해 상의해 왔다. 당연히 그는 이번 구중련과의 일전에 대한 계획들도 모두 파악한 상태였다.

실제로 천기자는 비천검문 일행들이 이곳을 경유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진법을 통해 혈랑대원들을 매복시켜 둔 것이었다.

천기자는 유월천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흔들림 없는 차가운 그 눈빛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유월천은 한탄스러운 심정이 담긴 목소리를 내뱉었다.

“자네만은 어떤 회유에도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거늘…….”

“어떤 이득을 얻는다고 해도 나는 흔들리지 않았을 걸세. 허나 사사로운 이(利)가 아닌, 강호를 변화시킬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구중련과 힘을 합치는 방법밖에 없었네.”

“정녕 마음을 바꿀 수는 없는 건가?”

“그래, 자네와 나는 이미 다른 길에 서 있네. 뜻을 이루기 위해선 상대를 짓밟고 넘어갈 수밖에 없겠지.”

유월천의 존재는 구중련의 대업을 방해할 수 있는 거대한 장애물임이 틀림없었다. 그와 반대로 천기자가 구중련과 힘을 합친다면 더없이 큰 위협이 될 터.

유월천은 비통한 심정을 느끼면서 허리춤에 꽂힌 검손잡이를 쥐었다.

이윽고 천천히 내력을 끌어올리려는 찰나. 유월천은 몸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황한 유월천을 향해 천기자가 말했다.

“이제야 독에 중독된 사실을 깨달았나 보군.”

유월천을 쓰러뜨리려는 계획을 세울 때, 정면승부는 최하책이었다.

검선이라 불리는 유월천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고강한 무공의 소유자. 힘으로 꺾으려 한다면 어마어마한 피해를 감수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하여 천기자는 유월천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 방법은 바로 독이었다.

절세의 고수인 유월천을 독에 중독시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천기자는 철두철미하게 사전 준비를 해 나갔다.

유월천을 중독시킨 독의 이름은 무형심인지독(無形心印之毒). 마교에서 독에 정점에 위치해 있다는 독룡각에서조차 가장 지독하다고 분류했을 정도의 독이었다.

뛰어난 무공의 소유자들을 중독시키기 위해 제조된 무형심인지독은 일반적인 독과는 완전히 그 궤가 달랐다.

확연한 차이점은 중독 증세를 보이기까지의 과정.

무형심인지독은 수차례 복용해야만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당연히 복용하는 순간에는 아무런 이상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게 아무런 증상도 없이 천천히 몸속을 잠식해 나가는 것이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순간은, 무형심인지독을 태운 향을 맡았을 때부터였다.

물론 오래 전부터 이 계획을 꾸민 천기자는 근처에서 무형심인지독을 태워 그 향을 퍼뜨렸다.

중독 증상을 보이기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까다로운 만큼, 그 효과는 천하의 어떤 독보다 확실했다.

유월천은 독에 중독된 사실을 깨달았을 때,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내게 주었던 찻잎에 독을 섞어 둔 건가.”

“바로 보았네. 이제부터 자네는 서서히 몸이 굳어지기 시작할 게야. 뿐만 아니라 감각도 점점 사라질 걸세. 마지막으로는 오감을 전부 잃게 되겠지.”

“그거 참 끔찍하구먼.”

태연하게 대답하는 유월천이었으나,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 위기를 절실히 체감하는 중이었다.

실제로 점점 시야가 흐려지면서 몸이 마비되고 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천기자가 말했다.

“승패는 이미 갈린 것이나 다름없네. 얌전히 죽음을 받아들인다면 적어도 고통스럽진 않을 게야.”

“허망하게 포기하기보단 죽을 때까지 발버둥 치는 걸 선택하지. 이런 나의 천성은 자네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스르릉.

유월천은 천천히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평생 유월천과 함께했던 청류검은 찬란한 검신을 뽐냈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치 않겠군. 자, 그럼 시작하지.”

* * *

천기자의 진법에 빠진 남궁지는 곧 일행들이 함정에 빠졌음을 직감했다.

진법의 영향으로 인해 근처에 있던 남궁세가 무인들의 행방도 파악할 수 없는 상태.

남궁지는 우선 당황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주변을 수색해 나갔다.

서서히 방위를 가늠하게 되어 갈 때쯤, 미세한 살기가 느껴졌다.

남궁지는 언제든 검을 뽑을 수 있도록 검 손잡이를 쥐었다. 그의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은신하고 있던 혈랑대원 다섯이 순식간에 튀어나와 동시에 남궁지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들은 지금까지 필살의 성과를 올렸던 합격진을 펼쳤다.

먼저 두 명이 양 다리를 노려 상대의 움직임을 막고, 나머지 둘은 동시에 급소를 공격. 마지막으로 남은 한 명은 은밀히 뒤를 잡아 상대의 목을 노린다.

수없이 반복해 온 동작임을 증명하듯, 다섯 명의 혈랑대원들 모두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이었다.

위기를 직감한 남궁지는 곧바로 지면을 밟고 튀어 올라 하단을 노리는 일격에서 벗어났다.

잇따라 달려온 혈랑대원들은 남궁지의 대처에 따라 양옆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곧바로 복부와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챙! 챙!

남궁지는 공중으로 뛰어오른 상태에서 검을 휘둘러 연속해서 날아드는 일격을 쳐냈다.

마지막은 사각에서부터 목을 노리고 날아든 일격. 허나 그마저도 남궁지는 잽싸게 몸을 비틀어 피해버렸다.

불시의 일격을 가한 상대에게 남궁지가 불호령을 내질렀다.

“네놈들은 누구냐!”

다섯 명의 혈랑대원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묘한 대열을 갖추며 언제든 다시 달려들 수 있도록 태세를 취할 뿐이었다.

매서운 눈빛으로 혈랑대원들을 쏘아보던 남궁지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비겁하게 암습이나 일삼는 놈들이 정체를 밝힐 수는 없겠지. 어디 한번 덤벼 보거라. 내 정면으로 상대해 주마.”

남궁지는 세가의 정통 심법인 창군대연신공을 운용해 나갔다. 그러자 점차 그가 쥔 검에서 푸른 검기가 넘실거렸다.

과거 손무엽과 겨뤘을 때만 하더라도 남궁지는 발현한 검기를 오래 유지할 수 없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었다. 그동안 혹독한 수련의 결과로 인해 남궁지는 자유자재로 검기를 다룰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것이었다.

범상치 않은 남궁지의 기세를 느낀 혈랑대원들은 동시에 똑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들었다.

‘고수다.’

다섯 명의 혈랑대원들로 남궁지를 상대하기는 분명 버거웠다. 평소 때였다면 지원을 부르거나 일단 후퇴를 선택해야 할 정도였다.

허나 지금은 천기자가 펼친 허영오행진(虛影五行陣)의 내부. 진법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남궁지와 일전을 겨뤄 볼 만했다.

다섯 명의 혈랑대원들은 천기자에게 전해 들은 대로 진법 내의 방위를 선점해 나갔다.

그러자 다섯 명의 불과했던 혈랑대원들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느새 수백 명으로 늘어난 그들은 사방을 가득 채웠다.

수백 명으로 늘어난 혈랑대원들은 진법으로 인한 허상이었다. 허영오행진의 가장 무서운 점은 상대를 환각에 빠지게 하는 것이었다.

혈랑대원들은 남궁지가 다른 생각을 하기 전에 먼저 선공을 펼쳤다. 혈랑대원들은 무수한 허상 속에 숨어 남궁지에게 달려들었다.

갑작스럽게 수백 명의 적이 공격해 왔으나 남궁지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제아무리 현실과 똑같은 허상은 어디까지나 허상일 뿐.

실제로 허상들이 휘두르는 공격은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이내 남궁지는 자신이 진법의 영향으로 허상을 보고 있음을 직감했다.

문제는 허상을 가려낼 수 없다는 점이었다. 혹시라도 진짜 혈랑대원을 허상으로 잘못 판단한다면 큰 상처를 입을 터.

챙! 챙!

혈랑대원들의 검격을 받아내던 남궁지는 조급함으로 인해 미간을 찌푸렸다.

허상이 섞여 있다고 한들, 혈랑대원들을 쓰러뜨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혈랑대원들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당장 혈랑대원들과 검을 겨루고 있었으나, 남궁지의 사고는 훨씬 더 앞을 내다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남궁지는 곧 상대의 목적을 간파해 냈다.

현 시점에서 비천검문을 공격한 것으로 따져 봤을 때 상대는 구중련이 틀림없었다.

그들이 자신이나 남궁세가의 무인들을 목표로 이런 정교한 함정을 준비했다고 하기에는 분명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즉, 구중련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는 뜻.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순간 남궁지는 구중련의 목표가 유월천임을 직감했다.

또한 남궁지는 유월천이 구중련의 함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까지 알 수 있었다. 구중련의 공격을 예상했다면 경계를 취했음이 분명하나, 유월천은 전혀 대비하는 기색이 없었다.

결론은 지금쯤 유월천이 큰 위기에 빠졌다는 것.

‘여기서 낭비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남궁지는 서둘러 유월천은 도와야 함을 알고 있었으나, 눈앞에 혈랑대원들을 상대하느라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조급함은 남궁지의 검에 그대로 투영됐다. 정확한 경로에 따라 움직이던 검의 움직임이 조금씩 커져 갔다.

남궁지가 보인 허점을 경험 많은 혈랑대원들은 놓치지 않았다.

쉬익!

아래서부터 위로 솟구치는 혈랑대원의 검격. 남궁지는 그 일격을 완벽히 방어해 낼 수 없음을 직감했다.

피할 수 없는 검격에 남궁지는 소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날아드는 검을 쳐내지 않고 먼저 검을 찔러 넣었다.

‘살을 내주고서라도 뼈를 취한다!’

남궁지의 일직선을 그리며 최단거리로 나아갔다. 혈랑대원 또한 검로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남궁지를 향해 뻗었다. 이윽고 서로를 향해 날아든 검은 아슬아슬하게 교차됐다.

그때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운이 두 사람을 향해 쏘아졌다.

콰과과광!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은 혈랑대원은 물론 남궁지조차 반응할 수 없는 속도였다. 두 사람 가운데로 떨어진 그 기운은 곧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의문의 기운의 담긴 힘은 얼마나 강대한지, 남궁지는 폭발의 여파로 한참이나 멀리 튕겨나갔다.

“콜록! 콜록!”

간신히 낙법을 취해 바닥에 착지한 남궁지가 연신 기침을 뱉었다.

이내 그의 시선이 의문의 기운이 쏘아진 방면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칠 척이 넘는 길이에 거대한 창이 지면에 박혀 있었다. 마치 스스로 범상치 않음을 증명하듯, 그 창에는 불길한 묵색기운이 감돌았다.

천하에 저렇게 강대한 기운을 지닌 창은 단 한 자루밖에 없었다.

‘염옥창!’

이내 폭발의 여파속에서 염옥창의 주인, 진무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면이 있는 얼굴이군. 네가 왜 여기 있는 거냐?”

남궁지가 몸을 일으키며 진무량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소만.”

남궁지는 진무량의 출현을 경계했다. 사정이 있었다고는 하나, 어쨌든 그는 마교의 인물.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진무량은 입가에 비웃음을 띠운 채 말했다.

“네가 살아 있는 것이 나의 대답이다.”

남궁지는 진무량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했다.

염옥창이 지면이 아닌 자신의 심장으로 날아들었으면 어땠을까?

솔직히 무사히 받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궁지의 생각이 끝나기 전, 혈랑대원이 방심하고 있는 진무량의 등 뒤에서 달려들었다.

남궁지가 진무량을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조심하시오!”

혈랑대원은 단숨에 진무량의 몸통을 관통해 버릴 기세로 치고 들어왔다. 허나 그의 검끝은 허공을 갈랐을 뿐이었다.

방금 전까지 눈앞에 있던 진무량은 마치 바람처럼 사라진 뒤였다. 혈랑대원은 즉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남궁지 근처에 있는 진무량을 찾아냈다.

진무량은 눈앞에 혈랑대원들에게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혈랑대원들은 눈곱만큼도 위협적이지 않았으니까.

진무량은 태연자약한 어조로 남궁지를 향해 말했다.

“뭘 조심하란 거야?”

남궁지는 머쓱한 듯 작아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냥 혼잣말이었소.”

진무량은 땅에 박힌 염옥창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단숨에 염옥창을 뽑아 들었다.

“자세한 사정은 이놈들을 처리하고 난 뒤에 듣도록 하지.”

“만만한 자들이 아니오. 무엇보다 이 진법은…….”

진무량은 힐끗 뒤를 돌아 남궁지를 쳐다보았다.

“거기 얌전히 있어. 금방 끝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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