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서전 (2)
2018.03.08.
묵위현의 명령에 따라 가장 먼저 움직인 타격대는 뇌검대(雷劍隊)였다. 영사문 내에서도 최고의 신속함을 자랑하는 그들은 단숨에 적을 발견했다.
뇌검대주 상충(桑忠)은 은밀한 손짓으로 부하들에게 대기의 뜻을 알렸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곁에 있던 수하에게 물었다,
“놈들의 숫자는 얼마나 되는가?”
“열 명 남짓으로 파악됩니다.”
상충은 현 상황이 적을 기습하기에 최적의 때라고 판단했다.
영사문과 구중련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일전을 치르지 않았다. 서로 피해를 최소화한 채 적을 섬멸할 방법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시국에 갑작스러운 기습은 분명 대비하기 쉽지 않을 터.
마음을 정한 상충은 조심스레 검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단번에 검을 뽑아들며 외쳤다.
“지금이다! 쳐라!”
사방으로 흩어져 있던 뇌검대 인원들은 순식간에 적을 향해 돌격했다.
가장 먼저 구중련의 무인과 마주한 상충은 손에 쥔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이윽고 혼신의 힘을 담아 상대에게 일격을 가했다.
챙!
당황한 틈을 타 단숨에 목숨을 앗아가거나 치명상을 입힐 생각으로 날린 상충의 일격. 허나 구중련의 무인은 너무나 손쉽게 그 공격을 막아 냈다.
“실력으로 안 되니 같잖은 수를 쓰는구나.”
서로 검을 맞댄 채 구중련의 무인이 입을 열었다. 이윽고 그는 힘으로 상충을 튕겨 내 버렸다.
구중련의 무인이 상충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허나 네놈들이 무슨 수를 쓴다 해도 우리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구중련은 수백 년간 음지에 숨어 강호를 노려 왔다.
그들은 그 긴 세월을 결코 쓸모없이 낭비하지 않았다. 언젠가 이룰 대업을 위해 힘을 기르고, 꾸준히 그 세력을 늘려 갔다.
특히 그중에서도 적무혁이 직접 길러낸 불귀대(不歸隊)는 무력으로서 최고로 꼽힌다. 그들은 사파의 양대 기둥이라 불리던 흑진방을 철저하게 깨부쉈다.
물론, 지금 영사문과 대적하는 이들 또한 모두 불귀대의 일원들이었다.
상충은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기습을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수하들은 불귀대에게 명백히 밀리는 형세였다.
예상보다 상대의 실력이 월등히 강했으나, 적을 눈앞에 두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적포신군의 연설을 들었을 때, 이 한 목숨 다 바쳐 적을 섬멸하기로 결심하지 않았던가.
당장의 최선책은 한 놈이라도 더 많이 저승길로 데려가는 것뿐.
상충이 우렁찬 외침으로 수하들을 격려했다.
“모두 물러서지 마라! 놈들에게 영사문의 투지를 똑똑히 보여 줘야 할 것이다!”
이윽고 뇌검대와 불귀대의 무인들이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야말로 수십 명이 어우러진 혼전.
한참동안 적과 겨루던 중, 상충은 뒤에서부터 날아든 검격에 허리를 베였다.
상충은 고통을 삼키면서 끝까지 검을 휘둘렀다. 허나 다량의 출혈과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점차 움직임이 둔해질 수밖에 없었다.
휘이익!
그 순간, 두 명의 불귀대원이 동시에 상충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젠 끝인가.’
콰과과광!
상충이 최후를 직감했을 때, 그의 주변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콜록. 콜록.”
폭발의 여파에 휘말린 상충은 연신 기침을 뱉었다.
원인 모를 폭발에 의문을 가진 것도 잠시, 곧 투박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두두두두두!
검은 흑마에 올라탄 자는 진무량이었다.
그는 검게 타오르는 듯한 염옥창을 한 손에 쥔 채, 무서운 속도로 흑마를 몰았다.
콰드득!
염옥창은 앞을 가로막는 불귀대원의 심장에 틀어박혔다.
진무량은 전혀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말을 내달리게 했다.
불귀대원들은 사력을 다해 진무량을 막아서려 했으나, 염옥창에 갈가리 찢겨 나갈 뿐이었다.
부상당한 상충은 적과 겨루는 것조차 잠시 잊은 채, 진무량의 압도적인 무위를 지켜보았다.
‘저자가 바로 귀혈악인……!’
자신과 뇌검대가 그토록 고전했던 불귀대. 그런 자들이 진무량의 염옥창을 채 한 번도 받아내지 못하고 쓰러져 갔다.
감히 범접할 수조차 없는 무(武). 진무량으로부터 느껴지는 건 오직 그 한 가지뿐이었다.
순식간에 동료들이 당하자, 위기를 느낀 대여섯 명의 불귀대원들이 동시에 진무량에게 달려들었다.
스스스스.
그 순간 불길한 묵색 기운이 진무량의 몸 주변에서부터 피어올랐다.
이내 염옥창의 창끝으로 빨려들기 시작한 묵색 기운은 점차 형상을 띤 강기로 변해 갔다.
‘용형십삼식 삼식 천공포!’
콰아아아앙!
내뻗은 염옥창의 궤적에 따라 쏘아진 묵색강기는 가로막는 모든 것을 철저하게 파괴했다.
불귀대원들은 급하게 내력을 끌어올리며 대항하려 했으나, 진무량이 쏘아낸 강기를 받아 내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결국 손에 쥔 검이 산산조각나면서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순식간에 불귀대원들을 모두 정리한 진무량은 말을 몰아 상충을 향해 다가갔다. 주변에 있던 뇌검대원들을 훑어본 뒤에 진무량이 입을 열었다.
“네가 이들을 이끄는 수장인가?”
“그, 그렇소.”
상충은 말을 더듬었다. 아무리 아군이라 하지만 진무량으로부터 느껴지는 공포를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무량은 덤덤히 용건을 전했다.
“여기서 북동쪽 방면으로 가다 보면 네 동료들이 있을 것이다. 고전하고 있을 테니 즉시 도우러 가.”
“그대는 같이 가지 않는 것이오?”
“나는 따로 도울 곳이 있다. 북동쪽의 적들은 인원이 많지 않으니, 너희의 가세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진무량의 통찰은 드넓은 전장 전체를 꿰뚫어 보았다.
돌멩이를 두면서 치렀던 모의전을 통해 묵위현이 영사문의 무인들을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 가능했다.
선공을 취했으니, 구중련의 세력들도 분명 반격에 나설 터.
진무량은 영사문의 움직임을 토대로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 반격을 가할지 미리 추측해 나갔다. 거기에 확신을 더하기 위해 홀로 말을 몰면서 전장을 누볐다.
그로 인해 점차 구중련 무인들의 움직임을 한발 먼저 파악해 나갔다.
그는 상대와 전력 차이가 가장 심한 곳을 찾아 뇌검대를 구했다. 이미 진무량의 머릿속에는 영사문 무인들을 도우면서 움직일 경로가 완벽하게 그려진 상태였다.
진무량은 저 멀리 보이는 가파른 능선을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그러고는 상충을 향해 마지막 용건을 전했다.
“그럼 서두르도록.”
진무량은 바람처럼 말을 몰아 순식간에 상충의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 * *
수일 동안 전해진 잇따른 패전 소식에 적무혁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어찌 영사문 따위를 상대로 이렇게 고전할 수 있단 말이냐?”
적무혁이 뿜어내는 투박한 살기로 인해 측근들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적막한 침묵만이 감돌던 때, 과거 백살대의 부대주이자 사일성의 수하였던 엄성천이 나섰다.
“가장 큰 문제는 진무량의 존재입니다. 놈이 적재적소에 나타나는 바람에 매번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적무혁 또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당장 진무량을 찾아가 놈을 아작 내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애써 화를 삭이며 적무혁이 물었다.
“묵위현의 위치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느냐?”
“그렇습니다.”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결정적 이유는 묵위현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무혁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진무량과 묵위현의 합공이었다. 개개인이라면 모를까, 두 사람이 합공을 펼친다면 쉽게 승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헌데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는 진무량과 달리 묵위현은 철저하게 모습을 숨기는 중이었다.
이를 통해 적무혁은 상대의 의도를 간파해 냈다.
진무량이 꾸미고 있는 계획은 명백한 유인책.
일부러 시선을 끌어 자신을 움직이게 한 뒤에 숨어 있던 묵위현과 합류할 생각임이 틀림없었다.
‘얄팍한 수작을 부리다니……!’
적무혁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상대의 계획에 약점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진무량에게 휘둘렸다고 하나,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는 없었다.
상대의 계획을 뛰어넘는 방법이 분명히 존재할 터.
한참동안 조용히 고민하던 적무혁이 눈을 번쩍 치켜떴다.
“당장 모든 불귀대원들을 양의산에서 물러나라 전하거라.”
갑작스러운 적무혁의 발언에 엄성천은 화들짝 놀랐다.
“설마 이대로 도망칠 생각이십니까?”
적무혁은 가당치도 않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영사문 따위를 상대로 내가 도망칠 것 같으냐? 모든 것은 진무량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놓을 수 있는 작전일 뿐이니라.”
지금 위치한 양의산에서 도망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상대에게 약점을 보이기 위함.
적당히 빈틈을 보이며 도망친다면 진무량은 반드시 추격해 올 것이다. 여태까지 빈틈이 보이면 집요하게 달려들었던 것처럼.
허나 그 모든 건 겉으로 꾸며진 함정일 뿐.
적무혁은 엄성천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나는 따로 대원들을 이끌고 근처에 있는 자운곡에 가 있겠다. 너는 그저 열심히 도망치는 척하면서 자운곡으로 진무량을 유인하면 된다.”
이 인근을 벗어나면 자연스레 진무량과 묵위현의 거리도 멀어질 터. 당연히 도와주러 오는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불귀대를 통해 주변을 철통같이 지키면 묵위현의 합류를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다.
그 사이에 진무량을 없애 버린다면 앞으로 영사문과의 결전은 훨씬 더 쉬워질 터.
적의 유인책을 역으로 이용해서 상대를 꾀어낸다.
‘진무량, 너는 내가 파놓은 함정을 피해 갈 수 있겠느냐?’
* * *
콰드득!
창날이 뼈를 꿰뚫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왔다.
엄성천은 뒤쪽에서 숨지는 동료들의 죽음을 애써 무시한 채 더욱 빨리 경공을 펼쳤다.
진무량을 자운곡으로 유인하는 적무혁의 작전은 완벽히 들어맞았다.
다만 예상보다 그 과정에서 진무량에게 입는 피해가 극심했다. 유인을 담당한 불귀대원 대부분이 추격해 오는 진무량을 떨쳐내지 못하고 싸늘한 시체가 된 것이다.
‘네놈이 날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엄성천은 더욱 빠르게 경공을 펼쳤다. 그리고 마침내 미리 계획했던 자운곡으로 진무량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멈칫.
사방에서 느껴지는 살기를 감지한 진무량은 추격을 멈춘 채 제자리에 서서 주변을 살폈다.
“역시 함정이었나?”
전력으로 도망치던 엄성천은 언제 그랬냐는 듯, 뒤를 돌아 진무량을 노려보았다.
“흥, 이제 와서 알아차려도 너무 늦었다.”
자운곡에 매복해 있던 무인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나타난 이는 적무혁. 그는 단숨에 절벽을 뛰어내려 열 걸음 정도의 거리를 두고 진무량과 마주했다.
눈앞에 적무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진무량이 입을 열었다.
“다시 만났군. 운 좋은 놈.”
“본좌가 운이 좋다?”
의문을 나타내는 적무혁을 향해 진무량이 지체 없이 대답했다.
“그래. 저번에 내 심기를 거슬리고 살아 돌아갔으니 굉장히 운이 좋았던 거지. 허나 이번에는 그 운이 따라 주지 않을 거야.”
적무혁은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진무량을 향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 네놈이 처한 신세를 정말 모르는 게냐? 아니면 죽을 때까지 허세를 부려 볼 생각인가?”
“아쉽지만 둘 다 틀렸군.”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을 지운 적무혁은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 댔다.
“그도 아니면 네놈의 얄팍한 수작이 틀어지자 실성이라도 한 게냐?”
“얄팍한 수작? 네가 생각하는 얄팍한 수작이 뭐지?”
“본좌를 유인하여 적포신군과 합공을 펼칠 계획이 아니었더냐?”
진무량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는 특유의 짙은 비웃음을 지었다.
“혼자서 망상에 빠졌던 건가. 처음부터 네놈을 상대로 합공을 펼칠 생각 따윈 없었어. 네놈은 내가 직접 손봐줘야 직성이 풀릴 것 같거든.”
미간의 깊은 주름이 잡힌 적무혁이 물었다.
“그래서 함정인 걸 알면서도 나를 찾아온 건가?”
“더 정확히는 네놈이 이런 함정을 파길 기다리고 있었지. 예상보다 네놈들의 움직임이 너무 굼떴어.”
진무량의 건방진 언사를 참지 못한 적무혁은 목소리의 내공을 담아 사자후를 내뱉었다.
“갈! 네놈의 오만불손이 지나치구나! 정녕 본좌와 불귀대원들을 상대하여 이길 수 있다 여기는가!”
심후한 내력이 담긴 적무혁의 사자후는 듣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파괴해 버린다.
주위에 있던 불귀대원들조차 순간 아득해지는 정신을 다잡기 위해 애를 써야 할 정도였다.
허나 정작 가장 근거리에서 적무혁의 사자후를 들은 진무량은 피해를 입기는커녕, 작은 표정의 변화조차 없었다.
진무량은 덤덤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럴 자신이 없었다면 네놈 앞에 나서지도 않았겠지.”
머리끝까지 화가 난 불귀대원들은 적무혁보다 한발 먼저 움직였다.
가장 먼저 나선 엄성천은 검을 뽑아들며 주변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당장 저 놈을 쳐 죽여라!”
엄성천으로 포함한 수십 명의 불귀대원들은 단숨에 진무량을 포위하여 합격진을 펼쳤다. 그들이 펼친 합격진은 금쇄비사진(禁碎飛蛇陣).
미리 훈련된 검로가 진무량의 사혈을 향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진무량은 허리를 굽히며 땅에 맞닿을 듯 자세를 낮췄다. 이윽고 회전하기 시작한 진무량의 신형.
극한의 쾌에 회전의 묘가 실리니 날아드는 불귀대원들의 검이 모조리 튕겨 나갔다. 팔방에서 휘몰아치는 공격을 모조리 튕겨 내는 진무량의 초식, 등마회륜참이었다.
채재재재재쟁!
방어는 공격의 틈을 만드는 법.
진무량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중으로 신형을 날렸다.
염옥창의 창끝에는 어느새 묵색 기운이 잔뜩 모여들어 있었다.
이윽고 검게 불타는 듯한 염옥창을 휘두르자 반달 모양의 궤적이 그려졌다.
그곳에서부터 쏘아진 다섯 갈래로 쏘아지는 묵색 강기!
‘용형십삼식 육식 오성마참!’
다섯 갈래로 쏘아진 묵색 강기는 단숨에 주변 십여 장을 초토화시켜 버렸다.
불귀대원들은 서둘러 내력을 끌어올리며 반탄기공을 펼쳤으나, 진무량의 강맹한 기운을 온전히 막아 내기는 무리였다. 이미 꼼짝할 수 없을 정도의 중상을 입은 그들은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직격을 피한 엄성천은 홀로 진무량을 향해 달려들었다.
기습적으로 진무량의 하반신을 노린 엄성천의 일격은 여지없이 염옥창에 막혔다.
“끈질긴 놈이군.”
진무량이 엄성천을 밀어내려 할 때, 예상치 못한 방면에서 강기가 날아들었다.
강기를 쏘아낸 장본인은 적무혁. 그가 강기를 날린 방향은 수하인 엄성천의 등 뒤였다.
파아아아!
쏘아진 적무혁의 강기는 엄성천의 등을 관통하며 진무량을 덮쳤다.
진무량은 순식간에 무영섬전보를 펼쳐 적무혁의 강기를 피해 냈다.
그런 뒤 매서운 눈길로 적무혁을 쏘아보았다.
“이런 놈이란 걸 미리 알았기에 망정이지, 꼼짝없이 당할 뻔했어.”
“본좌의 명령 없이 나섰다가 어이없는 추태를 보인 점, 백번 죽어도 용서가 되지 않지. 그나마 네놈의 팔 한쪽이라도 얻었다면 용서해 보려 했거늘, 그조차 실패했군.”
진무량의 입에서 딱딱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도 그리 좋은 놈은 아니지만, 네놈은 정말 역겹군.”
적무혁은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해 허리춤에서 반월도를 꺼내 들었다.
“보아하니 전에 만났을 때와 비교해 그다지 나아진 점이 보이지 않는구나. 그럼에도 감히 내 앞에 겁 없이 나선 게냐?”
“쓸데없는 말이 많군. 네 질문에 대한 답은 나의 창으로 해 주지.”
진무량은 단숨에 마공을 끌어올렸다. 어지러이 날뛰는 마공은 제멋대로 폭주하면서 그를 심마에 빠뜨렸다.
진무량은 폭주하는 마공을 조절하기 위해 단전 속에 있는 유월천의 기운을 운용했다.
이 순간을 위해 그동안 수없이 연마했던 새로운 방식의 내공 운용. 그로 인해 진무량은 심마에 빠진 상태로도 전혀 의식을 잃지 않았다.
폭주하는 마공을 완벽하게 조절하게 된 진무량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무 금방 쓰러지지는 마. 네놈을 통해 시험해 볼 것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