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난입
2018.01.07.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장식품들이 가득한 현운각 내부.
수백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현운각에는 세로로 길게 이어진 탁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탁자를 중심으로 각자에 자리의 위치한 마교의 무인들. 그들은 모두 마교에서 내로라하는 세력들의 수장들이었다.
무를 숭배하는 마교의 기본적인 이념은 한 가지였다.
강한 자가 곧 정의라는 것.
기본이 되는 그 이념에 따라 마교는 철저하게 상하관계를 구분했다.
그리하여 현운각 내에서의 자리도 철저하게 나눴다.
당연히 가장 상석은 마교의 교주만이 앉을 수 있는 특별한 자리가 배치되어 있었다.
바로 그 옆에 자리한 네 개의 의자. 그곳에 주인은 사대신마였다.
허나 이번 현운각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그 자리들이 모두 비어 있었다.
호랑이가 없으면 여우들이 설친다고 하던가.
평소에는 쥐죽은 듯 조용했던 자들이 이번에 회의에서는 목청껏 소리를 높였다.
“언제까지 결정을 미루기만 할 수는 없지 않겠소? 이곳에서 진무량에 대한 처벌을 확실하게 정해야만 하오!”
수많은 군중 속에서도 가장 열띠게 의견을 표출하는 이는 바로 독고혈랑 마철이었다.
그는 백철우와 절친한 관계로, 일전에 그와 함께 세웠던 계획을 앞장서서 수행하는 중이었다.
마철이 주위를 살피는 척 슬쩍 눈치를 보내자, 철왕부 내에서 회동을 가졌던 인물들이 한 명씩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는 예전에도 마교 내에서 혼란을 조장하는 위험한 자였소.”
“이참에 그를 마교에서 아예 추방해 버려야 할 것이오!”
격한 언변들이 난무하자, 중립을 지키고 있던 세력의 수장이 나섰다.
“말씀들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니오? 비록 이번에 문제가 있었으나, 사대신마를 마교에서 추방한다니……. 그게 얼마나 예민한 문제인지는 알고 있소?”
교주를 제외하고 마교에서 가장 높은 직위인 사대신마.
그런 직위에 있는 진무량을 추방시킨다는 건 결코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허나 백철우와 뜻을 함께한 자들은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지 않았다.
진무량을 마교에서 추방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아니, 앞으로 이런 기회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고 봐야 옳다.
행적을 전혀 알 수 없는 수상한 진무량의 과거. 더불어 이번 회의에는 교주를 비롯한 사대신마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진무량을 실각시킬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
침묵하고 있던 흑사령 단륵이 나섰다.
물론 그는 이미 철왕부 내에서 열린 회동에 참석했던 자였다.
“그러니까 이번 회의에서 진무량의 처우를 결정하자는 것이 아니오? 어쨌든 그의 지난 행적에 대해 아는 자가 있소?”
“…….”
단륵이 던진 질문은 누구도 대답할 수 없었다. 자연스레 조용해지는 장내.
“검선에게 죽었다는 소문이 이미 널리 퍼졌거늘, 그때는 뭘 하다가 이제야 모습을 드러냈느냔 말이오.”
단륵은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뜻을 확고하게 밝혔다.
“자세히 따져 보지 않아도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오. 그런 자를 다시 마교로 들일 수는 없소!”
좌중이 조용해지자, 마철이 열렬하게 동조하고 나섰다.
“흑사령의 생각이 바로 내 뜻과 같소!”
점차 묘해지는 분위기. 그것은 좌중들이 단륵의 언변에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때 한 사내가 단륵의 의견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당장 추방을 정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오.”
그의 이름은 파운신검 여도강. 천군위의 호위를 책임지는 직무를 담당하는 자였다.
여도강이 말을 이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우선 교주님께 자세한 사실을 알리는 것이 우선이오.”
마철은 드러나지 않게 코웃음을 쳤다.
여도강이 자신들의 뜻에 반대할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일전에 여도강은 진무량을 비호하면서 백철우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던 사내.
그가 나설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그에 따른 대비책도 마련해 두었다.
“교주님께는 늘 그렇듯,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을 전달해 드리면 될 것이오.”
마철은 과장된 몸짓으로 좌중들을 훑어보면서 말을 이었다.
“여기 모인 분들 중에 한가한 사람은 한 명도 없소. 당연히 이런 자리를 다시 만들기 힘들 터. 그러니까 여기서 확실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오!”
여도강은 인상을 찌푸리며 침묵을 지켰다.
그의 눈에는 마철과 단륵을 비롯한 몇몇의 인사들이 암약을 맺은 사실이 훤히 보였다.
마철과 단륵이 앞장서서 의사를 밝히면, 나머지 인사들은 은밀히 주변사람들을 선동하고 나섰다.
또한 그들은 전부터 멸천대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던 자들. 그런 자들의 의도를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허나 상대의 의도를 파악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철과 단륵을 따르는 인사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다수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대다수의 인원이 억지로 밀어붙이면, 그들이 내세우는 뜻은 힘을 가지게 돼버린다.
설령 그 뜻이 명백히 잘못되었다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다수가 밀어붙이는 의견은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쉽사리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그에 따라 중립을 지키던 사람들 또한 휘둘리기 마련. 그렇게 다수의 뜻은 올바른 뜻으로 변질돼 버린다.
그렇기에 다수의 힘이 무서운 것이다.
다수의 뜻은 결국 옳은 뜻이라고 비춰지기에.
‘교주님께 따로 보고를 올려야 하는가.’
이 흐름대로라면 진무량이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거대한 힘의 출현이 필요했다.
마철과 단륵이 만든 흐름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 있을 만한 힘. 허나 그런 영향력을 지닌 자가 갑자기 나타날 가능성은 없었다.
끼이이이익-!
비명소리를 방불케 하는 마찰음과 함께 현운각의 두꺼운 철문이 열렸다.
기이한 상황에 좌중들의 시선이 단번에 집중됐다.
“허억!”
마철은 저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졌다.
열린 철문 사이로는 늠름한 자태로 서 있는 진무량이 보였기 때문이다.
진무량은 자신에게 집중된 수백 명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이런, 진지한 회의 중에 내가 방해를 한 건가?”
진무량 특유의 천연덕스러운 어조.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다들 어안이 벙벙했지만, 차츰 한 명씩 정신을 차려갔다.
그리고는 현운각에 모인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멸천대주를 뵙습니다.”
원로들을 비롯한 몇몇의 노인들은 직접 머리를 조아리지는 않았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진무량에게 정중하게 예를 취했다.
당연히 그중에는 마철과 단륵도 포함되어 있었다.
뒤에서는 마음껏 진무량을 모함할 수 있었을지 모르나, 실제로 마주하게 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들과 진무량의 직위는 차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 진무량을 마교의 배신자로 확실하게 낙인찍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그의 신분은 사대신마. 마철과 단륵은 감히 쳐다볼 수조차 없는 존재인 셈이다.
그런 그들이 진무량에게 예를 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도리였다.
진무량은 딱히 인사에 대답하지 않은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한 곳은 사대신마를 위해 마련된 자리.
당장 현운각에 모인 인사들 중에서는 가장 상석에 위치한 곳이었다.
탁.
의자를 뺀 진무량은 당연하다는 듯 그 자리에 앉았다.
수백 명의 인파를 내려 보며 진무량이 입을 열었다.
“왜 다들 갑자기 이렇게 조용해진 건가? 밖에서 들었을 때는 아주 활발한 토론이 펼쳐지고 있던데.”
뜨끔한 마철과 단륵은 서둘러 진무량의 시선을 피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백철우에 대한 원망뿐이었다.
‘젠장, 놈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게야!’
‘진무량을 죽일 수 있다고 그토록 큰소리치더니……!’
마철과 단륵의 속내를 읽기라도 한 듯, 진무량의 시선이 그들이 있는 곳을 향했다.
“특히 거기 두 놈. 쉼 없이 입을 놀리던데, 무슨 열변을 그리 토했는지, 내 앞에서도 한번 말해 봐.”
마철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지금까지 모두 진무량을 모함하는 말뿐이었거늘, 당사자 앞에서 어찌 똑같이 행동할 수 있을까.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진무량은 이미 자신을 의심하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은 언변으로 그를 난처하게 만드는 것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마철이 입을 열었다.
“저는 단순히 지금까지 벌어진 일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고 있었을 뿐입니다.”
진무량은 가소롭다는 듯 비웃음을 지으며 마철의 말을 기다렸다.
“멸천대주께선 검선에게 패했다고 알려진 뒤, 삼 년 동안 뭘 하고 있으셨습니까?”
마철의 질문에 진무량이 대답했다.
“내가 그걸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가?”
진무량의 반응에 마철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설명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여기 모인 사람들이 모두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멸천대주께서 삼 년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그게 아니지. 말은 똑바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진무량은 확고한 어조로 마철의 의견을 반박했다.
“내가 삼 년 동안 뭘 했든 간에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결국 네놈이 의심하는 건 내가 마교를 배신했는지에 대한 것이 아닌가.”
“…….”
“내가 배신자라고 의심된다면 거치적거리는 정파의 문파들을 말해. 그들을 모조리 멸문시켜 하찮은 의심을 없애 줄 테니까.”
흔들림 없는 진무량의 답변에 마철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이런저런 설명을 늘어놓았다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았을 것이다.
허나 진무량은 스스로의 결백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뜻을 알렸다.
여기서 수백 마디의 말로 진무량의 의심을 증폭시킨다 하더라도, 그가 몸소 문파 하나를 멸문시켜 버리면 그 의심은 의미가 없어진다.
게다가 진무량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
‘여기서 진무량을 더 의심하는 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짓이다.’
마철이 난처함을 드러내고 있을 때, 단륵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제가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진무량은 단륵에게 계속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멸천대주께선 이곳으로 오던 중에 승천마도와 조우하지 않았습니까?”
진무량은 태연스레 대답했다.
“그래, 백철우 그놈은 철왕부를 이끌고 내 앞을 막아서더군. 그래서 백철우를 포함한 철왕분 전원을 모조리 죽였다.”
흠칫.
순간적으로 단륵의 몸이 경직됐다.
백철우가 진무량을 죽이겠다고 큰소리 쳤기에 분명 분쟁이 일어나리라 예상했다. 허나 철왕부의 전멸까지는 생각지 못했다.
백철우와 긴밀히 주고받던 연락이 끊기지가 불과 하루가 지나지 않았거늘…….
당황스럽긴 했지만 진무량이 같은 마교 소속의 무인을 죽인 건 분명한 사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좌중들의 의심을 키워야 했다.
“어째서 승천마도를 죽인 겁니까? 그는 전부터…….”
진무량은 단칼에 단륵의 말을 잘랐다.
“이번에는 내가 되묻지. 예전부터 내가 시비를 걸어오는 상대를 무사히 보내준 적이 있던가?”
“……없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놈은 나를 배신자 취급하며 덤벼 왔고, 그에 따라 마땅한 응징을 해 준 것일 뿐이다.”
“허나…….”
단륵의 말을 무시하며 진무량은 보란 듯이 말을 이었다.
“내 수하가 알아보니, 백철우 그놈은 나를 배신자로 몰아가기 위해 은밀히 회동을 연 적이 있다더군. 그곳에 참석한 이들을 알아보고 있으니, 곧 진위를 파악할 수 있겠지.”
진무량이 마철과 단륵을 번갈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때는 내 직접 그곳에 참석한 이들을 붙잡아 증인으로 세우도록 하지.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마철과 단륵은 이마에서뿐 아니라, 온몸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껴야 했다.
물론 백철우와 뜻을 함께한 다른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정리되자 진무량은 돌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할 말은 다한 것 같군. 지루한 건 질색이니 난 먼저 일어나겠다.”
그 말을 끝으로 진무량은 당당하게 현운각을 빠져나갔다.
그가 나간 뒤에도 얼마간 회의가 더 지속됐으나, 두 번 다시 진무량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다.
* * *
현운각의 회의장을 빠져나온 진무량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멸천대를 찾아갔다.
그러고는 곧바로 유서하의 위치를 물어, 그녀가 있는 의방으로 향했다.
의방의 위치는 진무량이 익히 아는 장소였다. 그곳은 추연희가 운영하는 의방이었으니까.
진무량은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의방으로 향했다.
그는 모든 일처리를 최대한 서둘렀다. 헤어지기 전, 의식을 잃었던 유서하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급하게 말을 달려 이동한 진무량은 금세 의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무량은 곧바로 유서하가 머무는 방을 찾았다.
“…….”
눈으로 유서하의 모습을 확인하자,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녀의 안색이나 호흡 모두 정상이었고, 진맥을 했을 때도 특별한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진무량은 그제야 자신의 행색이 눈에 들어왔다.
철왕부와의 격전부터 시작해서 현운각을 찾기까지 한순간도 쉰 적이 없었다.
의복에는 흙먼지와 피가 잔뜩 묻어 있는 상태.
유서하의 간병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의복 정도는 갈아입어야 했다.
그렇게 유서하의 방을 나와 복도를 걸어 나갈 때, 진무량은 저 멀리서 익숙한 신형을 확인했다.
그녀는 바로 추연희였다.
얼마 전에 의식을 되찾은 추연희는 의방에서 진무량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진무량의 얼굴을 확인하자, 추연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살아 계셨군요.”
“……그래.”
그동안 추연희는 자신의 탓으로 진무량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여, 한시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없었다.
숱한 마음고생 끝에 드디어 진무량을 만난 것이었다.
그럼에도 추연희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오랜 투병생활 때문일까. 그녀는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어렵사리 추연희가 말을 꺼냈다.
“잠깐 좀 봐요.”
주변에 있는 빈방으로 향한 진무량과 추연희는 다탁을 두고 서로 마주 앉았다.
진무량이 먼저 추연희를 향해 말을 걸었다.
“연락을 못한 건 미안해. 꽤 복잡한 사정이 있었어.”
“이렇게 살아 돌아왔으니까 됐어요.”
복잡한 감정이 차오르는 듯, 추연희는 잠시 말을 멈췄다.
허나 그것도 잠시일 뿐, 그녀는 그간 진무량에게 했던 걱정들을 하나씩 쏟아냈다.
“그간 밥은 잘 먹도 다닌 거죠? 어디 특별히 다친 데는…….”
“걱정이 지나친 걸 보니, 너도 여전하네.”
진무량은 가볍게 웃음을 지은 뒤,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서하의 상태는 어때? 작은 문제라도 있으면 내게 알려줘.”
멸천대원에게 들은 것이 있기에, 추연희는 유서하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제가 살펴봤을 때도 큰 문제는 보이지 않았어요. 헌데 그 여인은 누구예요?”
진무량은 잠시 어떻게 대답할지 망설였다. 그것도 잠시, 그는 곧 확고한 어조로 대답했다.
“내게 있어 아주 소중한 사람.”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황한 쪽은 추연희였다. 그녀는 얼떨떨한 목소리를 냈다.
“저한테 그렇게 소개한 사람은 처음인 것 같네요.”
“그러니까 특별히 신경 써서 좀 봐줘.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곧바로 알려주고.”
진무량이 안심할 수 있도록 추연희는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지금까지와 달리 진무량은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이내 마음을 확고하게 정한 뒤, 그가 말했다.
“날 진찰해 줘. 지금 난 특이한 내상을 입은 상태야.”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진무량이 말을 이었다.
“그 내상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