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약점
2017.12.31.
점점 더 고조되어 가는 멸천대와 철왕부의 격전.
수백 명의 무인들이 어우러져 생사를 건 사투가 연이어 펼쳐졌다.
울창한 숲속에 풀잎에는 선혈이 낭자했고, 차가운 흙바닥에는 눈을 감지 못한 시신들이 쌓여 갔다.
멸천대와 철왕부가 처음 격돌했을 때만 하더라도 어느 한쪽이 큰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허나 승리의 방향은 갈수록 명백하게 멸천대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진무량의 뛰어난 지휘력이었다.
그는 적재적소에 멸천대원들을 배치하여 철왕부를 철저하게 옭아맸다.
덕분에 철왕부의 노림수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와 반대로 멸천대는 점점 철왕부를 포위하면서 사방에서 격렬한 맹공을 퍼부을 수 있었다.
진무량은 직접 말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멸천대를 지휘했다. 그는 이동 중에 시선을 산기슭으로 돌렸다.
‘아직인가.’
멸천대가 철왕부를 몰아붙이는 형국이긴 하나, 그 과정에서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완벽하게 승리를 결정짓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한 가지 남아 있었다.
그리고 곧 진무량이 애타게 기다리던 신호가 보였다.
시선을 두었던 산기슭에서 불길이 치솟은 것이다.
위지운과 주백기를 따로 보내면서 미리 정했던 약속. 지금의 불길은 백철우를 두 사람이 쓰러뜨렸다는 것을 나타내는 신호였다.
진무량은 즉시 뒤를 따르는 멸천대원들을 향해 명령했다.
“지금부터 백철우가 죽었다는 사실을 퍼뜨린다. 그리고 지금 대기하고 있는 예비대를 모두 불러와.”
백철우의 죽음은 그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터. 지금이야말로 철왕부를 완전히 몰살시킬 수 있는 적기였다.
이 기세를 타면 멸천대의 승리는 확실했다.
“이제부터는 전 방위에서 공격을 펼칠 것이다. 전원 눈앞에 적을 철저하게 섬멸하라.”
“존명!”
뒤를 따르던 멸천대원들은 진무량의 명령에 따라 즉각 움직였다. 수십 기의 기마가 순식간에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때 멸천대의 전령이 긴급하게 진무량을 향해 다가왔다.
“대주님, 긴급한 보고입니다!”
진무량은 전령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는 부상당한 대원들과의 연락 임무를 맡은 자.
자신이 아무런 명령도 내리지 않았거늘, 그가 여기 있다는 것은 분명 그들에게 변고가 생겼음을 뜻했다.
“무슨 일이냐?”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듯, 멸천대의 전령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정체 모를 괴인이 난입해서, 지금 이 조장께서 큰 위기에 처했습니다.”
* * *
연시우를 비롯해 부상이 심한 대원들은 철왕부와의 분쟁에 참여하지 않고 따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위기는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온다고 했던가.
부상이 심한 멸천대를 찾아온 맹사의 존재가 바로 그러했다.
멸천대원들은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경비를 서는 중이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맹사는 일정한 걸음걸이로 다가갔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걸음걸이였다.
경계를 서던 대원들은 터벅터벅 다가오는 맹사를 경계했다.
얼굴에 긴 흉터가 가장 먼저 눈에 띠는 사내. 또한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위협적인 목소리로 경비를 서고 있는 멸천대원이 맹사를 향해 경고했다.
“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한다.”
맹사는 익살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멸천대원을 유심히 살폈다.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상처들. 지혈이 완전히 되지 않아서 피가 흐르는 검흔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보게, 그런 중상을 입었으면 어서 의원을 찾아가야지. 이런 데서 뭘 하고 있는 겐가?”
진심으로 걱정스러워 보이는 태도. 허나 겉으로 보이는 맹사의 모습들은 모두 거짓된 연기일 뿐이었다.
그리고 맹사는 곧 본색을 드러냈다. 느릿느릿하던 움직임이 완전히 돌변한 것이다.
맹사는 순식간에 왼쪽 발을 앞으로 내딛으며 두 명의 멸천대원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와 동시에 내지르는 맹사의 쌍장.
퍽! 퍽!
옆으로 팔을 쭉 뻗은 채 날리는 그의 쌍장은 정확히 대원들의 명치에 틀어박혔다.
차마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날렵한 움직임. 그에 반응하지 못한 두 명의 대원들은 그대로 절명했다.
“그러게 왜 그런 몸으로 경계를 서고 있었나. 얌전히 쉬고 있었다면 더 편하게 죽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맹사는 쓰러진 멸천대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시신이 되어 버린 그들의 몸은 차갑게 식다 못해 점차 딱딱하게 굳어 갔다.
맹사의 절기인 한빙신장(限氷神掌)에 당했을 때만 나타나는 독특한 반응이었다.
“아차,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맹사는 철왕부를 돕지 않고 따로 멸천대의 움직임을 감시했다. 그리하여 부상당한 멸천대원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진무량이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실제로 맹사는 멸천대와 철왕부의 분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은밀히 백철우와 밀담을 나누는 것까지 진무량이 파악한다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
목숨을 노리는 상대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빈틈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야말로 맹사의 특출한 장기였다.
“자, 그럼 이제부터 누구를 죽여 볼까.”
경계를 뚫고 들어온 맹사는 곧 여러 개의 천막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들은 멸천대가 임시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맹사는 흥미로운 듯 그 천막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앞을 연시우와 몇몇의 멸천대원들이 막아섰다.
맹사는 과하게 너스레를 떨었다.
“호오. 예상보다 빨리 날 찾아냈군.”
“대놓고 수상한 기척을 내는 상대를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맹사는 이곳을 찾아오기 전부터 어느 정도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하여 부상당한 멸천대원들을 통솔하는 자가 연시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범상치 않은 기도로 보아 자네가 연시우인가 보군.”
“…….”
“하하. 이거 잘됐군. 다른 놈들은 몰라도 진무량의 오른팔만은 반드시 꺾어 놓을 생각이었거든.”
연시우는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맹사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살폈다.
그와 달리 연시우는 맹사의 정체에 대해서 전혀 짐작되는 바가 없었다.
특유의 차가운 목소리로 연시우가 물었다.
“네놈은 누구냐?”
“에이, 알 만한 사람들끼리 왜 이러실까? 당연히 비밀이지.”
짐짓 과장된 연기를 하는 맹사. 허나 아주 찰나의 순간, 그를 감싸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정 궁금하면 나중에 저승에서 진무량에게 물어보도록 해.”
연시우는 상대의 도발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신중하게 맹사를 살폈다.
그는 겉으로 표출하고 있지 않을 뿐, 어마어마한 실력자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하필 이럴 때…….’
지금 자신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심각한 내상을 입은 건 아니지만, 외상만 따져봤을 때는 결코 가벼운 상처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무리하게 내력을 끌어올린다면 분명 몸이 견뎌 내지 못할 터.
허나 맹사는 온전한 몸 상태로 겨룬다 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가 분명했다.
연시우는 은밀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곧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호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즉시 호현에게 전음을 보냈다.
ㅡ너는 즉시 연희 소저를 데리고 여기를 떠나라.
ㅡ하지만…….
ㅡ내 명령을 따르지 않을 생각이냐?
머뭇거리는 호현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연시우는 다시 한번 그를 향해 전음을 보냈다.
ㅡ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연희 소저가 주변에 없어야 내 마음껏 싸울 수 있어서 그런 것이다.
ㅡ……알겠습니다.
호현과 전음을 마친 연시우는 곧바로 창을 사선으로 비껴들며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맹사는 가볍게 비웃음을 지었다.
“오늘따라 멸천대의 상태가 전부 좋지 못하군. 뭐, 그걸 알고 찾아온 거지만.”
“시끄러운 놈이군. 그 입 내가 다물게 해 주마.”
말이 끝나는 순간 연시우의 신형이 움직였다.
그의 긴 장창이 이리저리 휘며 맹사의 급소를 향해 나아갔다.
그에 따른 맹사의 대처는 완벽했다. 현란하게 상체를 비틀면서 연시우의 공격을 피해냈기 때문이다.
연시우는 다소 빈틈을 보이더라도 억지로 창을 뻗었다.
모든 것은 맹사를 왼쪽으로 유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곧 맹사의 신형이 왼쪽으로 쏠렸다.
그 순간 연시우의 왼손이 검게 물들었다. 이어지는 기괴한 소리.
스오오오오!
그 모든 것들은 흡마공을 펼치기 전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야말로 연시우의 필살의 무공.
‘마정대흡인(魔精大吸引)!’
철왕부의 고수 학륜을 한순간에 무력하게 만들었던 흡마공이 펼쳐졌다.
탁.
허나 맹사는 호락호락하게 당해 주지 않았다. 검게 물든 왼손에 붙잡히기 전, 오른손으로 연시우의 손목을 낚아챈 것이다.
“상대의 필살의 수를 경계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흡마공은 상대를 붙잡지 못하면 전혀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붙잡는 순간 어느 누구든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 흡마공의 치명적인 약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맹사는 이어서 연시우의 몸을 거칠게 밀어냈다.
“으윽.”
밀쳐내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연시우의 몸이 십 보 이상 튕겨나갔다.
맹사는 곧바로 내공을 운용했다. 그러고는 모든 내력을 손바닥에 실었다.
강맹한 그 기운은 점차 형상을 띠더니, 이내 강기로 변해 갔다.
“이걸 받아 낼 수 있을까?”
맹사는 강기가 실린 손바닥을 그대로 앞으로 뻗었다.
그에 따라 쏘아지는 맹사의 권강.
연시우는 그에 대항하기 위해 내력을 끌어올렸다.
허나 우려와 달리 맹사의 권강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지 않았다.
의문을 느낀 연시우는 맹사의 권강이 뻗어 나가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그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맹사의 권강은 호현과 함께 피신하고 있는 추연희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맹사가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네놈들이 전음을 주고받는 것 따윈 이미 알고 있었다고. 나와 마주하는 순간 피신시켜야 할 인물이라면, 미리 제거해 두는 게 좋겠지.”
평소의 차가운 인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연시우는 격분했다.
“젠장할!”
이미 날아가는 맹사의 권강을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은 전무했다.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다.
디리리리링―!
그 순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소리가 울려 퍼졌다.
ㅡ귀형음혼류 파음지망.
콰아아아아앙!
맹사의 권강은 추연희에게 다다르기 전에 허공에서 폭발했다.
그리고 곧 흩날리는 흙먼지 속에서 금을 켜고 있는 유서하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제 도움이 필요한 것처럼 보여서요.”
시종일관 여유가 가득했던 맹사의 인상이 처음으로 찌푸려졌다.
유서하의 신분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이전에 적무혁으로부터 정보를 얻었던 것이다.
빼어난 외모를 지녔으며 음공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 그것들로 미루어 봤을 때, 진무량이 납치한 검선의 여식이 틀림없었다.
그는 진무량과 유월천 사이에 비밀을 밝히기 위해 유서하를 붙잡으라는 뜻을 전한 적이 있었다.
그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기에, 유서하를 알아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이런 식으로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것 참, 오늘따라 찾고 있는 사람들이 제 발로 나타나 주네.”
맹사는 잠깐 평정심을 잃었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방해되는 놈들은 모두 쓸어버리면 그뿐.’
맹사의 주위로 투기가 맴돌기 시작했다. 설렁설렁 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함이었다.
유서하는 언제든 금을 켤 수 있도록 현 위에 손끝을 올린 채 연시우를 향해 말했다.
“제가 도울게요. 그래도 괜찮겠죠?”
연시우는 잠시 동안 침묵을 지켰다.
지금 자신의 몸 상태로 맹사를 홀로 상대하는 건 분명 벅찬 일이었다.
주변에 몇몇의 대원들이 있긴 하지만 도움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외상 위주인 자신과 달리 그들은 모두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런 상태로는 합격진을 펼쳐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맹사의 일장을 받아내는 것조차 불가능할 터.
그렇기에 대원들에게 아무런 명령도 내리지 않은 것이었다. 그들 또한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독이라고 판단하여 각자 기회를 엿보는 중이었다.
허나 유서하는 멸천대원들과 경우가 달랐다. 그녀는 전혀 부상을 입지 않은 상태.
정확한 무공 수준은 알지 못하지만, 방금 맹사의 권강을 막아낸 것으로 보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었다.
마음에 걸리는 점이라면 유서하가 바로 증오하는 유월천의 여식이라는 점이었다. 허나 지금은 허튼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었다.
침묵을 깨면서 연시우가 말했다.
“부탁하오.”
이내 멈춰 있던 맹사의 신형이 빛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맹사는 유서하를 굳이 먼저 상대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귀찮은 연시우를 먼저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디리리리링―!
ㅡ귀형음혼류 파심곡.
유서하가 만들어낸 무형의 음파가 맹사를 향해 쏘아졌다.
그 사실을 인지한 맹사는 곧바로 내력을 끌어올려 그녀의 음파를 막아 냈다.
허나 유서하의 음파를 신경 쓰느라 맹사는 연시우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고, 결국 연시우에게 선공을 빼앗겼다.
후욱!
일자로 뻗어오는 연시우의 창. 맹사는 몸을 숙여 간신히 그 일격을 피해 냈다.
디리링―! 디리리리링―!
그때 유서하의 선율에 변화가 일어났다.
ㅡ귀형음혼류 쇄심음(碎心音)
쇄심음은 음의 높낮이가 끊임없이 바뀌는 곡조였다. 듣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곡조.
변한 곡조로 인해 맹사는 유서하를 경계했으나,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괜히 신경 쓴 건가?’
허나 맹사는 곧 그 생각이 커다란 착각임을 깨달았다.
눈앞에 보이는 연시우의 신형이 두 개로 보였기 때문이다.
‘환각!’
유서하의 절기 쇄심음은 상대에게 환각을 보여 준다. 특히 음파를 막기 위해 내력을 끌어올린 상대일수록 자신이 환각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만든 음공이었다.
내력으로 음파를 막아내는 적을 효율적으로 상대하기 위해 유서하가 직접 고안한 곡조.
그 효과는 더없이 확실했다.
맹사는 환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허겁지겁 신형을 뒤로 날렸다.
그러고는 환각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채고서, 재빨리 내력을 거두어들였다. 그제야 시야가 다시 또렷해졌다.
허나 마음을 놓을 틈 따윈 없었다.
빈틈을 확인한 연시우의 왼손이 날아들고 있었으니까.
“어림없다!”
다급한 외침과 함께 맹사는 검게 물든 연시우의 손목을 후려쳤다.
튕겨져 나가는 연시우의 손목. 맹사는 이번에도 연시우의 흡마공을 막아낸 것이었다.
허나 이번에 연시우가 노리는 바는 마정대흡인이 아니었다.
“상대의 필살의 수를 경계하다 보면, 다른 곳에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지.”
말이 떨어지는 순간, 오른손에 쥐어쥔 연시우의 창이 섬광과도 같은 일직선을 그리며 쏘아졌다.
콰직!
연시우의 창은 정확히 맹사의 어깨를 꿰뚫었다. 내력이 실린 창인 만큼 맹사는 그대로 뒤로 튕겨져 나갔다
맹사는 어깻죽지의 상처를 부여잡으며 거칠게 외쳤다.
“네깟 놈들이 감히……!”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인해 맹사의 눈이 시뻘겋게 변했다.
창에 꿰뚫리는 순간 호신강기를 일으켜 피해를 최소화했고, 그 덕분에 내상은 입지 않았다.
즉, 더 싸우는 건 문제될 것이 없었다.
맹사는 당장에라도 두 연놈을 찢어놓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거친 땅울림이 느껴졌기에.
‘젠장, 벌써 돌아오고 있는 건가.’
맹사는 고개를 돌려 땅울림이 전해지는 곳을 바라보았다.
안력을 집중하자, 곧 성난 기세로 달려오는 멸천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만약 돌아오는 멸천대에 진무량이 있다면 도망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꼴사납게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지.’
맹사는 한껏 성난 눈길로 유서하를 노려보았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등장으로 인해 모든 계획이 헝클어졌다. 그야말로 자신의 계획을 수포로 만든 것이다.
당장 도망친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복수는 반드시 해 줘야 했다.
내력을 끌어올린 맹사의 양손에 다시 한번 강기가 맺혔다.
“천폭뢰(天爆雷)!”
맹사는 강기가 맺힌 손으로 있는 힘껏 바닥을 후려쳤다.
쿠구구구궁!
거칠게 요동치는 지면. 그로 인해 연시우는 잠시 발이 묶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여태껏 맹사는 항상 자신을 공격해 왔기에, 연시우는 스스로 방어할 태세를 갖췄다.
허나 이번에 맹사의 목표는 연시우가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유서하를 향해 쇄도해 나갔다.
디링―!
유서하는 재빨리 현을 튕겨 음파를 날렸다.
맹사의 움직임을 막기 위함이었으나, 쏜살같이 파고드는 그를 완전히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순식간에 맹사는 주먹이 닿는 거리까지 유서하와 거리를 좁혔다.
음공의 특성상 원거리에서 그 능력이 극대화된다. 반대로 말하자면 가까운 거리에 취약하다는 뜻.
손바닥에 냉기를 실으며 맹사가 말했다.
“함부로 나선 걸 후회하면서 죽어라.”
콰득!
맹사의 최고 절초. 한빙신장이 유서하의 복부에 정확히 틀어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