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작전 (2)
2017.12.28.
수백에 달하는 멸천대가 전속력으로 귀곡신성을 향해 나아갔다.
하나같이 말을 탄 채 흑색갑주를 걸친 그들을 선두에서 이끄는 사내는 물론 진무량이었다.
“전원 대기.”
진무량의 그 한마디에 뒤를 따르던 수백 명의 멸천대원들이 달리던 말을 멈췄다.
그러자 지진이 난 듯한 땅울림과 귀를 찢는 말발굽 소리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말을 멈춘 진무량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험준한 언덕과 높이 뻗은 나무들. 그 숲속에서 철왕부의 깃발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진무량이 아무 의미 없이 멸천대원들을 멈추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멀리서 보이는 철왕부의 깃발을 통해 상대의 배치나 주요 거점을 읽어내는 중이었다.
수없이 많은 수라장을 지나오면서 자연스레 파악할 수 있게 된 요소들. 그 모든 것들을 확인하고서, 진무량은 곁에 있던 주백기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제부터 작전대로 움직인다.”
“……알겠습니다.”
이어서 진무량의 시선이 위지운을 향했다.
“네 역할이 중요하다. 실패는 용납하지 않아.”
위지운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쉽게도 실패란 건 해본 적이 없어서요.”
익숙한 두 사람의 반응.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 그들은 확실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었다.
이내 진무량은 멸천대의 전제적인 모습을 살폈다.
한자리에 모인 수백 명의 멸천대원들은 언제든지 돌격할 수 있도록 진형을 유지한 상태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에 찾아오는 고요함이 연상됐다.
자신의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멸천대는 귀신이 되어 날뛸 터.
진무량은 호흡을 한번 가다듬고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제부터 우리는 철왕부를 완전히 박살낸다. 각자 맡은 바를 다한다면 놈들은 우리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조금도 떨리지 않는 그의 목소리는 확실한 힘이 담겨져 있었다.
이내 진무량이 염옥창을 높이 들어올렸다.
“너희의 뒤에 항상 내가 있을 것이다.”
쿵! 쿵!
멸천대원들은 대답 대신 창으로 땅을 내려찍었다. 고양된 감정만큼 지면과 부딪치는 창 소리가 우렁찼다.
진무량은 마지막으로 흉악한 나찰이 그려진 가면을 얼굴에 썼다.
“그럼 시작하자.”
* * *
두두두두두두!
거칠게 내딛는 말발굽에 신음하듯이 떨리는 대지. 이내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뇌성벽력처럼 울려 퍼졌다.
승천마도 백철우는 높은 지대에 올라 멸천대와 철왕부의 결전을 은밀히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의 곁에는 철왕부에서도 특별히 엄선한 소수의 수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백철우를 향해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부주님, 멸천대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지금 즉시 도우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백철우는 냉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진무량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제아무리 멸천대라도 하더라도 철왕부를 온전히 힘으로 꺾기는 쉽지 않다. 그보다 신경 쓰이는 건 진무량의 소재였다.
언제나 경계심을 품어왔던 만큼, 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과거 행적을 살펴보았을 때, 진무량은 늘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상대를 쓰러뜨렸다. 그것은 분명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터.
그에 따른 대비를 하기 위해서는 철왕부의 주력을 숨겨둬야 했다.
‘진무량, 네놈은 끝까지 나를 방해하는구나.’
사실 어떻게든 멸천대와의 정면 승부만은 피하고 싶었다.
차마 그럴 수 없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내일 현운각에서 큰 회의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만약 진무량이 철왕부를 피해 우회하는 길을 선택했다면, 어떻게든 무력 충돌만은 피했을지도 모른다.
허나 진무량은 철왕부가 자리한 곳을 향해 버젓이 멸천대를 끌고 왔다. 여기가 뚫리면 귀곡신성까지의 거리는 하루도 채 걸리지 않는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을 버는 것.
진무량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마교 전체가 그에게서 등을 돌리게 유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은밀히 산기슭에서 멸천대와 철왕부의 격전을 바라보던 백철우의 인상이 점차 찌푸려졌다.
조금씩 밀리는 수하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심기가 불편해진 탓이었다.
“진무량의 위치는 아직도 파악하지 못한 것이냐!”
면목이 없어 묵묵히 침묵을 지키는 철왕부의 무인들.
이내 곧 유쾌한 목소리의 대답이 들려왔다.
허나 그 목소리는 백철우에게는 너무도 낯선 목소리였다.
“이딴 곳에 숨어서 무슨 작당 모의를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으실까?”
목소리의 주인은 위지운. 이내 주변에서 그의 수하들 또한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네놈들이 어떻게?”
당황한 철왕부의 무인을 향해 위지운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어떤 곳이든 남 몰래 숨어드는 것이 내 특기라서 말이야.”
위지운의 특기는 암살. 그의 수하들 또한 대거 과거 살막 소속이었던 살수들이었다.
마교는 무림맹과 비교해도 모자랄 것이 없는 거대 세력이다. 그런 그들에게조차 골칫거리였던 것이 바로 살막이었다.
그리고, 그런 살막에서도 가장 뛰어난 살수로 통하는 사내가 바로 위지운이었다.
당연히 잠행술만은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경지.
위지운은 평소에 건방진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뭐, 네놈들의 생각 따위는 다 내 손바닥 안이지. 아니, 정확히는 대주의 손바닥 안인 건가?”
진무량은 철왕부와 검을 섞기도 전부터 백철우의 움직임을 예상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겁에 질린 것처럼 보이는 백철우의 행동이었다.
겁을 집어먹은 상대일수록 치명적인 약점을 내보이게 된다.
안전한 선택만 하게 되기에, 그 움직임을 손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
진무량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하여 소극적인 백철우의 움직임을 미리 예상했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행동을 미루어 볼 때, 그는 결코 정면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할 터.
다만 멸천대와 철왕부가 겨루는 모습을 살피려 들 것이다. 당연히 그 모든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장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여 진무량은 몇몇 장소들을 꼽아 위지운과 수하들을 파견했다.
그리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백철우는 등에 메고 있는 거력도를 비껴들며 말햇다.
“잘도 지껄이는군. 어쨌든 너희들을 여기서 죽이면 모두 해결될 일이다.”
거력도는 반월 모양으로 이뤄진 도(刀)였다. 그 크기가 웬만한 사람 한 명과 필적할 정도로 거대한 무기.
백철우에게 승천마도라는 별호를 붙여준 것이 바로 그 거력도였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한 백철우의 기세에도 불구하고 위지운은 여전히 태평했다.
“분명 맞는 말이지. 근데 생각하는 게 너무 뻔한 거 아닐까?”
바스락 바스락.
주변에서 들려오는 인기척 소리. 다만 은밀히 등장했던 위지운과 달리 거칠고 투박한 소리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대책도 준비해 뒀겠지. 말했잖아. 넌 대주의 손바닥 안이라고.”
이내 풀숲을 헤치고 주백기가 십여 명의 멸천대원들과 함께 나타났다.
주백기는 잠행술을 전혀 익히지 않았다. 하여 위지운은 먼저 백철우의 위치를 찾아낸 뒤, 멸천대의 표식을 남겨두었다.
그 표식을 따라온 주백기도 백철우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위지운은 주백기를 향해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을 걸었다.
“널 보면서 이렇게 반가울 수 있다니.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그 입은 한시도 쉬질 않는군.”
주백기의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위지운은 살기등등한 눈길로 노려보고 있는 백철우에게 까지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이봐, 널 상대해줄 놈이 나타났다고. 각오해 두는 게 좋을걸.”
인상이 더욱 딱딱해지는 백철우.
주백기는 귀찮다는 듯 곁에 있는 위지운을 향해 말했다.
“……넌 졸개들이나 처리해.”
“말을 참 예쁘게도 하네.”
평소 때였다면 더 신경전을 펼쳤을지도 모르나, 이번에는 위지운이 순순히 물러났다.
진무량에게 받은 명령의 완수를 우선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백철우가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철왕부의 무인들이 몰려들 터. 그것을 막는 것이 그의 첫 번째 역할이었다.
수십 명의 철왕부원들을 돌아보며 위지운이 말했다.
“우리끼리의 승부는 일단 이놈들을 처리한 난 뒤로 미루지.”
챙! 챙!
장내에는 쇠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격렬하게 울려 퍼졌다.
위지운과 그의 수하들. 그리고 철왕부의 무인들이 생사를 건 격전에 돌입했다.
그 중심지에는 주백기와 백철우가 마주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용력을 자랑하는 무인들답게 어마어마한 덩치였다.
거력도를 양손으로 움켜쥐며 백철우가 투덜거렸다.
“진무량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하거늘, 이따위 놈들을 상대로 시간이 허비해야 하다니.”
“……서두를 필요 없다.”
그에 맞서는 주백기는 쌍철극을 각각 한손에 쥐었다.
“……곧 영원히 쉬게 해줄 테니까.”
백철우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이놈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격분한 감정을 그대로 실어 백철우가 거력도를 휘둘렀다.
후욱!
반원을 그리는 거력도에 움직임에 따라 어마어마한 태풍이 동반됐다.
집어삼킬 듯한 기세. 그에 따른 주백기의 대처는 방어가 아닌 공격이었다.
용력을 겨루는 승부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기세.
거대한 크기의 쌍철극과 거력도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까아앙!
날카로운 쇠끼리의 충돌이었으나, 마치 둔탁한 둔기가 부딪치는 듯한 굉음.
주르륵.
기세 싸움의 승자는 백철우였다.
주백기가 딛고 있던 땅이 움푹 파이면서 그의 신형이 뒤로 밀렸다.
새로운 사대신마로 거론되는 백철우의 무공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육 척이 넘는 거력도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백철우는 주백기를 압박했다.
그는 온몸을 회전시키면서 가진 힘을 모조리 거력도에 쏟아부었다.
회전이 거듭될수록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파괴력 또한 배가되었다.
백철우가 익힌 대원도법(大元刀法)의 묘리가 바로 그것이었다.
육중한 몸을 공중에서 두 바퀴 회전시킨 백철우는 그 힘을 이용해서 그대로 거력도를 내리쳤다.
“……!”
주백기는 모든 힘을 끌어올려 양손에 쥔 쌍철극을 거력도와 부딪치게 했다.
그 또한 용력으로 상대를 압살하는 부류. 힘 승부에서 밀리면 애초에 승산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까아앙!
마침내 교차된 주백기의 쌍철극이 거력도와 부딪쳤다.
서로 무기를 맞댄 채 부르르 떨리는 두 사람의 신형.
주백기의 차돌 같은 근육이 불끈거렸다. 이내 그는 육중한 무게의 백철우를 밀쳐냈다.
튕겨나간 백철우는 우선 태세를 가다듬었다.
“제법이군.”
주백기는 분명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전력을 다한 일격을 받아쳤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을 튕겨냈다. 그것도 위에서부터 내려치는 압도적인 우위를 가진 상태에서의 자신을.
‘어쩌면 타고난 용력만은 놈이 한 수 위일지도 모르겠군.’
그렇다고 질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주백기는 타고난 용력을 십분 활용하고 있지 못했다. 그 외에도 기예나 경험 등, 모든 것들이 자신보다 부족했다.
“이번에야말로 끝을 내 주마!”
백철우의 육중한 몸이 순식간에 주백기를 향해 쇄도했다.
다신 한번 거력도와 쌍철극이 부딪치려 하는 순간. 그 찰나의 틈에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 백철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백철우는 이미 내뻗은 거력도를 회수하는 것은 늦었다고 판단하고, 재빨리 몸을 비틀었다.
샤악!
이윽고 날카로운 검이 백철우의 옆구리를 스쳐갔다.
그 검의 주인은 위지운이었다.
“쳇, 아쉽군. 둔한 돼지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몸놀림이 재빠르잖아.”
공격을 피해낸 백철우가 위지운을 노려보았다.
“이런 비겁한 놈!”
위지운은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비겁? 네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닌 것 같은데.”
“…….”
진무량을 붙잡기 위해 한 행동들이 있었기에 백철우는 더 이상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는 불만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주위에서 겨루고 있는 멸천대원들과 철왕부의 무인들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상황은 굉장히 좋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철왕부의 무인들이 멸천대원에게 밀리는 형세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백기와의 승부에 위지운이 끼어들 수 있었던 것이다.
“쯧, 쓸모없는 놈들.”
철왕부의 무인들에게 도움은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별로 문제될 건 없었다.
눈앞에 신경을 거스르는 두 놈을 모두 죽여 버리면 그만이니까.
“어디 한번 덤벼 보거라. 애송이 놈들아.”
위지운이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호오, 큰소리치는 건 마음에 들어. 다만 조심하라고. 한순간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곧바로 황천길을 보게 될 테니까.”
주백기가 쌍철극을 들어올렸다.
위지운과 합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진무량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
먼저 선공을 취한 것은 주백기였다. 백철우가 헛튼 수작을 부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양쪽에서 몰아치는 주백기의 쌍철극. 방금까지와 달리 백철우는 섣불리 반격에 나설 수 없었다.
이유는 위지운의 존재였다.
그는 실제로 전혀 주백기를 돕고 있진 않았지만, 언제든 빈틈이 보이면 달려들 터.
당연히 백철우의 신경은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미세한 틈을 주백기는 놓치지 않았다.
여태껏 주백기는 전력을 다해 일격을 날린 적이 없었다.
모든 힘을 쏟아 붓는 일격 뒤에는 반드시 빈틈이 생기기 마련.
백철우 정도의 상대가 그 틈을 놓칠 리 없었다. 허나 신경이 분산되어 있는 지금이라면 가능했다.
빠드득.
굳게 깨문 주백기의 입 속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백기는 거친 함성을 토해내면서 양손에 쥔 쌍철극을 내려찍었다.
“흐아아압!”
백철우 또한 곧바로 범상치 않은 주백기의 기운을 느꼈다.
양손으로 거력도를 굳게 쥔 그는 떨어져 내리는 주백기의 쌍철극을 간신히 막아냈다.
허나 단지 쌍철극의 움직임을 멎게 했을 뿐, 그의 몸은 주백기의 일격을 온전히 견뎌내지 못했다.
백철우는 온몸에 뼈가 바스러지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그렇기에 순간적으로 잊어버린 것이다. 위지운의 존재를.
백철우는 고통을 느끼는 와중에도 재빨리 고개를 돌려 위지운의 행방을 찾았다. 허나 그의 신형은 이미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그때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
"내가 분명 경고했잖아. 빈틈 보이지 말라고."
서걱!
심장을 노리고 날아드는 위지운의 검. 백철우는 간신히 검로를 피해내는 데 성공했지만, 복부에 긴 검흔이 새겨져야 했다.
“쿨럭!”
피가 섞인 기침을 토해낸 백철우는 눈을 부릅뜨며 위지운과 주백기를 노려보았다.
“네 이놈들……!”
평생토록 따라잡지 못했던 진무량의 존재. 그가 가졌던 모든 것을 빼앗고 싶었다.
그의 직위, 명성, 명예 그 모든 것들을 가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앞으로 단 한걸음 남았거늘…….
백철우가 피를 토하며 말을 이었다.
“난 결코 여기서 쓰러질 수 없다.”
부상당한 백철우를 흘겨보며 위지운이 말했다.
“네놈에 대해선 전해 들었다. 대주를 뛰어넘고 싶다고 하더군.”
“…….”
“그렇다면 네놈의 방법은 틀렸어. 그런 식으로는 평생을 가도 대주를 뛰어넘지 못해.”
“웃기는군. 방법 따위가 뭐가 중요하지? 어떻게든 놈을 죽인다면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것이다. 내가 진무량보다 훨씬 더 뛰어난 존재라는 사실을.”
“네 생각도 완전히 틀린 건 아니겠지. 하지만 넌 결국 대주를 뛰어넘지 못했잖아.”
“네 이놈……!
분에 못 이긴 백철우는 무턱대고 위지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허나 그는 이미 거력도를 들고 서있는 것조차 힘에 겨운 몸.
억지로 휘두른 거력도는 애꿎은 허공을 갈랐다.
이어지는 위지운의 반격. 그는 일말의 자비심도 베풀지 않고 백철우의 심장에 검을 꽂아 넣었다.
“커억!”
백철우는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입에서부터 흐르는 붉은 선혈이 바닥을 적실 때, 위지운은 고개를 숙여 그의 귓가에 입을 갖다 댔다.
숨이 완전히 끊어지기 직전, 백철우는 차가운 위지운의 목소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곧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될 거야. 넌 비열한 패배자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