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악무도-76화 (76/143)

76화. 작전 (1)

2017.12.24.

“뭐라고?”

백철우는 잔뜩 화가 난 음성으로 물었다.

보고 중이던 철왕부원은 면목이 없는지 더욱 고개를 숙였다.

“납치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추연희를 데리고 도망친 연시우의 행방도 찾지 못했습니다.”

백철우는 순간 이성을 잃어버린 채 괴성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

그의 분노는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추연희를 납치하는 건 진무량을 죽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그래서 그 일에 대다수의 철왕부원들을 투입한 것이었다.

이런 완벽한 실패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만큼, 충격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번 일로 인해 자신의 야욕을 진무량에게 완전히 내보인 셈. 추연희의 납치에 성공했다면 모를까, 이렇게 실패한 이상 진무량은 자신을 가만두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지금쯤 멸천대를 이끌고 귀곡신성을 향해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당장 이를 타개할 방법이 필요했다.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라.”

백철우는 한껏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철왕부원은 한차례 고개를 숙인 채 즉시 자리를 떠났다.

간신히 이성을 붙잡은 백철우는 간단하게 길을 떠날 채비를 했다. 그때 집무실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주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이나 만나고 있을 시간 없다. 당장 돌려보내.”

철왕부원은 난처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손님이 말씀하시기를, 맹사가 찾아왔다고 하면 부주님께서 알아주실 거라고…….”

백철우의 눈이 크게 뜨였다.

마침 지금 맹사를 찾아가려던 참이었다. 헌데 그가 스스로 철왕부를 방문해준 것이다.

문밖에서 철왕부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려보내도 되겠습니까?”

“아니. 지금 당장 이리로 데려오거라. 극진히 모셔야 하느니라.”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맹사가 백철우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마치 버선발을 신고 뛰어나가듯, 백철우는 곧장 방문으로 달려 나가 맹사를 맞이했다.

“안 그래도 내 지금 그대를 찾아가려던 참이었소. 헌데 이렇게 직접 찾아와 주시니 정말 반갑소.”

“대인께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는데, 어찌 제가 모른 척하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맹사의 언변에서 백철우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음에도 맹사는 자신의 처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간 쌓아뒀던 신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듯 난처한 상황일 때, 맹사는 언제나 뛰어난 계책을 알려주었다. 또한 여태껏 맹사의 조언은 단 한 번도 빗나가지 않았다.

당연히 맹사에 대한 백철우의 신뢰는 굳건했다.

“정확히 알고 계셨구려. 애초에 계획했던 일들이 모두 실패했소. 이제부터…….”

백철우의 말을 자르며 맹사가 대답했다.

“모두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지요. 진무량을 배신자로 몰아가려는 계획은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소만……. 허나 아직 마교 내에서 정식적으로 그를 배신자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소.”

“그 또한 알고 있습니다만, 결국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앞으로 현운각에서 열릴 회의만 무사히 넘긴다면 될 일이 아닙니까?”

백철우는 곰곰이 맹사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현재 마교의 교주 천군위는 병환을 이유로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 다음 결정권을 갖는 사대신마 또한 귀곡신성에 출입하지 않은 지 꽤나 긴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면 앞으로 열릴 현운각에서의 회의는 자신의 뜻대로 조종할 수 있다.

이미 그곳에 참석하는 이들 중 대다수는 진무량을 배신자로 몰아가기로 합의가 됐기 때문이다.

마교에서 확실하게 진무량을 배신자로 낙인찍을 수만 있다면 분명 새로운 활로가 열릴 터.

맹사가 말했다.

“대인께서는 지금부터 진무량이 귀곡신성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으셔야 합니다. 현운각에서 열리는 회의에 그가 참석하지 못한다면, 승기는 다시 이쪽으로 넘어올 것입니다.”

“내 또 한 번 그대에게 큰 도움을 받았소.”

백철우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철왕부를 움직여야 하기에 먼저 일어나보겠소. 미안하지만 시간이 없어 배웅은 하지 못할 것 같소.”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쁘실 텐데 어서 가보시지요.”

철왕부를 빠져나온 맹사는 인적 없는 뒷골목을 향해 걸어갔다.

자연스레 걸음을 옮기는 맹사의 뒤로 그림자처럼 한 사내가 따라붙었다. 그는 구중련 소속으로 맹사의 수하 중 한 명이었다.

“가셨던 일은 잘 처리하셨습니까?”

“그래. 뭐, 언제나 그랬지만 이번에도 놈은 전혀 의심하는 기색이 없더구나. 곧 멸천대와 철왕부 사이에 칼부림이 벌어지겠지.”

“그럼 우리는 이제부터 철왕부를 도우면 되는 것입니까?”

“그럴 필요 없다. 진무량을 막지 못한다면 놈의 가치는 없는 것이다. 언제까지 쓸모없는 놈의 뒤치다꺼리나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맹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은밀히 멸천대의 움직임만 파악해 두거라.”

“진무량을 직접 노리실 생각이십니까?”

“설마. 그런 괴물 같은 놈과 싸울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렇다면…….”

“빈틈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맹사가 추구하는 방식은 정면승부가 아니었다.

먹잇감을 정했다면 그 다음은 상대의 약점을 찾는다. 제아무리 뛰어난 고수라고 한들, 취약한 부분은 반드시 존재하는 법.

그 점을 집요하게 노린다면 그 어떤 상대든 스스로 무너지게 되어 있다.

차라리 죽으면 낫겠다고 싶을 정도의 고통을 맛보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뒤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에 집어삼키는 것.

그 방식이야말로 맹사가 진정 바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맹사가 노리고 있는 상대는 진무량이었다.

“놈은 어디를 도려내야 가장 고통스러워할까?”

맹사는 얼굴에 깊이 새겨진 흉터를 어루만졌다. 따끔거리는 감각이 느껴졌으나 그는 오히려 씨익 웃음을 흘렸다.

* * *

연시우의 명을 받고 따로 도주하던 호현은 곧 귀곡신성으로 남하하던 멸천대와 만나게 되었다.

그는 즉시 연시우와 헤어진 장소를 진무량에게 보고했다.

연시우의 위치를 알게 된 진무량은 즉시 말머리를 돌렸다. 그렇게 호현의 길안내로 움직이다보니, 진무량은 곧 연시우와 마주하게 되었다.

추연희를 등에 업은 상태로 연시우가 진무량을 향해 예를 취했다.

“대주님을 뵙습니다.”

진무량은 묵묵히 연시우의 행색을 살폈다. 이내 진무량의 시선이 정신을 잃은 추연희에게 닿았다.

“연희는 어떻게 된 것이냐?”

“탈진하여 잠시 쓰러진 상태입니다. 맥박을 살폈을 때 특별히 몸에 큰 이상은 없었습니다.”

보고를 마친 연시우는 머리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이게 돼서 죄송합니다.”

진무량은 딱히 대답하지 않은 채 연시우를 빤히 바라보았다.

찢겨진 의복 사이로 드러난 검상. 온몸에는 피와 흙먼지가 뒤섞인 상태였다.

얼핏 봤을 때도 그동안 연시우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진무량은 묵묵히 연시우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수고했다.”

아주 짧은 한마디. 허나 그 속에는 수십 가지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토록 다칠 때까지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한 미안함. 고생한 연시우에 대한 진심 어린 위로. 그 외에도 복합적인 감정이 어우러진 한마디였다.

연시우 또한 말로 표현하지 않는 진무량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연시우 일행이 합류하자, 진무량은 귀곡신성으로 향하기 전에 멸천대를 재편할 필요성을 느꼈다.

의식을 잃은 추연희와 부상이 심한 연시우와 그의 수하들. 그들을 모두 데리고 철왕부와 일전을 펼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진무량이 근처에 있는 멸천대원들에게 지시했다.

“잠시 이곳에서 쉬어갈 것이다. 일각(15분) 후 멸천사성은 내게로 모이라.”

* * *

적당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 주변을 서성이던 위지운은 곧 유서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 있었네.”

위지운은 유서하의 뒤에서 말을 걸었으나,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봐?”

위지운이 등을 툭 건드리자 유서하는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깜짝이야. 무슨 일이예요?”

“무슨 생각을 하는데 바로 뒤에서 말을 걸어도 못 들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위지운은 유서하가 뭔가 감추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흥미를 느낀 위지운은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이내 잠깐 동안 살핀 눈치와 스스로의 직감을 발휘하여 위지운이 말했다.

“너, 추 소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지?”

“…….”

“척하면 척이지. 왜? 내가 아는 거라도 좀 말해 줄까?”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추연희의 대해 궁금증을 느낀 것은 사실이었다.

과거에 유월천과 진무량의 대화 속에서도 잠시 등장했던 여인. 그녀에 대해서 호기심을 느꼈던 것은 맞다.

허나 추연희에 대한 것을 타인에게 캐묻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행동은 상대방에게 큰 실례로 다가올 수 있는 법.

당사자에게 직접 묻는 것도 아닌, 이렇듯 뒷조사를 하듯이 알아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허나 유서하의 생각은 위지운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뭐, 아는 거라고 해봤자, 두 사람의 관계가 연인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정도야.”

위지운은 자신의 생각에 확신할 수 있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오랜 시간 동안 진무량이 단 한 번도 추연희에게 어느 정도 이상으로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만 봐도 특별한 관계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유서하는 불편한 심정을 나타내듯, 대답 없이 위지운을 쏘아보았다.

위지운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어쨌든 난 말해 줬다. 그러니까 이제 내가 대답해야 할 질문은 없는 거야.”

“정말 제멋대로시군요.”

“난 원래 그래.”

“너 뭐하냐?”

멀리서부터 다가온 진무량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위지운은 자신을 향해 말을 건 진무량을 돌아보았다. 그는 능청스레 대답했다.

“잠시 대화 좀 하고 있었죠.”

“할 말 다 했으면 시끄럽게 굴지 말고 가.”

위지운은 더 이상 유서하에게 용건이 없었기에 별다른 대꾸 없이 진무량의 명령에 따랐다.

위지운의 기척이 사라지자 진무량이 유서하를 향해 말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저놈이 하는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 없어. 혹시 너무 심하게 까불면 나한테 말해.”

“고마워요. 근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진무량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유서하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부터 멸천대를 둘로 나눌 거야. 부상이 심한 자들은 여기서 대기시킬 생각이고.”

“네. 그런데요?”

“너도 여기 남아줘.”

진무량과 함께 있으면서 유서하 또한 지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고 있었다.

이미 철왕부와의 일전은 피할 수 없는 사실. 그 시기가 임박했음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제가 없어도 괜찮겠어요?”

유서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든 자신이 없으면 진무량은 내공을 운용하지 못한다. 유서하는 혹시라도 자신이 없을 때 그가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한 것이다.

진무량이 말했다.

“그에 대해선 따로 생각해둔 계획이 있어.”

철왕부와 상대할 계획을 미리 세워두었다. 그리고 거기서 자신의 역할은 정면에서 힘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계획을 세운 이유는 간단했다.

진무량은 자신의 몸 상태를 최대한 감출 생각이었다. 내공을 운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멸천대를 제외한 마교의 그 누구도 알아선 안 되는 극비사항.

만약 자신의 몸 상태를 들키면 백철우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세력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게 됨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물론 유서하가 곁에 있으니 어느 정도는 대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역시 최선의 방법은 내공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예 드러내지 않는 것이었다.

되돌아온 멸천대와 철왕부가 겨룬다면 마교 내 모든 세력들의 이목이 집중될 터.

그런 자리에서 유서하의 존재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다.

“알겠어요. 대신 계획이 틀어질 것 같으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제가 바로 달려갈게요.”

진지한 눈빛으로 말하는 유서하. 진무량은 가벼운 농담으로 대답했다.

“방금 꽤 믿음직스러워 보였어.”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유서하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지는 못했다.

지금까지는 언제나 진무량의 곁에서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갔다. 이렇게 떨어지는 건 거의 처음 있는 일.

게다가 적과 맞서기 위해 그가 떠난다는 사실까지 인지하고 있으니, 마음이 더욱 심란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점은 진무량이 위험에 빠졌을 때 자신이 도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허나 유서하의 심정과 반대로 진무량은 오히려 그녀를 걱정했다.

“언제든 너와 연락할 수 있도록 따로 대원들을 배치시킬게. 혹시라도 네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나한테 알려질 거야.”

“지금 제 걱정을 할 때가 아니잖아요.”

진무량이 이토록 확실한 결정을 내렸다면 분명 그에 따른 이유가 있을 터.

그렇다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막연한 걱정이 아닌, 그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유서하는 믿음직한 어조로 진무량을 향해 말했다.

“여기는 제게 맡겨 주세요. 그리고 혹시라도 다치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세요.”

* * *

위지운과 주백기를 포함하여 부상당한 연시우까지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리로 곧 그들이 기다리고 있던 진무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무량의 손에는 등가휘가 보낸 서찰이 들려 있었다. 유서하와 헤어지면서 이곳으로 올 때 전서구를 통해 받은 것이었다.

진무량은 주저 없이 바론 본론을 꺼냈다.

“백철우가 철왕부를 모두 이끌고 귀곡신성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를 노리는 것이겠지.”

그가 가벼운 비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혹시 지금 겁먹은 놈 있냐?”

“돼지에게 겁을 먹으면 그게 어디 사람이겠습니까?”

예상대로 위지운이 가장 먼저 나섰다. 나머지 두 사람은 침묵을 지켰으나, 두 눈동자에는 강한 자신감이 보였다.

듬직한 세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진무량은 하나씩 계획을 설명했다.

“연시우. 너는 부상자들과 함께 이곳을 맡아라. 이곳으로 철왕부 놈들이 올리는 없겠지만, 경계는 확실하게 하도록.”

“존명.”

이어서 진무량의 시선이 위지운과 주백기를 향했다.

“이번 작전의 핵심은 너희 둘이다.”

“……맡겨만 주십시오.”

묵직한 음성으로 주백기가 대답했다.

진무량은 다시 한번 백철우를 상대할 작전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만에 하나라도 실패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이토록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 백철우가 겁을 집어먹은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이번 귀곡신성에서 보인 행동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추연희의 납치. 마교 세력들의 규합. 그 모든 것들은 어떻게든 자신과 정면승부를 피하고 싶다는 심정을 여실히 알려주는 바.

‘진정 나를 넘어서고 싶었다면 그 따위 짓거린 해선 안됐어.’

백철우는 정면승부가 아닌 어떻게든 다른 길을 찾았다. 그 모습은 스스로 겁을 집어먹었다는 사실을 떠벌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겁을 집어먹은 적만큼 쉬운 상대는 없다.

진무량의 머릿속에는 이미 백철우가 어떻게 나올지 선명하게 그려졌다.

“우리는 놈들과 달리 정면으로 철왕부를 박살낼 것이다.”

진무량이 섬뜩한 눈동자를 빛냈다.

“놈들을 마교에 보여주는 본보기로 삼을 것이니, 한 놈도 남김없이 모조리 쓸어버려.”

연시우와 위지운, 그리고 주백기의 진중한 시선이 일제히 진무량을 향했다.

이윽고 진무량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그럼 작전을 설명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