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과거의 꿈 (2)
2017.12.07.
챙!
뇌성벽력과 같은 굉음.
그와 동시에 천군위의 검을 받아낸 진무량의 신형이 뒤로 쭉 밀려났다.
천군위의 검은 도저히 그 무게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다.
그러면서도 섬광같이 빨랐으며 절로 몸이 튕겨나갈 정도로 강맹한 기운을 지녔다.
수십 년째 마교를 통치하고 있는 천군위의 위명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뭘 망설이느냐? 어디 한번 마음껏 덤벼 보거라.”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천군위의 신형이 쏘아졌다.
뒤이어 그의 검이 직선으로 떨어져 내렸다.
캉!
창을 가로로 들어 올려 천군위의 검을 받아낸 진무량은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상대는 천하의 삼 할을 발아래 두고 있는 마교의 교주. 당연히 강할 것이라 예상했다.
충분히 경계했던 만큼 그의 검로를 쫓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온몸이 쑤셔오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검을 받아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단조로움이었다.
천군위의 검은 그 어떤 화려한 기예도 담겨 있지 않았다.
실로 직선적이고 투박한 검로.
허나 문제는 그 기본적인 검로를 사용하는 이가 바로 천군위라는 사실이었다.
무공의 정점에 다다른 그의 검은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을 뿐이지만, 그 어떤 천하제일의 변화를 가진 초식보다도 난해했다.
또한 짓누르는 것 같은 천군위의 기세. 실제로 그 기세에 눌려 제대로 된 반격도 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던 무인이 부지기수였다.
허나 진무량은 달랐다.
비록 고전하고 있었지만, 진무량은 천군위가 검을 통해 말하려는 바를 정확히 알아챘다.
‘나를 시험하려는 거군.’
천군위는 자신에게 검을 통해 묻고 있었다.
나와 검으로 대화를 할 능력이 되는지에 대해서.
그렇다면 그에 대한 답을 해줘야 했다.
진무량은 일부러 무리해서 마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억지로 끌어올린 마공은 곧바로 그의 의지를 벗어나 미친 듯이 폭주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단전 깊숙이 잠재된 마공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
검을 맞대고 있는 천군위는 곧바로 진무량의 몸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알아차렸다.
방금 전까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마공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내 주변을 어지러이 흩날리던 흑색강기는 진무량의 주변으로 모여 거대한 용의 형상을 만들었다.
“이 정도라면…… 적당히 끝낼 수만은 없겠군.”
얼핏 난처하게 들리는 어조였으나, 실상은 그 반대였다. 천군위는 진심으로 지금 순간을 즐겼다.
진무량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얼핏 심마에 빠진 것처럼 보였으나, 분명 그에 따른 대책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호기롭게 자신에게 비무를 청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자신을 찾지도 않았을 터.
‘이것이 너의 대답이라면 내가 직접 들어주마.’
진무량을 중심으로 똬리를 틀고 있는 묵색 용이 천군위를 덮쳐갔다.
콰아아아앙!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교주전의 천장이 보였다.
그 뒤부터 천천히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이내 자신이 바닥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조금씩 되살아나는 기억. 천군위와의 승부는 확실한 자신의 패배였다.
수없이 강기를 퍼부었지만 천군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는 없었다.
더욱 더 강대한 힘으로 그의 방어를 뚫어내고자 했으나 그 또한 결국 통하지 않았다.
강대한 힘을 이끌어낼수록 자신에게도 빈틈이 생겼다.
천군위는 그 빈틈을 확실하게 노렸고, 결국 이렇게 바닥에 누워있는 신세가 되었다.
“역시 단순히 심마에 빠진 것이 아니었구나.”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리는 천군위의 목소리. 그 또한 멀쩡한 행색은 아니었다.
고된 사투를 증명하듯 먼지를 뒤집어 쓴 상태였고, 의복 또한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다.
천군위가 말을 이었다.
“적당히 상대해주려고 했으나, 그럴 수는 없더구나. 아마 한동안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무량은 몸을 일으켰다. 온몸의 뼈마디가 부서질 듯한 통증이 몰려왔지만, 그는 한 번도 비틀대지 않고 제자리에 섰다.
멀쩡하게 선 진무량의 모습을 바라보며 천군위는 가볍게 혀를 찼다.
“자존심이 센 건 여전하구나.”
쓸데없는 말을 그만 두고 천군위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너의 대답은 확실하게 전해졌다. 내가 너를 제자로 받지 않은 의도 또한 이제 알았겠구나.”
이글거리는 진무량의 눈동자를 처음 마주한 순간 깨달았다. 두 번 다시 강호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을 기재라는 사실을.
그런 그를 제자로 삼지 않은 이유는, 진무량 스스로 성장하는 길을 걷게 하기 위함이었다.
남에게 배우는 것만으로는 결코 정점에 오를 수 없다.
그보다 필요한 것은 경험. 수없이 많은 수라장을 겪지 않고는 제아무리 뛰어난 무공을 익혔다고 한들, 결코 천하제일이 될 수 없다.
무공은 숱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다.
끝없는 실전을 통해 찾아낸 방법. 그것을 수없이 시도하고 성공했을 때, 깨우침이 찾아오는 법.
시대마다 천하제일의 무공이 다른 이유도 비슷한 이유다. 진정한 최강의 무공은 전수가 아닌, 스스로의 방식으로 깨우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진무량은 훌륭하게 자신만의 길을 스스로 찾아냈다. 그 사실은 검을 통해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천군위가 말했다.
“심마를 이용하여 잠재된 마공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아직 완성된 무공은 아니더구나.”
아직 본인의 의지로 심마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분명 장점이 있으나, 결국 냉철한 이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순간순간 빈틈이 생기기 마련.
그 찰나의 빈틈은 승패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소.”
끝까지 변하지 않는 진무량의 모습. 한결같은 그 모습 또한 천군위의 마음에 들었다.
“그래, 분명 너의 길은 틀리지 않았다. 그대로 계속 정진하거라.”
진무량을 바라보는 천군위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다.
마공을 익힌 무인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인 심마를 이용하여 잠재된 마공을 이끌어낸다. 이는 일백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하게 될지는 모르나, 실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거기에 굳이 자신의 도움 따윈 필요하지 않을 터. 스스로 찾아낸 길인 만큼 그 끝을 볼 수 있는 것도 오직 진무량뿐일 것이다.
다만 언젠가 그가 자유자재로 심마를 다스릴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여태껏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지에 오를 수 있게 될 것이다.
* * *
천군위와 만남을 마친 후, 진무량은 귀곡신성을 벗어나 마교로 돌아오는 중인 멸천대와 합류했다.
마침 멸천대는 잠시 걸음을 멈춘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들은 돌아온 진무량을 확인했으나, 전혀 반기는 기색이 없었다.
진무량은 대충 주변을 훑어보았으나, 추일풍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근처에 있는 멸천대원에게 짧게 용건을 말했다.
“대주를 만나면 내가 왔다고 전해줘.”
“…….”
딱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 반응은 익숙한 것이기에 진무량 또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여태껏 딱히 멸천대원들을 동료라고 여긴 적은 없었다. 함께 싸우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그뿐.
다른 멸천대원들 역시 진무량과 생각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무량은 멸천대의 곁을 떠나 텅 빈 공터로 향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 도중 한껏 성난 불호령이 들려왔다.
“이놈! 도착했으면 나를 먼저 찾아와야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
불호령의 주인은 추일풍이었다.
진무량은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내가 왔다는 소식을 전했으니 됐잖아.”
“되긴 뭐가 됐단 말이냐? 보고를 듣기 위해 대주가 직접 찾아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귀찮다는 듯 진무량은 고개를 돌렸다.
“오자마자 잔소리가 심하네.”
분노한 기색의 추일풍은 입술을 살짝 들썩이면서 본격적으로 잔소리를 퍼부을 준비를 마쳤다.
잔소리가 시작되기 전에 진무량은 먼저 선수를 쳤다.
“교주와 직접 만나서 우리가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어.”
추일풍의 신형이 순간 멈칫거렸다.
“교주님께 말버릇하고는……. 그보다 별일은 없었느냐?”
걱정스러운 추일풍의 물음에 진무량은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사실대로 말한다면 잔소리는 오늘 안에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별일이라고 할 만한 건 없었어.”
추일풍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다행이구나. 난 또 무턱대고 교주님께 덤비기라도 한 줄 알았다.”
정곡을 찔렸으나 진무량은 태연스럽게 대처했다.
“설마 그럴 리가.”
“교주님과 비교하기에는 너의 용형십삼식은 턱없이 부족하다.”
진무량이 얼굴을 찌푸렸다. 추일풍의 잔소리가 시작되고 있음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용형십삼식의 일식 마영수라는 수없이 많은 허초를 만들어, 찌르는 창의 모습이 수천 개로 분열한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한다. 헌데 너는 아직 그만한 잔상을 만들어 내지 못하지 않느냐.”
엄청난 속도로 추일풍의 말이 이어졌다.
“등마회륜참도 마찬가지. 팔방에 날아드는 공격을 모두 튕겨내야 하거늘, 너의 초식으로는 사방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튕겨내는 게 고작이다. 또…….”
진무량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은 내용이니까 이제 그만해도 돼.”
“크흠!”
추일풍은 멋쩍은 헛기침과 함께 말을 멈췄다.
사실 무공에 대해서는 따로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진무량은 비슷한 나이 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빠른 성취를 이뤄냈다. 멸천대 내에서는 물론, 마교에서도 적수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었다.
진무량에게 걱정되는 부분은 그 외의 다른 부분이었다.
“왜 동료들과 함께 있지 않고 여기 혼자 있는 것이냐?”
“징그럽게 동료는 무슨…….”
추일풍은 진지하게 분위기를 바꿨다.
“함께 등을 맞대고 싸우는 대원들이 동료가 아니면 무엇이냐?”
“난 한 번도 놈들에게 내 등을 맡긴 적 없어. 착각하고 있나 본데, 내가 멸천대에 속해 있는 건 마음대로 무공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야.”
추일풍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진무량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홀로 강해져 천하제일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너는 늘 혼자일 것이다.”
“상관없어.”
“그렇겠지. 무공을 성취해 나갈수록 얻게 되는 즐거움. 그리고 생사를 건 전장에서 속에서 얻는 희열만 있다면, 목숨 따윈 별로 중요치 않을 테니까.”
“…….”
수긍하듯 침묵하고 있는 진무량을 향해 추일풍이 진심을 꺼냈다.
“허나 나는 네가 죽는 걸 바라지 않는다.”
십 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하는 동안 진무량을 바라본 소감은, 그의 내면이 비어 있다는 것이었다.
진무량은 강해지는 것을 제외하곤 원하는 것이 전혀 없었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막연한 소망조차도 찾지 못했다.
당연히 목숨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기껏해야 내기에 거는 판돈이라고 생각할 정도일까.
그런 진무량을 추일풍은 진심으로 걱정했다.
진무량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교주에게 떠맡겨진 꼬마에 불과하잖아. 왜 그렇게 신경 쓰는 건데?”
추일풍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어떤 식으로든 멸천대 안에 있는 이상, 너는 나의 혈육이다.”
잠시 침묵하던 진무량은 가벼운 어조로 대답했다.
“쳇, 적응 안 되게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진지해?”
추일풍은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난 원래 진지한 사람이다. 평소에 건네는 가벼운 농담은 너희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일 뿐이니라.”
“가벼운 농담 정도가 아니라 그냥 바보짓이잖아.”
“이놈이! 윗대가리가 딱딱하면 무리 전체의 분위기가 굳는 것이다. 하긴 네가 세심한 나의 배려를 알 리가 있겠느냐.”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군.”
그 말을 끝으로 진무량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천천히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추일풍의 목소리가 진무량을 붙잡았다.
“어딜 가려는 것이냐?”
“도착하자마자 잔소리를 듣는 통에 정신이 없어서 잠깐 쉬려고 하는데.”
추일풍은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쉽지만 네게 그럴 시간은 없다. 넌 지금 즉시 살막을 정벌하러 가야 하거든.”
전혀 계획에 없던 소식을 듣고 진무량이 반문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얼마 전에 결정된 사실이니까 모를 수도 있겠군. 이미 너를 중심으로 대원들을 편성해놓았다. 넌 즉시 그들을 이끌고 살막을 정벌하고 오면 된다.”
가시가 잔뜩 박힌 목소리로 진무량이 대답했다.
“말을 참 쉽게 하시는군.”
살막은 마교에서도 항상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세력이었다.
살막은 언제나 사소한 분쟁거리를 만들고 그것을 빌미로 시비를 걸어왔다. 그럼에도 마교에 있어 썩은 이빨과도 같은 살막을 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들이 결코 만만한 세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추일풍은 진무량이 딴소리를 할 수 없도록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멸천대주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그건 알고 있겠지?”
“애초부터 거절할 생각은 없었어. 그런 전장은 나도 바라는 곳이니까.”
“흥, 그럼 어서 가 보거라.”
차갑게 대하는 반응과 달리, 추일풍은 멀어지는 진무량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워낙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다 보니, 자신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진무량에게 통보한 건 방금 전이지만, 실로 오랫동안 계획을 세워두었던 일이다.
확실한 사실은, 살막은 결코 진무량 혼자의 힘으로 상대할 수 있는 세력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대적하기 위해서는 함께하는 대원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 멸천대의 책임자로 진무량을 보냈으니, 지금처럼 단순히 명령에 따라 움직일 수는 없을 터.
직접 상황을 판단하고 멸천대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줘야만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
분명 그 과정 속에서 진무량은 함께한 대원들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까지 맡게 될 터.
그것은 추일풍의 가장 큰 바람이기도 했다. 자연스레 진무량이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
추일풍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진무량이 더 긍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확신했다. 다만 그 깊은 속마음을 진무량에게 직접 말로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어느새 진무량이 시야에서 사라졌으나, 그는 한참동안 멈춘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한 단계 더 성장을 이뤄 보거라.’
* * *
진무량은 추일풍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스스로 위험에 빠지는 역할을 자원했고, 그럼으로써 함께한 대원들에게 신임을 얻었다.
이에 더해, 오랫동안 전장을 전전하며 쌓았던 경험은 직접 지휘를 맡으면서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이를 통해 진무량은 살막을 철저하게 궁지로 몰았다.
결과는 멸천대의 압승.
크게 위세를 떨치던 살막은, 결국 제대로 된 승리를 한 번도 챙기지 못한 채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진무량은 사로잡은 살막의 수장을 데리고 당당하게 귀곡신성으로 개선했다.
선두에서 늠름한 자태로 말을 몰던 진무량은 급작스레 고삐를 잡았다. 달리는 말의 아랫배를 차며 다급하게 달려오는 멸천대원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내 전령은 달리는 말에서 뛰어내린 뒤 진무량에게 긴급한 소식을 전했다.
그 소식은 더없이 충격적인 것이었다.
“대주님께서 심각한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지금 급히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