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악무도-62화 (62/143)

62화. 납치

2017.11.05.

쿵. 쿵. 쿵. 쿵.

대열을 갖춘 멸천대는 각자 말 위에서 창을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멸천대가 일제히 똑같은 동작을 마치자, 연시우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배수!”

연시우의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백여 명의 멸천대가 진무량을 향해 동시에 머리를 숙였다.

“대주님을 뵙습니다!”

정확히 동시에 터져나온 백여 명의 우렁찬 목소리는 대기를 떨게 할 정도였다.

여기 모인 멸천대로서는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진무량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진무량의 복수를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버리려 했던 그들이다.

살아있는 진무량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 멸천대의 감정은 복잡하기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진무량을 향해 깊이 머리를 숙인 채 침묵을 지켰다.

이윽고 진무량이 말했다.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나기라도 한 것이냐. 왜 이렇게 유난들이야?”

진무량의 한마디는 멸천대 특유의 딱딱한 분위기를 단번에 누그러뜨렸다. 이를 보며 진무량이 다시 말을 이었다.

“우선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니, 모두 물러나 있거라.”

명령을 받은 멸천대는 즉시 말을 몰아 진무량의 뒤에 대열을 만들었다.

진무량은 마주 바라보고 있는 유서하를 향해 말했다.

“기다리게 했다면 미안하군.”

묵묵히 진무량을 바라보던 유서하 또한 입을 열었다.

“딱히 기다리지는 않았으니까 괜찮아요. 다만…….”

진무량을 찾아오면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온 것은 사실이다. 허나 진무량이 멸천대와 함께 있다는 것까지는 예상할 수 없었다.

자신이 직접 건네주었던 통행패가 다른 이를 통해 돌아온 순간, 진무량이 다른 마음을 품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럼에도 유서하는 어떻게든 그의 생각을 돌리고 싶었고, 그래서 지도를 따라 이곳까지 왔던 것이다.

허나 멸천대와 함께 있는 진무량의 모습을 보게 된 순간, 그런 시도는 아무 의미도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마치 제자리를 찾은 듯, 멸천대와 함께 있는 진무량의 모습이 너무나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더 이상 할 말은 없을 것 같네요.”

그렇다고 진무량을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그는 자신과 뜻을 합칠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유서하 자신이 독단적으로 그와 동료가 되기 원했던 것이다.

자신은 분명 진무량에게 진심을 다했다. 허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오로지 진무량의 선택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진무량을 원망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무인으로서 자신의 선택이 틀렸을 때 져야할 책임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유서하는 등에 매고 있는 금을 꺼내들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저를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예요.”

묵묵히 유서하를 바라보던 진무량은 곧 이질적인 인기척을 감지했다. 빠르게 달려오는 그 인기척은 진무량과 유서하 모두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불청객이 찾아온 것 같군.”

진무량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견무겸은, 경공을 펼치며 순식간에 유서하의 곁으로 움직였다.

그 모습을 바라본 멸천대는 곧바로 견무겸의 접근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척. 척. 척. 척. 척.

진무량 뒤에 모인 백여 명의 멸천대는 단숨에 창날을 견무겸을 향해 겨눴다. 그와 동시에 당장이라도 말을 달려 견무겸을 향해 돌격할 태세를 갖췄다.

진무량은 가볍게 손을 들어올려 멸천대의 움직임을 막았다.

“얌전히 있어라.”

그의 명령에 따라 멸천대는 즉시 견무겸을 향해 있던 창날을 내리고 물러섰다.

순식간에 유서하의 곁에 도착한 견무겸은 거칠게 검을 뽑아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어서 이곳을 피하십시오.”

“아니, 어떻게…….”

유서하 또한 견무겸의 등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유서하를 혼자 보낸 뒤 견무겸은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유서하의 명령을 어길 수도 없는 노릇. 결국 비천검문에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견무겸 혼자서 지도에 표시된 장소로 찾아왔던 것이다.

“…….”

유서하는 자신을 구하러 온 견무겸을 난처하게 바라보았다.

진무량은 충분히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유서하는 견무겸이 다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게다가 그 이유가 그녀 본인의 선택 때문이라면, 유서하는 더더욱 견디지 못할 것이었다.

실제로 유서하가 진무량을 홀로 찾아온 이유도 바로 그때문이었다.

분명 진무량에게서 수상한 낌새를 느꼈으나, 유서하는 비천검문의 사람들을 대동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이 없기를 바랐기에, 유서하는 홀로 진무량을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그 선택을 진무량은 지극히 유서하답다고 여겼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다치는 것보다 남이 다치는 것을 더 괴로워하는 그녀의 심성을.

그리고 그런 유서하의 면모가 싫지 않았다.

진무량이 유서하를 향해 말했다.

“난 아직 네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

“여긴 방해꾼이 많으니 우선 자리를 옮기지.”

* * *

멸천대가 포진하고 있는 동산 초입을 벗어난 진무량과 유서하는, 한참동안 아무 대화 없이 걸었다.

어느새 멸천대와 견무겸의 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주변에는 풀과 나무들이 가득한 여느 산길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묘하게 어색한 침묵을 유서하가 먼저 깼다.

“더 이상 떨어지면 멸천대가 도우러 올 수 없을 것 같은데, 저와 단둘이 있어도 괜찮겠어요?”

평소 때와 정반대로 그녀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한기가 흘렀다.

진무량은 내공을 사용할 수 없는 몸. 갑작스럽게 유서하에게 공격을 받는다면 위험에 처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상관없어.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장 같이 있고 싶으니까.”

“장난으로 말하는 거 아니에요.”

“그럼 난 장난하는 것처럼 보여?”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던 두 사람의 시선이 처음으로 마주쳤다.

진무량은 유서하와 만난 순간, 자신이 그토록 망설였던 이유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수없이 고민한 것에 비해 결론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비천검문과 유월천을 포함해서 유서하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많다. 또한 이대로 유월천에게 복수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없다.

허나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대로 유서하를 놓고 싶지 않았다.

분명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지금, 유서하의 존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허나 그따위 것들보다 훨씬 더, 그녀와의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았다.

지독한 이기심.

그렇게 불러도 상관없다. 언젠가 그녀를 떠나야겠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이러는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그 답을 알 수는 없었다.

중요한 건 그녀와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고, 진무량은 그 감정을 깨달은 이상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뤄야 했다.

“난 널 마교로 데리고 갈 거야. 네 의사 따윈 상관없어. 싫다고 해도 널 납치할 거니까.”

“……아버지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인가요?”

“아니. 유월천과는 아무 상관없어. 단지 나한테 네가 필요해서일 뿐.”

진무량의 말은 마치 금제를 풀기 위해서가 아닌, 유서하 자체를 원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순간 유서하의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녀는 곧 냉정을 되찾았다.

“저를 납치한다고 해서 당신의 금제가 풀리는 건 아닐 텐데요.”

“마교에 도착하는 순간, 구중련을 모두 몰살시켜 주지. 네가 지금 가장 원하는 바가 그것이잖아.”

전혀 예상치 못한 진무량의 제안에 순간 유서하의 몸이 경직되었다.

구중련은 강호 구석구석까지 손을 뻗고 있다. 당연히 무림맹과 비견될 정도의 세력인 마교에도 몸을 숨기고 있을 터.

그렇다고 마교를 조사할 수는 없었다. 비천검문 소속으로 마교의 영역에 발을 들인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허나 사실 구중련의 마수가 뻗치지 않도록 가장 주의해야 하는 곳이 바로 마교였다.

오랫동안 무림과 적대한 그들이 구중련과 힘을 합치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었다.

이는 가능성이 없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유월천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마교의 움직임이었다.

진무량과 함께라면 마교에 숨어 있는 구중련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뿐 아니라 영사문에서처럼 마교 내부의 구중련을 완전히 소탕할 수도 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유서하가 입을 열었다.

“그걸 어떻게 믿을 수 있죠?”

“더 이상 네게 거짓말할 생각 없어. 마교로 돌아가는 즉시 구중련에 대해 알아보지.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순간, 넌 즉시 내 옆을 떠나도 돼.”

오래 생각했던 것처럼, 진무량은 머뭇거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만약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면, 절대 돌아가는 너를 막지 않을게. 그리고 내가 내공을 되찾는다고 해도, 너만은 반드시 비천검문으로 돌려보내 줄 것까지 약속하지.”

유서하는 모르겠지만, 사실 진무량은 한 번도 누군가에게 제안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모조리 죽였고, 앞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면 가차 없이 깨부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유서하에게 내민 제안이었다.

“그러니까, 유월천 그놈의 곁이 아닌…….”

망설임이 사라진 단호한 어조로 진무량이 말을 이었다.

“내 옆에 있어.”

* * *

진무량과 유서하는 다시 멸천대가 포진하고 있는 장소로 돌아왔다.

유서하는 멸천대와 대치하고 있던 견무겸을 따로 불러냈다.

이미 상의를 끝낸 일이기 때문에 진무량 또한 유서하를 막지 않았다.

유서하는 주변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주변의 폐가를 찾아 들어갔다.

유서하와 둘만 남게 되자, 견무겸은 걱정스러움을 쏟아내듯 다급하게 말했다.

“아가씨!”

다행히 자세히 유서하의 모습을 살펴보았을 때, 특별히 다친 흔적은 보이지는 않았다.

그제야 조금 안정을 되찾은 견무겸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진무량과는 무슨 대화를 나누신 것입니까?”

“함께 마교로 돌아가자는 내용이었어.”

침착한 유서하의 모습과 정반대로 견무겸은 펄쩍 뛰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아가씨를 납치하겠다는 뜻이 아닙니까!”

유서하가 담담하게 그의 행동을 저지했다.

“진정해.”

“어떻게 진정할 수 있겠습니까! 당장에라도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제가 어떻게든 길을 열겠습니다.”

사실 멸천대의 포위를 뚫고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견무겸도 알고 있었다.

허나 이대로 유서하를 마교로 보낼 수는 없었다.

거칠게 행동하는 것은 견무겸 스스로가 용기를 북돋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식이었다.

유서하가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난 진무량과 함께 마교로 갈 생각이야.”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진무량은 아가씨를 납치하려는 것입니다. 헌데 그런 자와 같이 적의 소굴이나 다름없는 마교로 가시겠다는 겁니까?”

유서하는 견무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분명 이곳에 와서 멸천대와 함께 있는 진무량을 보았을 때 자신이 느꼈던 감정과 비슷할 것이 분명했다.

허나 진무량과 대화를 통해 조금이지만 생각이 변한 부분도 있었다.

유서하가 본 진무량은 분명 망설이고 있었다.

결코 겉으로 그런 모습을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유서하는 진무량의 속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과거의 진무량이었다면 과연 자신을 납치하려고 마음먹을 때 망설였을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혈마옥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망설임 없이 자신을 죽이려 했던 진무량이다.

분명 그도 조금씩이지만 변해가고 있었다.

비록 지금 당장은 배신당했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 그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유서하가 말했다.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마교로 가서 구중련의 조사를 이어갈 생각이야.”

“문주님이었다면 결코 허락하지 않을 일입니다. 백번, 아니 천번 양보해서 허락했다고 한들…… 아가씨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진무량이 결국 내공을 되찾고 나면, 놈이 노릴 곳은 바로 비천검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그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에 빠졌으나, 유서하는 곧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았다.

진무량과 함께 행동하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비록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달라지긴 했으나, 어쨌든 그에 따른 책임을 반드시 져야 했다.

그리고 책임을 지기 위해선 적어도 진무량의 곁에 있어야 한다.

아무 말 없이 진무량이 멸천대와 함께 마교로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분명 그의 뒤를 쫓았을 것이다.

유서하가 견무겸에게 말했다.

“내 뜻을 비천검문에 알려줘.”

“심지어 혼자서 마교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내가 선택한 일이야. 그에 따른 책임도 내가 져야 돼.”

“하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에 말끝을 흐리는 견무겸을 향해 유서하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 어떻게든 상황을 잘 수습해볼게.”

견무겸은 어떻게든 유서하의 행동을 말리고 싶었으나, 그녀가 듣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이미 확고하게 뜻을 굳힌 유서하의 눈빛이 다시 한번 그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 같았다.

어떤 말을 해도 말릴 수 없는 유서하에게 결국 해줄 수 있는 것은, 늘 그렇듯 그녀를 믿어주는 것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 * *

유서하를 기다리고 있는 진무량을 향해 연시우가 다가왔다.

“근처 마교의 지부로 보냈던 수하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마교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합니다.”

연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덤덤히 말하고 있었으나, 실로 빠른 멸천대의 일처리였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 안에 마교와 연락할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진무량 또한 당연하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리 적어두었던 서찰을 품속에서 꺼냈다.

“그래, 그렇다면 이 서찰을 귀곡신성으로 보내놓아라. 슬슬 놈들이 움직여야 앞으로 행보가 편해질 것이다.”

연시우는 진무량에게서 내용을 알 수 없는 서찰을 받았다. 그 서찰을 앞섬에 넣은 뒤, 연시우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마교로 출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라.”

“알겠습니다.”

연시우는 긴말하지 않고 짧게 대답했다.

사실 정파의 영역에 오래 머무르는 것은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

멸천대는 떠날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도 유서하에 대한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또 한 가지.”

진무량이 말을 이었다.

“출발하기 전에 멸천대 전원에게 전해라. 그 여자의 손끝 하나라도 건드릴 생각하지 말라고.”

“대주께서 친히 내린 명령이라고 전하겠습니다.”

연시우는 묘하게 유서하의 존재가 마음에 걸렸다.

그 또한 검선의 여식인 유서하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한때는 유월천의 위치를 찾기 위해 유서하를 붙잡으려 했던 적도 있기에, 그녀에 대해 어느 정도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빼어난 미인이라는 소문만 무성할 뿐, 유서하는 아직 강호에서 크게 이름을 떨치지 못했다.

‘그런데 대주께서 왜 그리 신경을 쓰는 것이지.’

유서하의 연주로 인해 일시적으로 유월천의 금제를 풀 수 있다는 사실은 전해 들었다. 허나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유서하를 향한 진무량의 배려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진무량을 옆에서 보좌했던 긴 시간 동안, 그가 여인에게 관심을 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의 곁에 있던 여인이라고는 추연희를 제외하고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진무량이 신경을 쓰는 여인에 대해서 궁금증이 일 수밖에 없었다.

진무량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마교가 위치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곧 다시 돌아갈 수 있겠구나.”

마교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는 진무량의 눈빛에는 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 마교에서 특별한 일은 없었느냐?”

진무량의 물음에 연시우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무료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래.”

숨을 한번 고른 후, 진무량이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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