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악무도-30화 (30/143)

30화. 대비

2017.07.16.

은소연은 황룡표국 표사들이 펼친 방어진 가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녀는 유심히 진무량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 저 사내의 생각대로 녹림이 움직일까?’

진무량이 삼귀를 도발하는 건 모두 계획된 행동이었다.

삼귀를 도발하기 전, 진무량은 치명상을 입은 이귀를 둘러메고 표행의 선두에 있는 은소연을 먼저 찾아갔었다.

행수인 은소연을 지켜야 하는 만큼, 그곳은 황룡표국 표사들이 펼친 방어진 중에서도 가장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었다.

허나 진무량은 녹림의 대장이라고 알려진 이귀를 보란 듯이 내보이고 있었다. 하여 황룡표국의 표사들은 경계태세를 보일 뿐, 직접적으로 진무량을 막지 않았다.

그리고 곧 진무량은 철저하게 호위를 받고 있는 은소연을 만날 수 있었다.

표사들의 호위를 살짝 물리며, 은소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거죠?”

“녹림을 물리칠 계획을 전하기 위해서요.”

흔들림 없는 진무량의 대답에 주변을 지키던 표사들이 술렁였다.

진무량이 말을 이었다.

“삼귀를 유인해낼 계획이 있소. 그러니 황룡표국에서 가장 무공이 출중한 표사들을 내가 말하는 곳에 배치시키시오.”

은소연의 곁을 지키고 있던 남 표두가 나섰다.

“어떤 방법인지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나요?”

진무량의 대답은 간결했다.

“그쪽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요. 내 뜻대로 움직여서 녹림을 몰아내는 것. 그리고 이대로 쓸데없이 시간 끌다가 다 죽는 것.”

은소연은 진무량이 둘러메고 있는 이귀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갑작스러운 진무량의 제안은 분명 당황스러웠다. 평소라면 이와 같은 제안은 당연히 거절했을 것이다. 허나 그는 이미 녹림의 대장 중 한 명인 이귀를 붙잡은 상태였다.

‘이 사내를 한번 믿어보자.’

생각을 정리한 은소연은 진무량을 향해 말했다.

“알겠어요. 구체적으로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

“우선 무공이 출중한 표사들부터 열 명 정도 선별하시오. 배치할 곳은 가면서 설명하겠소.”

은소연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인 후, 곁에 있는 남 표두를 향해 말했다.

“저 소협의 말대로 움직여주세요.”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던 남 표두는 결국 은소연의 명령을 따랐다.

“……알겠습니다.”

* * *

진무량은 완전히 부서뜨린 이귀의 손가락에서 손을 떼고, 이번에는 이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삼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 이놈! 또 무슨 짓을 하려는 셈이냐?”

“난 너희처럼 애들 장난 같은 짓에서 안 멈추거든. 잘 봐둬.”

우드득!

섬뜩한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진무량은 단숨에 쥐고 있던 이귀의 손목을 비틀어 돌렸다.

“으아아아악!”

처참하게 이귀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으나, 진무량의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은 여전했다.

이윽고 진무량은 이귀의 팔꿈치를 붙잡았다.

콰득!

진무량은 이귀의 팔꿈치를 바깥으로 완전히 꺾어버렸다. 그 다음 진무량의 손이 향한 곳은 이귀의 어깨였다.

우드드득!

“어억. 억. 커억.”

비명을 지를 힘도 다했는지, 이귀는 곧 죽을 듯이 숨을 헐떡일 뿐이었다.

삼귀는 차마 의형제인 이귀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가 미친 듯이 절규했다.

“제발! 제발 부탁이니까, 이제 그만해라!”

“벌써부터 그렇게 빌면 어떡하나.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진무량은 반대쪽 이귀의 손가락을 붙잡으며 말을 이었다.

“고작 한쪽 팔을 부서뜨렸을 뿐이야. 아직도 부서뜨릴 곳은 많이 남아있지.”

진무량의 시선이 아직 멀쩡한 이귀의 팔에서부터 다리, 몸통, 머리 순으로 옮겨갔다.

이귀는 모든 기력을 짜내서 겨우 입을 열었다.

“……나를 주, 죽여라.”

우드드득!

진무량은 대답 대신 반대쪽 이귀의 손가락마저 부러뜨렸다.

삼귀는 완전히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으아아아아!”

이내 삼귀는 앞을 가로막는 황룡표국 표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새끼! 죽여 버리겠어!”

분노로 눈이 뒤집힌 삼귀와 녹림도들은 황룡표국의 방어진을 향해 닥치는 대로 부딪쳐왔다. 그중에서 무공이 가장 뛰어난 삼귀는 단연 선두로 치고 나왔다.

진무량은 격분한 삼귀의 반응 따윈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유인은 성공했으니 나머지는 잘 처리하겠지.”

삼귀가 방어진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남 표두와 황룡표국의 일급 표사들이 사방에서 삼귀를 덮쳤다.

삼귀와 남 표두, 그리고 황룡표국 일급 표사들의 격렬한 혈투가 이어졌다.

검과 검이 부딪치면서 사방으로 피가 흩날렸다.

진무량은 이미 숨이 끊어진 이귀를 대충 집어 던지고, 삼귀와 남 표두, 그리고 표사들이 겨루는 것을 지켜봤다.

그러던 중, 진무량의 눈이 한곳에서 멈추며 놀란 듯이 커졌다.

“……그렇게 된 거였군.”

진무량은 뜻 모를 혼잣말을 하고 난 뒤, 표물 위에서 땅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삼귀와 표사들이 벌인 혈전의 결과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이내 삼귀는 점점 부상을 견디지 못하고 움직임이 느려져갔다.

제 아무리 삼귀라 할지라도, 아무런 도움 없이 황룡표국의 일급표사와 남 표두의 힘을 합친 공격을 이겨낼 수 없었다.

결국 삼귀마저 무너졌다. 녹림의 기세는 단번에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진무량은 은소연이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은소연은 멀리서 진무량이 이귀에게 하는 고문을 전부 보았기에, 순간 그가 두렵게 느껴졌다.

은소연이 머뭇거리는 사이, 진무량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와 같은 어조로 말했다.

“녹림은 이미 전의를 잃었으니 방어진을 풀고 공격하시오. 특히 이곳에서 봤을 때 좌측에 있는 녹림도가 더 취약하니, 그곳을 집중 공격한다면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오. 그렇다면 일귀 놈은 적당한 때 도망칠 텐데, 아마 잡을 수는 없을 것이오. 그러니 굳이 그놈을 쫓지는 말고, 우선 녹림도를 철저하게 공격하시오. 지금 녹림도의 수를 최대한 줄여놔야 다시 공격을 받지 않을 것이오.”

할 말을 끝마친 진무량은 거침없이 돌아서서 걸어갔다.

황룡표국이 금정신단을 지켜낸 이상, 그들과 더 할 이야기 따윈 없었다.

금정신단을 노리는 진무량에게 있어 황룡표국은 단순한 아군이라고 할 수 없었다.

진무량이 자리를 떠나고 난 후에도 황룡표국과 녹림의 혈전은 이어졌다.

허나 승부의 방향은 명확했다.

녹림은 숫자만 많을 뿐, 지휘력이 떨어져 전혀 본래의 힘을 내지 못했다. 그런 그들을 황룡표국의 표사들이 훈련된 움직임으로 상대하니, 단번에 황룡표국 쪽으로 승기가 기울어졌다.

녹림은 일귀를 중심으로 다시 반격을 하려는 듯했으나,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일귀의 힘만으로는 유서하와 견무겸 그리고 황룡표국의 표사들과 전부 맞서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황룡표국은 거칠게 반격을 해왔고, 결국 일귀는 전멸을 피하기 위해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 * *

길고 험난했던 녹림과의 전투가 끝난 후,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은소연은 표행을 잠시 멈췄다.

표사들이 부상을 돌보고 휴식을 취할 때, 은소연은 바쁘게 움직였다.

은소연은 우선 황룡표국의 표사들 중 사망자의 신원을 파악했다. 그런 뒤에는 부상자들을 돌보고, 혹시나 녹림의 습격으로 인해서 잃어버린 표물이 있는지 살폈다.

은소연은 표물의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직접 움직였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표물들을 살펴야 했기에 금방 날이 저물었다.

표물의 확인이 끝날 때쯤, 남 표두가 은소연을 찾아왔다.

“행수님. 미리 챙겨 놓았던 약재들을 표사들에게 모두 처방해주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은소연의 목소리에는 근심이 섞여있었다.

녹림과 겨룬 표사들을 편히 쉬게 해주고 싶었으나, 당장은 방법이 없었다. 험난한 무아산에는 작은 마을도 없기에, 이곳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당분간 더 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은소연은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앉으세요. 남 표두님.”

은소연은 뭔가 고민거리가 있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남 표두가 말했다.

“무슨 고민이 있으십니까?”

“녹림이 어떻게 우리 표행의 행로를 어떻게 정확히 알았을까요?”

남 표두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도 그것이 가장 큰 의문입니다. 절강으로 통하는 다른 길도 많은데, 어떻게 녹림이 정확히 우리가 지나는 무아산으로 온 것인지…….”

남 표두는 말끝을 흐렸다. 은소연 또한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 없었다.

‘설마 정보가 새어나간 건 아니겠지.’

은소연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럴 리는 없었다. 이번 황룡표국의 표사들과 쟁자수들은 모두 십 년 넘게 같이 생활한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실수로라도 정보를 흘렸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은소연은 문득 비천검문의 유서하 일행이 머릿속에 스쳤다.

‘말도 안 돼.’

허나 그 생각 또한 오래가지 않았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녹림도들에게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표물을 모두 잃고 도망쳐야 했을 수도 있었다.

비천검문의 일행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은소연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진무량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짐이 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허나 그것은 자신의 오판이었다.

그 호위무사는 녹림의 삼귀를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그가 마지막에 자신에게 건넸던 말도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그가 취약하다고 했던 곳을 공격하니, 녹림도들은 속절없이 쓰러져갔다.

심지어 그는 일귀가 도망칠 것을 정확히 예상했을 뿐더러, 그를 잡지 못할 것까지 정확히 예견했다.

그러다가 문득 그가 이귀를 잡고 고문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이귀에게 가혹한 고문을 할 때 진무량이 지었던 표정은 은소연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귀를 고문하는 광경을 지켜봤던 표사들이 눈을 찌푸릴 정도로 진무량의 고문은 가혹했다. 허나 정작 고문을 하는 그는 시종일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할 뿐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온 것일까?’

은소연이 진무량에 대한 생각에 잠겨있을 때, 남 표두가 그녀에게 말했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녹림이 저희 표행의 위치를 어떻게 알아냈는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슴이 아프나,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그보다는 앞으로 표행에 더욱 각별한 신경을 쓰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은소연은 남 표두의 말에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황룡표국의 표행은 천하제일 표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반드시 이뤄내야만 하는 표행.

분명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었으나,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은소연이 남 표두를 향해 말했다.

“유 소저 일행을 모두 이쪽으로 좀 불러주시겠어요?”

* * *

“아가씨, 오셨습니까.”

부상으로 몸을 쉬고 있던 견무겸이 다가오는 유서하를 향해 말했다.

유서하는 다친 견무겸을 쉬게 하고, 표물의 방비 상황을 살피고 오는 길이었다.

“응, 그보다 몸은 좀 괜찮아?”

“저는 괜찮습니다. 헌데…….”

견무겸은 유서하의 분위기로 봐서 뭔가 걱정이 있음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표물의 방비가 많이 허술해진 것입니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유서하가 대답했다.

“응, 생각보다 더 심각해. 이대로라면 신투가 갑작스럽게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대처가 되지 못할 것 같아.”

유서하는 무의식적으로 진무량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갑작스럽게 신투가 나타난다고 했을 때, 대처할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진무량이 말했다.

“왜 날 보면서 말해?”

“아무것도 아니에요.”

견무겸이 유서하를 향해 말했다.

“혹시 이번 녹림과의 전투 중에서 잃어버린 표물은 없었습니까?”

“내가 살펴봤을 때는 딱히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어.”

힐끔 진무량을 쳐다보며 견무겸이 말했다.

“다행입니다. 어떤 무식한 놈이 명검을 꺼내 던졌다는 소식을 듣다 보니 걱정이 돼서 말입니다.”

견무겸이 말하는 바를 어렵지 않게 눈치챈 진무량의 대답이 이어졌다.

“은소연인가 하는 황룡표국의 행수는 사소한 일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어떤 속 좁은 외눈박이처럼 말이야.”

견무겸이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 정도 명검의 값어치라면, 사소한 일은 아닐 텐데.”

“그래서, 표사들이 해코지라도 할 것 같아 무서운 건가. 사소한 일에 집착하면서 심지어 겁까지 많은 외눈박이군.”

견무겸이 얼굴을 와락 구겼다. 진무량의 기를 한번 확 죽이고 싶었으나, 말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때 은소연의 명을 받은 남 표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 표두가 유서하를 향해 정중히 말을 건넸다.

“여기 있으셨군요. 아, 저는 표두를 맡고 있는 남경이라 합니다.”

유서하가 대답했다.

“네. 무슨 일이신가요?”

“행수님께서 유 소저 일행분들과 만나기를 청하셨습니다. 혹시 지금 시간이 괜찮으십니까?”

“네, 곧 찾아간다고 전해주세요.”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남 표두는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갔다.

유서하는 안 그래도 신투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 은소연과 한번 만나려던 참이었다. 헌데 은소연 쪽에서 먼저 만나자는 제의를 해왔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유서하가 진무량을 바라보며 말했다.

“같이 가시겠어요? 그냥 여기서 쉬고 있으셔도 괜찮아요.”

“아니, 같이 가지. 한 번 더 자세히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어서.”

“확인하고 싶은 것이라니요?”

“별로 대단한 건 아니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견무겸 또한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저도 같이 움직이겠습니다.”

유서하 일행은 표사들에게 물어 어렵지 않게 은소연이 있는 곳을 향해 찾아갔다.

유서하 일행이 다가오는 것이 보이자, 은소연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중하게 예를 갖추었다.

“이번 녹림과의 사투에서 황룡표국에 힘을 빌려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정중한 은소연의 행동에 유서하는 겸연쩍은 어조로 대답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니에요. 은혜를 입었다면 마땅히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것이 저희 황룡표국에 가장 기본적인 뜻이에요. 이번 표행을 마치고 표국에 돌아가는 대로 반드시 사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꼭 성의를 표현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입니다.”

완강한 은소연의 태도에 유서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유서하는 은소연은 찾아온 본론을 꺼냈다.

“그보다 신투에 대해서는, 혹시 특별히 방책을 세워두신 것이 있으신가요?”

은소연의 낯빛이 한층 어두워졌다.

“안 그래도 신투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표사들이 많이 다친 상태라 제대로 된 경계를 서는 것조차 힘들 지경입니다.”

만약 신투가 표행을 노리고 있다면, 방비가 약해진 지금이 최고의 적기임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은소연은 신투에 대한 걱정이 앞섰으나, 딱히 특별한 대책을 세울 수가 없었다.

은소연이 말했다.

“혹시 신투에 대해 생각해 놓은 것이 있으신가요?”

은소연의 질문에 유서하는 한차례 주변을 둘러본 후, 입을 열었다.

“주변 사람들을 모두 물려주시겠어요?”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믿을 만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고 말하셔도 돼요.”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입니다. 황룡표국의 표사들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신투는 역용술이 특히 뛰어난 자. 만에 하나를 대비한다고 생각해주세요.”

신투가 자신의 주변 사람으로 위장을 했다면 그 사실을 반드시 알아차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허나 일단 유서하의 생각을 듣기 위해서, 은소연은 남 표두를 향해 말했다.

“주변 사람들을 모두 물려주세요.”

“알겠습니다.”

남 표두는 한 손을 올려서 가볍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은소연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을 머물던 황룡표국의 표사들이 거리를 벌렸다.

마지막으로 남 표두가 은소연을 향해 말했다.

“그럼 저도 잠시 물러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남 표두는 슬쩍 진무량을 쳐다보고 난 뒤 말했다.

“그럴 리 없겠지만, 수상한 기척이 조금이라도 느껴진다면 당장 달려오겠습니다.”

남 표두는 진무량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가 표행을 도운 것은 사실이나, 이귀를 고문했던 행위가 마음 한구석에 계속 걸리는 상태였다. 분명 비천검문이라는 명문 정파의 속한 무사로서 취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은소연을 바라보고 난 뒤, 남 표두는 그녀를 향해 한차례 고개를 숙이고 멀어져갔다.

유서하는 고개를 돌려 견무겸을 향해 말했다.

“잠시 자리를 비켜줘.”

“알겠습니다.”

견무겸은 진무량과 함께 자리를 비켜주었다.

유서하는 멀어지는 진무량의 뒷모습을 복잡한 눈길로 잠깐 동안 바라보았다.

주변에 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은소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신지 말해주시겠어요?”

“제가 신투를 잡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보시면 돼요. 신투가 표물을 가지고 도망쳤을 때, 그를 쫓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그 방법이 뭐죠?”

유서하는 품속에서 유월천에게 받은 호리병을 꺼내들었다.

“이 속에는 잠혼향이라는 향이 들어있어요. 이걸 신투가 노릴 만한 물건에 묻힌다면, 그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유서하는 원래 진무량에게 써야 할 잠혼향을 신투를 잡기 위해 사용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이번에 신투를 놓친다면 다시 그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묘연해진다.

또한 진무량을 동료라고 생각하기에, 이 향은 당장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 결론을 내린 것이다.

유서하는 침착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아직 더 해야 할 일이 있지만, 그건 신투가 노릴 만한 표물을 살피면서 자세히 설명해드리죠.”

은소연이 흔쾌히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럼 신투가 노릴 만한 표물들을 따로 찾아둘게요. 그리고 그곳에 방비를 더욱 허술하게 하면, 반드시 신투는 그 표물을 노릴 거예요.”

“이 일은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으셔야 해요.”

“꼭 명심하도록 할게요.”

은소연은 대답을 마친 후,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그 전에 잠시 유 소저의 호위무사와 좀 만날 수 있을까요?”

뜻밖에 은소연의 제안에 유서하가 되물었다.

“네? 호위무사라고 하면 어떤……?”

“두 분의 호위무사 분들 중, 젊은 분과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유서하는 당황하는 기색을 내비췄다.

“무슨 일로 그를 만나려 하시는지……?”

“특별한 일은 아니고, 잠시 대화를 하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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