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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무도-16화 (16/143)

16화. 압도

2017.05.28.

남궁지는 사력을 다해 손무엽의 뒤를 쫓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씩 멀어져가던 손무엽의 기척이 어느 순간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남궁지는 의아함을 느꼈다.

거리가 벌어졌다고는 하나, 아직 완전히 기척을 놓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콰아아!

그때 남궁지의 정면에서부터 어마어마한 기운이 쏘아져 왔다.

남궁세가에서 한번 경험했던 손무엽의 권기였다.

우우웅.

남궁지의 검이 낮은 소리로 울부짖었다.

남궁지는 자신을 향해 쏘아져오는 손무엽의 권기를 정면에서 베었다.

남궁지의 검이 손무엽의 기운을 몰아내면서 간신히 궤도를 옆으로 비껴나가게 만들었다.

펑!

남궁지의 옆을 스치고 지나간 기운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이 몸의 일권을 받아 내다니 제법이군.”

작은 폭발로 주변을 휘날리던 바람 속에서 손무엽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그가 남궁지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손무엽은 끈질기게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남궁지를 따돌리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남궁지를 확실하게 죽이고 이 일대를 벗어나기로 생각을 굳혔다.

남궁지는 양손으로 검을 쥔 상태로 손무엽을 향해 경계태세를 취했다.

“도망치는 건 그만둔 것이오?”

“흥, 애송이가 기가 살았구나. 이 몸께서 네깟 놈이 두려워서 도망쳤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당신의 의도가 뭔지는 상관없소.”

우웅.

남궁지의 검이 낮게 울리며 그 주위를 푸른 기운이 감싸기 시작했다.

남궁세가 고유의 심법인 창궁대연신공을 익혀 검기를 발현하게 될 때 나타나는 형상이었다.

“다만, 남궁세가를 건드린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오.”

보통의 무인들이 그 검기를 보았다면 기겁했을 만도 했으나 손무엽은 달랐다.

손무엽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흥, 고작 검기를 발현할 수 있다고 기고만장해서 이 몸을 쫓아온 것이더냐.”

남궁지는 별다른 대꾸 없이 그대로 손무엽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실 그는 검기를 발현한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

쉬익!

검기를 두른 남궁지의 검이 날카롭게 치고 들어왔으나 아쉽게 손무엽의 몸에 닿지 않았다.

연속해서 남궁지의 검이 손무엽의 허벅지에서 허리,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손무엽은 적당히 뒤로 물러서면서 남궁지의 검을 흘렸다.

남궁지는 철저하게 거리를 계산했다. 손무엽의 주먹은 닿지 않고, 자신의 검은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한 채 비장의 한 수를 꺼내들었다.

‘고혼일검(孤魂一劍)!’

위에서 아래로 흐르던 남궁지의 검이 순간 멈추더니, 그 자리에서 찌르기로 변화하며 손무엽의 심장을 향해 날아들었다.

슈욱!

‘이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처음으로 남궁지의 검 끝이 손무엽에게 닿았으나, 본래 목표였던 심장에서 비껴난 어깨부분이었다.

남궁지의 검로는 확실히 날카로웠지만 손무엽의 회피가 한 수 위였다. 상대의 의표를 찔러 먼저 움직인 남궁지보다, 그것을 보고 대처한 손무엽의 반응이 더 빨랐던 것이다.

단숨에 남궁지와 거리를 좁히며 손무엽이 말했다.

“이 몸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실로 칭찬해줄 만하구나. 하지만…….”

손무엽이 곧바로 공격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복부로 날아드는 손무엽의 주먹을 피하면서 남궁지가 곤혹한 기색을 내비쳤다.

힘이 들어간 공격 이후에는 반드시 빈틈이 생기는 법.

손무엽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정확히 남궁지의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아직 어려.”

우드드득.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남궁지의 입에서 붉은 선혈이 튀어나왔다.

“크악!”

손무엽의 주먹은 압축된 힘으로 겉면이 아닌 내부를 부숴버린다.

남궁지는 기혈이 뒤틀리고 내기도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려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남궁지는 쓰러지려 하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려 했다.

‘크윽! 세가의 무인들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하거늘!’

남궁지는 세가에서 함께 출발했던 남궁세가의 무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힘으로 상대하기에 손무엽은 분명 벅찬 상대였으나,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모두 모이면 승산이 있었다.

부들거리는 남궁지를 향해 손무엽이 입을 열었다.

“젊은 놈치곤 제법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만, 넌 운이 좋지 못했어.”

손무엽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장래가 밝은 녀석을 보면 살려주는 놈들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이 몸은 그런 부류가 아니라서.”

쉬이이이익!

손무엽이 남궁지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 하는 순간, 공중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을 가진 무언가가 손무엽을 향해 덮쳐왔다. 손무엽은 그 즉시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콰아아아앙!

방금까지 손무엽이 있던 자리에는 벼락이라도 내리친 것 마냥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이것은…….”

손무엽이 있던 자리에 떨어진 것은 거대한 창이었다. 여기저기 녹이 슬어있는, 길이가 칠척이 훌쩍 넘는 창이 땅에 박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잠시 후 유서하를 어깨에 태우고 있는 진무량이 공중에서 떨어져 내렸다.

착.

지면에 깊게 박힌 창 옆에 진무량이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아무래도 운이 없는 것은 그쪽인 것 같은데? 나랑 만난 걸 보면.”

유서하는 일단 금의 연주를 멈추고 진무량의 어깨에서 훌쩍 뛰어내려, 곧바로 중상을 입은 남궁지를 향해 다가갔다.

유서하가 근처까지 다가오자 남궁지가 억지로 입을 열어 그녀를 만류했다.

“큭! 어서 도망치시오. 저 노괴는 소저가 상대할 수가…….”

“…….”

유서하는 대답 없이 남궁지의 몸 상태를 살피며,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남궁지는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부상이 심각했다.

정말 간신히 의식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

유서하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 진무량이 내공을 사용할 수 있게 금을 연주해야 하는데, 그 모습을 남궁지에게 보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수혈을 짚어 남궁지를 기절시키면 그대로 절명할 수도 있는 상태였다.

유서하가 고민하는 사이, 손무엽은 진무량과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손무엽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까는 이 몸이 하는 일에 관심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손무엽은 진무량을 보는 순간 그를 기억해냈다.

남궁헌을 찾다가 마주쳤던, 매우 불길한 기운을 가진 사내.

아주 짧은 시간 스쳐 지나간 정도였으나, 그의 기억 속에 진무량은 아주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진무량이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하는 말은 믿지 않는 게 좋아. 변덕이 심하거든.”

손무엽의 시선이 유서하를 향했다.

“그때 말했던, 금을 지닌 여인인가?”

“맞아.”

“저 여인만은 건들지 말라던 경고가 기억나는군. 자네의 정인이라도 되는 것인가?”

“글쎄. 유용한 여자라고만 해두지.”

둘의 대화는 얼핏 들으면 의미 없는 잡담을 하고 있는 것 같아보였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손무엽은 대화를 하는 내내 진무량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고수들의 승부는 상대를 직접 공격해야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눈을 마주한 그 순간부터 이미 승부는 시작되는 것이다.

손무엽은 진무량과 잡담을 나누면서 머릿속으로 그를 향해 수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이상하군.’

손무엽은 적잖이 의아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처음 남궁세가의 의방 지붕에서 진무량을 보았을 때는, 분명 그가 힘을 감추고 있는 고수라고 생각했다.

헌데 실제로 눈앞에서 신경전을 펼쳐보니 전혀 위협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손무엽은 상대를 더욱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기세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백검문과 남궁세가의 무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폭풍 같은 기세가 점차 그에게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꽤나 기대했는데, 고작 그 정도였나?”

바로 앞에서 힘을 과시하는 손무엽을 보면서 진무량은 가볍게 조소를 흘렸다.

디리리리링―!

그 순간 귀신이 나올 때나 울릴 법한, 음산한 금의 선율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띵―! 디딩!

유서하의 손끝이 현을 튕기면서 시작된 소리는 가늘게 떨리다가 멈추고 또다시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 소리가 이어질 때마다 진무량의 단전 안에서 마공이 용솟음쳤다.

이번에는 진무량이 기세를 일으켰다. 그러자 주변의 공기가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스으으으으.

무거워진 공기가 점차 가라앉은 뒤, 진무량이 입을 열었다.

“천마가 말하기를, 강호에서 나와 대적할 수 있을 만한 자는 정파의 칠무제(七武帝)와 사파의 삼군(三君) 정도라고 하던데.”

휘이이잉.

진무량의 내력이 미친 듯이 상승하면서 그의 주변에 검은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진무량은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기면서 말을 이었다.

“그 정도 이름은 가지고 있나?”

손무엽은 저도 모르게 숨이 가빠오고 있었다.

눈앞의 사내는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고수들의 신경전 따위는 아예 성립조차 불가능했다. 똑바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바라보고만 있어도 압도당할 것만 같았다.

손무엽이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칠무제와 삼군을 거론할 정도라면, 네놈이 사대신마라도 된다는 것이냐?”

“정확히 알고 있군.”

손무엽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정말 사대신마란 말인가!’

사실 손무엽이 진무량의 정체를 예상하고 던진 질문은 아니었다.

정파의 칠무제, 사파의 삼군, 마교의 사대신마는 현재 무림을 대표하는 이름들이다. 흔히 그들은 하늘에 산다고 칭해지며, 우연히 스쳐가는 것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런 기세도 내뿜고 있지 못했던 상대가 그 사대신마 중 하나라고?

당장에라도 ‘헛소리 지껄이지 말거라. 이 애송아!’ 라고 일갈을 내뱉고 싶었다.

“…….”

허나 손무엽의 부들거리는 입술은 차마 떨어지기 않았다.

진무량의 주위를 뒤덮고 있는 존재감이 확실히 증명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충분히 사대신마의 위치에 어울린다는 사실을.

다급해진 손무엽은 은밀히 주변을 살폈다.

‘도망쳐야 한다.’

가볍게 인상을 찌푸린 진무량이 손무엽을 향해 말했다.

“아까는 잘도 지껄이더니 왜 이렇게 조용해졌어? 할 줄 아는 게 저보다 약해보이는 놈들에게 뻐기는 것밖에 없는 건가.”

꿈틀.

진무량을 바라보고 있던 손무엽이 불끈 주먹을 쥐었다.

저 눈빛, 깔보는 듯한 목소리, 오만한 말투, 그 모든 것들이 익숙했다.

그건 바로 자신이 버러지라고 생각한 것들에게 취했던 행동이었으니까.

하찮은 백검문놈들을 짓밟을 때 자신이 취했던 행동을 지금 진무량이 똑같이 하고 있었다.

바로 자신에게.

‘감히 이 몸을……!’

손무엽은 도망칠 생각을 버리고 기세를 끌어올렸다.

제아무리 전설적이라고 불리는 사대신마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그것은 이름일 뿐.

직접 상대한다고 했을 때 자신이 반드시 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금까지 실력은 없고 명성만 드높았던 놈들을 숱하게 매장시키지 않았던가.

손무엽이 진무량을 노려보며 거칠게 외쳤다.

“보자보자 하니까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모든 내력을 끌어올린 손무엽이 단숨에 진무량을 향해 달려들었다.

진무량의 무기는 엄청난 길이의 창. 즉 접근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손무엽은 순식간에 진무량의 창이 닿는 거리까지 다가갔다.

‘어떻게든 여기만 파고들면 된다!’

아마도 상대는 파고드는 자신을 막기 위해서 거리를 벌리거나, 창을 휘두를 것이다.

그렇기에 손무엽은 동귀어진까지 각오하면서 거리를 좁히려했다.

허나 그의 예상과 달리 진무량은 창을 휘두르기는커녕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기회다!’

손무엽의 안광이 날카롭게 빛났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진무량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자신에게 거리를 내주었다.

그야말로 천재일우.

이토록 거리가 가까워진 이상, 긴 창은 전혀 쓸모가 없다. 반대로 짧고 빠른 주먹은 상대의 온몸을 타격할 수 있다.

소매가 바람에 찢어질 듯이 펄럭이며, 손무엽의 주먹이 진무량을 향했다.

‘벽력팔권(霹靂八拳)!’

파바바바박!

손무엽은 진무량과 달라붙은 채 쉴 새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파바바바박!

‘한 번만 주먹이 들어가면 된다!’

파바바바박!

수없이 주먹을 날리던 손무엽의 얼굴이 점점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주먹이 상대에게 닿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지척의 거리에서 수없이 주먹을 뻗는데, 손무엽의 주먹은 진무량에게 닿기는커녕 스치지도 못했다.

진무량은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은 채 제자리에 서서 손무엽의 주먹을 모조리 피해냈다.

빠득!

그제야 손무엽은 자신이 진무량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타가 통하지 않는다면…….

손무엽이 손바닥에 십 성의 내공을 실었다.

그러고는 그가 가진 최고의 절기를 펼쳤다.

‘청운뇌장!’

쾅!

하지만 손무엽은 출수한 손을 거두지 못한 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십 성의 내공을 실은 청운뇌장에 부딪친 건 진무량이 아닌, 손무엽의 앞에 있던 애꿎은 바위였다.

손무엽은 무영섬전보를 펼친 진무량의 움직임을 완전히 놓쳤다.

“이 정도면 건방떨 만도 하지 않나?”

뒤쪽에서 들리는 진무량의 목소리.

손무엽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와 다섯 보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진무량이 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생한 답례로 진짜 무공을 보여주지.”

허공을 향해 휘두른 창은 곧은 궤적을 그리며 움직였다.

너무나 단순한 움직임 속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진무량이 그리는 궤적대로 창의 잔상이 남기 시작했다.

그 잔상은 사라지지 않고 끝없이 이어졌다.

‘용형십삼식(龍形十三式) 제 일식 마영수라(魔影修羅).’

어느새 분열한 듯이, 수백 수천 개로 늘어난 진무량의 거대한 창이 모조리 손무엽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퍼퍼퍼퍽!

수천 개의 창날이 모두 손무엽을 꿰뚫고 지나갔다.

날카로운 창날에 수없이 자신의 몸이 꿰뚫리는데도, 손무엽은 어느 것이 잔상이고 어느 것이 실재하는 창인지 구별해낼 수가 없었다.

“커억!”

온몸이 창에 꿰뚫린 손무엽은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무의 극을 이루면 허와 실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손무엽은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한 움큼 피를 토해낸 손무엽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크윽……. 네놈은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도 모를 것이다. 쿨럭!”

의미를 알기 어려운 협박이었으나, 진무량은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는 차가운 시선으로 손무엽을 바라보고 있을 뿐.

손무엽은 당장에라도 숨이 끊어질 듯이 거칠게 호흡하면서 말을 이었다.

“헉, 헉. 내가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절대 네놈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네놈이 아무리 사대신마라고 한들 우리 앞에서는…….”

“끝까지 시끄러운 놈이군.”

“흐흐흐……. 너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실로 그 오만한 태도가 일그러질 것을 생각하면…… 쿨럭! 저승길도…… 지루하지만은 않겠구나.”

콰득!

진무량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손무엽의 심장을 창으로 꿰뚫었다.

“아쉽게도 그럴 일은 없을 테니, 네놈의 저승길은 굉장히 지루할 것 같군.”

손무엽의 가슴에 박힌 창을 뽑아내면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어. 내게 덤벼드는 놈이 있으면 모조리 네가 있는 곳으로 보내 줄 테니까.”

진무량이 창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자연스레 주변을 둘러보던 진무량의 시선이 한 곳에서 멈췄다.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있었군.”

그의 시선이 멈춘 자리에는 아직 의식을 잃지 않은 남궁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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