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악무도-9화 (9/143)

9화. 소문 (1)

2017.05.04.

연시우는 진무량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해할 수가 없군.’

사도맹을 마음먹은 대로 조종할 수 있다면 굳이 이런 위험한 상황을 만들 필요가 없다. 그저 순식간에 몰살시키면 끝이다.

연시우가 진무량에게 물었다.

“자네 말이 사실이라 믿지. 헌데 이런 위험을 자초하는 이유가 뭔가?”

진무량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 부하들에게, 진정 삶이 끝나는 순간을 겪어보게 하고 싶어서.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그 순간에만 보이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거든.”

연시우의 미간의 옅은 주름이 만들어졌다.

진무량의 대답은 한마디로 멸천대를 죽음, 그 일보 직전까지 몰아붙이기 위해 사도맹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기대했던 대로, 진무량의 대답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다. 허나 이런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진무량을 바라보던 연시우의 시선에는 실망감이 역력했다.

“꽤나 흥미로운 사내인 줄 알았는데, 그저 부하들의 목숨을 가지고 노는 미치광이였군.”

연시우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그때 연시우의 등 뒤에서 진무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행이군. 멸천대에 너 같은 놈이 없어서.”

연시우의 시선이 다시 한번 진무량을 향했다.

그리고 점차 그의 몸에서 스멀스멀 살기가 피어올랐다.

“말을 너무 함부로 지껄이는 것 아닌가?”

진무량은 연시우의 살기에 전혀 위축되지 않은 듯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다스리는 멸천대에, 오로지 살고 싶어서 검을 잡은 놈은 단 한 명도 없어. 저들은 그저 강해지고 싶기 때문에, 강해져서 원하는 뜻을 이루고 싶기에 멸천대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진무량은 자신이 쥐고 있는 시퍼렇게 번뜩이는 창끝을 바라보았다.

“제 한 목숨 건사하기 위해서는 검이 아닌 농기구를 잡았어야지. 그렇지 않은가?”

“…….”

대답이 없는 연시우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진무량이 말했다.

“닿을 수 없는 뜻을 이루기 위해 검을 잡은 자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그저 어떻게든 강해지는 것만을 원하지. 난 그런 놈들을 이끌고 있고, 원하는 것을 이루어줄 뿐이야.”

연시우는 진무량의 말이 끝나고도 한참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훗.”

문득 연시우의 입에서 짧은 실소가 흘러나왔다.

왜 마교의 늙은이들이 진무량을 싫어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첫째는 상대가 누구든 거만하기 이를 데 없는 저 태도.

‘누구라도 거슬릴 만하지.’

그리고 두 번째, 이것이야말로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진무량의 행동은 예측할 수가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힘을 합칠 수 있는 이유는 어느 정도 서로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데 진무량이란 사내는 명백히 그것을 위반한다.

짧은 시간에 이뤄낸, 재능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엄청난 실적.

약관을 갓 벗어난, 앞으로도 계속해서 강해질 수 있다는 잠재성.

일반의 상식을 훨씬 웃도는 생각과 그것을 거침없이 실현하는 배포.

그리고 마지막으로 멸천대의 대주라는 직책.

그 모든 것은 거대한 힘으로 돌아왔다.

헌데 정작 그 힘을 가지고 있는 자는 오만하기 이를 데 없으며, 심지어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도 없다.

‘짐작이 안 되는 힘은 언제나 위협이 되기 마련.’

마교의 늙은이들은 당연히 그가 위험분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문득 진무량의 모습이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여태껏 본 적 없는 거대한 힘이 구체화된 것처럼 보였다.

연시우가 말했다.

“쓸모없는 질문 하나만 하지. 자넨 왜 강호에 있는 건가?”

진무량이 고개를 돌려 연시우를 바라보며 한쪽 입 꼬리를 올렸다.

절로 등골이 서늘해질 만한 비웃음이었다.

“이곳이 제일 재미있으니까.”

진무량의 대답을 끝으로 연시우는 통찰을 마쳤다.

진무량에게 흥미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대화를 통해 그의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졌다.

다만, 지금 당장 진무량을 모두 파악해낼 수 없을 것 같기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그를 관찰하고 싶었을 뿐이다.

연시우는 진심으로 진무량이란 사내의 행보에 흥미를 느꼈다.

어디에도 섞이지 않을 것 같은 강대한 힘이 꺾일 것인지, 아니면 어딘가로 섞일 것인지.

또한 그 끝이 비루할지 찬란할지도 궁금했다.

그러자 연시우의 귓가를 시끄럽게 울려대던 ‘그놈을 죽여라!’ 라는 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연시우가 말했다.

“이 전장, 좀 더 구경해도 되겠나?”

“거슬리지 않는다면 상관없어.”

***

“히히히이힝!”

연시우가 타고 있는 말, 청풍이 그의 회상을 깨우듯이 거친 울음을 토해냈다.

연시우는 고삐를 움켜쥐어 청풍을 진정시켰다.

그것이 대주와의…… 진무량과의 첫 만남이었다.

지루하고 따분하기만 했던 일상이 바뀌기 시작한 순간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렇기에 영월단주라는 직책도 버리고 자신의 의지로 멸천대에 들어갔다.

허나 대주가 죽고 나니 모든 것이 다시 과거로 되돌아갔다.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시절로.

그래서일까? 대주의 죽음 이후부터 시도 때도 없이 과거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잊으려 아무리 애써도 자신이 가장 빛났던 그 순간들이 지워지지 않는다.

허나 언제까지 과거만 회상하며 살 수는 없었다.

“푸르르릉.”

청풍의 낮은 울음소리를 들으며, 연시우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청풍은 항상 자신을 과거의 회상에서 현재로 돌려보내는 고마운 역할을 해주었다.

연시우가 청풍의 갈기를 정성스레 쓰다듬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이제부터는 정파의 영역으로 돌입할 것이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뒤를 돌아보지 않으리라.’

스스로 마음을 굳히는 연시우의 뇌리에 등가휘의 마지막 질문이 떠올랐다.

‘대주가 바라는 것이 정녕 멸천대가 멸망하고 검선의 목을 쥐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등가휘의 생각이 어떨지는 모른다.

허나 대주라면 결코 자신을 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라면 ‘원하는 것을 이룬 후에야, 그것이 옳은지 그른 것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하며 자신의 등을 밀어주었을 것이다.

그런 사내였다.

연시우에게 이제 남은 삶의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대주를 죽인 검선과 겨루는 것.

대주의 죽음이라는, 도저히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검선과의 결전으로 납득하고 싶었다.

연시우는 말머리를 옆으로 돌려 자신을 따르는 멸천대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모두 자신과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찬란한 영광이 현재와 미래가 아닌, 과거에 존재하는 자들.

연시우는 멸천대를 상징하는 흑색 갑주를 벗었다.

“이제 마교의 영역을 벗어난다. 전원 멸천대를 상징하는 것을 버려라.”

연시우는 마지막으로 멸천대의 깃발을 들고 있는 자에게 자신의 앞으로 오라는 눈짓을 보냈다.

깃발을 들고 있던 멸천대의 무인이 머리를 숙이며 깃발을 연시우에게 넘겨주었다.

연시우는 건네받은 깃발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멸천대주의 복수를 하고 이곳에 다시 돌아올 때, 우리는 그때 다시 멸천대라고 칭할 것이다!”

쾅! 쾅!

기마 위에 멸천대원들은 모두 창으로 땅을 찧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연시우는 메마른 황야의 끝, 자신이 나아갈 곳을 바라보았다.

이제부터 더 이상 과거를 돌아보지도 않을 것이고, 형편없는 인생을 살지도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검선을 죽일 것이다.

* * *

남궁세가로 돌아온 유서하는 어딘가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진무량은 당연히 그녀가 남궁현일이 마련해둔 처소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허나 그녀가 향한 곳은, 의식을 잃은 견무겸이 있는 남궁세가의 의방이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면서 여긴 또 왜 온 거야?”

진무량의 물음에 유서하가 날카롭게 대답했다.

“당신을 찾는 헛수고를 하는 바람에 여기 있지 못했던 거예요.”

유서하는 시선이 침상에 누워있는 견무겸을 향했다.

그는 상반신 전체의 붕대를 감고 있었으며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어깨에 화살이 박힌 채로 남궁헌을 업고 밤새 달린 것이 화근이었다.

남궁세가에 도착할 동안 너무 많은 피를 흘렸고, 화살촉의 쇳독도 이미 그의 몸에 깊이 파고들어 있었다.

유서하는 견무겸을 향해 다가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그런 뒤 견무겸의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유서하가 이내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돕지 못한 자신이 한심했고, 진심으로 미안했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현일이 들어왔다.

유서하는 남궁현일을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남궁현일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

“허허. 편하게 있어도 괜찮다.”

유서하는 조심스럽게 남궁현일을 향해 물었다.

“늦은 시각에 가주님께서 어인 일로 의방을 찾으신 겁니까.”

“헌이가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의방에 들렀다가, 네 기척이 느껴져 찾아와 보았단다.”

유서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혈월회 살수들에게서 남궁헌을 구하기는 했으나, 분명 큰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헌 소협의 상태는 좀 어떻습니까?”

유서하의 물음에 남궁현일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대로 남궁헌의 몸 상태는 그다지 좋지 못한 모양이었다.

남궁현일은 지금까지와 달리 굳은 목소리로 유서하에게 말했다.

“어쩌다 헌이를 만났는지 설명해줄 수 있겠느냐.”

유서하는 또박또박 정확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이곳을 지나던 중, 혈월회가 안휘에서 불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우연히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남궁세가로 향하던 중, 남궁헌 소협이 혈월회 살수들에게 습격당하고 있는 발견했습니다. 저희는 남궁헌 소협을 구하기 위해 혈월회와 겨뤘고, 그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상태로 이곳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혈월회라…….”

남궁현일의 몸에서 일순간 사나운 기세가 풍겼다.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구나. 나머지는 남궁세가에서 처리하도록 하마.”

의방을 나가려던 남궁현일의 눈에, 문 옆에 서있는 진무량의 모습이 들어왔다.

남궁현일이 진무량을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자네…….”

유서하는 남궁현일이 진무량에게 보이는 반응에 당황했다.

허나 잘못 나섰다가는 긁어 부스럼이 될 수는 있는 일. 유서하는 일단 침착하게 남궁현일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남궁현일은 빤히 진무량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흠…….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군. 나를 본 적이 있던가?”

남궁현일을 똑바로 마주보며 진무량이 말했다.

“멀리서 몇 번 본 적은 있으나,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오.”

진무량의 애매해 보이는 대답을 얼른 유서하가 거들었다.

“비천검문에 오래 있던 자니, 가주님께서 본문을 방문하셨을 때 본 것이 아닐는지요.”

“흐음. 그럴 수도 있겠군.”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던 남궁현일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건 그렇고, 자네 참으로 좋은 근골을 지녔구먼.”

진무량은 가벼운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진무량의 태도는 분명 무례하게 보일 수 있었으나, 남궁현일은 그의 행동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남궁현일이 밖으로 나가기 전 유서하를 향해 말했다.

“너도 환자이니 몸조리에 신경 쓰고, 불편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거라.”

“감사합니다. 가주님.”

남궁현일이 나가고 나서야, 유서하는 한시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유서하가 진이 다 빠진 듯한 목소리로 진무량에게 말했다.

“당신과 같이 있다 보니 수명이 줄어드는 것 같네요.”

유서하는 남궁현일에게 진무량의 정체를 들킬까 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진무량이 태연스럽게 대답했다.

“적당한 긴장감은 오히려 건강에 좋으니까 걱정하지 마.”

유서하가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진무량이 문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생각이야?”

“무겸이 눈을 뜰 때까지요.”

“그래? 그럼.”

진무량이 몸을 돌려 문밖으로 나가려 하자, 유서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위해야 할 사람을 두고 어딜 가려는 거죠? 호위무사님.”

평소와 달리 유서하의 목소리는 약간 들떠 있었다.

진무량이 고개를 까딱이며 반문했다.

“너 혹시, 조금 전에 날 찾으러 다녔던 것 때문에 복수하는 거야?”

진무량의 말을 듣고, 유서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여기 있어야 하는 이유에 복수도 추가하도록 하죠.”

* * *

인적이 없는 숲속에 버려진 작은 오두막집.

그 안에는 두 명의 사내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한 사내는 여인이 쓰는 분을 얼굴에 온통 칠갑한 혈월회의 살수 곡언무였고, 그를 마주보고 있는 사내는 곡언무의 수하 종택(宗澤)이었다.

“진무량은 아직도 찾지 못했나?”

특유의 가느다란 목소리를 내는 곡언무를 향해 종택이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그것이……. 주변을 샅샅이 뒤져보았으나,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곡언무는 분을 못 이겨 제자리에서 몸을 부르르 떨다가 종택의 정강이를 발로 차버렸다.

퍽!

종택은 아픔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참았지만, 어쩔 수 없이 짧은 신음을 흘렸다.

“크윽!”

“귀혈악인은 못 찾았어도, 그와 함께 있던 연놈들이라도 찾았어야 할 것 아니야! 그런 부상을 입고 멀리 움직였을 리가 없잖아!”

곡언무는 답답해서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애초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진무량과 같이 있던 그 남녀의 신분도 아직 파악하지 못했고, 그의 행로도 전혀 예측할 수 가 없었다.

‘설마 진무량이 나선 이유가 남궁헌을 구하기 위해서인가?’

곡언무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마교의 인물인 진무량이 정파 소속인 남궁헌을 구하려 할 리가 없었다.

고민하고 있는 곡언무를 향해 종택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주변에서 딱 한 군데 뒤지지 못한 곳이 있습니다만…….”

“그걸 왜 이제 말해? 거기가 어딘데?”

“남궁세가입니다. 헌데, 거긴 너무 경계가 삼엄하다 보니…….”

곡언무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이 자식이 정신 안 차려? 무림공적인 귀혈악인이 남궁세가로 걸어들어 간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곡언무가 다시 한번 종택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퍽!

느닷없이 얻어맞은 종택은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몸을 뒤척였다.

곡언무는 종택을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상념에 빠져들었다.

화를 풀 곳이 필요해서 종택을 걷어찬 것이지, 그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혈월회의 추격술은 여타의 문파들과 비교해보더라도 분명 뛰어난 편에 속했다.

비밀리에 활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행동의 제약은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도 추격하려는 상대를 쉽게 놓칠 수준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무량의 흔적조차 찾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

아무리 생각해도 진무량을 찾을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젠장!”

이러다가 또 소천광이 도깨비처럼 불쑥 찾아와 진무량의 위치에 대해 묻는다면…….

‘반드시 찾아야 한다.’

곡언무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끔찍한 생각을 멈췄다.

“아!”

한참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곡언무는 뭔가 생각난 듯이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넌 지금 즉시 안휘성 주변 정보조직들을 이용해서, 무림공적 귀혈악인이 살아있다는 소문을 흘려라.”

허옇게 분을 칠한 곡언무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걸렸다.

‘우리의 힘만으로 진무량을 찾아낼 수 없다면, 정파놈들을 이용하면 될 일.’

진무량이 살아있다는 소식은 정파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잘하면 남궁세가까지 움직일 수도 있겠군.’

그렇게만 된다면 진무량이 어디에 숨어있다고 한들, 작은 단서 정도는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곡언무의 생각이었다.

종택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멍한 얼굴로 곡언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곡언무는 다시 화가 치밀어 올라 종택을 향해 불호령을 내렸다.

“뭐하고 서있어? 지금 당장 움직여!”

“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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