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극악무도-7화 (7/143)

7화. 첩자

2017.04.27.

몸속에서 가장 통증이 극심한 곳은, 내공을 운용할 때 쓰였던 기경팔맥과 한계 이상의 힘을 썼던 근육들이었다.

마치 몸속에서 뾰족한 꼬챙이가 굴러다니는 것과 비슷한 기분.

진무량은 가까스로 무심한 표정을 유지한 채, 흘깃 유서하를 돌아보았다.

한계를 넘어선 그녀는 자신이 연주하던 금 위로 쓰러져있었다.

쓰러진 유서하의 상태를 발견한 견무겸이 재빨리 그녀의 곁으로 향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유서하는 어느새 의식을 잃은 뒤였다.

‘몸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진무량의 금제를 해방시키는 건 유서하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유서하는 소천광에게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억지로 음공을 사용했으니, 기혈이 뒤틀려 정신을 잃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곡언무는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뭐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갑자기 진무량의 기세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외눈박이 사내 역시 소천광의 화살 때문에 쉬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곡언무는 재빨리 소천광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재빨리 그의 몸을 부축했다.

곡언무가 소천광을 데리고 도망치려 하는 것이 진무량의 눈에 들어왔다.

“어딜…….”

진무량은 단숨에 창을 던지려 했다. 허나 지독한 고통 때문에 원하는 대로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다.

진무량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땅바닥에 창을 박으며 몸을 지탱했다.

곡언무는 갑자기 이상해진 진무량의 상태가 의아했지만,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곡언무는 그저 천운이라 생각하며, 소천광을 부축한 채 순식간에 도망치기 시작했다.

* * *

곡언무가 소천광을 부축하고 도망치자, 견무겸은 서둘러 유서하의 맥을 짚으며 상태를 살폈다.

낯빛이 어둡고, 맥박 또한 불규칙했다.

‘기혈이 뒤틀린 것이 틀림없다.’

견무겸은 유서하의 등 뒤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양손에 진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준비를 마친 견무겸이 양손을 유서하의 등에 갖다 대었다. 그러자 유서하의 등이 곧게 펴졌다.

진기는 내공과 비슷하면서도 성질이 다르다. 내공이 심법을 통해 만들어낸 힘이라면, 진기는 생명력 그 자체를 쓰는 것이다.

견무겸은 자신의 진기를 사용해서 신중하게 유서하의 몸 안에 막힌 기혈을 뚫기 시작했다.

견무겸의 진기는 유서하의 막힌 기혈을 뚫으면서 간단하게 소주천(小周天)을 마쳤고, 그제야 견무겸은 조심스럽게 유서하의 등에서 양손을 떼었다.

“후우. 후우.”

심력을 집중했던 견무겸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다행히 유서하의 상태가 생사를 걱정할 정도로 위독하지는 않았다.

허나 그렇다고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일단 안정을 취하게 한 뒤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했다.

견무겸이 유서하의 상태를 살피는 사이, 진무량도 어느 정도 몸을 추슬렀다.

혈마옥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 때는 완전히 정신을 잃었으나, 지금은 그때처럼 몸이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가 아니었다.

물론 극심한 고통이 따르는 건 여전했지만, 의식을 유지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진무량은 유서하가 쓰러진 것을 확인하고,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검선의 핏줄이라 하기에는 너무 허약하군. 그 늙은이는 더럽게 끈질기던데.”

견무겸은 어깨의 입은 상처도 잊은 채,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가씨를 모욕하지 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 뭐, 어찌됐건…… 이제부터 어떻게 움직일 생각이지?”

견무겸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유서하의 곁에 쓰러져 있는 남궁헌도 챙겨야 했다. 그는 아주 심각한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최선일까…….’

견무겸이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진무량은 유서하를 한 손으로 들어서 어깨에 걸쳤다.

갑작스런 진무량의 행동을 보고 견무겸이 기겁을 했다.

“무슨 짓이냐! 당장 내려놓지……. 으윽!”

“화살이 박힌 채로 그렇게 미친놈마냥 소리를 지르니 당연히 상처가 벌어지지.”

“그게 어쨌다는 거냐! 당장 아가씨를…….”

진무량이 무심한 어투로 말했다.

“지금은 생각하기보다 무조건 행동에 나설 때다. 입씨름할 힘이 있으면 이 근방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로 앞장이나 서.”

견무겸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유서하도 서둘러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태고, 남궁헌은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부상을 입었다.

잠깐의 시간 낭비가 누군가에겐 죽음으로 돌아올 수 있는 상황.

지금은 진무량의 말대로 이것저것 생각하기보다는 서둘러 행동에 나서야 할 때였다.

견무겸은 화살이 박히지 않은 오른쪽 어깨에 남궁헌을 둘러메었다.

“돌아가는 것보다 앞으로 가는 것이 더 빠르다. 그러니 남궁세가로 곧바로 갈 것이다.”

“이틀 정도의 거리라고 했던가?”

“빨리 움직인다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겠지. 근데…….”

앞으로 나아가던 견무겸이 돌연 자리에 멈춰서면서 뒤를 돌아 진무량을 째려봤다.

“왜 네가 아가씨를 업은 거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진무량이 대답했다.

“가벼우니까.”

* * *

어둑해진 산길.

곡언무는 소천광을 부축한 채 쉬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중, 들릴 듯 말 듯 아주 미세한 소천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춰라.”

곡언무는 소천광의 명령에 따라 곧바로 제자리에 멈췄다.

소천광은 부축하고 있는 곡언무의 몸을 밀쳐내며 말했다.

“나와 겨뤘던 자. 아는 자인가?”

곡언무는 소천광과 눈을 마주치지 못해 머리를 깊이 숙였다.

“과거 혈월회를 수없이 학살했던, 귀혈악인이라 불렸던 놈입니다.”

소천광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깊은 상념에 빠졌다.

곡언무는 그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소천광은 과거 혈월회를 이끌었던 소기성의 삼남이다.

다만, 그는 어렸을 적 무공의 성취가 느려 혈월회에서 쫓겨났던 몸이었다.

행방을 감췄던 소천광이 다시 나타난 것은 십 년도 넘는 세월이 훌쩍 지난 뒤였다.

이미 혈월회가 멸천대에게 철저하게 짓밟힌 다음, 정확히는 살아남은 극소수의 혈월회 살수들과 소기성이 은신처에 숨어 복수를 계획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 와중에 소천광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혈월회 은신처에 나타났다. 그를 본 모든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그의 기척을 알아내지 못했으니까.

모습을 드러낸 소천광은 단숨에 아버지인 홍사사신 소기성을 죽여 버렸다. 살수의 정점이라 불린 소기성이 화살 한 발에 머리가 꿰뚫려 버린 것이다.

그 뒤에 소천광은 혈월회에게 자신을 따를 것을 강요했다.

멸천대에게 소생할 수 없을 만큼의 타격을 입고, 주군으로 모시던 소기성까지 죽어버렸다. 남은 혈월회 살수들에게 선택지는 하나, 소천광을 따르는 것밖에 없었다.

혈월회를 이끌게 된 소천광의 성격은 포악하기 그지없었다.

소천광을 도련님이라 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소천광은 자신을 주군이라고 부르는 자들을 모조리 죽였다. 오직 도련님이라 부르는 자들만을 살려두었으니, 자연스레 호칭이 정해지게 된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걸까? 역시 귀혈악인의 대한 처우를…….’

소천광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입술을 훑었다.

곡언무는 항상 소천광의 눈치를 봐왔기에, 지금 취한 그의 행동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지금 소천광은 뭔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소천광 특유의 고저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즉시 모든 혈월회 살수들을 모아, 진무량의 행방을 찾아내서 감시하라.”

“존명.”

곡언무는 소천광의 생각을 얼핏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진무량을 죽일 생각을 굳힌 것이다.

허나 그 결정이 혈월회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소천광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마치 적을 보는 것마냥 차가웠기 때문이다.

* * *

쓰러졌던 유서하의 의식이 서서히 돌아왔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등과 맞닿은 푹신한 침상의 감각이었다.

이윽고 커다랗고 따뜻한 손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유서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자신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대고 있는 노인의 얼굴이 보였다.

유서하는 상대를 확인하자 재빨리 몸을 일으키려 했다.

“으윽!”

서둘러 몸을 일으키려는 유서하를 제지하며, 노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정을 취해야 하니 편히 누워 있거라.”

유서하는 아픈 몸을 이끌고서도 최대한 예를 갖췄다.

“소녀. 가주님을 뵙습니다.”

유서하의 눈앞에는 오십 대 정도로 보이는 노인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남궁현일.

남궁현일은 유서하의 아버지인 검선 유월천의 오랜 지기이자, 정파에서 최고의 가문 중 하나로 꼽히는 남궁세가의 가주를 맡고 있는 자였다.

남궁현일이 너그러운 웃음을 지었다.

“허허, 어쩌다 이리 다친 몸으로 세가를 찾게 되었는지, 그 연유는 몸조리가 끝나고 난 후에 듣겠네. 그러니 지금은 일단 휴식을 취하도록 하렴.”

남궁현일은 유서하의 휴식을 위해서 자리를 비켜줄 생각이었다.

남궁현일이 몸을 일으키자, 유서하가 재빨리 그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실례지만, 혹시 제 일행도 이곳에 있나요?”

“물론이지. 심한 중상을 입은 헌이와 호위무사 한 명도 지금 치료중이란다.”

유서하는 한시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잠깐.

치료를 받는 호위무사가 한 명뿐이라는 것은…….

“혹시 호위무사가 한 명 더 있지 않았나요?”

남궁현일은 길게 늘어진 수염을 쓸며 대답했다.

“그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면서 세가를 나갔는데.”

* * *

무림에서 서로의 무(武)를 겨루는 것만큼 치열한 것이 정보를 통한 전쟁이다.

거짓된 정보를 흘릴 수 있다면 상대를 함정으로 유인할 수 있고,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면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핵심 정보를 알았다면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법.

그처럼 중요한 정보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마교는 정파의 중요한 곳곳에 첩자를 심어두었다.

그중 남궁세가에 숨겨둔 마교의 첩자가 바로 벽영오(壁靈烏)였다.

“영오, 너 이 자식! 아직도 다 못 끝냈어?”

남궁세가의 총관의 직책을 담당하고 있는 남궁전(南宮全)이 불같이 노하면서 벽영오를 닦달했다.

남궁전은 남궁세가의 총관으로, 거대한 남궁세가의 재정적인 부분을 도맡아 담당했다.

마교의 첩자 벽영오는 철저히 정체를 감추고 남궁전의 수하로 잠입해 있었다.

“요즘 좀 잠잠하다 싶더니 또 이런 실수를 해!”

남궁전의 불호령이 떨어졌고, 벽영오는 늘 그렇듯이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것이 어제 자, 잠을 설쳐서 그만…….”

“그놈의 잠은 대체 왜 설친 건데?”

“귀, 귀신이 꿈에…….”

초인적인 인내로 화를 참던 남궁전이 완전히 폭발했다.

“당장 나가!”

* * *

진무량은 남궁세가의 이곳저곳을 샅샅이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그는 어느 장소에 가더라도 항상 지형을 살펴서 어느 방면으로든 가장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둔다.

허나 지금 남궁세가를 돌아다니고 있는 이유는 그 때문만은 아니다.

마교에서 남궁세가의 첩자를 심어두었다는 것을 진무량은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혈마옥에 갇힌 뒤 시간이 많이 흘렀기에, 이미 첩자가 붙잡혔을 가능성도 있다. 허나 그 반대의 경우, 마교의 첩자를 만날 수만 있다면 분명 큰 힘이 될 것이 자명했다.

첩자들은 대개 원래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모습을 숨기고 있지만, 진무량은 마교의 첩자를 만나기만 한다면 반드시 상대를 알아볼 자신이 있었다.

진무량은 내공을 잃었기에 상대방이 익힌 내공을 파악할 수 없었으나,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상대의 시선이나 표정, 또는 별 볼 일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작은 행동을 통해서 그 사람의 내면을 꿰뚫어봤다.

진무량 특유의 야성적인 감각과 뛰어난 통찰력이 결합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감각은 내공을 잃고 난 뒤에도 여전했고, 그 때문에 소천광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마교의 첩자를 찾지 못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유서하와 견무겸이 곁에 없는 이런 좋은 기회를 헛되이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뭐지?’

진무량의 눈에 평범한 외모에 사내가 들어왔다.

아주 미묘하게나마, 지금까지 봐왔던 자들과는 달랐다. 묘하게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상대.

진무량은 지체 없이 그 상대를 향해 움직였다.

* * *

벽영오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땅을 보며 걷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그가 실연이라도 당한 사람인 것마냥 보겠지만, 겉에서 보이는 모습과 속내는 전혀 달랐다.

남궁전이 시킨 장부 정리 따위는 벽영오에게 있어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 쉬운 일이었다. 허나 그의 임무는 남궁세가에서 장부 따위를 들춰 보는 것이 아니었다.

남궁전에 대해서는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처럼 기죽은 척, 잠깐 바람을 쐬다가 다시 돌아가서 장부 정리를 다시 해놓으면 된다.

거기다가 불쌍한 척 연기를 좀 곁들이면 남궁전은 늘 그랬던 것처럼 다시 받아줄 것이다.

‘자 그럼…….’

벽영오는 밖으로 나온 김에 자신의 진짜 임무인 첩보활동을 시작했다.

첩보의 가장 기본은 남의 말을 듣는 것이다.

시끄러운 인파속에서 어떤 의복을 입은 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사람들 입에서 주로 오르내리는 화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걸으면 군중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좀 더 면밀하게 경청하고 그것들을 분석하다 보면 유용한 정보에 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음?’

벽영오가 머리를 긁적였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누군가가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허나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딱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착각인가?’

벽영오는 잡생각을 떨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때 벽영오의 눈에 남궁세가에서 평소 보지 못했던 무리들이 보였다.

‘누구인지 알아봐야겠군.’

벽영오는 의문의 무리들에게 오감을 집중시킨 채,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한 걸음씩 다가가던 중, 갑자기 건물 뒤에서 의문의 사내가 튀어나왔다.

벽영오는 순식간에 건물 뒤에서 튀어나온 의문의 사내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는 상대를 피할 수도 있었고, 낙법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혹시 작은 의심이라도 살까 봐, 벽영오는 일부러 짧은 비명과 함께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으악!”

“이런! 괜찮으시오?”

벽영오는 평소처럼 말을 더듬으면서 자신과 부딪힌 상대의 모습을 확인했다.

“괘, 괜찮소. 가, 가던 길 가시오.”

벽영오는 상대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원인 모를 긴장감을 느꼈다.

첩자로서의 가장 기본은 상대의 역량을 파악하는 것이다. 헌데…….

‘이 느낌은 대체 뭐지?’

이상했다.

눈앞에 사내에게서는 분명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 추측을 토대로 눈앞에 사내를 자세히 파악해보았으나, 그에게서는 어떤 내공도 느껴지지 않았다.

벽영오의 눈앞에 있는 사내, 진무량이 넘어진 벽영오에게 손을 내밀었다.

벽영오가 진무량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나며 말했다.

“고, 고맙소.”

벽영오를 바라보는 진무량의 눈빛이 한층 더 매서워졌다.

벽영오가 자신을 알아보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멸천대는 어디에서건 늘 가면을 쓰고 다녔기에, 마교 내에서도 인상착의로 자신을 알아보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즉, 벽영오의 반응만으로는 아직 그가 마교의 첩자인지 아닌지 정확히 판별할 수가 없다.

‘좀 더 알아봐야겠군.’

진무량의 입가에 불길한 비웃음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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