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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세일소-201화 (에필로그) (201/201)

#   201 - 광세일소_한추영 - 17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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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벌써 석 달째인데 저러다가 앓아눕겠어요.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기하진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사소혜가 불만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일봉도 묵묵히 기하진을 바라보다 나지막이 대답했다. 일봉의 목소리에도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그때 당한 내상은 다 나으셨어요?”

“이제야 겨우 다 나았습니다. 기 대협의 내력이 고강하리라고는 생각했으나 그토록 위력적일지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호호호, 두 분 도와드리려다가 저승 문턱까지 다녀온 셈이시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때 장력을 받아냈더라면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을 텐데 기왕 하는 김에 화끈하게 하자고 생각하여 일부러 안 막았더니.... 하하하, 기 대협의 무공은 정말 명불허전이었습니다.”

“그러게, 임 소저가 시늉만 하라고 했잖아요? 왜 그렇게 목숨을 걸어요?”

“저야 사 소저처럼 연기가 능한 사람이 아니니까요. 저는 그날 사 소저 손에 아가씨께서 정말 돌아가시는 줄 알고 속으로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 말에 사소혜가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임 소저는 정말 대단해요. 이 모든 일을 다 준비한 것도 그렇고. 기 대협이 그런 일을 벌일 줄 어떻게 미리 알았을까요? 어떨 때 보면 정말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후후, 그러게요. 기 대협이 청풍도장 등과 자리를 자주 같이할 때 이미 눈치채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대주님께 미리 언질이라도 주시던가. 순진한 우리 대주님, 그날 정말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요. 제가 간이 다 조마조마했다니까요.”

“하하하, 사 소저가 그럴 정도면 바로 옆에서 지켜보던 저는 오죽했겠습니까?”

그 말에 사소혜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그렇기도 했겠군요. 그런데 장운 그 자식도 대단했어요. 어디서 그런 애를 찾으셨어요?”

“아, 그 친구 본명이 경환(驚歡)입니다. 그 친구를 찾은 사람은 사실 접니다. 경극단에 있어서 연기에 능하지요. 저도 정말 놀랐습니다. 어린 나이치고는 너무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해서요. 물론 사 소저보다야 못했지만.”

“호호호, 인정을 해주시니 기뻐요. 그때 다행히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진 것도 정말 천운인 것 같아요. 사실 일봉 대협이나 저희 대주님은 정말 크게 다쳤잖아요. 임 소저가 부탁하니 믿고 하기는 했지만, 저같이 간담이 작은 사람은 두 번 다시 그런 일 겪고 싶지 않아요.”

“사 소저께서 간담이 작다니 믿기지 않는군요.”

사소혜가 일봉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다가 다시 눈길을 돌려 기하진을 바라보았다. 기하진이 무덤가의 잡초를 뽑고 있었다.

“이제 임 소저와 저희 대주님은 행복하실까요?”

“그러시겠지요. 그토록 바라던 생활을 함께하시니까요.”

“이제 슬슬 기 대협께도 얘기를 드리면 좋으련만. 저는 가슴이 아파서 더는 지켜보지 못하겠어요.”

“그래서 저희가 이제 떠나는 것 아닙니까? 아가씨께서 한 삼 년은 꼼짝 말고 아무 소리 말라고 하셨습니다. 삼 년이 지나면 아가씨께서 직접 기 대협을 찾으시겠지요.”

일봉이 기하진을 바라보다가 사소혜에게 눈길을 돌렸다.

“내일 화산으로 돌아가시면 석 대협과 아가씨께 꼭 안부 전해주십시오. 저도 본 파의 일을 매듭짓는 대로 얼굴 뵈러 한번 가겠다고 말입니다. 그때는 매형의 자격으로 가는 것이니 석 대협께서 단단히 긴장해야 할 겁니다.”

“어머! 우리 대주님을 지금 혼내시려는 거예요? 그럼 저도 올케 자격으로 임 소저에게 잔소리 좀 할까요?”

“그렇게 하시죠. 그동안 두 사람 때문에 저희 마음고생이 심했으니 그 정도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렇죠? 호호호.”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산에서 불어오는 미풍을 타고 잔잔하게 흩어졌다. 그 위로 늦여름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두둥실 떠 가고 있었다.

_ 종(終)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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