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세일소-151화 (151/201)

#   151 - 광세일소_한추영 - 1626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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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일봉 (2)

일봉의 온몸을 태울 듯이 치솟던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말할 수 없이 벅찬 기운이 온몸에 가득했다. 그러고는 기경팔맥을 통해 기운이 하나하나 단전으로 되돌아왔다. 모든 기운이 단전으로 수렴하면 마지막 관문이 무사히 끝나는 것이었다.

기경팔맥 중 여섯 개가 끝나고 마지막 임·독 양 맥이 남았다. 등줄기를 타고 올라간 기운이 백회에서 잠시 머물더니 다시 임맥을 타고 단전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마지막 단계라 그런지 일봉의 기감이 전에 없이 예민해졌다. 수련을 하면서도 바깥의 동정을 다 느낄 정도였다.

그때 어디선가 미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평소 같으면 듣지 못할 정도로 미약한 소리였다.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단전으로 내려오던 기운이 대번에 흔들리며 다시 거꾸로 치솟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중간에 그만두지 말고 반드시 끝낼 것을 신신당부하던 스승의 표정이 눈앞에 떠올랐다. 지난 300여 일, 자신뿐만 아니라 스승인 요혜신니의 고생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마지막 남은 영단까지 다 써버린 마당에 인제 와서 신공을 완성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자신을 용납할 수 없는 문제는 둘째치고, 스승과 아미파 동문들에게도 큰 죄인이 되고 말 터였다.

마음을 잡은 일봉이 정신을 하나로 모으자 흔들리던 기운이 바로 잡히며 다시 순행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일봉의 귀로 요혜신니가 움직이는 기척이 들려왔다. 이상하게도 평상시와는 달리 무공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발걸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자신을 돕느라 스승이 모든 내기를 소진해버렸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죄송스럽고도 감사한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곧이어 아주 미약하기는 하나 누군가 경공을 시전하여 스승 앞에 도달하는 기척이 났다. 음산한 웃음소리가 살짝 난 듯도 했다.

일봉은 참지 못하고 두 눈을 번쩍 떴다. 배꼽 아래까지 내려갔던 기운이 다시 역행하더니 정수리를 넘어 등 뒤로 뒤돌아 갔다. 누가 귓전에다 용고(龍鼓)를 대고 두드리는 듯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왔다. 손에서 살짝 땀이 배어나기 시작했다.

일봉이 이렇게 불안감을 느낄지 알았던지 문밖에서 스승 요혜신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 마음에 마(魔)가 생기기 시작하나니, 없던 일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몸 밖의 일에 신경을 쓰지 말고 마지막까지 용맹정진하거라.”

얼핏 무학 구결을 읊조리는 듯하나 자신에게 들으라고는 하는 말씀이 분명했다. 스승의 말씀에 마음이 가라앉은 일봉은 다시 입정에 들어 마지막 박차를 가했다. 잠시 뒤 무엇인가 땅바닥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으나 몸 밖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는 의심으로 생기는 마(魔)라고 여기고 괘념치 않았다.

드디어 모든 기운이 단전으로 수렴했다. 온몸에 기운이 흘러넘쳐 새털처럼 가벼웠고 안력(眼力) 마저 전에 없이 좋아져서 어둠 속에서도 작은 바늘 하나까지 보일 정도였다.

“하하하”

자신도 모르게 호탕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토록 갈망하던 경지에 드디어 이른 것이다.

일봉은 얼른 수련실을 박차고 나왔다. 스승에게 이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 드리고 싶었다.

수련실을 올라와 스승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순간, 일봉은 온몸의 털이 하나하나 곧추서는 느낌이 들었다. 벼락이라도 맞은 듯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자신의 눈앞에 스승 요혜신니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스승님!”

일봉이 다급하게 요혜신니를 부축했다. 요혜신니는 강력한 지공(指功)에 당한 듯 머리 부분에 다섯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고, 적은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안 되었던지 가슴 부위를 강력한 장력으로 때려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뼈가 살갗을 뚫고 튀어나와 있었다. 머리와 복부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요혜신니의 얼굴과 옷자락을 검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스승을 안은 일봉의 손이 덜덜 떨렸다. 믿을 수가 없었다. 마가 주는 환청이라고 애써 부인했던 것이 실제였던 것이다. 스승이 흉수의 손에 죽어가는 마당에 자신은 골방에 앉아 무공이나 수련하고 있었다니.

일봉의 눈에서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자신의 어리석음이, 그 무지하고 순진한 어리석음이 이토록 원망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스승님...!”

일봉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요혜신니의 얼굴에 떨어졌다. 숨을 거둔 줄로만 알았던 요혜신니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요혜신니가 힘겹게 눈을 떴다.

“완성.... 했구나. 잘, 했다....”

선혈 자국이 선명한 스승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아니 됩니다. 스승님, 이렇게 가시면 아니 됩니다.”

일봉이 눈물을 글썽이며 스승을 바라보았다. 스승을 살릴 수만 있다면 시간이라도 거꾸로 돌리고 싶었다. 자신의 수련만 아니었다면 스승이 이렇게 비참하게 당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스승이 당한 것이 모두 자기 잘못으로만 여겨졌다.

“받거라....”

요혜신니가 자꾸 감기는 두 눈을 억지로 뜨며 손을 꿈틀거렸다. 손에는 아미파 장문인의 신물인 보문검이 들려 있었다.

일봉은 그 검의 의미도 모른 채 피 묻은 스승의 손을 잡고 그저 눈물만 흘릴 따름이었다.

“아... 아미파를.... 부탁한다.”

일봉을 바라보는 요혜신니의 창백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가 싶더니 신니는 곧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스, 스승님! 스승님!”

일봉이 목이 터지라고 요혜신니를 불렀다. 그러나 아무리 스승의 몸을 흔들어도 한번 감긴 눈은 다시 뜨이지 않았다.

일봉은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토록 무공이 고강하시던 분이 어떻게 이리도 허무하게 돌아가신단 말인가.

그때 기하진이 암자 밖에서 쏜살같이 달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이런!”

기하진은 암자 앞마당에 쓰러진 아미파 제자의 모습에 놀라더니 그제야 쓰러진 요혜신니를 발견하고 다급히 다가왔다.

“신니께서 어떻게 된 것입니까?”

기하진이 물었지만 일봉은 넋이 나간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하진이 얼른 요혜신니의 코끝에 손가락을 대어 보더니, 다시 팔과 목의 맥을 짚어보았다. 맥박이 뛰지 않았다. 기하진이 요혜신니의 장심을 통해 내기를 불어넣으려고 했으나 신니의 몸속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저 신니의 체온만 빠른 속도로 식어갈 뿐이었다.

잠시 후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청풍도장, 운진자, 현암자가 일봉의 절규를 듣고 달려왔다. 임무를 띠고 나갔던 남이와 석추명도 함께 달려왔다.

“스승님!”

요혜신니의 모습에 남이가 절규하며 뛰어들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현암자가 다급하게 요혜신니를 살펴보며 일봉과 기하진 두 사람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침입자가 있었던 듯합니다.”

기하진이 마당에 쓰러진 아미파 여제자를 가리켰다. 다행히 그 제자는 의식만 잃은 듯 청풍도인이 혈도를 문지르자 금방 깨어났다.

“신니의 상태는 어떻소이까?”

운진자가 현암자에게 물었다. 요혜신니를 살펴보던 현암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운명하셨소이다.”

현암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남이가 쓰러질 듯 스승을 부르며 울부짖었다.

“스승님! 스승님!”

“어허, 이게 도대체 무슨 괴변이란 말이오. 소림사가 바로 지척이거늘.”

운진자의 말에 요혜신니의 상처를 살펴보던 현암자가 말을 꺼냈다.

“상처로 보건대 흉수는 지공(指功)의 고수가 분명하오. 여기 머리 쪽에 난 구멍은 흉수가 강력한 지공으로 단번에 두개골을 뚫은 흔적이오. 이것만으로도 요혜신니는 살아날 수 없었을 텐데, 흉수는 안심이 되지 않았던지 손바닥으로 가슴 쪽을 한 번 더 쳤소. 장력이 얼마나 강력했던지 가슴뼈가 모조리 부러지고 심장을 비롯한 장기가 즉시 파열되었소이다.”

의술에 제법 조예가 깊은 현암자가 상처를 진단하며 말했다.

“손가락으로 두개골을 뚫다니 세상에 그런 무공이 있습니까?”

청풍도장의 말에 운진자가 말했다.

“흠, 그런 무공은 흔치 않지요. 소림사의 대력금강지라면 모를까.”

“대력금강지는 다섯 손가락을 다 쓰지 않지요. 머리에 난 상처로 봤을 때 이것은 호조수나 응조수, 용조수와 같은 무공에 난 상처이외다. 하지만 그런 무공으로는 두개골을 뚫을 수는 없을 텐데....”

현암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호조수나 응조수, 용조수는 모두 신체의 부드러운 부위나 관절을 공격하는 것으로 뼈 중에서도 가장 딱딱한 두개골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손과 관련된 무공 이름을 듣다 보니 석추명은 문득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가 기하진과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다. 기하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현암자가 갑자기 생각난 듯 청풍도인에게 물었다.

“마당에 쓰러져 있던 아이는 깨어났소이까?”

“마침 깨어났소이다. 그 아이에게 물어보면 되겠군요.”

마당에 쓰러져 있던 아미파 제자는 남이보다 어린 소녀로 미영(美英)이라는 이름의 소사매였다.

“소사매, 정신을 잃기 전에 혹시 누구 공격했는지 보았느냐?”

현암자가 급히 물었다. 미영은 정신을 잃었다가 깬 지 얼마 되지 않아 장문인이 돌아가시고 자신의 주위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자 겁을 먹은 듯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때 미영의 옆에서 누군가 앞으로 뛰쳐나오며 소리쳤다.

“제가 봤어요. 스승님을 공격한 사람은 붉은 옷을 입고 머리가 온통 하얀 여자였어요.”

소녀의 말에 현암자를 비롯하여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붉은 옷에 머리가 하얀 여자라면...!

그러자 이번에는 석추명이 다급하게 나섰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대로 본 게 맞습니까, 소사매?”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어요. 저는 그때 부엌에서 스승님께 드릴 죽을 쑤고 있었는데 마당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에 얼른 부엌 문틈으로 바라보았죠. 그 여자는 손을 들어 미영의 목 뒤를 한번 내리치고는 제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미소까지 지었어요. 저는 몹시 놀라 움직일 수도 없었고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어요. 금방이라도 그 여자가 부엌문을 열고 저를 잡으러 올 것만 같았거든요.”

소녀는 그때 상황이 떠오른 듯 겁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여자는 법당으로 달려가더니 무엇인가를 찾는 듯했어요. 그때 스승님께서 나오셨죠. 저는 스승님께서 그 여자를 금방 쫓아버리시리라고 생각하고 계속 문틈으로 지켜보았는데.... 그런데 스승님께서는 이상하게도 아무런 저항도 못 하시고는 그 마녀의 공격을 받아 그대로.... 쓰러지셨어요.”

소녀가 결국 눈물을 떨구었다. 소녀는 미영과 동기로 요혜신니의 시종을 들던 어린 제자였다. 그러자 미영도 그제야 생각이 나는 듯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저도 이제 기억이 나요. 붉은 옷을 입고 머리가 백발 마녀처럼 새하얬는데 저를 보고 씨익 웃었어요.”

미영 소사매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그 말에 청풍도장이 노해서 부르짖었다.

“붉은 옷에 백발 마녀라면 음양사자가 아닙니까.”

일순간 좌중이 얼어붙은 듯 조용해졌다. 그때 누군가가 허탈한 듯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허, 그렇다면 그 수법이 귀조수였단 말인가? 음양사자 정도의 공력이라면 가능한 일이지.”

석추명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음양사자와 대불각사(大佛覺寺)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 불과 나흘 뒤였다. 여기서 대불각사까지는 가는 데만 꼬박 하루 반나절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그 거리를 음양사자가 뭣 하러 굳이 와서 요혜신니를 죽이고 간단 말인가? 아니, 그것보다 석추명이 옆에서 지켜본 음양사자는 손속이 잔인하기는 해도 이유 없이 누군가를 암습할 사람이 아니었다.

“음양사자가 그럴 리가 없습니다.”

석추명의 말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한꺼번에 석추명에게 쏟아졌다.

“음양사자가 그럴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팽가장에서 저희를 도와 남궁세가를 공격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어찌...?”

창백한 표정으로 음양사자를 변호하는 석추명을 가만히 바라보던 기하진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사실 저도 암자 밖에서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 황급히 달아나는 광경을 봤습니다. 수상한 생각이 들어 뒤를 쫓아가려고 했으나 워낙 신법이 빨라 순식간에 사라지더군요. 그때 마침 이곳에서 일봉 소협의 다급한 소리가 들리기에 더 이상 뒤쫓지 않고 달려왔던 것입니다.”

기하진의 말에 석추명은 온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음양사자란 말인가? 요혜신니를 죽인 사람이 정말 음양사자란 말인가?

기하진은 넋이 나간 석추명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실 기하진도 암자 밖에서 붉은 옷을 입은 백발 여인의 뒷모습을 봤을 때 음양사자가 분명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비극이 일어났는지는 몰랐다.

다만 기하진은 음양사자와 석추명의 관계를 알기에, 음양사자가 몰래 여기까지 왔다가 달아나는 것이 불쾌했지만 두 사람이 뭔가 연락할 일이 있었겠지 하고 생각했다. 자신이 괜히 음양사자를 봤다고 얘기하면 석추명의 처지가 난처해질까 봐 일부러 여태 말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미파 여제자의 입에서 흉수가 음양사자임이 드러나자 더 이상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없었다. 석추명에게 그 마두의 본모습을 똑바로 깨닫게 해 줄 필요도 있었다.

“그, 그럴 리가....”

“언제까지 그 마녀를 비호할 생각입니까, 석 소협?”

석추명이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자 일봉이 석추명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제 스승님이 그 마녀의 손에 돌아가셨습니다. 증인이 한 사람도 아니고 세 사람이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 사실을 부인할 생각이냐고요!”

일봉이 품에 안고 있던 요혜신니의 시신을 현암자에게 건네주더니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는 석추명을 노려보며 점점 다가갔다. 일봉의 눈에는 평소 석추명을 대하던 친근한 느낌도, 존경의 빛도 더 이상 없었다.

“저는 그 이유를 잘 압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이 흑련교주인 음양사자의 오른팔이니까요!”

일봉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 이것은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석추명이 음양사자의 오른팔이라니?

석추명은 당황한 눈빛으로 일봉을 바라보았다. 일봉은 망설이지 않고 다시 석추명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당신이 그때 기 소협에게 하는 말을 나도 들었습니다. 당신이 직접 내뱉은 말이니 부인하지는 못하겠지요.”

일봉의 말에 석추명 뿐만 아니라 기하진도 당황했다. 팽가장에서 소림사로 올 때 석추명이 음양사자와의 관계를 기하진에게 얘기했는데 하필 그때 두 사람과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이 일봉이었다. 그래도 일봉과의 거리가 꽤 멀었기에 석추명과 기하진은 일봉의 무공 수준으로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 못할 것으로만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일봉은 당시 이미 아미백호단을 모두 복용하여 공력이 빠르게 증가하던 참이었다. 자연히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가 일봉의 귓가에 들려왔으나 일봉은 나름 석추명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기에 그 이야기를 못들은 척해왔다.

하지만 음양사자가 스승을 살해한 흉수로 드러난 이상 이제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일봉의 말에 청풍도장이 분노하며 고함쳤다.

“석 소협이 음양사자의 오른팔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석 소협, 해명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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