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세일소-150화 (150/201)

#   150 - 광세일소_한추영 - 1625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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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일봉 (1)

앞마당을 빙 둘러 늘어선 매화나무는 얼마 전에 온 눈이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며 가지마다 영롱한 얼음꽃이 피어 있었다. 매화나무 너머로 보이는 법당의 한쪽에 드리운 풍경을 겨울바람이 당겼다 놓으며 지나갔다.

댕. 댕. 댕.

은은한 풍경 소리가 암자 전체에 울려 퍼졌건만 앞마당에 검을 쥐고 선 일봉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석 소협,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석추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봉의 검이 허공을 가르며 석추명을 곧장 공격해 들어갔다. 일봉은 아미복마검을 수련하면서 틈만 나면 이렇게 석추명에게 대련을 부탁했다.

정도련에 곤륜파의 운진자나 곤륜칠검, 공동파의 현암자 등 검의 대가들이 많았으나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대련 부탁을 쉽게 꺼낼 수 없었다. 석추명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인 데다 언제나 편하게 받아주는 편이어서 차가운 표정의 기하진보다 말을 건네기가 훨씬 쉬웠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검술대련 요청은 늘 석추명에게만 하게 되었다. 게다가 석추명은 검으로는 정도련 내에서 따라올 자가 없기에 일봉은 석추명의 경지를 암암리에 자신의 목표로 삼고 있었다.

“타앗!”

수십 초 이어진 공방 끝에 일봉은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아미복마검의 마지막 절초 상우도하(上牛渡河)를 펼쳤다. 상우도하는 초식 이름으로만 보면 느린 듯하나 그 안에는 수십 가지 변화가 내재하여 적이 어떻게 막든 변초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초식이었다.

일봉은 속으로 석추명의 검술이 제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이 공격만은 절대 피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봉의 검이 미처 변하기도 석추명의 검은 이미 변화하려는 지점에서 일봉의 검을 정확하게 차단했다. 마치 검의 변초를 모두 꿰뚫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일봉은 가슴이 뜨끔하여 재빨리 다시 검초를 바꾸어 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일봉이 아무리 쾌속하게 검을 뻗어내고 현란한 초식을 구사하더라도 모든 공격이 채 시작도 하기 전에 번번이 석추명의 검에 가로막혔다.

석추명은 일봉의 답답한 심정을 읽기라도 한 듯 말했다.

“심검(心劍)이라는 것입니다. 형님의 검법이 아무리 빨리 변하더라도 형체가 있는 이상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마음으로 검을 움직이게 되면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검이 저절로 가야 할 길로 움직이지요. 이 경지는 직접 깨달아야 하기에 제가 더 설명할 방법이 없군요.”

석추명의 말에 일봉이 검을 거두며 패배를 인정했다.

“오늘 또 한 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석 소협.”

“천만에요. 하지만 일봉 형님의 무공이 날이 다르게 느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일봉은 생각만큼 검술이 늘지 않아 내심 조바심이 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실력으로는 기하진이나 석추명에게 짐만 되었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만 여겼다.

“제가 보기에는 분명히 그렇습니다.”

석추명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지요.”

석추명이 일봉에게 포권을 취하더니 암자 밖으로 걸어나갔다. 일봉은 석추명과 대련을 끝내고도 잠시 혼자서 계속 검술을 수련했다.

요사채와 법당을 잇는 회랑에서 일봉의 모습을 한참 지켜보던 요혜신니가 앞마당으로 내려서며 기척을 냈다. 그 소리에 일봉이 돌아보더니 얼른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스승님, 나오셨습니까?”

“조금 전 석 소협이 한 말을 알아들었더냐?”

일봉이 잠시 주저했다.

“머리로는 알겠으나 아직 마음으로는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럴 테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제자, 우둔하여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백호단을 복용하고 복마검을 수련한지 이제 300일이 다 되어 갑니다. 일전에 스승님께서 300일을 수련하면 신공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아직 큰 진전이 없는 것 같아 그저 답답할 따름입니다.”

요혜신니가 일봉을 딱하다는 듯이 잠시 바라보았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거라. 공을 쌓는 것은 절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니라. 수련을 하여 공(功)을 쌓는 것은 종이 한 장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이니라. 종이 한 장의 두께야 눈으로 볼 수도 없을 만큼 미미하지만 수백 장, 수천 장이 쌓이면 사람의 키도 넘게 쌓아 올릴 수가 있느니라. 매일 종이 한 장을 쌓는 정성으로 수련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무공이 훌쩍 늘었음을 알게 될 게야.”

“예, 스승님.”

요혜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오너라. 내 오늘 너에게 일러줄 마지막 구결이 있느니라.”

요혜신니와 일봉이 걷고 있는 암자는 소림사 경외에 있는 것으로 암자라고 하기에는 제법 규모가 큰 편이었다. 소림사가 정도련 임시 총단 역할을 하고 있으나 비구들만 있는 소림사 경내를 여자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아무래도 서로에게 불편한 일이었다. 그래서 정도련 소속의 여인들은 소림사 경외에 있는 암자를 숙소로 썼다. 특히 아미파 제자들은 숫자가 많아 제법 큰 암자 하나를 따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요혜신니가 자신의 방과 연결된 지하 수련실로 들어갔다. 원래는 지하 창고로 쓰이던 것을 일봉의 수련을 위해 수련실로 개조한 것이었다. 지하 창고로 들어가는 입구가 마침 요혜신니의 방 안에 있어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조용히 수련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일봉이 자리를 잡고 앉아 요혜신니가 36자로 이루어진 구결을 들려주었다.

“잘 기억해 두어라. 본문의 마지막 심결인 연화구품결(蓮花九品訣)이니라. 지금 자네의 몸속에는 지난 300일 동안 쌓아왔던 아미 내공이 축적되어 있다. 이제 내가 우리 문파의 진기타통법(眞氣打通法)인 세혈대법(洗穴大法)을 써서 자네의 몸속에 있는 모든 기운을 깨울 것이야. 그러면 내공이 폭증하여 견디기 어려울 텐데 그때 연화구품결에 따라 기운을 운행하도록 해라. 그것이 마지막 관문이다. 운기행공을 시작하면 몇 시진이 걸리든 간에 반드시 끝까지 완수해야지 중간에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예, 스승님.”

“좋다. 오늘은 연화구품결을 원만하게 익히고 세혈대법은 내일 저녁에 실시하자꾸나.”

****

밤새 수련에 매진한 일봉이 수련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그다음 날 오전이었다. 요혜신니는 보이지 않고 마침 대사저인 계법사태가 앞마당을 서성이고 있었다.

“밤새 평안히 주무셨습니까, 대사저님?”

일봉의 인사에 계법사태가 일봉을 바라보더니 다소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해가 이미 중천인데 지금 일어난 겐가, 일봉 사제?”

“밤새 수련을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대사저님.”

깍듯한 일봉의 말에 계법사태가 오히려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수련을 했기에 밤을 새웠단 말인가?”

“스승님께서 새로운 심결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심결에 따라 수련하다 보니 무궁무진한 맛이 있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새로운 심결이라는 말에 계법사태의 미간이 더욱 좁아졌다. 스승이 문파의 오랜 전통을 깨고 남자 제자를 받아들인 것도 자신으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웠으나 일봉에게는 무공 수련에 관한 일반적인 관례를 적용하지 않아 더욱 심기가 불편했다.

아미파는 선배들이 후배를 지도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리고 후배 지도의 총책임자는 다름 아닌 계법사태 자신이었다. 그런데 일봉의 경우는 입문 무공부터 문파의 상승 무공인 아미복마검에 이르기까지 모든 무공을 요혜신니가 직접 전수하고 있었다. 이는 대제자인 계법사태 자신과 일대 제자 몇 명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누리지 못했던 특권이었다.

그런데 일봉은 가장 마지막에 입문한 주제에 이러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무공에 심취하여 밤을 새웠다니, 막내 제자의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었다.

계법사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다시 물었다.

“그래, 어떤 심결을 전수해 주시던가?”

“연화구품결이라고 하셨습니다.”

일봉의 입에서 나오는 심결의 이름을 듣는 순간, 계법사태는 머릿속에 번개가 번쩍하고 치는 듯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다, 다시 한번 말해보게. 심결의 이름이 무엇이라고?”

“분명히 연화구품결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대사저님?”

계법사태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일봉을 바라보았다. 입문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은 일봉이 연화구품결이라니! 자신조차 아직 배우지 못한 심결을 어떻게 일봉이 먼저 배울 수가 있단 말인가? 무언가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봉을 한참 노려보던 계법사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내가 명색이 대사저인데 그동안 자네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군. 자네, 그동안 무슨 수련을 했는지 처음부터 자세히 얘기해보게. 이제라도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돕겠네. 그동안 내가 무심했어.”

무공 수련을 도와주겠다는 계법사태의 말에 일봉은 뛸 듯이 기뻐했다. 계법사태는 문파 내에서 요혜신니 다음가는 고수. 스승에게 묻기 어려운 것은 계법사태에게 물어보는 편이 더 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봉은 계법사태에게 그동안 자신이 익힌 무공을 쭉 나열했다.

“그래서 얼마 전에 복마검(伏魔劍)의 마지막 절초, 상우도하까지 익혔습니다. 다만 상우도하는 아직 제 수련이 부족해서인지 어제 석 소협과의 대련에서 사용해보았으나 스승님께서 말씀해주신 그런 위력은 없습니다.”

일봉의 말을 듣던 계법사태의 표정이 오묘했다.

“상우도하는 막강한 내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펼칠 수 없는 초식인데 자네가 벌써 그것을 익혔다고?”

“그것은 아무래도 스승님께서 주신 영단을 복용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

“영단이라니?”

계법사태의 눈초리가 다시 가늘어졌다. 그 표정에 일봉은 영단의 이름을 말해도 되는지 살짝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문파의 어른인 대사저에게 거짓을 고할 수는 없었다.

“아미백호단입니다.”

“아미백호단?”

계법사태의 눈꼬리가 다시 올라갔다.

“예. 스승님께서 세 알을 주시면서 백일마다 한 알씩 복용토록 하셨습니다.”

일봉의 말에 계법사태는 불같이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을 참지 못하고 소매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미백호단이 어떤 영단인데 그것을 세 알 모두 일봉에게 주었단 말인가?

아미백호단은 소림사의 대환단에 버금가는 영약이었다. 필요한 재료를 구하는 데만 자그마치 9년이 걸리고, 그 재료를 조합하여 달이고 찌며, 태우고 말려 복용할 수 있는 환단으로 만드는 데만 꼬박 일 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 귀한 백호단을 가장 늦게 입문한 막내에게 홀라당 다 줘버렸단 말인가?

게다가 연화구품결이라니. 그것은 장문인에게만 전해지는 심결이 아닌가? 설마 스승님께서 일봉 사제를 차기 장문인으로 여기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건 안될 말이지. 백번 양보해서 모든 것을 다 참는다 하더라도 대제자인 내가 버젓이 있는데 막내 사제인 일봉에게 장문인 직을 넘기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아닐 게야. 장문인의 신물은 본파의 보물인 보문검(寶門劍). 연화구품결을 전해 받았다 하더라도 보문검을 받지 않는 이상, 절대 본파의 장문인이 될 수 없다.

그렇게 위안을 해봐도 아직 자신도 익히지 못한 연화구품결을 일봉이 익힌 것은 분명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허, 그 참.... 백호단에 연화구품결이라니.”

일봉은 계법사태의 표정이 좋지 않자 대사저의 심기가 불편함을 대번에 눈치챘다. 하기야 왜 그렇지 않겠는가? 자신은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관례를 깨고 중간에 들어온 데다 다른 제자들은 구경도 못 한 귀하디귀한 영단을 혼자서 복용했다.

게다가 대사저의 눈치를 보아하니 연화구품결은 아직 자신이 배울 단계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 모든 결정은 사실 스승인 요혜신니가 내린 것이었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차근차근 제대로 과정을 밟고 있는 문파의 선배들에게 대단히 죄송스러운 일이었다.

“죄송합니다. 대사저님.”

일봉의 말에 계법사태는 일봉을 힐끗 쳐다보았다.

“죄송할 것 없다. 기왕 스승님의 눈에 들었으니 열심히 하거라.”

계법사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암자 밖으로 나갔다.

****

그날 밤, 일봉의 진기타통을 위해 세혈대법을 앞두고 요혜신니는 대제자인 계법을 찾았다. 일봉에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세혈대법을 실시하면 시전자의 모든 공력이 소진되어 버린다. 공력이 다시 예전의 수위로 돌아가려면 삼일을 꼼짝 않고 쉬어야 했다. 즉, 세혈대법을 실시하고 나면 3일 동안은 닭 한 마리 잡을 힘도 없는 평범한 늙은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세혈대법의 시전자와 대상자를 보호할 호법이 굉장히 중요했다. 요혜신니는 그 호법의 역할을 대제자 계법에게 맡기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날따라 아무리 찾아도 계법은 보이지 않았다. 요혜신니는 일봉의 상태로 보아 세혈대법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안 되겠구나. 호법은 따로 세우지 않아도 되겠지. 소림사가 바로 지척이니 무슨 일이야 생기겠는가? 그동안 하다못해 산도둑 한 명 없었거늘.’

그렇게 마음을 먹은 요혜신니는 일봉의 등 뒤에 정좌했다.

“단전에서 기운을 끌어올려 연화구품결에 따른 경혈로 운행하도록 해라. 중간에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멈춰서는 안 되느니라.”

일봉은 스승의 말에 따라 운기행공을 시작했다. 단전에서 피어오른 기운이 기경팔맥을 따라 돌더니 곧 전신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스승의 장심(掌心)에서 웅혼한 기운이 흘러나와 일봉의 기운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일봉은 정좌한 상태 그대로 입정(入靜)에 들었다. 그와 동시에 온몸의 기운이 용솟음치며 세포 하나하나가 새롭게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꼬박 하루가 지났다. 세혈대법으로 체내의 진기가 모두 고갈된 요혜신니는 온몸이 천근만근 무거웠으나 일봉의 진행경과를 살펴보면서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제대로만 된다면 드디어 우리 아미파에도 그 누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절정고수가 탄생하겠구나.’

요혜신니는 일봉의 수련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계단을 올라가 수련실 밖으로 나갔다. 방으로 돌아온 요혜신니는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 그대로 침상에 쓰러지다시피 눕고는 곧장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잠을 잔 걸까. 요혜신니는 마당에서 들려오는 짧은 비명소리에 잠에서 깼다. 암자에는 지금 자신의 시중을 드는 어린 여제자 두어 명밖에 없었다. 방금 들려 온 비명의 주인은 그중 한 명이 분명했다.

요혜신니는 불길한 생각에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검을 쥐고는 방문을 열었다.

바람마저 잦아들어 주위는 쥐죽은 듯이 고요하고 앞마당에는 달빛과 별빛만이 어슴푸레 비치고 있었다.

암자 앞마당에 누군가 얼굴을 땅바닥에 처박고 쓰러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침입자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때 법당 안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오더니 요혜신니를 발견한 듯 회랑을 넘어 요혜신니가 있는 요사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바람처럼 민첩하게 움직이면서도 발소리를 전혀 내지 않는 고수였다.

그 사람이 갑자기 허공으로 몸을 날리더니 손가락을 쫙 펴고 요혜신니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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