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 - 광세일소_한추영 - 1600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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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분열 (3)
기하진과 요혜신니의 얼굴을 확인한 설랑은 급히 몸을 숨겼다. 지난번 사천대전에서 두 사람, 특히 기하진의 신공은 직접 본 적이 있기에 자신의 실력으로는 근처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런데도 설랑이 눈에서 불을 뿜어내듯 이들을 끝까지 노려보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일봉 때문이었다.
일봉의 검에 왼쪽 눈을 잃은 설랑은 지금 당장에라도 뛰쳐나가 일봉의 가슴에 칼날을 찔러 넣고 싶었으나 일봉과 함께 있는 사람들 때문에 설랑은 지금 극도의 자제심을 발휘하고 있었다.
일봉이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든 듯 설랑이 숨어 있는 어두운 담벼락 쪽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왜 그러나?”
요혜신니의 물음에 일봉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설랑은 일봉의 시선을 피해 담벼락 안쪽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때 설랑의 귀에 갑자기 봄바람 같은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조심해서 가십시오. 여기는 걱정하지 마시고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설랑은 흥분을 억누르며 다시 고개를 내밀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보았다.
역시 있었다. 자신에게 등을 보인 채 서 있어 얼굴이 보이지는 않으나 자신을 중원으로 오게 한 장본인이 바로 여기 있었다.
‘여자, 드디어 찾았구나.’
설랑이 눈자위를 번뜩이며 대문 안으로 사라지는 임예린을 지켜보았다.
천산에서 내려온 이후로 중원 무림을 톡톡히 경험한 설랑은 섣불리 덤벼들지 않고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오랜 세월, 천산산맥의 강추위와 모래바람 속에서도 며칠씩 숨죽여가며 지나가는 상단을 노렸던 설랑에게 꼼짝 않고 몇 시진 기다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요혜신니 일행이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돌연 서북방에서 검은 장포를 두른 괴한이 나타났다. 아득히 먼 점이었던 괴한은 발길질 몇 번 만에 순식간에 설랑의 앞까지 다가오더니 금세 객잔의 담을 넘어 안으로 사라졌다. 단순히 경공만 보더라도 깊이를 측량할 수 없는 고수가 분명했다.
설랑은 더욱 숨을 죽이고 객잔의 동태를 면밀히 관찰했다. 과연 얼마 안 가 객잔 안에서 칼이 부딪치는 급박한 금속성이 들려오더니 검은 장포의 괴한이 누군가를 등에 들쳐메고 새매처럼 허공을 날아 밖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 뒤를 따라 수염이 희끗희끗한 초로의 도사 두 사람과 대여섯 명의 젊은 도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쫓아 나왔다.
그러자 설랑의 눈빛이 번뜩였다. 지금이 바로 기회다.
설랑은 과감하게 객잔 안으로 몸을 날렸다. 객잔 안은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듯 난장판이었고 사람들이 어지러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설랑은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며 객잔 안의 방문을 하나하나 열며 임예린을 찾아보았다.
세 번째 방문을 열었을 때 눈에 익은 뒷모습이 보였다. 설랑이 그토록 찾던 임예린이 문을 등지고 앉아 급히 무언가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임예린은 문이 열리는 기척이 느껴지자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금 공자, 말이 준비되었나요? 지금 당장 출발해야 해요.”
임예린은 귀면쌍살이 나타났음을 알리는 서한을 요혜신니에게 황급히 써 내려 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문 쪽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자 임예린은 이상한 생각에 붓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
설랑의 하얀 얼굴을 보는 순간 임예린은 들고 있던 붓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자신이 다시 환상을 보는 걸까? 어떻게 저 사람이 여기에 서 있을 수 있지?
정신을 차린 임예린이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설랑이 전광석화 같은 솜씨로 손을 뻗어 임예린의 입을 막더니 그대로 임예린을 둘러맸다. 그러고는 그야말로 달음박질하는 맹수처럼 순식간에 객잔을 벗어났다.
귀면쌍살이 갑자기 나타나서 사마경을 다시 데려가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경황이 없어 임예린이 사라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설랑은 임예린을 둘러업고 객잔 밖으로 나오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두운 숲속으로 곧장 들어갔다. 어깨에서 느껴지는 말캉말캉한 임예린의 몸을 느끼며 설랑은 몇 년 만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네가 내 손에 들어왔구나.
“크흐흐흐”
하지만 지금 여기서 꾸물거리는 것은 위험했다. 아까 보았던 검은 장포인도 그렇고 그 뒤를 쫓아간 노도사들의 무위도 절대 자신이 넘볼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일단은 여기서 최대한 멀어져야 한다. 맛있는 것일수록 아껴 먹어야 하지 않는가.
설랑은 두꺼운 가슴 근육이 터지도록 달음박질을 하면서도 숨이 차는지 몰랐다. 머릿속에는 이번에는 절대 임예린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지난번에는 임예린을 제대로 아내로 맞이하고 싶은 생각에 쓸데없는 예식을 따르느라 눈앞에서 놓쳤으나 이번에는 그런 번잡한 예식 따위는 필요 없다. 여인이 또다시 도망가기 전에 누가 주인인지 확실히 보여주어야 하리라. 일단 내 것이 되면 그 뒤로는 아무리 도망치더라도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왜냐하면, 네 몸에 내 자국이 새겨져 있을 테니.
아무리 달려도 숨 한번 차지 않던 설랑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일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웃음을 터뜨렸다.
임예린은 천산 꼭대기의 호수 옆에서 있었던 일이 또다시 발생하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때는 자신을 애타게 찾던 일봉이라도 곁에 있었으나 지금은 곁에 아무도 없다. 그제야 비로소 일봉과 석추명, 기하진 세 사람을 모두 아미산으로 보낸 것이 후회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임예린은 설랑의 어깨에 붙들려 가면서도 어떻게 해야 이 난관을 벗어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지금은 그저 사소혜와 금린이 자신이 사라진 사실을 깨닫고 뒤를 쫓아오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려면 조금이라도 천천히 가야 한다.
임예린은 더 이상 반항도 하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려 주세요. 내 발로 걷겠어요.”
설랑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임예린을 바라보았다. 임예린은 지지 않고 도도한 눈빛으로 설랑을 마주 보았다. 두려움을 표시 내지 않으려고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도망쳐봐야 금방 잡힐 테니 도망치지 않아요. 어지러워서 그러니 내 발로 걷고 싶어요.”
임예린의 말에 설랑이 임예린을 내려 주었다.
임예린은 설랑이 보기보다 고분고분 자신을 내려 주자 설랑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나를 왜 쫓아왔죠?”
“너는 내가 점 찍었다. 너는, 그때부터 내 각시였다. 나, 각시 찾으러 왔다.”
어눌하지만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있었다.
“왜 내가 당신의 각시예요?”
임예린이 걸음을 멈추고 설랑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설랑이 손가락으로 임예린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네가, 좋다.”
임예린은 설랑이 자신의 뺨을 만지자 속으로 놀랬으나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가만히 설랑의 손을 뗐다.
“내가 왜 좋은지 말해 봐요.”
임예린이 옆에 있는 바위 위에 앉으며 살짝 웃었다. 임예린의 태도가 부드러워지자 투박한 설랑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왜 좋은지?”
“네.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전부 다 좋다. 그냥 좋다.”
그 얘기를 하는 설랑의 얼굴에 소년 같은 미소가 어렸다.
그 모습에 임예린이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눈앞의 설랑은 좋으면 무조건 가지려고 하는 어린아이와 다름없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무조건 본능대로만 움직이는 어린아이.
임예린은 조곤조곤 설랑에게 말을 시키며 객잔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을 구하러 오기를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만약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자신은 어떻게 될까?
임예린은 계속 설랑에게 말을 걸어 천천히 가도록 유도했다. 설랑은 임예린의 미소에 넋이 나가 임예린의 의도는 눈치채지 못하고 하라는 대로 고분고분 따랐다.
그렇게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걷는데 눈앞에 제법 큰 계곡이 나왔다. 푸른 물이 가득 찬 계곡은 어른 네댓 명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제법 컸다.
계곡물을 바라보던 설랑이 임예린에게 말했다.
“너, 저기 들어가.”
“그게 무슨 소리죠?”
임예린이 놀라서 되묻자 설랑이 손가락으로 계곡물을 가리켰다.
“너, 목욕하는 모습 아름답다. 그 모습, 또 보고 싶다. 저기 들어가.”
설랑을 처음 만났을 때 임예린은 천산 꼭대기에 있는 호수에서 혼자 수영을 하고 있었다. 아마 그 모습이 보고 싶은 듯했다.
“옷은, 다 벗어.”
아니나 다를까 그때처럼 옷까지 벗으라고 했다. 임예린은 두려움에 옷을 두 손으로 꽉 붙잡고 있자 설랑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강제로 옷을 벗기려고 했다.
“아, 알겠어요. 내가 벗을게요. 단, 내 몸에 손대지 말아요.”
임예린이 설랑의 눈을 바라보며 다짐을 받듯 말했다. 설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팔짱을 끼고 한쪽에 서서 임예린이 옷을 벗는 모습을 눈길 한번 떼지 않고 지켜보았다.
임예린은 뒤로 돌아서서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수치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으나 이 순간을 버텨내야 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손길이 부들부들 떨려 옷을 벗는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지만 설랑은 아예 그것조차도 즐기는 듯했다.
사르락. 사르락.
비단옷이 부드럽게 벗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드디어 새하얀 우윳빛 어깨가 드러났다.
“흠!”
그 순간 설랑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임예린은 잠깐 움찔했으나 다행히 설랑이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늦가을 계곡물은 얼음물보다 차가웠다. 임예린은 누군가가 반드시 자신을 찾으러 올 것으로 생각하며 물속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임예린은 추위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체온을 너무 뺏긴 탓인지 정신이 몽롱하고 입술이 새파래졌다.
물 밖에서 말없이 임예린의 모습을 감상하던 설랑이 갑자기 성큼성큼 물 안으로 걸어 들어오더니 아무런 소리도 없이 임예린을 안아 올렸다.
임예린은 놀라고 당황스러워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설랑은 완강한 힘으로 임예린을 꽉 껴안아 꼼짝도 못 하게 했다. 임예린의 맨살에 설랑의 몸이 와 닿았다. 설랑은 평소에 상의에는 맨살에 짐승 가죽으로 만든 조끼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임예린의 부드러운 피부에 자극을 받은 탓인지 설랑의 눈빛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임예린은 두려움에 더욱 발버둥을 쳤다. 설랑은 점점 이성을 잃은 듯 거친 숨을 내쉬며 임예린을 안은 손에 더욱 힘을 주더니 임예린의 목을 물어뜯을 듯이 탐닉했다.
그러다가 설랑이 갑자기 고개를 빼 들고 자신들이 지나온 산길 끝을 바라보았다.
정욕으로 일렁이던 설랑의 눈빛이 대번에 다시 야수의 눈빛으로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러면서 산길 끝쪽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았다.
혹시 누가 오는 것인가? 임예린의 귀에는 아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잠시 귀를 기울이던 설랑이 아쉬운 눈초리로 임예린을 쳐다보더니 다시 불안한 듯 길 한쪽을 바라보았다. 설랑의 눈빛이 갈등으로 흔들렸다.
분명히 누가 오고 있는 것이다.
임예린은 확신이 들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여기예요. 살려주세요.”
임예린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설랑이 당황하여 커다란 손으로 거칠게 임예린의 입을 막았다. 그러자 임예린은 두 손으로 설랑의 손을 뿌리치더니 설랑의 손가락 하나를 꽉 깨물었다.
“악!”
설랑은 아픔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임예린을 붙잡은 팔을 절대 풀지 않았다. 오히려 한 손으로 임예린의 양쪽 뺨을 눌러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실랑이를 하는데 돌연 누군가 허공에서 설랑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왔다.
날아온 사람은 바로 기하진이었다.
기하진은 비적단과 싸우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임예린이 있는 객잔으로 다시 돌아왔었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놀랍게도 자신들이 떠난 지 불과 한 시진 여 만에 귀면쌍살이 나타나 사마경을 구해서 갔고, 게다가 임예린이 사라지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하진은 객잔 안팎을 샅샅이 뒤지다가 누군가 숲속으로 들어간 흔적을 발견했다.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한 명이던 발자국이 어느새 두 명으로 바뀌어 있었다. 새로 나타난 발자국이 유독 작은 것을 보니 여자의 발자국이 분명했다. 그러자 마음이 다급해진 기하진이 온몸의 공력을 끌어올려 질풍같이 두 사람을 쫓아온 것이다.
설랑은 기하진을 알아보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절대 기하진의 검 끝에서 피할 도리가 없었다.
그 짧은 순간, 어떻게 할지 망설이던 설랑은 품에 안은 임예린을 기하진에게 내던졌다. 기하진은 설랑에게 검을 찔러 들어가다가 갑자기 자신의 앞으로 임예린이 날아오자 황급히 검의 방향을 비틀며 한 손으로 임예린을 안았다.
안는 순간, 차갑고 매끈한 살갗의 느낌이 손바닥을 통해 기하진에게 전해졌다. 임예린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이었던 것이다.
기하진이 그 순간 당황하여 임예린의 몸에서 떨어지려는데 임예린이 오히려 두 손으로 기하진을 꽉 껴안았다.
“보시면 안 돼요.”
기하진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임예린은 행여 자신이 그녀의 나신을 볼까 봐 오히려 더 껴안은 것이었다.
설랑은 어느새 도망쳤는지 꽁무니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서서 눈을 감고 있으마. 어서 옷을 입어라.”
기하진이 선 자세 그대로 눈을 감았다. 임예린이 다급히 옷을 입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놈에게 몹쓸 짓은 당하지 않았느냐?”
기하진이 눈을 감은 채 걱정스레 물었다. 그러자 임예린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제 몸에 손을 대지는 않았어요.”
“그래. 그나마 다행이구나. 오늘 일은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고마워요. 오라버니, 이제 눈을 뜨셔도 돼요.”
기하진이 눈을 뜨니 물에 젖은 몸을 제대로 닦지도 못하고 옷을 걸친 임예린이 추위에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보였다.
기하진이 자신의 장포를 벗어 임예린에게 걸쳐주었다.
“방금 그놈이 설랑이란 놈이냐?”
그 물음에 임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천산산맥을 넘어 살말건으로 갈 때 만났던 비적단의 두목이에요.”
임예린의 설명에 기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하길 다행이구나. 내가 조금만 더 늦게 왔다면 큰일 날 뻔했구나.”
“정말 감사드려요, 오라버니.”
임예린이 따뜻한 눈길로 기하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빨리 객잔으로 돌아가자꾸나. 고뿔이라도 걸리면 큰일이야.”
기하진은 임예린을 살짝 부축하여 경공을 시전했다. 두 사람의 몸이 순식간에 지면을 스치듯 달렸다.
잠시 그렇게 달렸을까, 기하진의 귀에 누군가가 자신들의 방향으로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수상한 생각에 기하진은 근처에 있는 높은 나무 위로 급히 몸을 숨겼다. 과연 누군가가 다급한 걸음으로 나무 아래를 지나갔고, 얼마 안 있어 기골이 장대한 검객 대여섯 명이 그 뒤를 추격하며 지나갔다.
쫓기는 자나 쫓는 자가 모두 절정의 경공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검객들의 복장을 본 기하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남궁세가!’
검객들은 모두 남궁세가의 표식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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