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세일소-98화 (98/201)

#   98 - 광세일소_한추영 - 150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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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화산검전(華山劍戰) (2)

“누가 감히 화산에서 화산파 제자를 건드리는 것이냐!”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더니 중년 검객 다섯 명이 쏜살같이 뛰어들어와 나찰녀를 둥그렇게 에워쌌다. 그러더니 다섯 명이 동시에 쿵 소리와 함께 바닥을 차며 검을 잡고 나찰녀를 압박했다. 다섯 개의 검이 매화꽃 모양으로 활짝 피어나더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나찰녀를 찔러 들어왔다.

다섯 개의 검이 서늘한 검기를 일렁이며 자신을 공격해오자 나찰녀는 손발이 다급해졌다. 사실 한 명씩만 놓고 본다면 나찰녀의 무공에 미치지는 못했다. 두 명이나 세 명까지도 지지 않고 싸울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다섯 명이 협공을 해오자 이들의 무공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나찰녀 자신의 절세 무공으로도 빈틈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옆에는 매화검수 못지않은 실력의 석추명이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아쉽지만 오늘은 그냥 물러가야 할 것만 같았다. 화산파 앞마당에서 자신이 화산파를 너무 무시한 결과였다.

“제기랄.”

매화검수들의 검이 계속 사납게 압박해오자 이리저리 다급하게 피하기만 하던 나찰녀가 돌연 매화검수들이 차례로 내찌르는 검의 검면을 밟고 계단을 올라가듯 몸을 공중으로 튕겨 올렸다. 그 절묘한 신법에 매화검수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젖혀 위를 쳐다보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매화검수들이 내찌르는 검의 힘을 받아 공중으로 몸을 날린 나찰녀는 그대로 내빼면서 말했다.

“화산파 놈들, 떼로 공격한다 이거지? 오냐, 어디 두고 보자. 똑같이 갚아 주마. 흑련아, 가자!”

그리고는 흑련아를 기다리지도 않고 순식간에 신형을 10여 장 밖으로 뽑아내더니 연기처럼 사라졌다. 다섯 명의 매화검수가 따라붙었으나 나찰녀가 도망치기로 마음먹자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흑련아가 자신도 몸을 빼려고 몸을 공중에 띄웠다. 하지만 사소혜는 그동안 힘들게 쫓겨온 것을 생각하면 열불이 나서 흑련아만이라도 고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사소혜의 금사신편이 번쩍하고 휘몰아치더니 어느새 흑련아의 왼팔을 칭칭 휘감았다.

“흥, 마음대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사소혜가 채찍을 잡아당겼다. 흑련아는 채찍을 풀려고 팔을 한차례 떨어냈으나 능구렁이처럼 자신의 팔을 묶은 채찍은 요지부동이었다.

“흥! 그렇게 호락호락 안될걸?”

그 모습에 사소혜가 가소롭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자 흑련아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으로 자신의 왼팔 팔꿈치 부분을 싹둑 하고 베어냈다. 그러고는 사소혜를 비롯하여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라는 틈을 타서 순식간에 몸을 내빼더니 나찰녀를 쫓아갔다.

“어허, 마교 놈들이라 그런지 정말 지독하기 짝이 없구나.”

매화검수 가운데 얼굴이 붉고 양 귀밑에 굵은 구레나룻을 기른 중년의 도사가 고개를 흔들며 내뱉었다. 그 말에 석추명과 사소혜는 자신들도 모르게 움찔하여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사숙님, 저분들이 바로 저희의 목숨을 구해준 분들입니다.”

돌연 석추명의 등 뒤에서 누군가 밝은 목소리로 자신들을 가리켰다. 석추명이 몸을 돌려 보니 언제 왔는지 아까 사숙을 부른다고 갔던 어린 청년이 돌아와 있었다. 얼마나 뛰었는지 아직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나찰녀에게 자신들을 보았다고 금방 털어놓은 것으로 봐서 혼자만 살려고 도망친 줄 알았더니 의외로 신의가 있는 친구였다.

그러자 구레나룻 중년 도사가 석추명에게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빈도는 화산파의 홍기(弘器)라고 하오. 화산파 제자들의 목숨을 구해주신 소협의 은혜에 정말 감사드리오.”

홍기 도사의 말에 석추명도 얼른 포권을 취했다. 옆에서 사소혜가 자꾸만 눈짓을 했다. 본명을 말하지 말라는 뜻이리라. 어차피 석추명도 정체를 밝힐 생각은 없었다.

“저는 석명이라고 합니다. 사문은 밝힐 수 없으니 양해 바랍니다.”

석추명은 일부러 자신의 이름 가운데 자를 빼고 말했다. 무림에는 사문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홍기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홍기는 석추명의 검법에 현기(玄氣)가 가득하고 움직임이 담박(淡泊)하여 필시 석추명의 사문도 자기들과 같은 도가 계통일 것으로 생각했다.

“알고 보니 석 소협이시구려.”

홍기 도사는 같이 온 매화검수 사제들을 소개해준 다음 화산파 젊은 제자들을 꾸짖었다.

“무공도 변변찮은 것들이 술 마시고 떠들 시간이 있더냐? 여기 계신 석 소협이 아니면 너희들의 목이 아직 붙어 있겠느냐? 당장 무릎을 꿇고 감사 인사를 드리지 못할까?”

무릎을 꿇으라는 말에 석추명이 당황하여 손사래를 쳤다.

“홍 도장님, 그럴 필요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저분들도 저 때문에 곤경에 빠지게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니올시다.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놈들이 수련에 매진해도 시원찮을 판에 감히 사문 밖으로 나왔으니 그런 곤경에 빠진 게지요. 뭣들 하느냐? 당장 은인께 무릎을 꿇지 않고!”

사숙의 호통에 화산파 젊은 제자 네 명이 석추명에게 무릎을 꿇고 포권을 취했다.

“석 소협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러자 홍기 도장이 멀뚱멀뚱 서 있는 막내 제자에게도 눈을 부라렸다.

“너는 왜 뻣뻣하게 서 있느냐? 네 녀석의 목숨이야말로 석 소협이 구해준 것이거늘!”

그 말에 막내 제자도 어색하게 웃으며 얼른 무릎을 꿇으며 두 손을 모았다.

“석 소협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러자 석추명은 얼른 달려가 화산파 제자들을 하나하나 붙잡고 일으켰다.

“왜들 이러십니까?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서 일어나십시오.”

홍기 도장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은인을 이렇게 모시는 것은 예가 아닌 듯하오. 마침 우리 화산파가 바로 지척이니 올라가십시다. 장문인께서도 고맙게 여기실 것이오.”

홍기 도장의 말에 석추명은 귀가 번쩍 뜨였다. 화산파에 어떻게 올라가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오히려 좋은 계기가 생긴 것이 아닌가. 장문인이라면 화산파 태상장로라는 비천검 독고양이 어디 있는지 알지 않을까? 장문인께 부탁을 드리면 아마 이번 일 때문이라도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지도 몰랐다. 전화위복이라더니 이번에는 나찰녀가 오히려 자신을 제대로 도와주는 꼴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 화산파를 흠모해 왔는데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화산파 장문인 거양진인(擧陽眞人)의 명성은 오래전부터 들어서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석추명의 공손한 말에 홍기 도장은 기분이 좋은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렇다면 더욱 잘 되었소이다. 어서 올라가십시다. 며칠 뒤에 우리 문파에 큰 행사가 하나 있어서 좀 어수선하오. 그 점은 내가 미리 양해를 구하겠소이다.”

“바쁘실 때 찾아가서 오히려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외다. 어서 가십시다.”

화산파 사람들과 석추명과 사소혜가 발걸음을 내딛자 즉시 일행은 자연스럽게 두 무리로 나누어졌다. 매화검수와 석추명이 앞서가고, 사소혜와 화산파 제자들이 그 뒤를 따라갔다.

화산파 제자들은 모두 스무 살 안팎의 혈기 왕성한 청년들이라 사소혜의 미모에 넋이 나가 안 보는 척하면서도 연신 곁눈질을 해댔다.

사소혜는 그동안 나찰녀의 추격을 피하느라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답답하기 짝이 없었는데 이제 준수한 청년들이 자신을 연모의 눈빛으로 쳐다보자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그럼 그렇지, 내 미모가 어디 가겠어? 호호호.

속으로 웃던 사소혜는 자신의 옆에서 나란히 가던 화결에게 말을 걸었다. 화결은 유일하게 자신을 흘낏거리지 않고 긴장한 기색으로 앞만 보고 가고 있었다.

“화 소협, 화산파 행사라니 그게 뭔가요?”

화결은 아까부터 사소혜에게 그윽한 향기가 나서 실수하지 않으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소혜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말을 걸자 귀가 호강하는 듯 귓구멍이 간지러워 그만 목 언저리가 빨개지고 말았다. 화결은 여자 앞에서는 숙맥인지 싸울 때 호탕하던 모습과는 달리 우물쭈물 얼른 답을 하지 못했다.

“그, 그것이....”

그러자 한 발 뒤처져 따라오던 막내 금린(金鱗)이 냉큼 앞으로 다가서며 답을 했다.

“아, 그것은 우리 화산파에서 십 년마다 한 번씩 개최하는 화산검전(華山劍戰)이라는 행사예요.”

금린은 막내답게 낯도 가리지 않고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화산검전? 십 년에 한 번 열린다니 정말 중요한 행사이겠군요?”

사소혜가 일부러 금린과 보폭을 맞추려고 발걸음을 늦추며 물었다. 그 바람에 화결은 머쓱하여 자신도 따라서 발걸음을 늦추었다.

“그럼요, 우리 화산파에서 장문인 즉위식을 빼고는 아마 제일 중요한 행사일 걸요? 그렇지 않습니까, 사형?”

금린이 화결에게 묻자 화결은 자신도 모르게 슬쩍 사소혜를 쳐다보며 답했다.

“그, 그렇지.”

사소혜는 금린의 답에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무슨 행사길래 십 년마다 한 번씩 하나요?”

아름다운 사소혜가 자신에게 바싹 붙어서 말을 걸자 금린은 신이 난 표정이었다.

“소저께서는 매화검수라는 말을 들어보셨죠?”

“들어봤죠. 앞에 가시는 저분들도 매화검수들이시잖아요.”

사소혜의 말에 금린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앞에 가시는 다섯 분이 모두 매화검수단의 선배분들이시지만 특히 홍 사숙님은 매화검수 중에서도 제일 선배이신 데다 무공도 다른 매화검수들보다 훨씬 뛰어나시죠. 홍 사숙님 같은 분을 매화검수 중에서도 운룡매(雲龍梅)라고 한답니다. 저희는 그분들을 운룡검수라고 줄여서 불러요. 일반 매화검수들은 꽃잎이 다섯 장인 매화꽃을 표식으로 쓰지만 운룡검수 선배님들은 꽃잎이 여덟 장인 매화를 표식으로 쓴답니다. 기회가 있을 때 유심히 보시면 홍 사수님의 검 손잡이에 꽃잎이 여덟 장 있는 매화꽃 문양이 보일 겁니다.”

운룡매(雲龍梅)는 매화의 일종으로 보통 붉은 꽃이 피는 홍매화가 아니라 백매화였으며 꽃이 크고 향기가 특히 진했다. 그런 운룡매를 본떠 매화검수 가운데서도 특별히 뛰어난 자를 운룡검수라고 부른다는 말은 사소혜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사소혜는 부쩍 호기심이 일어 금린 옆으로 바싹 다가갔다. 다른 사람 같으면 그렇게 다가오면 어색해하거나 불편해할 텐데 금린은 아직 어려서인지 조금도 그런 기색이 없었다.

“운룡검수들은 몇 명이나 있어요?”

사소혜의 물음에 금린이 살짝 주위 눈치를 보더니 목소리를 줄였다.

“십 년마다 열 명씩밖에 뽑지 않으니 아마 채 삼십 명도 안 될 겁니다. 그리고 사흘 뒤에 운룡검수를 뽑는 화산검전이 개최된답니다. 저는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여기 있는 사형들도 처음인 걸요?”

화산검전 얘기를 하는 금린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가득했다.

사소혜는 들으면 들을수록 신기했다. 십 년에 열 명씩이라면 일 년에 한 명꼴이 아닌가. 화산파 같이 커다란 문파는 해마다 수십, 수백 명의 제자를 받아들일 텐데 일 년에 고작 한 명만 될 수 있는 자리라니, 얼마나 경쟁이 치열할까.

“사실 매화검수가 되는 것 자체가 화산파 제자들에게는 큰 영광이죠. 저는 십 년이 지나도 아마 안될 거예요. 그런데 그런 매화검수들 가운데서도 가리고 가려 뽑은 고수들이 바로 운룡검수라는 거죠.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랍니다.”

금린의 눈빛이 반짝였다. 재밌는 얘기를 해주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금린의 표정에 사소혜는 속으로 이런 남동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건 바로 화산검전이―!”

“린아, 오늘따라 쓸데없는 말이 많구나. 혀는 모든 재앙의 근본이니 말을 조심하라고 내 그렇게 얘기했건만!”

갑자기 홍기 도장이 말을 가로채며 금린을 꾸짖었다. 저 멀리 앞서가면서 어떻게 들었는지 귀가 참 밝기도 했다. 그 바람에 금린은 머쓱한 듯 혀를 쏙 내밀고는 입을 다물었다.

사소혜는 화산검전에 무엇인가 외부인들에게는 밝히기 싫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원래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었으나 화산파 선배 도장이 밝히지 말라고 에둘러 말한 것을 되묻기도 어려워서 나중에 홍기 도장이 없을 때 다시 물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화산 아래에 도착하자 눈앞에 거대한 바위산이 나타났다. 화산을 두고 기험천하제일산(奇險天下第一山)이라더니 과연 험준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남천문(南天門)을 지나자 깎아지른 듯이 아슬아슬한 절벽 위에 한 사람만 겨우 통과할 만한 구불구불한 좁은 길이 나타났다. 경공이 낮은 사람은 쉽사리 지나기 어려운 길이었다.

좁은 길이 나오자 자연 일행의 경공 수준이 드러났다. 매화검수 다섯 사람은 좁은 바윗길을 평지처럼 전혀 막힘없이 순탄하게 가는 반면, 화산파의 젊은 제자들은 조심조심 신중하게 걷기 시작했다. 경공을 제법 구사하는 사소혜마저 잔뜩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홍기 도장은 걸음을 늦추지 않고 곧장 내디뎠다. 아마도 석추명의 무공을 시험해보려는 듯했다. 전체가 거대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위가 수직으로 선 채 그 위에 누가 마치 일부러 칼로 그어놓은 듯 좁다란 길이 나 있었는데 길옆은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절벽이었다.

매화검수들의 발에 부딪히기라도 했는지 돌멩이 몇 개가 만장 절벽 아래로 도르륵 소리를 내며 굴러떨어졌다.

석추명이 아래를 내려다보니 절벽의 중간중간 바위틈에 겨우 뿌리내린 소나무 몇 그루가 가지를 뻗으며 위태롭게 자라고 있었고, 그 아래는 자욱한 운무가 껴서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지 않아 발목이 잠시 삐끗하기라도 하면 자신도 돌멩이처럼 만장 절벽 아래로 곧장 떨어질 것만 같았다.

게다가 험준한 바위 절벽 위라 그런지 세찬 바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매화검수 다섯 사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재촉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석추명은 돌연 호승심이 생겨 두 다리에 공력을 끌어올려 신룡보(神龍步)를 전개했다.

휘리릭 하는 소리가 나더니 석추명이 돌연 매화검수 다섯 사람의 머리 위를 지나 홍기 도장의 바로 앞에 착지했다. 이토록 높은 바위 절벽 위의 좁은 길에서 다섯 사람이나 뛰어넘다니 경공이 절정에 달할 뿐만 아니라 담도 여간 크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신법이었다.

석추명의 경공을 본 매화검수들과 화산파 제자들이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훌륭하오, 석 소협! 우리 누가 빨리 가나 내기 한번 해 봅시다.”

홍기 도장이 말을 마치더니 석추명의 대답은 듣지도 않은 채 몸을 날리면서 쳐다보기만 해도 아찔한 바위 절벽 길의 가장자리를 밟으며 석추명을 지나쳤다. 그 순간 홍기 도장의 몸이 마치 수직으로 선 절벽의 벽면을 밟고 가는 듯 몸이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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