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 - 광세일소_한추영 - 1314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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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8화. 재회 - 2 (3)
“누구를 그렇게 애타고 찾고 있나?”
등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왕학기는 적이 자신의 지척까지 다가왔건만 무림맹 남천단의 조장이라는 자신이 눈치도 채지 못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뜨끔했다.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단한 고수가 분명했다.
왕학기는 몸을 돌리고 싶었지만 상반신 전체가 마비되어 몸을 돌릴 수가 없었다. 왕학기가 거듭 움직이려고 하자 다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검이 네놈의 심장을 겨누고 있으니 허튼짓은 안 하는 게 좋아.”
“누, 누구요?”
“질문은 내가 하지. 천림비고까지는 어떻게 가느냐?”
왕학기는 그제야 이 괴한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이 자는 무공비급을 훔치러 온 것이다. 하기야, 그동안 무공비급을 훔치러 온 침입자가 더러 있기는 했다.
사실, 그런 침입자는 하나같이 무공이 고강하고 행동이 은밀해서 정작 무림맹의 경계를 서고 있는 남천단과 마주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혹시 단원들에게 발각된다고 해도 압도적인 무공으로 순식간에 포위망을 뚫고 달아나버려 제대로 된 싸움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남천단원들은 비급을 노리는 침입자를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처리하지 않아도 천림내고를 지키고 있는 음양사자의 손에서 벗어나는 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침입자를 일부러 음양사자가 있는 천림내고로 유인하기도 했다.
왕학기는 등 뒤의 괴한이 비급을 노린다는 것을 알게 되자 순순히 내고로 가는 길을 알려주기로 했다. 어차피 자기의 무공실력으로는 잡지 못할 것이니, 차라리 조금이라도 빨리 음양사자의 손에 넘기는 것이 나으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마침 그때 자신을 뒤따라 오던 조원 두 사람이 이십 여장 떨어진 곳의 수풀 속에 숨어서 빼꼼히 머리를 내밀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이쪽으로 달려올 듯했다. 그런데 이놈들이 달려와 난리를 피운다면 음양사자의 손에 넘기기도 전에 이 괴한이 달아나버릴 가능성이 컸다. 그것은 안 될 소리였다.
왕학기는 상반신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두 눈만 껌벅거리면서 ‘조원들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계속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조원들은 자신의 신호를 알아보지 못하고 계속 살금살금 이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왕학기는 멍청한 놈들이라고 속으로 욕을 퍼부으며 저놈들이 일을 그르치기 전에 얼른 천림내고로 이 괴한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이 바로 네놈 명줄이 끊어지는 날이다. 왕학기가 괴한을 곁눈질하며 몰래 코웃음 쳤다.
“지금 이 시각에는 건물 내부로 해서 천림비고로 가는 길은 다 막혔습니다요. 건물 밖에서 경공으로 7층 지붕까지 올라가신 뒤, 잘 살펴보시면 동북 측 방향으로 서고의 환기를 위해 뚫어놓은 작은 창이 하나 있습니다요. 얼른 보고는 알아볼 수 없으니 세심하게 살피셔야 합니다. 천림내고로 가자면 그 창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요.”
괴한은 다름 아닌 석추명이었다. 석추명은 자신이 붙잡은 자가 너무 순순히 천림내고로 가는 길을 알려주자 오히려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등 뒤에 칼을 겨누었기로서니, 무림맹의 수비대장이 이렇게 쉽게 실토를 하다니, 아니 오히려 어서 올라가라고 채근하는 것만 같았다.
잠시 곰곰이 생각하던 석추명은 천림내고로 가는 다른 방도가 없었기에 일단 이 자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무림맹 수준을 알 만하군. 적에게 붙잡혔다고 이렇게 순순히 불다니, 후후. 아주 콩가루 조직이로군.”
석추명이 오른손을 번쩍 들어 수도(手刀)로 왕학기의 뒷목을 쳤다. 자신이 천림내고로 올라간 다음, 혹시라도 시끄러운 상황이 생길까 봐 일단 그를 기절시킨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쐐액, 파공음이 들리더니 자신을 향해 장검 두 자루가 대뜸 바람을 가르며 달려들었다. 석추명은 벌써 발각이 되었나 싶어 간담이 서늘했다. 얼른 몸을 피하고 보니, 자신을 공격한 사람은 아까 무림맹의 담장을 넘을 때 초소에서 보았던 무사들이었다.
“이놈! 우리 조장님을 해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다!”
두 사람은 조장이 적에게 붙잡힌 것을 보고 그때까지 달려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던 중이었다. 조장이 자꾸 눈을 껌벅거리는 것이 무슨 신호를 보내는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돌연 석추명이 손을 들더니 조장을 쳐서 쓰러뜨리는 것이 아닌가! 두 사람은 석추명이 조장을 죽인다고 생각하고 일단 앞뒤 가리지 않고 조장을 구하려고 뛰어든 것이다.
두 사람은 검을 굳게 잡고 다시 석추명에게 달려들었지만 석추명은 몸을 수평으로 누이며 빙그르르 한 바퀴 회전하여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그들 뒤쪽으로 이동한 뒤, 검 등으로 두 사람의 목 뒤를 한 번씩 강하게 내리쳤다. 두 사람은 검을 찌른 다음 제 이초 공격을 해보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그대로 털썩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석추명은 가볍게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젓더니 정신을 잃은 세 사람을 수풀 속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겼다. 그리고는 신법을 발휘해 천림원 외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발끝으로 벽을 툭 건드리니 몸이 용수철처럼 수 장 위로 튀어 올랐다. 그날따라 달도 뜨지 않아 잠입하기에는 그야말로 최적의 날이었다. 몇 번 발을 차나 싶더니 석추명은 순식간에 천림원 7층 지붕 꼭대기로 올라갔다. 지상에서 백 척도 넘는 어마어마한 높이지만 석추명은 그야말로 날쌘 다람쥐처럼 중간에 멈추는 법도 없이 눈 깜짝할 새 올라간 것이다.
지붕 위에 발을 내디딘 석추명이 몸을 바짝 낮추고 주위를 면밀히 살폈다. 과연 왕학기의 말대로 동북 측에 조그맣게 튀어나온 작은 창이 하나 있었다. 석추명은 몸을 낮추어 안쪽의 기척을 살핀 다음 조심스레 창 안쪽으로 몸을 넣었다.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천림비고 안쪽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그 창에서 이어지는 길은 어차피 하나라 석추명은 발소리를 죽여가며 통로를 따라 이동했다. 잠시 후, 통로 끝쪽에 커다란 문이 하나 나왔다. 문 위에는 검은 나무 위에 금색 글씨로 보전지고(寶典之庫)라고 쓴 작은 현판이 걸려있었다.
‘여기로군. 이 안에 그 전설의 고수가 있단 말이지?’
석추명은 잔뜩 긴장하여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문을 잡아당겨 열었다.
둔탁한 문이 열리는 경첩 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은 정적을 뒤흔들었다. 통로를 가로지르는 동안 어둠에 적응한 석추명의 눈에 방 안 가득 있는 커다란 서가들이 들어왔다.
방 안으로 살금살금 발걸음을 내디딘 석추명은 잠시 서고 안을 살폈다. 육중한 서가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서가마다 오래된 서책들이 빈틈없이 꽂혀 있었다. 곰팡내와 오래된 먹 냄새 등 서책 특유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잠시 신중하게 주위를 살피던 석추명은 문득 방 끝쪽에서 사람의 미약한 숨소리가 나는 것을 알아챘다.
‘전설의 고수라고 하더니 이거 순 엉터리로군. 저렇게 호흡이 거친 사람이 무슨 고수라는 거야?’
석추명은 아까 자신이 잡은 놈도 그렇고 무림맹 사람들은 허풍이 심하구나 싶어서 대뜸 경시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쨌든 일단 이 ‘전설의 고수’부터 처치할 요량으로 석추명은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 숨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서가의 틈 사이로 바라보니 방 한구석에 뜻밖에도 웬 여인이 웅크리고 앉아서 벌벌 떨고 있는 게 아닌가!
얼핏 스치는 여인의 눈빛이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느낌이었다. 여인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가슴 한구석이 찌르르 떨렸지만 지금 석추명은 그런 감정에 세심하게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눈앞의 저 여인은 전설의 고수가 아니다!
그제야 석추명은 뭔가 잘못됐음을 알아챘다. 그와 동시에 등 뒤에서 따끔한 살기와 함께 무엇인가가 등 뒤로 쑥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석추명은 그것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볼 여력도 없이 즉시 그대로 몸을 숙이며 바닥을 굴렀다.
등을 스치고 지나가는 차가운 느낌이 섬뜩했다. 석추명은 그제야 자신을 공격한 사람이 ‘진짜 전설의 고수’임을 깨달았다. 한번 공격을 해왔을 뿐인데도 대번에 그 사람의 무공이 자신보다 한참 윗길임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전설의 고수라고 할 법했다.
허공에서 갈고리 같은 허연 손가락이 나타나더니 다시 석추명의 안면을 할퀴며 달려들었다. 석추명은 즉시 발로 바닥을 찍고 몸을 날려 서가 위로 올라섰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허연 손가락의 주인은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여인인데 길게 자란 은발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물결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여인은 석추명이 서가 위로 올라서자 잠시도 틈을 주지 않고 곧장 양팔을 좌우로 크게 벌리며 바닥을 박차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붉은 옷자락이 펄럭이는 모습이 한 마리의 불사조를 연상케 했다.
“대담한 놈이로구나. 감히 여기에 숨어들다니.”
중성적인 음성이 낮게 깔리며 웅웅 울렸다.
“별로 대담할 것도 없소. 무림맹 사람들이 자세히 알려주더군. 어떻게 해야 내고로 들어갈 수 있는지. 껄껄.”
석추명은 무서운 적을 앞에 두었지만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웃는 여유까지 보였다.
“건방진 놈. 네놈이 내 공격을 받고도 그렇게 웃을 수 있는지 보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음양사자의 소맷자락이 바람을 가르며 석추명에게 달려들었다. 석추명의 눈앞에서 돌연 팔이 한 자나 늘어나더니 기다란 손톱이 자란 허연 손가락이 석추명의 목을 움켜쥐려 달려들었다. 석추명도 스승 뢰정에게 들은 적이 있던 귀조수(鬼爪功手)였다.
석추명은 재빨리 서가에서 몸을 날리며 공중제비를 돌아 다시 바닥에 내려섰지만 음양사자의 날카로운 손톱에 그만 등을 할퀴고 말았다.
석추명의 낯빛이 대번에 변했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등에 퍼지며 신경을 자극했다.
음양사자는 혀를 날름거리며 손끝에 묻은 피를 맛보더니 ‘흥!’하고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렇게 피하기만 해서는 절대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게야.”
음양사자가 다시 노란 눈을 번뜩이며 손가락을 쫘악 벌리고 질풍처럼 공격해 들어왔다. 석추명은 음양사자의 말대로 피하기만 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등 뒤에 매고 있던 검을 뽑아 들고 스승 뢰정에게 배운 수라신검을 전개했다.
시퍼런 검날이 사정없이 음양사자의 손을 베어 들어갔다.
수라신검은 백련신교의 4대 호교신공 중의 하나였다. 백련신교에는 4대 검왕의 별호를 딴 4대 호교무공이 있었고, 수라검 뢰정의 수라신검은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였다. 수라신검은 검초의 변화가 끝도 없이 이어져 적이 제 일초의 공격을 막아내면 그다음 초식의 변초는 두 배, 네 배, 여덟 배로 늘어나며 계속 적을 압박해 들어가는 신묘한 검법이었다.
석추명은 적의 무공이 비록 놀랍기는 하지만 적은 적수공권이라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자신이 내찌른 일초에는 네 번의 변초가 있지만 적이 이 일초를 피한다면 그다음 초식은 여덟 번의 변초가 있어서 절대 막아낼 수 없으리라고 여겼다.
설령 적의 무공이 지극히 높아 그다음 초식을 막아내더라도, 세 번째 초식은 사사는 십육, 총 열여섯 번의 변초가 있으니, 제아무리 무공이 신의 경지에 다다랐다 하더라도 맨손으로 열여섯 번이나 되는 검초를 받아낼 수는 없으리라 확신했다.
그런데 적의 대응은 석추명의 허를 찔렀다. 석추명은 너무 놀란 나머지 ‘아!’하고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적이 뜻밖에도 맨손으로 자신의 검날을 잡아 버린 것이다.
석추명은 자신의 검이 적의 손에 잡히자 깜짝 놀라 얼른 검을 빼려고 했으나 적의 손아귀에 잡힌 검은 요지부동, 꿈쩍도 하지 않았다.
“흥! 수라신검이라.... 네놈도 신교의 놈이었더냐?”
눈앞에 있는 적의 입에서 뜻밖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여인이 어찌 자신의 무공을 알아본단 말인가? 석추명이 음양사자의 말에 놀라 잠시 넋이 나간 사이, 음양사자는 ‘흥!’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검이 대번에 중간에서 뚝 부러지는 것이 아닌가!
그와 동시에 석추명은 튕기듯 바닥으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뢰정이 직접 온다고 해도 수라검으로는 나를 위협할 수 없다.”
음양사자의 입에서 자신의 스승 이름까지 나오자 석추명은 아무래도 눈앞의 이 사람이 신교와 관련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 선배께서는 누구십니까? 어찌하여 본교의 호교무공인 수라검을 알고 계십니까?”
그러나 음양사자는 석추명의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손가락 끝을 곤두세우고 석추명의 심장을 할퀴려 들었다.
석추명은 적이 또다시 공격해오자 정신을 가다듬고 이번에는 스승이 전수한 새로운 무공, 숭양일기검(崇陽一氣劍)을 펼쳐냈다. 이 검법은 중양일지 후반부에 실려 있던 무공으로 사실 뢰정 자신은 직접 익히지 않고 석추명에게 전수만 한 검법이었다.
중양일지 후반부에는 권, 장, 각(脚), 지(指)의 네 가지 무공과 검, 도, 창, 극(戟), 편(鞭), 곤(棍), 선(扇) 등 24가지의 무공이 실려 있는데 숭양일기검은 중양일지에 실린 세 가지 검법 중 하나였다.
석추명이 검을 떨쳐내자 비록 중간이 부러지기는 했으나 검에서 ‘찌익, 찍’ 하는 소리와 함께 웅혼한 검기가 그물처럼 뻗어 나가며 음양사자의 귀조수를 막아냈다.
음양사자는 석추명의 검기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하고 또다시 맨손으로 검을 잡을 생각은 못 하고 손을 훌러덩 뒤집더니 기다란 손톱으로 검면을 튕겨냈다. 띠딩, 날카롭고도 경쾌한 금속성이 나더니 검을 잡은 석추명의 팔이 저려왔다.
그러나 음양사자의 눈에는 이미 의혹의 빛이 가득했다.
“네놈이 이 무공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 네놈의 정체는 무엇이냐?”
적은 이 무공이 중양신공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분명했다. 신교에서 중양신공을 알아볼 만한 사람은 스승을 제외하고는 지하뇌옥에 갇힌 응룡검 황보 장로밖에 없었다.
이쯤 되자 석추명은 눈앞의 적이 황보와 관련이 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즉시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후배는 백련신교의 수라대를 맡고 있는 석추명이라고 합니다. 수라검 뢰정께서 제 스승 되십니다.”
그때 방 한구석에 있던 여인의 입에서 ‘아!’하는 탄식 소리가 작게 흘러나왔지만 석추명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군. 어쩐지 무공이 범상치 않다고 했더니 수라검의 제자였구나.”
음양사자는 잠시 생각에 빠지는 듯싶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석추명을 바라보며 물었다.
“남무궁은 어떠하냐? 잘 지내고 있느냐?”
남무궁은 백련신교 교주의 이름이었다. 석추명은 눈앞의 사람이 교주의 이름을 대놓고 부르자 눈앞의 여인이 신교와 관련이 깊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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