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세일소-43화 (43/201)

#   43 - 광세일소_한추영 - 1269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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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2화. 우리의 숙명

부맹주에게 갈 물품수송을 하루 앞두고 기하진이 용봉단을 이끌고 임가장을 찾아왔다.

귀면쌍살이 임가장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들리자 부맹주는 임가장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북경 근처에 있던 기하진과 천옥랑에게 용봉단을 이끌고 즉시 임가장으로 달려가게 했다.

원칙대로라면 부맹주가 사사로운 목적으로 무림맹의 군사를 쓸 수 없지만 기하진은 귀면쌍살이 나타났다는 말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용봉단 파견에 동의했다.

게다가 임가장에 숨어있었다는 마교의 고수 수라검이 중양일지를 가지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옴에 따라 이를 조사할 필요도 있었다.

임풍을 다시 만난 기하진의 표정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감히 마교의 인사를 숨겨주었다니 도저히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었다.

“임 대방께서 마교의 인사를 숨겨주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기하진이 임풍을 강하게 추궁했다. 임풍을 바라보는 기하진의 몸에서 서늘한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저희 무림맹은 마교와 도적 떼에서 귀 상단을 보호하기 위해서 매년 고수들을 대거 파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단의 주인인 임 대방께서 감히 마교의 인사를 집안에 숨기시다니요.”

기하진은 참을 수가 없었다. 마교가 어떤 집단인가? 사사건건, 무림맹과 대적하면서 맹에 속한 정파의 인사들을 잔인하게 도륙하는 악마집단이 아닌가. 얼마 전에도 대웅대협으로 존경받는 장가방 방주의 식솔 백여 명이 하룻밤 새 도륙된 사건이 일어났다.

흉수는 마교. 원인은 장가방이 무림맹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명분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무림맹 수뇌부는 이를 묵과할 수 없다고 보고 마교가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는 한편, 대대적인 공세를 준비 중이었다. 다행히 장가방주의 어린 아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어 그날의 참혹한 모습을 전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기하진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부모가 죽을 때와 상황이 너무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마교 놈들은 반드시 씨를 말려야 하리라!

기하진은 장가방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를 으드득 갈았다.

그런데 무림맹 고수들이 목숨을 바쳐가며 보호해준 임가장에서 마교 인사를 숨겨주었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임 대방께서는 마교와 무슨 관계이십니까? 아니, 천린상단은 마교와 무슨 관계입니까? 혹시 무림맹과 손을 잡는 척하면서 뒷구멍으로는 마교와 내통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기 단주! 젊은 사람이 말이 너무 지나치구먼!”

기하진이 계속 몰아붙이자 임풍이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

“무림맹의 무사들이 매년 고귀한 목숨을 바쳐 귀 상단을 지켜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교와 내통이라니, 이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기하진의 추궁에도 임풍은 속 시원하게 답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저희 상단은 마교와 내통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단주님의 억측입니다. 뢰 장로는 아버님의 어릴 적 친구라 잠시 인사차 들렀던 겁니다. 그런 걸 가지고 내통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억측이 아니겠어요?”

옆에서 보고만 있던 임예린이 참다못해 결국 기하진에게 한마디 하고 말았다. 두 사람은 아직 지나간 세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서로의 안부도 묻지 못했는데 이제는 각자의 입장 때문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임예린의 말에 기하진이 임예린을 잠시 쳐다보았다.

“설마 무림맹에서 모든 사람의 친교 관계까지 관여할 생각은 아니겠지요? 그리고 아버님은 뢰 장로가 마교에 몸담은 줄은 몰랐습니다.”

“흥! 어릴 적 친구라고 하면서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기하진이 퉁명스럽게 얘기하자 이번에는 임예린이 목청을 높였다.

“십수 년 만에 처음 만난 친구입니다. 그런 친구가 그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 그리고 사실, 뢰 장로는 귀면쌍살이 저희를 공격해왔을 때 저희를 구해준 분이세요. 귀면쌍살이 그토록 악명을 떨치면서 강호를 헤집고 다녔는데 무림맹에서는 그동안 뭘 했습니까? 귀면쌍살 그자 때문에 가족 같은 저희 호천대주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것도 바로 ‘무림맹’에 보낼 물품을 보호하려다가 말입니다.”

임예린은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기하진을 바라보았다. 당차고 씩씩하고 결연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만두를 좋아하던 어릴 적 모습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눈빛이기도 했다.

잠시 그 눈빛을 바라보던 기하진은 문득 가슴이 저릿해져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중요한 물품들이라면 무림맹에 정식으로 보호를 요청하지 그랬습니까? 그랬다면 제가 진작에 용봉단을 이끌고 달려왔을 텐데요. 아까운 목숨만 하나 잃은 셈이 아닙니까?”

기하진은 임가장에 있는 물건이 무슨 물건인지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저 원칙주의자 오라버니는 똑똑한 듯하면서도 아직도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허당이었다.

그런 기하진을 보면서 임예린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

임가장의 내당 후원 정자 돌계단에 기하진과 임예린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선선한 저녁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며 지나갔다.

기하진은 지난 십 년간, 임예린을 다시 만나면 할 말이 무척이나 많을 걸로 생각했었다. 자신이 그때 왜 떠나야 했는지, 왜 임예린을 만나지 못했는지, 그 이후로 찾고 싶었지만 왜 찾지 못했는지, 자신의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그러나 막상 이렇게 나란히 앉으니 기하진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지나간 세월이 무심하게만 느껴졌다. 어디선가 구슬픈 뻐꾸기 소리가 고즈넉하게 들려왔다.

“얼마 전에 추명이 오빠를 봤어요.”

예린의 말에 기하진의 표정이 일순간 굳었다.

“그래? 추명이 형도 살아있었구나. 다행이다.”

기하진이 묵묵히 얘기하자 임예린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기하진을 올려다보았다.

“추명이 오빠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기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라대 신임 대주의 소식은 무림맹의 정보망을 통해 자신도 이미 들었다. 그 석추명이 자신이 아는 석추명인지는 미처 몰랐지만.

“귀면쌍살이 나타난 날, 뢰정 장로를 찾아서 왔더라고요. 그때 조금만 늦었어도 뢰정 장로는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 뢰정 장로를 스승이라고 부르더군요.”

담담하게 얘기하는 예린의 말에 기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교의 수라대주라....

기하진은 석추명과 헤어질 때, 빗발치는 화살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려고 온몸으로 자신을 감싸던 석추명의 모습이 떠올랐다. 순간 코끝이 찡해지며 가슴 한쪽이 푹푹 찌르듯이 시큰거렸다.

나는 무림맹 단주, 추명이 형은 마교의 대주.... 어쩌다가 우리 운명이 이렇게 갈려 버렸을까....

“추명이 오빠랑 마주치면... 싸울 생각이에요?”

임예린이 기하진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기하진도 고개를 돌려 임예린의 눈을 바라보았다. 사슴 같은 선한 눈망울에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

“아마도 그렇겠지....”

고개를 돌린 기하진이 풀잎을 하나 뜯어서 만지작거렸다.

“그게 우리의 숙명이니까....”

기하진의 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임예린은 기하진을 가만히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오빠는 부맹주를 잘 아세요?”

“부맹주님?”

임예린이 갑자기 부맹주 얘기를 꺼내자 기하진이 의아한 듯 임예린을 쳐다보았다.

“부맹주를 멀리하세요. 오빠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기하진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지만 임예린은 기하진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고 벌떡 일어섰다.

“이만 가봐야 할 것만 같아요. 내일 물품수송 잘 부탁해요.”

그 말만 남긴 채 임예린은 총총걸음으로 내당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

생각이 복잡해진 임예린은 무복으로 갈아입고 연무장으로 나갔다.

“일봉, 잠시만 대련 상대가 좀 되어줘.”

풍천숙이 귀면쌍살에게 죽은 이후 일봉은 호천대의 임시 대주 역할을 겸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장 이것저것 챙기고 신경 쓸 게 많았다. 하지만 예린을 지키고 돌보는 일은 여전히 자신의 임무 중 제일 중요한 임무였다.

게다가 임예린은 지금 상당히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한쪽 눈을 찡그리고 오른쪽 입술을 깨무는 버릇은 뭔가 답답하고 화나는 일이 있을 때였다.

어릴 때부터 임예린을 쭉 지켜봐 왔던 일봉은 예린의 기분 상태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럴 때는 임예린 스스로 우울한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옆에 있어 주는 것이 제일 좋았다.

일봉은 말없이 목검을 쥐고 연무장에 섰다. 그러자 예린이 세찬 기합과 함께 목검을 휘두르며 일봉을 공격해왔다. 검을 쥔 예린의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었다. 일봉은 번개같이 공격을 피하며 목검으로 예린의 손목을 살짝 건드렸다.

“아얏!”

예린이 손목을 맞고 인상을 찡그렸다.

“팔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는 검을 제대로 휘두를 수가 없어요.”

“그쯤은 나도 알아!”

예린이 다시 검을 휘두르며 공격해왔다. 목검이지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제법 날카로웠다. 순식간에 수십 초를 겨루었다. 어느새 예린은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지난 몇 개월간 쉬지 않고 수련에 매진하더니 실력이 제법 갖춰진 듯했다.

바뀌어 가는 예린의 모습에 일봉은 속으로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뭘 하더라도 늘 악바리같이 해내는 예린이 대견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주인 아씨를 보고 귀엽다니, 예린이가 알면 경을 칠 일이었다. 일봉은 겉으로는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속으로 흐뭇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어, 임 소저께서도 무공을 익히시는군요?”

난데없이 들린 목소리에 임예린과 일봉은 검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뜻밖에도 천계심이 연무장 밖에 서서 임예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품수송 때문에 기하진과 같이 온 듯했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주인의 허락도 없이 내당 안으로 들어와서 연무장을 기웃거리는 것은 무례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임예린은 천옥랑의 느끼하고 경박한 모습을 피하고 싶었지만 당장 내일 있을 물품수송에 차질이라도 빚을까 봐 내키지 않아도 생긋 웃었다.

“심신수련차 비무 중이었어요. 고수이신 천 공자께서 보시면 웃음만 나오시겠어요.”

“하하하, 심신수련 좋지요. 뭐 소저 말씀대로 좀 우습기는 합니다만. 하하하.”

천옥랑의 무례한 언사에 임예린은 화가 났지만, 대사를 코앞에 두고 화를 낼 수는 없었다.

“무공을 익힌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요. 호호호.”

임예린은 무공을 익힌 지 얼마 안 됐으니 부족한 점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겠느냐는 뜻이었지만 천옥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드름을 피웠다.

“처음일수록 제대로 배워야지요. 그래, 무공 스승이 누구입니까?”

“일봉에게서 배우고 있어요. 배우면서 틈틈이 이렇게 비무도 한답니다.”

임예린의 말에 천옥랑이 일봉을 힐끗 쳐다보면서 쯧쯧, 하고 혀를 찼다.

“저런 호위무사에게서 뭘 배우겠습니까? 무공은 출신이 중요하니 명문의 스승에게서 배워야지요. 자, 제가 직접 상대해드리겠습니다. 마음 놓고 공격해 보세요.”

천옥랑이 뒷짐을 진 채 연무장으로 들어오더니 임예린의 앞에 턱, 하니 섰다. 그리고는 일봉에게 ‘빨리 나가지 않고 거기서 뭘 얼쩡거리냐’는 눈빛을 지었다. 일봉은 기분이 나빴지만 무림맹 용봉단의 부단주께서 무공을 ‘친히’ 가르쳐주겠다니 자신은 뒤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임예린은 천옥랑의 무례한 태도에 일봉이 상처받을까 염려되었으나 지금은 순순히 받아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천 공자께 한 수 가르침을 청해 볼까요?”

임예린이 포권을 취한 뒤 목검을 들고 세차게 공기를 가르며 천옥랑을 공격해 들어갔다. 천옥랑은 여전히 두 손은 뒷짐을 진 채 입가에 미소를 띠고 몸을 요리조리 날렵하게 놀려 임예린의 검을 피했다.

천옥랑이 워낙 미꾸라지처럼 자신의 공격을 빠져나가 옷깃 한번 스칠 수 없자 임예린은 슬슬 부아가 나기 시작했다.

임예린이 목검으로 천옥랑의 가슴 부위를 찔러 들어갔다. 그러자 천옥랑 빙글 몸을 돌려 검을 피하며 한 손으로 임예린의 어깨를 탁 내리쳤다.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침견추주(沉肩墜肘)는 무공의 기본이거늘!”

침견추주라는 말은 어깨와 팔꿈치 모두 힘을 빼고 들지 말고 가라앉히라는 소리였다. 일봉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반복하던 말이지만 마음이 급한 임예린이 어느새 까맣게 잊었던 것이다.

무공을 가르쳐주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천옥랑이 보란 듯이 자신의 어깨를 딱 소리나게 때리며 창피를 주자 임예린은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임예린이 검을 아래에서 위로 추켜올리며 천옥랑의 복부를 공격해 들어갔다. 검세가 빠르면서도 웅장하여 상당한 위력이 있는 초식이었다. 그러나 천옥랑은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손목, 오금, 허리에 온통 허점! 이래 가지고야 칼질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

천옥랑이 뒤로 공중제비를 넘어 임예린의 공격을 피하나 싶더니 두 손은 여전히 뒷짐을 진 채 발길질만으로 임예린의 손목, 오금, 허리를 공격해 들어왔다. 난데없이 천옥랑의 발길질에 채인 임예린은 아프기도 했지만, 그보다 자존심이 더 상했다.

‘이 작자가 나를 앞에 두고 무공 자랑질이야, 뭐야?’

임예린은 점점 더 불쾌해져서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거, 이거, 순 엉터리로 배웠군요. 이래서 무공은 기초가 중요한 법인데.”

천옥랑이 또다시 임예린의 허점을 손으로 일일이 짚으며 때렸다.

자신이 못하면 못할수록 일봉이 욕을 들어먹었다. 임예린은 그게 마음이 쓰여 싸우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일봉을 힐끗힐끗 쳐다보게 되었다.

“비무 중에 한눈을 팔다니요!”

천옥랑이 또 딱, 소리가 나게 임예린의 팔을 호되게 내리쳤다. 팔이 너무 아팠다. 임예린은 화가 나서 한 번이라도 제대로 공격해 보려고 사력을 다했지만, 공격은커녕 천옥랑의 옷깃 한 번 건드리지도 못했다.

임예린은 결국 힘이 빠져서 헉헉대며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자 천옥랑이 임예린을 부축해주며 또 잘난 척 한마디 했다.

“내가 보아하니 임 소저께서는 무공을 처음부터 다시 익히셔야 할 듯합니다. 제가 좀 바쁘기만 하지만 기꺼이 내일부터 우리 청성파의 입문 무공을 알려드리지요. 근본 없는 낭인의 무공보다야 뿌리가 확실한 명문정파의 무공을 익히는 것이 임 소저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잔뜩 거드름을 피우는 천옥랑의 말이 하도 기가 차서 임예린은 뭐라고 대꾸를 하려다가 꾹 참았다.

임예린의 눈에 마음이 상한 듯 휙 몸을 돌려 성큼성큼 문밖으로 걸어나가는 일봉의 뒷모습이 보였다. 임예린은 자신이 부족하여 일봉까지 욕을 들어먹게 하자 너무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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