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 광세일소_한추영 - 120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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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화. 천림비고(千林秘庫) (2)
무림맹의 내원 깊숙한 곳에 있는 고풍스러운 전각에서 은은한 차향(茶香)이 퍼져 나왔다. 전각 주인의 단아한 성품을 보여주는 듯 방에 있는 가구는 소박하지만 하나같이 기품이 있었고, 무수한 세월의 흔적을 견뎌낸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었다.
“용정차(龍井茶)는 언제 마셔도 일품이야.”
키가 작은 초로의 사내가 손잡이에 용모양이 새겨진 차호를 들고 찻잔에 차를 따랐다.
때 이른 매미 소리만 제외하면 시간이 정지한 듯 주위는 고요하기만 했다.
“한 잔 더 들겠는가?”
초로의 사내가 차호를 들고 맞은 편에 앉은, 키가 크고 마른 사내에게 차를 권했다.
“좋지요. 용정차는 호포천(虎袍泉)의 물로 끓여야만 제격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하하하.”
“암, 모든 것은 맞는 짝이 있기 마련이지. 그래서 용정차와 호포천을 서호쌍절(西湖雙絶)이라 부르지 않겠나?”
“과연 맹주님 말씀대로입니다.”
흑단목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두 사람은 바로 무림맹주 남궁진악과 총군사 사마경이었다.
“그래, 군사(軍師)께서 관심을 두고 있는 아이는 요즘 좀 어떤가?”
남궁진악이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물었다. 사마경은 수정 안경을 콧잔등 위로 잠시 내리며 맹주를 바라보았다.
“백무결이 죽은 이후 매일 같이 천림비고에 올라갔다 합니다. 아무래도 무결의 복수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
남궁진악은 사마경의 얼굴을 보지 않고 무심한 표정으로 차를 다시 한 모금 음미했다.
“형제처럼 지내던 친우를 잃었으니 복수를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복수를 위해서는 압도적인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야 제 부모처럼 허망하게 당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부친이 누구라고 했지?”
“벽력검이라는 별호가 붙어 있던 기일광(奇日光)이라는 자입니다. 무공이 크게 뛰어나지는 않았으나 인품이 훌륭해서 섬서 무림의 존경을 받았었지요. 섬서에서 일어난 정마대전 때 우리 무림맹의 편에 서서 참전했다는 이유로 마교에게 찍혀 부부와 집안사람들이 한날한시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흠. 군사께서 신경을 쓰는 이유가 있구먼.”
“예. 게다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복수라.... 제아무리 신동소리를 듣는 아이라고는 하나 귀면쌍살을 상대할 수 있겠는가?”
“그거야 제가 다 생각해 둔 바가 있습니다. 요즘 천림비고에 자주 오르는 것으로 봐서 아마 조만간 무림 3대 기서를 찾아 천림비고의 내고에 다녀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마경은 기하진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말했다.
“그렇다면 음양사자와 부딪치겠군.”
“예, 그렇지 않아도 음양사자에게 그 아이의 무공을 제대로 시험해보라고 일러둘 생각입니다.”
남궁진악은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부맹주 측에 슬쩍 흘릴 생각입니다. 탐욕스러운 천계심이 이 말을 들으면 아마 가만히 있지 못할 것입니다. 다만... 맹주님께 청이 하나 있습니다. 혼세마검보를 그 아이가 볼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사마경의 말에 그때까지 눈을 감고 차를 음미하던 남궁진악이 찻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 정도로 가치가 있는 아이인가?”
“예. 무공에 대한 뛰어난 재질과 욕심, 그리고 마교에 대한 증오심 등으로 보면 대업에 그 아이보다 더 적임자는 없을 듯합니다.”
“알겠네. 모든 것은 총군사의 뜻대로 하시게. 다만 이 검보가 그 아이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을 구파일방 장문인들이 알게 되면 골치 아파진다는 점은 명심하게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사마경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남궁진악이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괜히 소소한 일로 부맹주의 의심을 사지 않도록 조심하시게. 그자는 흉포한 이리 같은 사람이야. 틈만 보이면 반드시 물려고 덤빌 걸세.”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물려고 하는지 모르는 눈먼 이리에 불과하지요.”
사마경의 말에 한참 밖을 내다보던 남궁진악이 창을 닫았다.
“바람이 제법 차구먼.”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사마경은 찻잔을 내려놓고 남궁진악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인 뒤 맹주각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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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시각, 부맹주 천계심이 잠자리에 들려고 불을 끄고 눕자마자 방 뒤에 쳐놓은 휘장 뒤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주무시옵니까?”
보일 듯 말듯 얇은 비단 휘장 뒤편으로 흐릿하게 복면을 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천계심은 침상에서 일어나 휘장을 바라보고 앉았다.
“아니다. 무슨 일이냐?”
휘장 뒤편에 있는 복면인은 천림원의 동태를 살피도록 명을 받은 심복 극환이었다. 극환은 원래 남천단원인데 무공과 기지가 뛰어나고 야심이 커서 천계심과 마음이 잘 맞았다.
“총군사 사마경이 음양사자에게 보내는 밀지가 있습니다.”
극환은 남천단에서 천림비고를 수비하도록 파견하는 서른 명의 최정예 고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천계심은 무림맹의 요처에 은밀히 자신의 심복을 심어두고 맹주와 총군사 사마경의 동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천계심은 자신이 천림비고에까지 심복을 심어두었음을 사마경은 꿈에도 모를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뭣이라고? 사마경이 음양사자에게 보내는 밀지?”
극환의 말에 천계심은 궁금증이 일어 기다릴 수가 없다는 듯 휘장을 휙 걷었다. 어둠 속에 엎드린 사람의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 있느냐?”
극환이 밀봉된 얇은 황지 한 장을 천계심에게 바쳤다. 천계심은 희미하게 쏟아지는 달빛에 비추어 황지에 적힌 내용을 읽었다.
“흠, 내고에 잠입하는 소년이 있을 것이니 무공을 시험하되 죽이지는 말라? 그리고 소년을 기보(奇譜)가 있는 쪽으로 유도하라?”
기보란 천림비고에 있는 혼세마검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아직 부맹주인 천계심도 혼세마검보를 본 적은 없었다.
천계심이 머리를 들었다. 어둠 속을 직시하는 두 눈에서 안광이 번뜩였다.
혼세마검보라면 천하 3대 무림기서. 그 검보에 적힌 혼세마검은 남궁세가의 창궁무애검을 능가할 정도의 패도적인 무공이었다. 지난 오십 년간 비밀에 감춰져 있던 패왕의 무공비급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사실 오랫동안 맹주직을 노려왔던 천계심은 맹주가 가문의 위세만 앞세우는 능력 없는 자라고 생각해왔다. 맹주 남궁진악은 어려운 문제에만 부딪치면 늘 허허거리고 웃으며 결정은 대부분 자신과 총군사에게 미루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적당한 명분만 쌓인다면 천계심은 맹주를 몰아내고 자신이 맹주 자리를 차지할 계획이었다. 구파일방의 도움을 얻는 것도 자신이 있었다. 어느 모로 보나, 자신이 맹주보다 우월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맹주의 무공수위였다. 남궁진악은 한 번도 제대로 실력을 드러낸 적이 없어서 그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맹주의 진짜 무공실력은 자신이 맹주 자리를 탈취하는데 중요한 변수였다.
맹주의 무공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나 설령 그가 창궁무애검법을 극성으로 연마했다 하더라도 혼세마검에는 상대가 안 될 것이다.
‘후후후, 이것 참 재미있군. 사마경 그 늙은 여우가 무슨 꿍꿍이속인 줄은 모르겠으나 이런 기회를 그냥 놓칠 수야 없지. 드디어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천계심은 그동안 몇 차례 천림비고에 수장된 3대 절세 무공비급에 손을 대려고 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천림비고를 지키는 음양사자의 무공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었다.
비급을 훔치려면 낮시간은 워낙 보는 눈이 많아서 반드시 밤을 틈타야 하는데 음양사자의 무공이 워낙 뛰어나서 음양사자의 손에 걸려든 사람 중에 살아난 자가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도 천계심은 음양사자가 누구인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음양사자는 맹주 한 사람의 명만 받들기 때문에 맹의 수뇌부들에게도 철저히 신분이 감춰져 있었다. 심지어 유일하게 음양사자의 정체를 아는 맹주조차도 음양사자를 직접 만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음양사자는 그토록 신비에 싸인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뜻밖의 기회가 온 것이다.
‘천림비고에 잠입할 소년이라....’
그 소년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내심 짚이는 사람이 있었다. 천계심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
“이 밀지를 표시 나지 않게 밀봉하여 다시 갖다 놓거라. 그리고 내일 낮에 사람을 시켜 옥랑이를 내게 데리고 오너라.”
천계심이 엎드려 있던 극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존명.”
짧은 대답이 끝나자마자 극환의 모습이 휘장 뒤편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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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결의 죽음 이후 기하진은 급격히 말수가 줄었다. 요즘 기하진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귀면쌍살에 대한 복수였다. 절대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
기하진은 무가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무공보다 인성을 강조하는 아버지 때문에 여덟 살이 되기 전까지는 무공의 흉내도 내어본 적이 없었다. 여덟 살이 되어 이제 무공을 배울 수 있겠지 하고 잔뜩 기대에 가득 차 있을 때 청천벽력같이 부모님을 잃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부터는 무공은 고사하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떠돌이 생활 몇 년 만에 운 좋게 겨우 무림맹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무공을 모르는 기하진에게 무림맹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맹에 들어오기 전에 우연히 보게 된 중양일지의 앞부분을 찢어내지 않았다면 아마 자신의 인생은 지금과 한참 달랐으리라 생각되었다.
‘무림 3대 기서라. 그중 하나만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귀면쌍살을 이기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
그 생각을 하면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몸이 달아왔다. 천림비고에 잠입하여 기서를 훔치고 싶었지만 상상을 초월한다는 음양사자의 무공에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이대로 개죽음을 당한다면 무결의 복수는 어떻게 될까?
지학은 석 달간의 근신이 끝났지만 여전히 수업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지학과 무결의 빈자리가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복수해야지, 복수를!
그러다 보니 무공수업 중에도 멍하니 넋이 나갈 때가 많았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남이가 몰래 바라보며 걱정하는 것을 기하진은 몰랐다.
그날도 수업시간에 어떻게 천림내고에 잠입할까 생각하다가 까다롭고 엄격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허각 도장에게 걸려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꾸지람을 듣는 동안 죽더라도 복수하려고 시도는 해 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기하진은 묵묵히 생각에 잠겼다.
‘음양사자와 귀면쌍살, 누가 더 무서울까?’
음양사자의 손에 걸려 살아나간 사람은 마교의 대주였던 육굉이 유일하고, 귀면쌍살의 무공은 자신이 직접 겪어보았다. 두 사람 모두 아직 무공이 일천한 자신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힘든 상대다. 두 사람과 맞부딪친다면 살아남을 생각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결국 발버둥이라도 한번 쳐보고 죽느냐, 아니면 그냥 죽느냐는 문제군.’
기하진이 드디어 결심을 굳혔다. 언제나 차분하고 냉정하던 눈빛은 더욱 가라앉았고 꽉 다문 입술에서 단호한 결의가 엿보였다.
기하진은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복면을 하기 전에 지학의 방에 다녀왔다. 지학은 여전히 방문을 걸어 잠근 채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기하진은 문틈으로 쪽지를 하나 집어넣었다.
- 오늘 밤, 무결의 복수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딜 거야. 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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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림원은 7층의 거대한 전각으로 천림비고는 제일 꼭대기 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천림원 원생들의 숙소가 5, 6층에 있었지만 밤이 되면 삼엄한 경비가 수시로 순찰을 다니는 데다가, 6층에서 7층으로 올라가는 철문은 안쪽에서 잠겨 버리기 때문에 건물 내부에서 천림비고로 잠입할 방법은 없었다.
유일하게 침투할 방법은 건물 밖에서 경공을 이용해서 7층까지 올라간 다음 창문이나 지붕의 기와를 뜯고 들어가는 방법이었다.
층마다 있는 삼엄한 경비에 들키지 않고 7층까지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7층까지 올라가서 설령 천림비고 안으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음양사자가 어디에 숨어 있을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기하진은 어둠 속에 서 있는 천림원 건물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이윽고 자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자 천림원의 각층을 밝히는 등불도 하나, 둘 꺼지기 시작했다.
등불이 모두 꺼지고 순찰조가 막 지나간 것을 확인한 기하진이 덤불 뒤에서 나와 발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천림원 쪽으로 걸어갔다.
경공을 발휘한다면 7층까지 올라가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밤이 깊어 주위가 조용한 만큼 미세한 소리 하나라도 내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기하진은 잔뜩 긴장한 나머지 온몸의 털이 한 올 한 올 다 일어서는 듯했다.
드디어 기하진이 천림원의 지붕을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도둑고양이처럼 민첩하고 은밀한 몸놀림에 천림원의 각층을 순찰하는 순찰조도 전혀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그런 기하진을 지켜보는 눈동자 한 쌍이 있었다.
바로 천옥랑이었다.
천옥랑은 얼마 전 자신의 아버지인 천계심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기하진이 조만간 천림비고에 잠입해서 혼세마검보를 탈취하려고 하니 은밀히 기하진을 감시하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기하진이 행동에 나서면 기하진보다 한발 앞서 천림비고의 내고에 들어가 혼세마검보를 훔쳐내라고 말했다.
천옥랑도 천림비고를 지키는 음양사자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어서 아버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천림비고에 잠입해서 비급을 훔치라니요? 음양사자의 손에 걸리면 누구든지 살아남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걱정할 것 없다. 맹주 그 늙은이가 무슨 생각인지 혼세마검보를 기하진에게 주려는 모양이다. 그래서 음양사자에게 기하진의 무공을 시험하되 죽이지는 말라는 명을 내렸다. 그러나 음양사자가 기하진을 본 적이 없는데 그놈이 어찌 생겼는지 어떻게 알겠느냐? 하하하. 네가 천림비고에 먼저 잠입하여 마치 그놈인 것처럼 행동해라. 음양사자는 몇 수 네 무공을 시험해보다가 틀림없이 그냥 보내줄 것이야. 그러면 바로 비급을 가지고 돌아오너라. 할 수 있겠느냐?”
천옥랑은 아버지 천계심의 말에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어두운 밤에 혼자서 천림원을 지키는 순찰과 경비를 뚫고 천림비고에 잠입해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운 생각이 들어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천옥랑이 망설이자 천계심의 눈빛이 차가워지며 눈꼬리가 대뜸 올라갔다.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하,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
천계심은 그제야 눈빛을 풀었다.
“실수하지 말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명심하거라. 이 아비가 맹주가 될 수 있을지는 오로지 네게 달려있다. 내가 절세신공을 터득하면 당연히 너에게 전수해주지 않겠느냐? 그때가 되면 전 무림이 우리 부자의 발아래 놓이게 될 것이다. 그 얼마나 멋진 일이겠느냐?”
천옥랑은 아버지 천계심과 함께 강호를 군림하는 모습을 생각해보았다. 소림과 무당을 비롯한 구대문파와 오대세가들이 자신에게 깍듯이 허리를 굽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명심하겠습니다. 아버지.”
천옥랑은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며 천계심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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