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세일소-13화 (13/201)

#   13 - 광세일소_한추영 - 119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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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화. 천림원의 괴짜들 (2))

기하진과 지학, 백무결이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을 때 갑자기 좌중이 술렁대더니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맹주님이시다.”

기하진은 주위의 원생들이 소곤거리는 이야기에 뒷짐을 지고 뒤뚱거리며 들어오는 사람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크지 않은 키에 포동포동한 얼굴, 반백의 머리카락 등이 무림 맹주라기보다는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인상을 풍기는 사람이 기하진도 익히 아는 부맹주 천계심과 총군사 사마경을 좌우에 거느리고 들어왔다.

그러나 얼굴 가득 사람 좋은 미소를 띤 남궁진악(南宮眞岳)은 아무리 보아도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등 천하무림을 호령하는 무림 맹주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남궁세가의 전대 가주이며 패도적인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 천뢰기공(天雷氣功) 등의 무공으로 강호에서 당할 자가 없다는 소문은 말 그대로 소문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오히려 맹주의 바로 뒤에 서 있는 부맹주 천계심이야말로 큰 키에 우람한 체격, 매서운 눈초리와 한일자로 꼭 다문 입술 등 무림 맹주다운 모습이었다.

기하진을 비롯해서 맹주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의혹에 찬 눈길로 맹주를 바라보았지만 남궁진악은 학생들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사람 좋은 웃음만 지었다.

천림원은 권학당, 지무각과는 달리 입학과 졸업에 맹주가 직접 참석을 했다.

“오늘 이렇게 우리 정도 무림의 뛰어난 인재를 보니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에... 앞으로 삼년 동안 여러분들은 천림원에서 각자의 무공을 더욱 갈고 닦게 될 것입니다. 에... 아무쪼록 모든 학생이 각자의 사문을 빛내고, 에... 또 우리 무림맹에 없어서는 안 될 인재로 거듭나서 정도 무림의 발전에 기여하기 바랍니다.”

무림맹주다운 패기와 기상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말투와 말을 시작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에...’ 하고 내뱉는 버릇은 무림맹주에 대한 기하진의 환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기하진이 무림맹에 들어온 지도 이미 몇 년이 지났지만 맹주를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맹주는 신비의 장막에 가려져 있었고, 그런 만큼 맹주에 대한 온갖 상상과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오늘 본 맹주는 기하진이 가지고 있던 기대감을 산산조각내어 버렸다.

지학은 맹주가 계속 ‘에... 또...’하고 말하자 참지 못하고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때 돌연 앞쪽에서 얼음송곳 같은 무형지기가 지학의 면전을 찔러왔다. 지학도 후기지수 중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고수였지만 무형지기가 워낙 섬광처럼 순식간에 다가온 터라 미처 방어할 새도 없이 지학의 상반신이 무형지기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무형지기가 지학의 미간을 막 찌르려는 찰나, 무형지기를 감지한 기하진이 어깨로 지학을 슬쩍 밀어내며 급히 중양신공을 끌어올리더니 몰래 두 손을 태극모양으로 교차했다. 그러자 공작새가 꼬리를 펼치듯 기하진의 몸에서 무형의 기가 발산되더니 기막(氣幕)을 형성하여 지학을 감싸는 것이 아닌가! 기하진의 손놀림이 워낙 은밀하고 또 앞사람에 가려져 단상 앞에 있던 공각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지학과 백무결도 무형지기를 감지하고 급히 공력을 운용하려 했으나 오늘 처음 본 기하진이 한발 앞서 반응하자 놀랍기 그지없었다.

돌연 지학의 귓전에 노성이 들려왔다.

- 지학 이놈! 감히 맹주님이 말씀하시는데 웃다니! 정신 차리지 못할까!

무형지기를 쏘아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지학의 사숙, 공각대사였다. 공각은 지학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 무상반야공(無上般若功)을 일지선(一指禪)의 수법으로 변환하여 발출했으나 돌연 누군가의 기막으로 저지되자 지학에게 전음을 보내어 꾸짖은 것이다.

그러나 공각은 내심 깜짝 놀랐다. 비록 지학을 다치게 하려는 뜻은 없었으나 방금 자신이 쏘아 보낸 무형지기를 이렇듯 간단하게 막아낼 수 있는 실력자가 입교생들 중에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공각대사의 공격과 기하진의 방어가 워낙 신속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다른 입교생들은 사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전혀 몰랐다. 기감이 좀 예민한 사람들만 뭔가 서늘한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상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정도 무림의 최강자들이었다. 그들은 자연 공각대사가 무형지기를 쏘아 보냈고 입교생 중 한 명이 이를 막아냈다는 것을 즉시 알아챘다. 허각 도장을 비롯한 무공강사들은 이 대단한 입교생이 누군지 자못 궁금증이 일어 지학 주변에 앉은 입교생들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궁진악은 조금 전 치열한 무형지기의 공방이 있었던 사실을 모르는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맹주의 왼편에 앉아 있던 천계심이 그런 맹주 뒤통수를 보며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맹주라는 작자가 이 정도의 기운도 느끼지 못해서야! 맹주 뒤에 남궁세가만 없다면 남궁진악이 어찌 맹주 자리를 보존할 수 있겠는가? 자리란 그 자리에 합당한 사람이 앉아야 하거늘....’

기하진은 오늘 처음 만난 지학을 보호하느라 자신도 모르게 공력을 방출했지만 괜한 짓을 한 것만 같아 살짝 긴장했다. 혹시라도 누군가 알아채지 않았을까 싶어서 단상에 앉은 무공강사들을 눈여겨 살펴보았지만 정작 무형지기를 쏘아 보낸 공각대사도 누가 자신의 공격을 막아냈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기하진은 내심 안도하는 찰나 돌연 맹주와 눈이 마주쳤다. 맹주는 기하진을 향해 보일 듯 말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기하진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며 모골이 송연해졌다.

당사자인 공각대사도 모르는 일을 맹주가 아는 것이 분명했다.

그제야 기하진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생긴 맹주 남궁진악이 깊이를 측량할 수 없는 고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시 사람은 외모만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었어.’

한참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기하진은 옆에서 지학과 백무결이 쿡쿡 찌르는 것도 모른 채 흠모의 눈빛으로 맹주를 바라보았다.

****

본격적인 무공수련이 시작되었다. 천림원에서의 강의는 선후배의 구분이 없이 진행되었으므로 지학과 백무결은 기하진보다 천림원에 일 년 더 빨리 들어왔지만 늘 같이 강의를 들었다. 그동안 없던 친구가 둘씩이나 생긴 기하진은 너무 좋아서 밥 먹을 때나 연공할 때도 늘 함께 다녔다. 또 두 사람 모두 쟁쟁한 문파의 제자들이라 은근히 배울 점도 많았다.

첫 번째 강의는 검에 대한 것으로 검법이라면 자타가 공인하는 무당파의 허각 도장이 강사였다. 허각은 무당파의 현 장문인인 현각 도장의 사제로 비쩍 마른 체구에 인상이 날카로워 보이는 도사였다.

“나는 법도를 어기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법도란 모든 사람이 마땅히 따라야 할 것으로 정해놓은 것이지. 세상에는 다양한 법도가 있다. 누가 한번 말해보겠느냐?”

허각 도장이 매의 눈으로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학생들은 매에게 쫓기는 병아리처럼 허각 도장의 눈길을 피하기 바빴다. 그런데 허각 도장의 눈길이 한 학생에게 머물렀다. 드디어 먹잇감을 찾아낸 것이다.

“금휼! 네가 한번 말해보겠느냐?”

허각 도장의 말이 떨어지자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금휼에게 쏠렸다. 금휼은 무당파 제자로 키가 크고 멀끔하게 생긴 편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안색이 어두워 보이는 청년이었다.

금휼은 갑자기 자신이 지목되자 긴장한 듯 말을 더듬었다.

“법, 법도에는 크게 세,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래, 그게 무엇이냐?”

“인, 인간 세상의 법도에는....”

금휼이 계속 말을 더듬자 허각 도장이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똑바로 얘기하지 못할까!”

첫날 첫 강의부터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기하진은 이해가 되지 않아 지학을 팔로 툭툭 친 뒤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천림원은 분위기가 원래 이래? 너무 살벌한데?”

그러자 지학이 웃음을 참으며 기하진에게 말해주었다.

“아니야. 사실 저 친구는 무당파 친구인데 바로 허각 도장의 직계제자야. 자신의 제자라서 저렇게 큰소리로 호통을 치시는 거지.”

허각 도장의 직계제자라는 말에 기하진은 금휼을 다시 쳐다보았다. 무당파라는 대문파의 제자라는 말에 부럽다가도 허각 도장에게 끊임없이 저렇게 추궁을 받았겠지 하고 생각하니 좀 안쓰럽기도 했다.

“인간 세상의 법도로는 삼, 삼강오륜이 있고, 강호의 법도로는 의협이 있으며, 사문의 법도로는 각 문파의 규, 규칙이 있습니다.”

“잘 말해주었다. 특히 마지막에 말한 것이 중요하다. 구대문파와 오대세가는 각 문파의 규정이 법도며, 무림맹에서는 맹에서 정한 규율이, 그리고 이곳 천림원에서는 천림원 내 규율이 곧 법도다. 이를 어기는 것은 스스로 사람임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빈도는 그런 학생에게는 예를 갖추지 않는다.”

허각 도장은 잘 알아들었냐는 듯이 잠시 말을 멈추고 학생들을 한 번 빙 둘러보더니 지학에게서 잠시 눈길을 고정했다. 한 번만 더 걸려보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자 지학은 머리를 긁으며 딴청을 피웠다. 그 모습에 기하진이 어리둥절해 하자 백무결이 전음으로 알려주었다.

- 허각 도장과 지학은 서로 앙숙이야. 허각 도장이 절대 하지 말라고 하는 것만 지학이 골라서 하거든. 작년에 지학이 규율을 어긴 게 한 서른 번쯤 될걸?

그때 갑자기 지학이 백무결을 쳐다보지도 않고 백무결에게 말했다.

“지금 나 흉보고 있지? 다 들리니까 조용히 해라.”

백무결은 익살스럽게 놀랍다는 표정을 짓더니 기하진에게 찡긋 눈짓을 보냈다.

전음은 원래 한 사람에게만 보낼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이 그것을 들을 수 없다. 지학은 백무결이 전음으로 기하진에게 자기 얘기를 하고 있으리라고 추측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검술의 법도는 무엇이냐? 검술이란 서법(書法)과 같다....”

허각 도장의 검법론(劍法論)에 대한 강의가 계속 이어졌다. 허각 도장은 서예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늘 검술을 서예에 비유해서 말하곤 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붓 한 자루를 꺼내 들고 허공에 글씨를 쓰며 검술과 서법과의 유사성에 관해 일장 연설을 하는 중이었다.

“ 당 태종은 글을 쓰고자 할 때는 마땅히 눈과 귀를 안으로 거두어 잡념을 끊고 정신을 엄정히 모아 마음을 똑바로 하고, 기를 움직여 현묘한 경지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은 그대로 검술에 적용할 수 있다.”

서법과 검법의 유사성은 사실 전혀 독창적인 내용이 아니었다. 기하진도 이미 지무각에서 배워서 잘 아는 내용이었다.

계속되는 허각 도장의 강의에 지학이 흥미 없다는 듯 귀를 파며 말했다.

“다 아는 내용을 뭣 하러 꼭 저렇게 다시 반복하는지 몰라.”

지학이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붓 한 자루가 쐐액 소리를 내며 똑바로 지학을 향해 날아왔다. 허각 도장의 공력이 담긴 붓은 판관필도 아닌데 붓끝이 꼿꼿이 살아있었다.

지학은 오늘 아침에 이어, 두 번째로 당하는 공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학도 그냥 당하지만은 않았다.

붓이 다가오자 지학은 붓을 움켜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허각 도장은 그것까지 감안했던 모양인지 지학이 손을 내밀어 잡으려 하자 붓이 돌연 허공에서 빙그르르 돌며 곧장 아래로 쏜살같이 떨어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놀랍게도 지학 상반신의 주요 혈도 대여섯 군데를 삽시간에 저절로 찍어 가는 것이 아닌가!

그대로 있다가는 붓끝에 점혈이 될 판국이었다.

만약 붓을 던진 사람이 공각 사숙이었으면 그냥 맞고 말았겠지만 상대방은 무당파의 장로. 지학의 마음에 돌연 호승심이 일었다.

지학이 앉은 자세로 몸을 공중으로 띄우더니 그대로 뒤로 공중제비를 돌았다. 신법이 얼마나 민첩하고도 정확한지 기하진은 눈을 크게 치켜떴다. 권학당 때부터 귀에 못 박히도록 들어왔던 소림 무공의 진수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 셈이었다.

지학이 몸을 공중으로 띄워 붓 공격을 피하자 허각 도장이 콧방귀를 뀌었다.

“오늘 수업은 검술에 관한 것이니 검을 써야 맞겠지.”

허각 도장이 손을 앞으로 뻗어내자 어느새 검 한 자루가 검집째 지학을 향해 날아갔다. 앞선 붓 공격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날카롭고 엄중한 기세가 실려있었다.

기하진이 그 모습에 놀라 벌떡 일어서려고 하자 옆에 있던 백무결이 기하진의 팔을 붙잡고는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끼어들지 말라는 뜻이었다.

기하진이 걱정하자 지학이 기하진에게 통쾌하게 얘기했다.

“친구, 걱정 말라고. 소림 무공의 명성이 절대 허투루 쌓인 게 아니야.”

지학은 검의 기세를 줄이기 위해서 허공에서 팔을 팔방풍우(八方風雨)식으로 휘둘렀다. 그 바람에 지학의 주위에 있던 학생들 사이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지만 지학은 개의치 않았다.

지학이 검을 상대로 권, 장, 지를 날리며 허공에서 바람개비처럼 몸을 돌리며 검을 막아내자 드디어 검의 기세가 사그라들었다.

기하진은 지학의 화려한 무공에 입이 떡 벌어졌지만 공각 대사는 흥, 하고 콧방귀만 뀌었다.

지학이 허공으로 몸을 날리니 앉은 자세로 순식간에 삼 장 거리를 격하고 허각 도장 앞에 다다랐다.

“허 도장님, 여기 허 도장님의 검입니다.”

지학이 검을 두 손으로 잡아 공손히 허각 도장에게 바쳤다.

기하진은 지학에게 불호령이 떨어질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지만 허각 도장은 이런 일에 익숙한 듯 지학의 손에서 검을 받아 들었다.

“이놈아, 어찌 검만 가져오느냐?”

허각 도장의 질책에 순간 지학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예?”

그때 백무결이 바닥에 떨어진 붓을 주워들더니 그대로 몸을 튕기듯 강의실 앞으로 튀어 나갔다. 백무결의 하얀 장삼 자락이 사르르 날리는 모습이 꿈속에서 신룡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뜻밖에 놀라운 백무결의 신법을 보게 된 기하진은 다시 한번 자신이 우물 안의 개구리였음을 깨달았다.

‘정말 천림원에는 괴물들만 모여 있구나. 하나같이 몸에 지닌 무공이 정말 범상치가 않아!’

백무결이 두 손으로 붓을 들고 허각 도장에게 공손히 바치자 허각 도장은 그제야 에헴 하며 붓을 받아들었다. 백무결이 붓을 바치면서 슬쩍 지학을 곁눈질하자 지학은 싱글벙글 웃으며 소리는 내지 않고 입 모양만으로 ‘고마워’라고 말했다.

지학과 백무결이 다시 자리로 돌아오려 하자 허각이 백무결을 불러세웠다.

“무결이는 나온 김에 잠깐 기다리거라. 지학은 들어가도 좋다.”

백무결이 의아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허각 도장을 쳐다보았다. ‘저 말인가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러나 허각 도장은 그런 백무결은 본체만체 말을 이었다.

“강호에 유명한 검객도 많고 문파도 많지만 가장 유명한 문파를 꼽자면 바로 화산파와 남궁세가를 꼽을 수 있지.”

백무결의 문파인 화산파와 맹주의 사문 얘기가 나오자 기하진은 크게 흥미가 일어 허각 도장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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