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세일소-12화 (12/201)

#   12 - 광세일소_한추영 - 118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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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화. 천림원의 괴짜들 (1)

삼 년이 지나 지무각마저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기하진은 드디어 구대문파의 후기지수들이 모이는 천림원에 입교했다. 천림원은 구대문파와 중원의 전 지역에서 온 뛰어난 후기지수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었다.

천림원에 들어간 첫날, 기하진은 웅장한 규모에 압도되어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정말 엄청나구나!’

천림원은 칠층 높이의 거대한 전각으로 권학당이나 지무각과는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웅장했다.

일층에는 대형 연무장이 있었고, 이층에는 중소연공실과 각종 무기를 보관하는 무기고가 있었다. 삼층에는 무공 이론을 토론하는 방이 있었고 또 다실(茶室)이 있어서 연공을 하다가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거문고, 퉁소 등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그림이나 필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연공 중에 잠시 짬을 내어 악기를 연주하고 그림을 그릴 공간도 있었다.

사층은 내공수련을 위한 작은 방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오층과 육층은 학생들의 숙소가 있었으며, 전각의 꼭대기 칠층에는 천림비고(千林秘庫)라고 하는 서고 겸 도서관인데 각종 진귀한 무림비급 및 서적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특히 일층 연무장은 이삼백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는데 천장은 어른 키의 세 배에 달할 정도로 높았고, 기하진의 양팔로도 다 감쌀 수 없을 정도로 굵은 붉은 색 기둥이 군데군데 있어 장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청의 정면에는 폭이 기하진의 키보다 더 큰 현판에 아름드리 큰 붓으로 쓴 ‘의기충천(義氣衝天)’, ‘협행대도(俠行大道)’라는 글자가 양각으로 조각되어 세로로 걸려 있었다. 그 두 현판을 읽는 것만으로도 기하진은 가슴이 뜨거워지며 호기가 치솟았다.

대청의 뒷면에도 ‘정도무림(正道武林)’, ‘천추만대(千秋萬代)’라고 일필휘지로 쓴 커다란 두루마기 족자가 걸려 있었다.

게다가 천림원에는 권학당과 지무각과는 달리 여자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강호에는 아미파나 봉황문(鳳凰門) 같이 여인들로만 이루어진 문파도 있었는데 천림원은 각 문파의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자연히 뛰어난 여자 고수들도 많았다.

기하진은 모든 것이 신기한 나머지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기하진을 소녀들이 지나가며 힐끗힐끗 쳐다보거나 자기네들끼리 키득거리기도 했다. 그중에는 가다가 다시 뒤돌아 슬며시 보는 소녀들도 있었다.

기하진의 나이 이제 열일 곱. 어릴 때부터 빼어났던 용모가 이제 빛을 발할 나이였다. 그동안 남자들만 있는 곳에서 지냈던 기하진은 자신이 얼마나 잘생겼는지, 여인들의 가슴을 얼마나 흔들어 놓는 외모인지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기하진은 천림원을 오가는 각 문파의 후기지수들을 바라보며 그저 가슴이 마냥 설렐 뿐이었다.

‘천하가 넓고 강호는 와호장룡의 세계라더니 과연 이렇게나 많은 문파와 사람들이 있었구나.’

기하진도 권학당과 지무각에서 무림신동이란 별명으로 불렸지만 천림원에 들어오니 세상에 얼마나 많은 문파와 고수들이 있는지 새삼 실감했다.

천림원의 웅장한 위용에 압도되어 넋을 놓고 가던 기하진이 누군가의 어깨에 툭, 부딪쳤다.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죄송합니다” 소리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그러고 나서 바라보니 자신의 앞에 키가 훤칠하고 용모가 반듯한 청년이 서 있는데 괜찮다는 듯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얼마나 온화한지 저절로 마음이 푸근해질 정도였다. 그리고는 말없이 손짓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기하진은 청년의 손짓이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뭐라구요?”

기하진이 물었지만 청년은 말없이 계속 손짓만 했다. 청년의 손짓이 무슨 뜻인지 몰라 난감해하는 기하진 앞에 웬 민둥머리가 갑자기 불쑥 나타났다.

“이 친구는 말을 못해.”

난데없는 소리에 기하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어떤 청년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머리를 빡빡 밀고, 이마에 계인(戒印)을 찍은 것으로 봐서는 불문의 제자인 듯했다.

“네가 그 유명한 무림신동이구나? 반갑다. 난 소림사 땡중 지학이라고 해.”

자신을 땡중이라고 소개한 지학이 기하진에게 불쑥 손을 내밀었다. 기하진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허리를 구십도로 굽히며 깍듯이 포권을 취했다. 천림원에 있는 사람이라면 선배니 당연히 예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자 지학이 껄껄껄 웃으며 말을 못한다는 그 청년에게 말했다.

“무결, 무림신동이 저렇게 깍듯하다니 우리가 예상한 그런 신동은 아닌가 봐. 별 재미 없겠는걸?”

그러자 무결이 아니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뭐라고 손짓을 했다.

“이상하게 무결이 너한테 관심이 많네. 무결이 좋아하니 나도 좋아할 수밖에.”

그러더니 지학은 무결이라는 청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껄껄 웃었다.

무결이 기하진을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기하진은 무림신동이라는 소리에 당황해서 두 팔을 내저었다.

“무, 무림신동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선배님.”

기하진이 지학에게 다시 포권을 취하며 공손하게 얘기했다. 그러자 지학이 다짜고짜 포권을 취하고 있는 기하진의 오른손을 잡아 빼더니 크게 흔들었다.

“자, 이걸로 너랑 나랑은 친구가 되었으니 두 번 다시 존칭을 쓰지 마. 앞으로는 나를 그냥 지학이라고 불러. 아니면 이 친구처럼 땡중이라고 부르던가.”

“후, 후배가 어찌 그리 무례한...?”

자신이 어떻게 선배의 이름을 그냥 막 부른단 말인가? 땡중이라고 부르라니 그건 더더욱 안 될 일이다. 그런데 지학의 말을 듣던 기하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결이라는 선배는 말을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떻게 지학을 땡중이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인가?

기하진이 당황하여 손사래를 치자 지학이 씩씩거리며 기하진을 노려보았다.

“지금 누구 고집이 더 센지 한번 해보자는 거냐?”

기하진은 지학의 억지에 당황하여 절대 아니라는 듯 다시 크게 손사래를 쳤다. 기하진의 허둥대는 모습에 무결이 미소를 지으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반갑다는 뜻인 듯했다.

손을 잡는 것이 천림원의 방식인 것 같아서 이번에는 기하진도 선뜻 두 손을 내밀어 무결의 손을 감싸며 잡았다.

“반갑습니다. 선배님.”

그때 기하진의 귀에 차분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반가워. 나는 화산파의 백무결이야.

기하진이 놀라서 눈앞의 백무결을 바라보았다. 백무결은 여전히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입을 닫고 있는 것으로 봐서 말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자신은 분명 백무결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이게 어찌 된 영문일까?

“방금 말씀하신 것 맞죠? 백무결 선배님?”

- 하하하. 선배님이 아니고 친구라니까 그러네.

또다시 기하진의 머릿속에 백무결의 음성이 울렸다. 영문을 알 수 없는 현상에 기하진이 눈을 껌벅이며 지학에게 말했다.

“백무결 선배님은 말을 못 한다고 하시더니 잘하시는 데요? 목소리도 좋으시고. 지학 선배님도 들으셨죠?”

“아, 무결이 너에게 전음(傳音)을 했나 보구나.”

“전음?”

전음이라면 내공고수들이 말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소리를 전달하는 기술 아닌가? 여태까지 한 번도 전음을 경험한 적이 없는 기하진은 어안이 벙벙해서 눈앞의 백무결을 바라보았다. 전음을 할 수 있다면 내공의 고수라는 뜻 아닌가? 그런데 백무결은 아무리 잘 봐줘도 자신보다 불과 두어 살 더 많아 보일 뿐이었다.

“무결은 목소리를 잃어 말은 못하지만 전음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니 그렇게 갑갑하진 않지.”

지학의 말에 기하진이 믿기지 않는 눈으로 백무결을 바라보았다.

“저런 어쩌시다가....”

“내공을 수련하다가 주화입마를 당했지. 음성만 잃었으니 운이 좋은 편이야. 다른 사람들은 목숨을 잃는다고.”

지학이 별일 아니란 듯 얘기했다. 기하진은 그런 지학의 말이 와 닿지 않아 멍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백무결은 지학의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였다.

“그리고 선배가 아니고 친구라니까? 너 고집이 엄청 세구나.”

지학이 기하진의 어깨를 툭 쳤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몇 년 동안 사귄 사람처럼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예엣?”

“영웅은 나이를 따지지 않는 법이야. 무결이와 친구 할 때도 우린 서로 나이를 묻지 않았어. 너랑도 방금 친구 하기로 했으니 나이 따위는 중요치 않아. 그러니 자꾸만 선배라고 부르지 마. 알겠어?”

기하진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온 듯했다.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라....

그때까지 계속 외톨이로 지내온 기하진에게 친구라는 말은 너무 낯선 단어였다.

친구, 친구라.... ‘친구’라는 단어를 몇 번이고 입속에서 되뇌던 기하진의 입가에 어느새 슬며시 미소가 잡혔다.

“좋아. 그럼 나도 친구 할래!”

기하진이 내뱉자 지학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에는 오른손을 척 들더니 기하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기하진은 지학이 스스럼없이 자신을 대해주자 너무 좋았다.

“친구들, 빨리 가자고. 늦으면 잔소리쟁이 공각 사숙님과 까탈스러운 무당파 허 장로님께 무슨 설교를 들을지 몰라.”

기하진은 그렇게 천림원에 들어온 첫날, 소림사의 지학과 화산파의 백무결을 친구로 사귀게 되었다.

천림원에서의 무공강습은 권학당이나 지무각과는 많이 달랐다. 천림원에는 두 무공학당처럼 붙박이 무공사범이 따로 없었다. 천림회의 무공강사는 구대문파나 오대세가의 장로급 이상 고수나 각 지역에서 이미 명성을 떨치고 있는 고수들로, 무림맹이 일이 년 기간을 정해서 특별히 초빙해 온 사람들이었다.

천림원에 소속된 각 문파의 제자들은 모두 자기 사문의 무공을 익혀 이미 고수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무림맹에서는 이들의 무공을 지도하기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실전에서는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을 쌓게 해주는 데 주력했다.

기하진은 지학의 손에 이끌려 입교식이 열리는 대청으로 들어섰다.

대청에는 이미 수십 명의 천림원 입교생들이 문파별로 서 있었다. 그 앞에는 태사의가 여러 개 놓여 있고 그 의자에는 무공강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러 명 앉아 있었다. 그중에 특히 네 사람이 유독 눈에 띄었다. 기하진이 궁금해하는 것을 눈치챈 듯 지학이 한 사람, 한 사람 설명해주었다.

“천림원의 무공강사들이야. 인상이 더러운 도사는 무당파의 공각 도장이지. 규율과 법도를 어찌나 강조하시는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분이야. 그 옆에 있는 노인장은 기관진식의 대가 왕팔야 선생이신데 늘 술에 취해 있어서 우리는 그냥 왕취선이라고 불러. 무공강사들 중 나랑 가장 잘 맞는 분이지. 크크크. 그리고 오른쪽 끝에 있는 저 덩치 큰 사람은 무림맹 남천단의 수장인 원무개 단주야. 손에 검을 잡으면 막을 자가 없다 해서 무림별호가 당무저(當無抵)이지. 내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본인이 직접 별호를 만든 게 아닌가 싶어.”

“왼쪽 끝에 앉아 계신 스님은 누구야?”

“아, 저분은 천림원의 원주이신 공각 스님이시지. 사실 내 사숙님이야.”

“공자 항렬이면 소림사 장문인과 같은 항렬이시네?”

기하진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자 지학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 장문인이 바로 내 스승이신 공애(空礙)대사님이시지. 하하하. 하지만 난 스승님보다 사숙님과 더 친해. 다만 사숙이 나만 보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는 게 문제지만.”

하필이면 그때 공각대사가 엄한 눈빛으로 지학을 노려보았다. 지학은 깜짝 놀라서 딴청을 부렸고 그 모습에 옆에 있던 백무결이 큭큭 거리며 웃었다.

- 아마 들으셨을 거야. 공각대사님은 소림무공의 기재라는 칭송을 듣는 분이시거든.

백무결의 낭랑한 음성이 기하진의 귓전에 울렸다. 전음이라는 것이 들으면 들을수록 신기해서 기하진은 백무결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그렇구나.”

입교생들은 문파의 순서대로 앉게 되어 있어서 문파가 없는 기하진의 자리는 제일 뒤쪽이었다. 기하진이 뒤로 가려고 하자 지학이 기하진의 팔을 붙잡았다.

“그냥 여기 앉아. 규율이란 깨라고 있는 거야.”

지학은 그 말을 하며 기하진에게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기하진은 속으로 이 장난꾸러기가 어쩌다가 소림사 승려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불문의 제자로 출가하여 스님이 되면 구족계(具足戒)를 받는데, 남자 승려인 비구가 지켜야 할 계율은 이백오십 가지나 되었다. 지학같이 자유로운 영혼이 지키기에는 계율의 수가 너무 많았다. 아니, 여자 승려인 비구니는 그보다 두 배 많은 오백 개의 계율을 지켜야 하니 비구니가 아니라서 다행인 건가?

기하진이 잠시 딴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지학이 다시 기하진을 툭 치며 턱으로 누군가를 가리켰다. 지학이 가리키는 곳으로 눈길을 돌리니 귀여운 외모의 소녀가 검은색 무복을 입고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팔과 다리를 동여맨 빨간색 끈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 아미파의 남이(藍梨) 소저야.

이번에는 지학이 전음을 보냈다. 기하진은 지학이 소녀에게 관심을 가진 것보다 전음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기하진의 놀란 눈초리를 느낀 지학이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 괜히 남 소저 옆에서 서성대지 마라. 남 소저 사부님이 그 유명한 아미산 호랑이 요혜신니(嶢慧神尼)야. 남 소저 옆에서 얼쩡대다가 한입에 물릴 수 있어. 나야 같은 불문의 제자니 상관없겠지만.

그러면서 지학이 낄낄낄 웃었다. 요혜신니는 아미파의 장문인이었다.

- 아미파의 절기가 바로 아미복호권(峨眉伏虎拳)인데 장문인이 호랑이라니 재밌지 않아? 제자들이 결국 장문인을 때려잡는 권법을 배우는 셈이잖아? 낄낄낄.

지학이 웃었지만 기하진은 남이를 보자 불현듯 몇 년 전에 헤어진 예린이 떠올랐다.

그동안 시간이 꽤 흘렀으니 예린이도 많이 자랐을 것이다. 예린이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하얀 얼굴과 초롱초롱하던 눈빛이 떠오르자 죄책감에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그리웠다.

기하진은 예린이 생각에 남이를 한 번 더 보려고 고개를 돌리다가 그만 남이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기하진의 시선을 의식하자 남이의 하얀 얼굴이 발그스레한 복숭앗빛으로 물들었다. 남이가 부끄러운 듯 얼른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기하진은 예린이 생각에 남이가 고개를 돌려도 멍하니 계속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본 지학이 기가 막힌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기하진의 어깨를 딱 쳤다.

“기하진 너 대단하다! 그렇게 대놓고 남 소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니, 어떻게 그렇게 대범하고 뻔뻔할 수가 있냐?”

지학은 놀라서 전음으로 한다는 것이 그만 소리 내어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다. 그 말에 주위에 있던 수련생들이 모두 기하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남이도 그 말을 들었는지 순간 목 언저리가 붉어진 느낌이 들었다.

옆에 있던 백무결이 지학의 말에 기하진을 쳐다보며 어색하게 씩 웃었다.

기하진은 당황하여 그런 게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세 사람이 웃으며 이야기하는 동안 남이가 다시 한번 기하진을 슬쩍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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