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 광세일소_한추영 - 11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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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화. 무림신동 (1)
기하진은 틈만 나면 무공을 수련했다. 누구보다 가장 먼저 일어났고 가장 늦게 잠이 들었다. 종종 밤잠을 잊고 수련한 적도 많았다.
기하진이 그렇게 수련에 열중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공을 익혀야겠다는 굳은 다짐도 있었지만 중양일지 내공 구결의 신묘한 효과 때문이기도 했다.
아직 어려운 글자도 많고, 무슨 뜻인지 모를 구절도 많았지만, 글자를 하나하나 찾아서 살펴보고 모르는 뜻은 권학당의 선생들에게 질문을 해가면서 혼자서 풀이했다.
그렇게 수련을 하다 보니 어느덧 단전이 생성되고 몸속에 기(氣)가 운행하는 길이 뚫리기 시작했다. 일단 기로(氣路)가 생기자 기로는 점점 두터워졌고, 이번에는 또 어떤 길이 뚫릴까 하는 호기심도 들었다. 그러다 보니 재미가 있어 자연히 먹고 자는 것도 잊고 수련에 매진하게 된 것이다.
권학당의 선생들은 기하진의 질문이 날카롭고 가끔 자신들이 생각지도 못한 것을 물어보는 통에 깜짝 놀라곤 했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다들 속으로 진짜 무림수재가 나타났다고 생각하며 기특해했다.
어느 날 천옥랑이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 볼일을 보러 가는 중에 수련장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천옥랑은 모든 사람이 다 잠든 이 야심한 시간에 누가 잠도 자지 않고 수련을 하는지 궁금해서 수련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서 보니 어둠 속에서 땀을 흘리며 수련에 열중인 사람은 다름 아닌 기하진이었다.
천옥랑은 자신도 모르게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기하진이 수련하는 것이 아니꼽게 여겨졌다.
제까짓 게 잠 안 자고 수련해봤자 어느 세월에 무공이 늘겠어?
그러면서도 그렇게 열심인 기하진에게 왠지 모를 질투심이 났다.
천옥랑이 수련장의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기하진은 한밤중에 혼자서 수련을 하다가 갑자기 천옥랑이 들이닥치자 깜짝 놀랐다. 달빛에 비친 천옥랑의 인상이 기괴했다.
“잠도 안 자고 수련을 하다니 정말 정성이 갸륵하군.”
천옥랑이 기하진을 똑바로 바라보며 비웃었다.
“그렇게 혼자서 치고받고 해봤자 실력이 늘겠냐? 수련이란 대련 상대가 있어야 느는 거야. 좋아. 잠도 오지 않는데 내가 대련 상대가 되어 주지. 덤벼라.”
천옥랑이 어슬렁거리며 수련장으로 들어오더니 어서 덤벼보라는 듯이 양손을 들고 자기 쪽으로 손짓을 했다.
천옥랑이 수련장으로 들어서자 기하진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권학당에서 수련을 시작한 지 이제 일 년. 그동안 꽤 늘긴 했지만 아직은 천옥랑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가 도전하는데 피하는 건 자신의 방식이 아니었다.
“좋아. 한번 해 보자.”
기하진이 땅을 박차고 천옥랑을 공격해 들어갔다. 요즘 권학당에서 배우는 권법인 벽호권(壁虎拳)이었다. 기하진이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추더니 천옥랑의 복부를 향해 오른손 주먹을 질풍같이 찔러 넣었다. 주먹을 찌르는 속도나 각도가 일 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정확했다.
천옥랑은 기하진의 실력이 이렇게 빨리 늘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하다가 주먹이 코앞으로 다가와서야 얼른 팔을 들어 막으면서 다리를 들어 기하진의 하체를 공격했다.
천옥랑은 세 살 때부터 부친에게 무공을 배웠기 때문에 무의식중에도 자연스레 공수의 전환을 이룰 수 있었다.
기하진이 내지른 권은 몇 날 며칠 침식을 잊고 수련한 권법이라 정확했다. 하지만 천옥랑이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하체를 공격할지 몰랐기 때문에 그만 천옥랑의 발길질에 앞쪽 정강이를 까이고 말았다.
퍽! 소리와 함께 정강이에 상당한 통증이 몰려왔다.
그러나 기하진은 이를 꽉 깨물어 참고는 다시 두 번째 주먹을 내질렀다.
천옥랑은 자신의 발길질이 적중하자 내심 쾌재를 불렀다. 공력이 깃든 자신의 발에 맞았으니 뒤로 나뒹굴 것으로 확신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나가떨어지기는커녕 자신의 발길질에 맞고도 다시 공격해오는 것이 아닌가?
천옥랑은 기하진이 공격해오자 당황한 나머지 그만 주먹에 옆구리를 내주고 말았다.
윽! 옆구리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기하진이 자신의 발길질에 맞고도 어째서 버틸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자신의 공력이 약해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자신이 비록 어리긴 했지만 아버지와 사숙, 그리고 무림맹 권학당의 모든 무공사범이 인정해주는 실력이 아닌가?
게다가 나이에 맞지 않게 키가 크고 힘이 세서 어른과 맞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런 자신의 발길질에 맞고도 저 쬐끔한 놈이 버텨내다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천옥랑은 아버지와 사숙에게서 배운 청성파의 절기들을 한꺼번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몸을 굽혀 땅을 짚나 싶더니 순식간에 용수철처럼 튕기며 기하진의 면전으로 발길을 여섯 번이나 했다. 기하진은 급히 피하려고 했으나 천옥랑의 발길질이 워낙 빨라 피할 수가 없었다.
급한 대로 두 팔을 들어 올려 막기는 했으나 천옥랑의 발길질에 얻어맞자 기하진은 눈앞에서 불꽃이 일며 현기증이 났다. 양턱이 욱신거리고 아팠다. 기하진은 천옥랑의 발길질을 받으며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나다가 결국 넘어지고 말았다.
그제야 천옥랑은 발길질을 멈추고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기하진을 노려보았다.
“흥! 네까짓 놈이 밤낮 수련을 한다고 실력이 늘겠냐? 상승무공은 좋은 사문을 타고나야만 하는 거야. 권학당에서 가르쳐주는 무공, 백날 익혀봐라, 나를 이길 수 있나.”
천옥랑은 넘어진 기하진을 비웃더니 휙 몸을 돌려 수련장에서 나갔다.
천옥랑의 발에 얼굴을 얻어맞아 퉁퉁 부은 기하진은 사라지는 천옥랑을 잠시 노려보더니 다시 일어나서 벽호권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이를 꽉 깨물고 시선은 허공에 구멍이라도 낼 듯이 한 점을 응시했다. 기하진의 시선이 닿는 그곳에 가상의 천옥랑이 있다고 생각했다. 온몸이 욱신욱신 아팠지만 동작은 아까보다 훨씬 절도 있고 정확했다.
다시 몇 개월이 지났다.
매일 밤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중양신공의 구결로 내공을 수련하던 기하진은 어느 날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됐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그날도 앉아서 운기조식을 하자마자 곧장 입정(入靜) 상태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날은 부지불식간에 호흡이 길어지더니 뱃속에서 눈이 내리듯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단전에 모여 있던 따뜻한 기운이 돌연 꿈틀거리며 몸 안에서 원을 그리며 저절로 움직이는 게 아닌가! 바로 소주천(小周天)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일단 소주천을 이루자 이전에는 어렵던 동작들도 수월해지면서 무공이 급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어찌나 진보가 빠른지 권학당의 무공사범들이 모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더 이상 누구도 천옥랑에게 무림수재라고 부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기하진이야말로 진정한 무림수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이 년이 흘러 다시 세밑이 되었다.
세밑이 되면 무림맹 사람들 모두 기다리는 커다란 행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소년들이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보이는 비무대회였다.
무림맹에는 무공수련 단계에 따라 총 세 개의 학당이 있었다. 가장 기초단계는 기하진, 천옥랑 등이 소속된 권학당으로 무공에 막 입문하는 십여 세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두 번째는 지무각(知武閣)으로 권학당을 수료한 뒤 무공을 더욱 심화 수련하는 과정으로 수련생들은 대부분 십 대 후반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천림원(千林院)은 일종의 대학으로 각 문파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서로 무공을 연구하고 절차탁마했으며 연령대도 십대에서 오륙십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특히 천림원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무림맹의 요직에 기용되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권학당과 지무각에서는 수련생들의 부모와 친지, 그리고 무림맹 내 고위직을 초청하여 비무대회를 열었다. 권학당의 비무대회를 기린회(麒麟會), 지무각의 비무대회를 잠룡회(潛龍會)라고 했다. 올해는 특히 권학당의 기린회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맹주의 아들 천옥랑 때문이었다.
천옥랑이 권학당에 입교할 때 사람들은 천옥랑이 나이는 어리지만 이미 무공실력이 상당하므로 권학당을 건너뛰고 바로 지무각으로 입교시키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했었다. 그러나 당시 부맹주 천계심은 짐짓 겸손한 척, 그럴수록 기본부터 착실히 다져야 한다면서 천옥랑을 입문단계인 권학당에 넣었다.
천옥랑이 워낙 들어가기 전부터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몸이라 맹 내 모든 사람의 관심이 이번 기린회에 쏠렸다. 게다가 기린회의 총평은 부맹주가 하는 것이 관례였다.
천계심은 오늘 비무대회에서 아들이 자신의 체면을 세워 주리라 확신하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부맹주 천계심의 바로 옆자리에는 총군사 사마경이 앉아 있었다. 사마경은 예의 그 동그란 수정 안경을 들어 올리며 출전자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천계심이 그런 사마경을 바라보며 슬쩍 물었다.
“올해 특별히 눈에 띄는 아이가 있소이까?”
천계심의 물음에 사마경은 안경을 들고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특별히 관심 두는 아이가 있습니다.”
사마경 옆으로는 기하진을 알아봤던 용봉단 부단주 구휘의 모습도 보였다.
천계심은 사마경이 따로 관심 갖는 아이가 있다고 하자 내심 궁금해졌다.
우리 옥랑이 말고 다른 인재가 또 있단 말인가? 혹시 남천단주 아들인가?
“오호! 총군사께서 따로 관심 두는 아이가 있다니 궁금하군요. 그 아이가 누굽니까?”
그러자 사마경이 안경을 내리며 천계심을 돌아보았다.
“옥랑이에게서 요즘 권학당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아이에 대해서 아직 못 들으셨나 보군요.”
사마경의 말은 그 아이가 천옥랑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천계심은 내심 못마땅한 생각이 들었지만 더 궁금해졌다.
“허허, 그런 아이가 있소이까?”
“예. 기하진이라고 마교에게 멸문당한 벽력검 기 대협의 아이이지요. 삼 년 전, 중양일지를 쫓다가 발견해서 맹으로 데려왔었지요.”
사마경의 말을 들으니 부맹주도 언뜻 기억이 났다.
“그래, 그 아이가 그렇게 재능이 뛰어나오?”
천계심의 말투가 퉁명스러웠다. 아비 된 자로서 자기 아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우리라. 특히 모든 것을 다 가진 부맹주에게는.
사마경이 허허, 하고 웃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한 번 지켜보시지요. 저도 말만 들었기 때문에 별로 아는 바가 없습니다.”
곧 둥둥둥, 하고 용고가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무복을 입은 아이들이 일렬로 비무장으로 들어왔다. 백 명의 아이들은 오십 명씩 두 조로 나뉘어 열 명씩 일렬횡대로 비무장에 정렬했다.
기린회는 총 세 차례의 순서가 있는데, 첫 번째는 격파력을 알아보기 위한 기왓장 깨기였다. 기왓장은 기본 열 장부터 시작하여 다섯 장씩 늘려 가는데 중간에 다 깨지 못하면 탈락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해서 가장 많이 깬 사람이 최종승자가 되었다.
두 번째 방식은 경공을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공중에 기다란 대나무를 놓고 그 위를 걷는 것이었다. 대나무의 높이가 점점 높아지는데 가장 마지막까지 떨어지지 않고 그 대나무를 걸어서 건너는 사람이 승자가 되었다.
마지막 세 번째 방식은 일대일 자유대련이었다. 백 명이 각자 짝을 지어 동시에 대련을 하다가 마지막 여덟 명이 남게 되면 그때부터는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대회장 중간에서 한 조씩 비무를 진행하게 된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기는 자가 최종승자가 되었다.
관중들 속에는 수련생들의 부모와 친지, 동문들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대회의 열기가 무척 뜨거웠다.
권학당 수석사범인 포 부단주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제 일 시합. 격파. 제 일조 준비!”
그러자 두 조로 나뉜 아이들 가운데 오십 명만 남고 나머지는 뒤로 빠졌다. 기하진과 천옥랑은 모두 제 이조에 속해 있었다.
기하진은 집중해서 일조가 기왓장을 깨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천옥랑은 그런 기하진을 쳐다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일조에서 기왓장을 가장 많이 깬 아이는 스물일곱 장을 깼다. 사실 기왓장도 열 장이 넘어가면 어른도 깨기 어렵기 때문에 대단한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제 이조 준비!”
포 부단주의 말에 기하진, 천옥랑이 소속된 제 이조 오십 명이 우르르 앞으로 나왔다.
“격파 시작!”
구령과 함께 아이들은 젖먹던 힘을 다해 자기 앞에 놓인 기왓장을 내리쳤다. 기하진도 마찬가지로 공력을 끌어올려 기왓장을 내리쳤다. 열 장, 열다섯 장, 스무 장, 스물다섯 장, 서른 장....
어느새 제 이조에서 기하진과 천옥랑, 원성한만 남고 나머지 수련생들은 모두 탈락했다.
이제 기왓장 서른다섯 장을 깰 차례였다.
격파시범에서는 많은 수의 기왓장이 필요하므로 처음에는 자신이 직접 기왓장을 들고 들어오지만 나중에는 다른 수련생들이 들고 와서 앞에 쌓아주었다.
“서른다섯 장 격파 준비!”
포 부단주의 구령이 울려 퍼지자 도중에 탈락한 수련생들이 서른다섯 장씩 쌓아 올린 기와를 가지고 들어왔다. 그런데 뜻밖에도 기하진의 기와를 들고 온 사람이 다름 아닌 천옥랑의 똘마니 덕방이었다.
덕방은 기하진 앞에 기왓장을 놓더니 천옥랑과 잠시 시선을 주고받으며 입가에 수상한 미소를 지었다. 천옥랑은 덕방의 눈짓을 받더니 보일락 말락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기하진을 쳐다보았다.
기하진은 수상한 생각에 자신 앞에 놓인 기왓장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기왓장 사이사이에 넓적하고 반질반질한 조약돌이 층층이 박혀 있는 게 아닌가! 조약돌은 기왓장보다 훨씬 단단해서 깨기가 어려운데 그런 조약돌이 적어도 십여 개 이상 기왓장 틈 사이사이에 박혀 있었던 것이다.
기하진은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격파시범 중에는 누구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만약 말을 하게 되면 자동으로 실격처리가 되었다.
기하진이 천옥랑을 노려보았다. 천옥랑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여유만만한 표정이었다.
“격파!”
포 부단주의 구령이 떨어지자 원성한과 천옥랑은 우렁찬 기합을 내지르며 기왓장에 수도(手刀)를 박았다. 원성한 서른두 장, 천옥랑이 서른다섯 장에서 한 장 부족한 서른네 장을 격파했다. 이제 기하진의 차례였다.
기하진은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중양신공으로 쌓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곧 단전에서 뜨끈뜨끈한 기운이 치솟더니 임독맥을 한 번 휘감아 돈 뒤, 오른손으로 급속히 모여들었다.
여기서 질 수야 없지. 절대 지지 않아!
기하진이 기왓장을 노려보며 대갈일성을 터뜨리고는 기왓장을 내리쳤다. 특이한 것은 앞서와 같이 수도로 내려친 것이 아니라 위에서 장으로 내리누르는 방식을 썼다는 것이다.
격파시 꼭 수도로 격파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었다. 다만 수도로 내려치는 것이 가장 많은 기와를 깰 수 있어서 자연스레 모든 수련생이 수도로 내려치는 것뿐이었다.
기하진의 기합소리와 함께 기왓장이 쫘악 깨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와는 반 정도 밖에 깨지지 않았다. 그러자 기하진이 기왓장에서 손을 떼지도 않은 채 그대로 다시 한번 기합을 내지르며 손바닥에 공력을 모아 아래로 발출했다.
그러자 쫘악 소리와 함께 나머지 기왓장들이 마지막 두 장을 남기고 모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하진이 손을 두 번 쓴 셈이나 마찬가지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부맹주도 기하진의 격파방식이 탐탁지 않아 한마디 했다.
“저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 아니오? 한 번에 격파해야지 어째서 힘을 두 번 쓴단 말이오?”
“손을 기왓장에서 떼지 않았기 때문에 딱히 두 번 힘을 썼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저희도 장을 격출할 때에 한 번 공격하면서 힘줄기를 나누어서 발출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부맹주의 말에 사마경이 은근히 기하진을 두둔하며 말했다. 하지만 사마경도 왜 기하진이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격파했는지 궁금했다.
“기하진 서른세 장 격파!”
어쨌든 기하진은 서른세 장, 천옥랑은 서른네 장을 격파했기 때문에 첫 번째 시합은 천옥랑의 우승인 셈이었다.
포 부단주의 말이 울려 퍼지자 기하진이 갑자기 자신이 깬 기와를 하나하나씩 들어내며 포 부단주 앞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기하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천옥랑은 대경실색했다. 그러나 자신이 내색하면 기하진의 기왓장에 문제가 있었음을 미리 아는 꼴이 되어 뭐라 말도 못하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기하진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한편, 격파시범을 진행하던 포 부단주는 기하진의 뜬금없는 행동에 노하여 소리를 질렀다.
“이놈! 뭣 하는 수작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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