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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매혼:바람에_홀린…-27화 (27/230)

27화

【사라진 소저를 찾아야 해!】

은월은 황련이 이번에도 어리바리한 호구 하나를 잡았구나 싶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값은 제대로 치르고 갔느냐?”

은월이 웃음을 멈추고 물었다.

“돈이 없다 하여 도선상회 여식 찾는 일을 주었습니다.”

황련이 반듯하게 말했다.

“호호호호호, 잘하였다.”

은월이 눈가로 찔끔 삐져나온 눈물을 소매로 찍어내며 대답했다.

도선상회의 여식을 찾는 일 또한 황련이 가져온 일이었다.

기루에는 온갖 손님이 드나들고 기녀와 술 앞에서는 조심성이 무너진다.

그것이 남의 이야기라면 더욱 그랬다.

‘쯧쯧쯧… 도선상회에 무남독녀 외딸이 없어졌다지? 하나 있는 딸을 어찌 키웠는데… 안 됐어…….’

정말 안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것이 적절한 안주라 생각한 것인지 손님 중 하나가 가볍게 지껄여댔다.

정보 장사를 하는 하오문의 기녀가 돈 되는 이야기를 흘려들을 리 없었다.

다음날, 황련이 도선상회로 직접 찾아가 딸을 찾아주겠다며 은자 삼백 냥의 값을 매겨놓은 것이었다.

도선상회는 도시에서 꽤 먼 곳에 위치한 상회였다.

하지만 그 속만은 알짜였다.

점포도 몇 개 없고, 도시까지 거리가 먼 시골의 유일한 상회로, 어리숙한 촌사람들에게 그럴듯한 물건을 가져다 놓고 돈을 제법 벌어들이는 곳이었다.

그것이 황련의 능력이었다.

상대가 어느 정도 금전력이 있는지 파악해서 지불할 수 있는 최대한도까지 금액을 부르는 것이다.

큰 장에서 물건을 떼다 시골에 파는 상회주이기에 은자 삼백 냥에 하오문에 일을 맡겼지,

중원 돌아가는 사정을 좀 아는 사람이었으면 당연히 개방에 맡길 일이었다.

개방이 정보에 대해서도 빠삭하지만, 특히 잘하는 것이 사람을 찾는 일이었다.

전국에 그물망처럼 깔려 있는 거지들이 탁월한 눈썰미로 귀신같이 사람을 찾아내었다.

하오문은 조직 내에 호위나 암살단 정도가 있긴 했지만, 누군가를 찾아 나설 인력은 부족했다.

돈이 필요해서 잠깐씩 일을 하려는 자들에게 의뢰를 맡기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떼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사람 찾는 일 따위를 하려는 자들은 잘 없었다.

사람을 찾는 것은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었다.

아주 유명한 가문의 일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이상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았다.

같은 값이면 현상금이 걸린 자들을 처단하는 쪽이 나았다.

덜 번거롭고, 돈도 벌고, 상대를 잘 고르면 유명해질 수도 있으니깐.

현상금이 많이 걸린 사악한 놈일수록 이 방면에서는 인기가 많았다.

기녀들의 보고가 끝나자 은월이 자세를 바로잡았다.

“곽엄택은 어찌 되었느냐?”

고운 얼굴이 묵직하게 변하더니, 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현상금을 이천 냥까지 올리고 하북과 산서 곳곳에 방을 붙여 놓았습니다.”

꽃분홍색 비단옷을 입은 기녀가 말했다.

그녀는 백화루에서 은월 다음의 서열을 가진 기녀, 초란이었다.

“그것으로 부족해, 이름난 현상금 사냥꾼에게 연락을 넣어! 곽엄택이 입이라도 뻥끗하는 날엔 하오문이 문을 닫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은월이 매섭게 말했다.

정보라는 것이 그랬다.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이 많았다.

앞에서는 사리에 어긋나지 않는 척 정당한 척했지만, 모략과 음모가 난무하는 무림이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 먼지가 더럽고 추잡할수록, 앞에서 깨끗한 척하는 자의 것일수록 비싼 정보가 되는 것이었다.

곽엄택은 출중한 무공 실력을 높이 사서 은월이 자신의 정보원으로 두었던 자였다.

몇 년을 그녀 밑에서 수족처럼 일해 왔었는데 석 달 전, 백화루의 금고를 털어 도망을 가버렸다.

알아보니 이곳저곳 노름빚이 없는 곳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입을 닫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해 왔다.

이미 천 냥이라는 돈으로 입막음을 했음에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또다시 돈을 뜯어내려 하고 있었다.

이번에 돈을 준다고 해도 거기서 끝내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하오문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둘 뿐이었다.

그를 없애든지, 하오문으로 잡아 와야 했다.

곽엄택과 하오문은 너무 많은 이들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정보 중 일부라도 밖으로 새어 나갔다가는 은월과 하오문에 몸담은 모든 이들의 목숨이 위태로웠다.

그네들의 치부를 손에 쥐고 하오문의 목을 죄어오는 곽엄택 때문에 근래 신경이 날카로운 은월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초란이 답했다.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라고 했거늘, 그놈이 감히….”

은월이 이를 바드득 갈았다.

* * *

걸화는 아침 일찍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객잔의 앞마당, 뒷마당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쿵쿵 소리가 나게 뛰어서 객잔 이 층 연천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

“문 부서지겠다.”

침상에서 정좌를 하고 있던 연천이 짧게 말했다.

“형님, 일어났어요?”

걸화가 뚱한 얼굴로 물었다.

연천과 함께 다닌 지 달포가 다 되어가는데, 한 번도 연천이 새벽 수련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새벽 수련을 할 때 자연스럽게 합류하다가 무공을 배워 볼 계획이었는데…….

그 계획에는 커다란 허점이 있었다.

그것은 걸화의 아침잠이 무진장 많고, 아주 깊게 잔다는 것이었다.

무공을 배우는 것은 고사하고 연천이 수련 중일 때 잠에서 깨어본 적도 없었다.

“아침 먹으러 가자.”

연천이 침상에서 가뿐히 일어나 자신의 방을 나서며 말했다.

“으이그, 으이그…….”

걸화가 연천의 뒤를 따르며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아 댔다.

* * *

도선상회는 시골구석에 있는 상회였다.

왜 개방에 일을 맡기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는 걸화였다.

‘개방은 확실한 만큼 비싸지…….’

하지만 그것은 걸화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현재 하오문에서는 개방에 맡길 수 있는 금액의 배를 불러놓은 상태였다.

도선상회에서 하오문에 일을 맡긴 것은 순전히 황련의 훌륭한 언변과 빠른 상황 판단력 덕분이었다.

연천과 걸화가 들어서자 도선상회의 하인이 기다렸다는 듯 그들을 맞이했다.

“주인님이 기다리십니다.”

하인은 두 사람을 도선상회 안으로 안내하였다.

상회의 주인, 주양갑은 핼쑥한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

“예까지 와주어서 고맙소…….”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안타까웠지만 연천이 할 수 있는 위로의 말은 겨우 그 정도였다.

“…….”

주양갑의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성심을 다해 찾겠습니다.”

연천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꾸밈없고 덤덤한 말에 믿음이 가는 주양갑이었다.

“소저가 사라진 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오늘이 닷새째요.”

주양갑의 마른입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나왔다.

“없어지기 전에 특이한 점이나 서찰 같은 것을 남긴 건 없습니까?”

“아무리 찾아도 남긴 것도 없고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한 일도 없었소. 아이가 무관을 다니긴 했으나, 그곳에서도 별다른 점이 없었다고 하오. 그리 떼를 써도 무관에 보내지 말았어야 했나….”

주양갑이 스스로를 질책했다.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별일 없을 겁니다. 저희는 소저의 방을 좀 둘러보고 가겠습니다. 쉬십시오.”

연천과 걸화는 주양갑에게 별다른 것을 알아내지 못한채, 그의 방을 나왔다.

걸화는 주양갑을 보는 내내 자신의 아버지 천상이 떠올라 그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 불편했다.

모르긴 해도 천상의 몰골도 주양갑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낫지는 않으리라.

주양갑의 전각 뒷마당에서 좁은 길을 따라 몇 걸음 옮기니, 안채의 앞마당과 연결되어 있었다.

안채의 아담한 마당에는 아기자기한 꽃이 예쁘게 심겨 있었다.

그곳이 사라진 소저, 주여월의 거처였다.

주여월의 방에는 별다른 게 없었다.

침상과 작은 탁자, 수납장과 한쪽 벽면을 차지하는 많은 서책이 고작이었다.

연천은 여월의 수납장을 하나씩 열어 그 안을 살폈다.

“삼절검존, 열양공신, 칠절매화검존, 복마신검… 하! 이 소저도 나만큼 무림에 관심이 많았구만. 아… 이거, 이거 안 되겠네… 이 소저가 개방지존이 없어…… 그걸 읽어야 진정한 무림인이 되는 건데… 쯧쯧쯧…….”

걸화는 중얼거리며 서책을 뒤적였다.

혹시 자신이 읽지 않은 서책이 있는지, 찾지 못한 곳에 개방지존이 있는지 샅샅이 살피는 걸화였다.

발뒤꿈치를 한껏 들어 올려 제일 위 선반에 놓인 책까지 끄집어내렸다.

뒤적이던 책장 사이에서 종이 한 장이 사뿐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종이를 집어 든 걸화가 입술을 비틀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후! 하고 불었다.

“하… 이 소저가 나보다 더하려나? 훗… 여월 소저가 무공을 배웠다고요?”

중얼거리던 걸화가 문밖에 서 있는 하인에게 물었다.

“네, 근처에는 무관이 없어서 아랫마을까지 반 시진이나 걸어서 다녔습니다.”

하인이 걸화에게 답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소저가 다녔던 무관이 어디예요?”

걸화가 알 만하다는 듯이 물고, 하인이 무관의 이름과 위치를 알려주었다.

연천과 걸화는 하인이 알려준 무관을 향해 걸었다.

“형님 우리 배고픈데 오리고기 쪼끔만 먹고 가면 안 될까요?”

“여월 소저가 어찌 되었는지도 모르는데 오리고기가 넘어가겠느냐?”

“에이… 그 소저 어찌 안 되었어요. 딱 봐도 자기 발로 집을 나간거구만.”

낭창한 걸화의 말이었다.

“부모에게 서찰 한 장 남기지 않았다. 그리 장담할 수 있느냐? 너의 잘못된 확신으로 한 사람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

걸화와 반대로 연천의 목소리는 묵직했다.

“하여튼… 융통성이라고는…….”

걸화가 중얼거리다, 소리를 내질렀다.

“아! 그럼 저기! 만두라도 먹으면서 걸어요. 나는 배고프면 아무것도 못 한단 말이에요. 여기까지 걸어오는 것도 힘들었는데!! 만두 안 사주면 난 못가요!!”

“흠….”

“현님! 걷쩡 아 내도 대오! 그 소뎌가 그디 호닥호닥하지 아나요(형님! 걱정 안 해도 되요! 그 소저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걸화가 만두를 우적우적 씹으며 말했다.

“그걸 네가 어찌 아느냐?”

입 안에 가득한 만두를 꾹꺽 삼켰다.

“…무관에서 무공도 배우고, 또 엄청난 무림지존들의 서책을 읽은 소저니깐, 형님보다 무림 사정에 훤할 겁니다.”

걸화가 마지막 만두를 입에 욱여넣었다.

“느낌이 좋지 않다.”

걸화의 말에도 연천은 주여월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눈치도 없는 양반이 느낌은…….”

걸화가 조그마하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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