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12장 (113/199)

 # 112

112.

“줄 같은 것은 맞출 필요 없다. 그냥 아무 데나 편한 대로 자리에 앉도록.”

넓게 퍼지도록 보낸 천음조화였다. 그리 큰 소리가 아님에도 각자의 귀에는 바로 옆에서 말한 것처럼 또렷하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당가인들은 매번 집회를 가질 때마다 줄을 맞추는 것이 버릇이 되었던지 표영의 말을 무시하고 여전히 앞뒤 줄을 맞추는 데 힘썼다.

“이봐, 이봐들. 그냥 앉으라니까. 그 따위 줄이 중요한 게 아니야. 어떤 마음으로 듣느냐가 더 중요하니까 대충 그 자리에 앉으라고.”

하지만 당가인들은 어디서 개가 짖나 하는 식으로 표영의 두 번째 말도 무시했다. 어찌나 철저히 무시당했던지 표영 스스로가 천음조화에 대해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그런 반응에 표영의 우측에 자리한 능파가 가만있을 리 만무했다.

그에겐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지존의 말이 으뜸이었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이건 진리였다.

“이것들이 모두 미쳤나, 모두들 그 자리에 앉지 못해! 무슨 지랄이라고 줄을 맞추고 난리냐!”

표영의 음성은 부드럽게 뻗어가 선명하게 귓가를 울렸던 반면 능파의 음성은 부슬부슬 빗줄기가 내리는 중에 느닷없이 뇌성이 울리는 듯 고막을 뒤흔들었다.

사람들이 서로 싸울 때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했던가! 능파의 사나운 음성은 즉시 효력을 발휘했다. 수백 명이 중얼거리며 소곤대도 그 소리가 모이면 꽤나 시끄러운 법인데 지금은 아예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진 것이다.

엉거주춤 자리에 앉으며 당가인들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지도자들의 무서움을 자각했다.

그 수백 명의 사람들 가운데에는 혈곡의 고수 옥기도 침투해 있는 상황이었다. 옥기는 삼 일 전 당가의 주변에 은신하고 있다가 진청운이 혼자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를 제압했다.

그전에도 몇몇의 당가인들의 출입이 있었지만 그들은 침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역용을 하고 당가 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진청운은 적합한 상대라 할 수 있었다.

그가 화경루에서 점소이로 일할 때 만에 하나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청운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두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지금 옥기는 진청운으로 역용하고 무리들 중에 한 명으로 연무장에 앉게 된 것이다.

‘저들이 바로 대주를 죽인 자들이다!’

옥기는 이미 당가 내에 잠입하여 그동안의 있었던 일을 대충 파악하고 있었다. 중앙에 선 젊은 거지가 당가의 오독관문을 물마시듯이 통과했다는 것과 송도악 대주가 여자 아이를 인질로 삼아 탈출하려고 했다가 목이 잘려져 돌아온 것도 들었다.

또한 당가의 가주와 네 장로들이 서로 치고 받으면서도 다 자기 탓이라며 한탄했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그 모든 말은 옥기가 듣기엔 전혀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였고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 일들 중 하나라도 강호에서 떠든다면 천하에서 제일 웃긴 놈으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옥기는 직속상관 혈사대주 송도악의 머리를 직접 보지 않았던가. 그가 알고 있는 송도악은 잔혹하면서도 강한 자였다. 그런 그가 몸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목만 덩그러니 걸린 것이다. 이건 어떤 식으로 합리화시켜 보려 해도 그저 웃고 넘어갈 일만은 아니었다.

옥기가 표영과 그 일행의 면면을 제대로 살피게 된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잠입하여 다른 이들의 대화를 통해 상황을 파악했지만 섣불리 접근하지 않았던 것이다.

‘중앙에 선 젊은 거지의 부드러운 음성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방금 큰 소리를 지른 노인의 내력도 무공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아직까지 그는 그들이 과연 송도악 대주의 목을 날릴 정도로 대단한 사람들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진흙 속에 보물이 묻혀 있으면 그 값어치를 몰라보고 혹은 흔한 돌덩이로 착각할 수도 있는 것처럼 옥기 또한 허름함 속에 감추어진 표영 일행의 힘에 대해 아직까지는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아야 한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어찌 곡주님께 보고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정도의 정보라면 곡주의 성격상 오히려 자신이 화를 입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옥기가 자리에 앉으며 뚫어져라 앞쪽을 바라보고 있을 때 표영이 헛기침을 연발하며 말을 꺼냈다.

“험험… 험험험… 모두들 할 일도 많을 텐데 수고스러움을 무릅쓰고 이렇게 나와 준 것은 고맙기 그지없군. 아낙네들은 빨래하고 밥하며 아이를 보느라 고생이 많고, 남정네들은 농사를 짓고 밭을 일구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험험.”

표영의 말에 당가인들의 얼굴이 핼쑥하게 변했다.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단 말인가.’

‘무슨 농사가 어쩌고… 구슬땀이 어쩌고야!’

‘미쳤어… 미쳤다고…….’

그 가운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능파 등 일행들뿐이었다. 그들이야 표영이 하는 일에 대해 진작부터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는 처지인지라 그다지 대수로울 것도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교청인은 슬쩍 히죽거리며 미소를 떠올릴 정도였다.

하지만 옥기는 달랐다.

‘저건 또 무슨 의미일까? 내가 모르는 암호로 말하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상대를 터무니없이 낮게 평가하면 나중에 곤란함을 당하는 법이다.

또 그와는 반대로 적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도 그다지 옳지 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높게 평가하면 스스로의 꾀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옥기는 아무것도 아닌 말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실제로 표영이 이렇게 말한 것은 수백 명이 한꺼번에 바라보는 가운데 말을 꺼내려다 보니 약간은 멋쩍은 기분에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아무렇게나 지껄인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옥기는 실로 심각했다.

‘농사를 짓고 밭을 일군다라… 이것은 무슨 뜻이 담겨 있을까? 농사와 밭과 관련된 문파를 공략한다는 암시인가? 그런 곳이라면 푸른 숲… 넓은 평원… 청림원을 치겠다는 것인가?’

옥기는 홀로 암호(?)를 해독하느라 혼신의 힘을 쏟았다.

표영의 말이 이어졌다.

“그동안 당가는 나름대로 길을 걸어왔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리 옳은 길이었다고만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얼마 전에 가주와 장로들이 지난날을 반성하기도 했었지 않더냐.”

아픈 기억을 상기시키자 당문천 등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굴이 푸르딩딩하게 멍들어 있었기에 부끄러운 표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제부터 하는 말은 매우 중요한 말이니 잘 새겨듣도록 하라. 오늘부로 이곳 당가는 그동안의 활동을 접고 봉문에 들어간다. 대신 당문천과 장로들, 그리고 십영주들은 진개방의 섬서 분타원으로 열심히 활동하도록 한다.”

다른 경로를 통해 예상은 하고 있던 당가인들이었지만 그래도 직접 듣게 되자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한편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혈곡의 잠입자 옥기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진개방이라니! 새로운 방파가 생긴 것인가? 아니, 아니야… 진개방이라면 진짜 개방이라는 뜻이 아닌가. 자기네들이 진정한 개방의 후계자란 말인가? 그럼 개방에 내분이 생긴 것일까?’

이건 매우 뜻밖의 사태였다. 그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개방은 혈곡의 수중에 떨어진 상태가 아니던가.

전대 방주인 천상신개의 죽음은 그의 제자인 노위군과 혈곡의 합작품이었다. 더불어 반대 세력은 다 제거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또 다른 제자가?!’

옥기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저 개방의 내분 때문이 아니었다. 진개방이라는 기치를 들고 나온 무리들의 기세가 이대로 두었다간 거칠 것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눈앞에서 당가도 넘어가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 생각으로 머리를 쥐어짤 때도 표영의 말은 계속됐다.

“…그에 일환으로 진개방 섬서분타의 무궁한 번영을 위해 섬서분타주로 임명된 당문천과 지타주들, 그리고 팔결제자들은 먼 길을 떠날 것이다.”

당문천 등의 표정은 처참했다. 얼굴을 푹 숙이고 있는 것이 모든 당가인들의 시선을 감당할 수 없는 듯했다.

하지만 정작 지금의 수치와 고난은 걸인도에 이르러 당할 것에 비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곳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줄 모르고 있는 그들에게 사실 지금 이 순간은 행복이리라. 아마도 그들이 걸인도로 나아가 받을 지옥 훈련에 버금가는 거지 무공 수련(영약 복용, 뇌려타곤, 귀식대법 등등… )을 미리 알았다면 처연한 표정 대신 울고불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표영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말 한마디마다 당가인들의 가슴엔 못이 되어 박혔다.

“무엇이든지 앞선 자들이 솔선수범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라도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니만큼 떠나는 이들은 모두 최선을 다해 걸인신공을 연마해 돌아오도록 하라!”

표영이 나름대로 파송식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연설을 하고 있을 즈음 당가 부근엔 은밀한 그림자 두 개가 나타났다. 두 그림자는 이리저리 빠르게 주변을 이동하며 탐문하는가 싶더니 다시 뒤쪽으로 튕겨지며 당가에서 멀어져 갔다.

바람처럼 달리던 두 그림자가 멈춰 선 곳은 청의인 앞에 이르러서였다.

한 그림자가 입을 열었다.

“속하 진령! 장문인께 보고 올립니다.”

“말하라.”

“당가에는 마치 아무도 없는 듯 정문 쪽이나 외벽 쪽에도 경계를 서는 이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안쪽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고 가끔 대답하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모두들 한자리에 모여 있는 듯합니다. 주의 깊게 들어본즉 싸우는 소리로는 들리지 않았고 그저 큰 집회를 열고 있는 듯했습니다.”

“음… 괴이한 일이군.”

청색 장포를 두른 이는 남해검파의 장문인 교운추였다. 그는 수하의 보고에 침음성을 흘린 후 뒷짐 진 손으로 등에 걸려진 검의 밑 부분을 툭툭 치다가 옆을 보며 말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이까?”

그 말을 받은 이는 신산묘수라 불리는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묘였다. 그는 백의에 학사건을 둘렀는데 고고한 학자의 기품이 물씬 풍겨나고 있었다.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닥친 후에 상황을 보고 변화를 기하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음…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남해검파의 장문 교운추가 안광을 무겁게 내리깔며 답하고 작은 소리로 명을 내렸다.

“가자.”

당가는 그리 만만하게 볼 곳은 아니었지만 딸아이를 찾는 데에 망설임이란 있을 수 없었다. 교운추가 신형을 뽑아 치달리자 그 뒤로 여섯 명의 남해검파 고수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이어 제갈묘도 말없이 신형을 날렸고, 다시 제갈세가의 고수 일곱도 지체없이 그 뒤를 따랐다.

슈슈슉-

그들의 움직임은 절정의 신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자 함인 듯 신속하고, 또한 명쾌했다. 그동안 애타게 찾아다녔던 자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더욱 교운추와 제갈묘의 발을 바쁘게 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럼 이들 남해검파의 교운추와 제갈세가의 제갈묘는 과연 어떤 경로로 이곳 당가까지 추적해 올 수 있었을까?

사실 남해검파 장문인 교운추는 남궁진창과 주약란으로부터 딸아이가 납치된 소식을 전해 듣고 사대장로와 두 호법을 데리고 불철주야 사방팔방으로 찾아다녔었다. 하지만 거지들의 종적과 딸의 행방은 알 길이 없었다.

실의에 빠져 있던 교운추는 중도에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묘를 만나게 되었다. 그때까지 제갈묘 또한 전혀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둘은 동병상련(同病相憐)인지라 힘을 모아 찾아다녔고, 그러던 중 생각해 낸 곳이 바로 하오문이었다. 지금 당가에 이른 것은 순전히 하오문의 정보의 힘이라 할 수 있었다.

하오문은 무림에 있어서 무림인이라 분류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기도 했다. 그 이유는 하오문의 무공 수준이 무림인이라 하기는 민망스러울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그 수준을 논해보자면 동네 건달들에게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호신술 정도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허망한 무공 실력을 보면서도 굳이 무림인의 한 축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하오문의 가공할 만한(?) 정보력 때문이었다.

여기서 정보력을 표현할 때 ‘가공할 만한’이란 단어를 사용했지만 사실 깊이 파고들자면 그렇게 가공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그 앞에 단서가 붙었을 때는 가능하기도 하다.

‘그 무공에 비하자면!’ 현재 강호무림에서 정보의 질을 따지자면 최고로는 단연 청부 조직이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십 수 년 전이라면 무림인들은 개방을 최고라고 주저하지 않고 말했으리라.

하지만 노위군이 개방의 방주로 들어선 이후 개방은 점점 본래의 거지 모양새를 완전히 걷어내 버렸다. 그리하여 지금에 이르러선 그저 그런 정보력을 갖추고 있는 곳에 불과할 뿐이었다.

작금의 시대에 청부 조직들이 최고의 정보를 가지고 있음은 그들이 사람을 죽이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자에 대한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일은 더욱 쉬워지게 되는 것이기에 정보의 질은 매우 고급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또한 청부를 의뢰한 이들에 대한 것까지 온전히 파악해야만 했는데 그것은 나중에 있을 살인 후 파장에 대해 대처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고급 정보를 소유하고 있다 해도 다른 문파에는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것이었다.

청부 조직의 기본 방침이 ‘사람은 죽이되 정보를 사고팔지는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하오문의 정보는 청부 조직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보의 질을 비교해 보자면 가히 최악의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보면 유치함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것들이었다.

-어느 문파의 누가 무공을 익히다 발을 삐었다더라.

-소림 장문인이 나한승들과 길을 가다 잠시 용변을 보기 위해 어느 숲 속으로 살짝 들어갔다더라.

-공동파의 장로들이 여승들만 생활하는 사찰에 들어갔다더라.

이런 내용들은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실이라는 증거도 없는 것들이었다. 그저 떠도는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지거나 부풀려지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태반이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말들이 하오문에서는 돌고 있지만 정작 쓸 만한 것을 찾기란 가히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은 하오문을 이루고 있는 이들이 세상에서 천하다고 하는 직종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오문인들은 보따리장수로부터 점소이, 몸을 파는 창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눈과 귀가 이르지 않는 곳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직종에 있기 때문에 그만큼 값나가는 정보를 얻기 힘든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또한 주로 소문에 의지해 정보가 쌓이는 경향이 있는지라 도리어 소문을 통해 역정보를 흘리는 데에도 전혀 여과작용 없이 퍼지게 되는 폐단도 갖추고 있다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무림인들은 하오문에 굳이 정보를 얻으려 노력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갈묘와 교운추가 하오문을 찾게 된 것은 거지에 의해 잡혀갔다는 것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거지들에 대해서는 보통 무림인들이 관심을 가질 리가 없기에 소홀하게 넘길 터이지만 하오문이라면 오히려 그런 쪽에 밝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천리서점을 운영하는 하오문주 동막은 오래간만에 손님다운 손님을 맞이해 매우 기뻐했고 약간의 시일이 지나 제갈묘와 교운추에게 괴상한 거지 떼에 대한 정보를 안겨주었다.

“보따리장수들의 이야기를 듣자 하니 아주 추접스런 거지 떼가 당가 쪽으로 들어간 것 같다고 합니다그려.”

제갈묘와 교운추로서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절절한 심정인지라 동막에게 소정의 사례금을 지불하고 이곳 당가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형국은 무언가 기대 이상의 것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당가의 분위기는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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