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94장 (95/199)

 # 94

94.

뚜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뼈가 부러지고 공염은 다시 처참한 비명을 토했다.

“으아악! 당난하는 것 아닙니다! 살려뚜세요!”

이번에도 어눌하게 혀 짧은 소리를 내지르는 공염이었다.

그런 말투는 지켜보는 해적들도 처음 듣는 것이라 방주가 왜 저렇게 말하는지 다들 이해할 수가 없었다. 능파의 눈썹이 다시 갈매기를 그렸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뚜드득.

“으아악! 데 말투가 원래 이렇습니다. 데발 그만 하떼요… 그만 하떼요!”

“뭐야? 이게 정말… 뼈가 가루가 되어야 정신을 차리겠다는 것이냐!”

능파가 손에 힘을 주고 진짜로 뼈를 바스러뜨려 버리려 했다. 그때였다.

“그만 해라.”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표영의 음성이었다.

표영은 실제로 능파라면 뼈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도 남을 것이라 여겨 동작을 멈추게 한 것이다. 굳이 손을 아예 못 쓰도록 만들 필요까진 없다고 여긴 것이다. 표영은 공염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가 주먹을 날렸다.

퍽∼

“으윽.”

공염이 턱을 얻어맞고 바닥에 쓰러지자 표영이 퉤 하고 침을 뱉으며 말했다.

“이 자식아,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아직 명도 못 채우고 하늘로 갈 뻔했지 않느냐.”

표영은 이번에는 능파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환히 웃었다.

“제때에 잘 와 줬구나.”

순간 능파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털썩 무릎을 꿇고 울먹였다.

“속하, 지존을 보호하지 못하였습니다. 죽여주소서.”

“하하, 일어나라. 모든 것이 잘되지 않았느냐.”

표영이 다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이때 정신을 차리고 표영을 주시하고 있던 교청인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이, 이럴 수가… 방주의 얼굴이……!’

교청인은 이제까지 때에 뒤덮인 표영의 얼굴만 보다가 물속에서 발버둥치고 건져지면서 어느 정도 씻겨진 표영의 얼굴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표영의 얼굴은 원래의 뽀얀 살결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하얗게 드러났고 얼굴은 이목구비가 뚜렷하면서도 선이 부드럽게 이어져 귀여움 그 자체였다.

거지대왕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얼굴에 듬뿍 정이 가는 모습이었다.

교청인의 충격은 의외로 컸다. 그건 아마도 그녀가 전혀 예상치 못하였던 것이라 더욱 그러했으리라.

‘방주는 사실 아주 곱게 자란 사람이었나 보군.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험한 거지의 길을 가게 되었을까? 게다가 무공은 또 어떻게 익혔을까?’

그녀는 그저 새삼스럽기만 했다. 그러다 다시 누군가를 많이 닮았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누굴까? 누구를 많이 닮은 것 같은데…….’

그녀가 닮았다고 생각한 이는 칠옥삼봉 중 일옥검수라 불리우는 표숙이었지만 그녀는 정확히 기억해 내지 못했다.

교청인의 상념은 표영의 말에 의해 깨졌다.

“능혼을 비롯한 너희에게 마음껏 주먹을 휘두를 기회를 주겠다. 시간은 일다경(15분) 동안이다. 내력을 사용하지 말고 죽지 않도록 두들겨 패라.”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패겠는가. 능혼과 제갈호, 그리고 교청인과 손패가 일제히 답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온몸을 날리며 주먹과 발길질로 해적들을 후려 팼다.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들리고 한마디로 난리가 아니었다.

“으아악∼!”

“이 자식들, 네놈들이 감히 우릴 죽이겠다 이거렷다! 네놈들이 죽어봐라!”

“감히 내게 물을 먹여!”

“죽어라, 이 자식들아!”

표영과 능파도 그저 구경만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둘은 발로 공염을 걷어차고 뭉개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놈아, 어디서 폭탄을 구해서 함부로 사용하는 거냐!”

“나쁜 놈의 시키!”

공염은 한번 말을 하기 시작해서인지 이제 전음을 구사하는 것을 포기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악! 그만… 그만 하떼요∼!”

공염은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애걸했다.

퍼퍽- 퍼퍼퍼퍽-

“으아악! 사람 딸려! 사람 딸려!”

퍼퍽퍼퍽-

“달못했떠요… 대땅님∼ 용서해 뚜세요∼ 으으윽∼.”

그렇게 약속한 일 다경이 지난 후 배 위에는 서 있는 해적들은 한 명도 없었고 모두들 바닥에 드러누워 신음을 토해내거나 고통에 몸부림쳤다.

상황을 수습하고 해적들의 본거지인 해왕도에 오른 표영은 공염과 열 명의 해적단주들에게 회선환을 먹이고 진개방의 수하로 받아들였다. 모두의 충성 맹세가 끝난 후 표영이 공염을 불러놓고 물었다.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말이야.”

“말씀하십띠오, 방뚜님.”

어느새 독약(?)을 복용한 공염의 말투는 매우 공손하게 변해 있었다.

“허허, 거참… 흠흠, 너는 그동안 왜 전음을 사용했느냐?”

“그, 그게…….”

공염은 머리를 긁고서 어렵사리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말한 사연은 이러했다.

공염은 태어나면서부터 혀 짧은 소리를 냈다고 한다. 그의 부모는 이런 증상이 증조할아버지 때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했다. 그 증조할아버지의 이름은 공영해라 하는데, 과거 장강수로채의 총채주였다고 한다.

그때 증조부 되는 공영해가 괴이한 고수들과 내기를 했는데 그 내기라는 것이 가관이었다. 뭔고 하면, 간지러움을 태워 웃지 않는 사람이 이기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공영해는 억지로 웃음을 참으려고 혀를 깨물어 혀가 조금 잘려나간 나머지 발음이 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때부터 그 후손들이 모두 혀 짧은 소리를 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집안에서는 전음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주로 전음으로 말하게 된 것이다.

공영해는 말년에 장강수로채를 떠나 이곳 해왕도에 이르러 창룡방을 세우고 해적 두목이 되었고 대대로 이곳에서 해적 짓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까디입니다요.”

표영은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점도 있었다.

“증조할아버지가 혀가 짧아진 것이 어떻게 후손에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는 거냐. 거참, 이해할 수가 없네.”

공염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 그도 확실한 것은 사실 모르는 터였다.

“대땅님, 아마도 데 생각에는 어릴 덕부터 그렇게 듣고 다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구나. 너는 앞으로는 절대 전음을 사용하지 말고 정상적으로 말하도록 노력해 보거라 알겠느냐?”

“네, 대땅님.”

“근데 도대체 얼마나 웃겼으면 자기 혀를 깨물었을까. 어떻게 웃겼길래 그 정도까지 됐을까?”

그 말에 능혼이 생각나는 게 있는지 끼어들었다.

“제 소견으로는 그건 아마도 무한소소공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한소소공? 그런 무공도 있어?”

“네, 약 300년 전에 등장한 만선문주 양정이라는 분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더 자세한 것은 신비에 가려져서 잘 알지 못합니다만.

무한소소공은 워낙에 지독한 고문법으로 한번 걸리면 풀어주기 전까진 죽을 때까지 웃어야 한다고 합니다. 거기에 한 번이라도 당해본 사람들은 평생 동안 다시 한 번 무한소소공에 당할까 봐 두려움에 떤다고 합니다.”

“야∼ 신기하구나. 그런 게 다 있었냐. 하하, 그런 건 나도 좀 배워두면 좋을 것을. 하하하하.”

표영은 환히 웃으며 가만히 속으로 생각했다.

‘무한소소공이라… 하하. 거참,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네.’

신합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지금 자신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당연히 꿈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들은 허벅지를 꼬집어보기도 하고 고개를 도리질해 보기도 하며 꿈에서 깨어나려고 했지만 꿈속의 모습은 변하질 않았다.

‘그래, 이건 꿈이야… 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도 안 되지, 암. 그렇고말고.’

그들이 굳이 꿈일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그들의 눈에 보인 모습이 도무지 현세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두 가지.

거지들이 살아서 돌아왔다는 것과 거지들이 떠날 때 했던 말과 같이 해적들을 모두 잡아왔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약 400여 명에 이르는 해적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거지들을 따라 육지에 내린 것이다.

그들이 모두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믿게 된 것은 표영이 환하게 웃으며 말을 한 후였다.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놈들은 새로 받아들인 거지 부하들입니다. 앞으로 이 마을을 지켜 줄 겁니다. 아하하하!”

“……!!”

마을 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입만 쩍 벌렸다.

표영의 말에 따라 해적들은 이때부터 마을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었다. 표영은 이제 거지무공에 대한 수련도 마치고 불귀도, 아니, 걸인도에 대한 기본적인 운영 방향도 이루어놓았기에 강호에 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예정했던 대로 만첨과 노각은 걸인도에서 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남겨두기로 했고 손패도 걸인도까지 인도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남게 되었다.

함께하는 이는 능파와 능혼, 그리고 제갈호와 교청인이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사천당가다.”

표영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눈길을 북쪽으로 향했다.

제15장 당가

-저 거지새끼들이 왜 이곳으로 지나가지?

당가의 동쪽 외벽 쪽 첫 관문의 수비를 맡고 있는 문언이 동료인 주화랑에게 전음을 날렸다. 주화랑도 이미 눈으로 거지들을 확인한 터였다. 그도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며 전음으로 답했다.

-요즘 거지들은 정말 앞뒤 구분 못하는군.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동쪽 외벽을 따라가는 길은 외길이라 곧바로 진행하면 당가에 이르는 길이었다. 이곳에 진입함은 당가가 확실한 목적지임을 의미했고 그렇기에 수비를 맡은 입장에서는 아무나 함부로 지나도록 할 수 없는 곳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당가에서는 길머리에 팻말을 꽂아두어 꼭 방문이 필요한 사람들만 들어오도록 유도했다.

팻말의 글귀는 이러했다.

당가에 초대받지 않는 자는 돌아가도록 하라.

문언과 주화랑은 거지들을 상대할 걸 생각하자 귀찮기 그지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쯧쯧, 어디가 부러진 후에야 정신을 차리는 놈들이 꼭 있게 마련이지.

-좋게 생각하자고. 심심하던 차에 몸이나 풀도록 하세.

둘은 전음을 교환한 후 은신처에서 몸을 솟구쳐 모습을 드러냈다.

“웬 놈들이냐?”

이미 거지 떼들이라는 것은 확인했지만 느닷없이 나타날 때는 이 정도의 말은 해주어야 폼도 나고 좋은 것이다.

문언과 주화랑은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돌며 바닥에 착지했다. 그 모습은 가히 박수를 쳐줄 만한 것이었다. 모습을 드러낼 때 실제로는 이렇게 멋진 신법을 발휘할 필요까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늘 이런 식으로 공중제비를 돌며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신법을 과시함으로 인해 상대의 기를 꺾어 놓자는 의도였다. 이렇게 하면 복잡하게 여러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굽실거리게 되는 것이다.

둘째로는 늘 하는 일 없이 몸을 숨기고 매복을 하고 있는 터이기에 이런 때라도 한번 몸을 풀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거지 떼들이 멈춰 서자 문언이 크게 호통 쳤다.

“눈깔은 멋으로 달고 다니는 것이냐! 분명 오는 도중에 팻말을 보았을 터, 무슨 배짱으로 이곳까지 온 것이더냐!”

문언과 주화랑이 냉랭하게 노려보았지만 거지들은 별것도 아니라는 듯 시큰둥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어디서 개가 짖냐는 그런 식이었다.

이 거지들은 과연 누구인가. 다름 아닌 당가를 접수하겠다고 나선 표영 일행이었다. 그들 중 문언의 호통에 모두 태연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들 중에는 열혈순수의 정신을 소유한 능파가 있지 않던가.

능파는 감히 지존께 함부로 지껄이는 녀석들을 용납할 수 없었다. 불귀도에서나, 그리고 오는 동안 내내 충동적으로 행동해선 안 된다고 주의를 받았지만 모두 그때뿐이었다.

“이것들이 왜 보자마자 시비를 거는 거야! 모두 땅속에 들어가고 싶은 거냐!”

당장에라도 모가지를 분질러뜨릴 기세로 눈을 부릅뜨자 문언과 주화랑은 어이가 없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큰소리를 친단 말인가.

그들이 막 한소리 쏘아붙이려 할 때 능파의 머리에서 타격음이 울렸다.

탁.

표영이 뒤통수를 갈긴 것이다.

“능파, 가만히 있지 못해. 왜 또 참견이냐. 응? 죽고 싶냐?”

누구의 분부라고 능파가 거역할 수 있겠는가. 능파는 바로 깨갱 하고 목을 움츠렸다. 그 모습에 문언과 주화랑이 화를 내려다가 같잖다는 듯이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하하하, 젊은 거지 놈이 우두머린가 보군.”

“클클… 말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정말 웃긴 놈들일세. 저기 봐, 저기. 처녀 거지도 있군.”

처녀 거지란 다름 아닌 교청인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아마 표영을 만나기 전의 교청인이었다면 당장에 검을 뽑아 모가지를 쳐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상당 수준 거지답게 변해 있었고 수없이 처녀 거지라는 소리를 들었던 터라 이 정도는 참아 넘길 만한 마음 자세가 되어 있었다. 거기에 표영이 교청인을 바라보고 딴지를 걸었다.

“이런… 교청인, 넌 아직 수련이 부족해. 알겠니? 대번에 네가 처녀라는 것을 알아보잖아, 이래서야 분타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겠느냐?”

그나마 처녀 거지라는 말에 위안을 삼고 있던 교청인이 울컥하고 화를 냈다.

“열심히 하고 있잖아요! 여기서 더 얼마나 열심히 하라는 거예요!”

사나운 고양이처럼 쏘아붙이자 되려 표영이 입을 삐쭉 내밀고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그냥 뭐 그렇다는 거지…….”

당가의 문언과 주화랑은 질문에 답은 하지 않고 엉뚱한 소리들만 늘어놓는 거지들이 어이가 없었다.

“보자보자 하니까 이것들이 너무 싸가지가 없구나. 오늘 내 너희들의 안목이 부족함을 고쳐 주기 위해 눈에 시퍼런 표식을 남겨주겠다.”

시퍼런 표식이란 눈을 주먹으로 갈겨주겠다는 말이었다.

“잠깐!”

표영이 손을 쑥 쳐들고 외쳤다. 느닷없이 큰 소리로 외친 탓에 문언과 주화랑이 달려들려다가 화들짝 놀라 버렸다.

“뭐냐, 이 거지 놈아? 봐주라고 하는 것이라면 이미 늦었다.”

표영은 여유롭게 뒷짐을 지고 먼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흠… 나는 진개방의 방주의 자격으로 당가의 가주와 독으로 겨뤄보기 위해 왔소이다.”

그 말에 문언과 주화랑의 얼굴은 거의 울상이 되다시피 변해 버렸다. 상당히 웃긴 이야기였지만 어찌 된 게 너무 기가 막혀 웃음조차 나오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표영은 어촌 마을을 떠나 당가로 오는 내내 어떤 식으로 당가를 손에 넣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능파와 능혼이 있기에 정면 대결을 펼친다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겠지만, 또한 능파와 능혼이 있기에 많은 살상이 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표영은 비록 당가의 가주와 장로들에 대해 큰 원한이 있어 이처럼 달려오긴 했지만 복수를 위해 다시 피를 불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표영의 고민을 덜어준 것은 제갈호였다.

당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제갈호가 독으로 겨루어 당가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을 말한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표영의 마음에 딱 들어맞는 것이었다.

“뭣이라?! 진개방?!”

“가주님을 뵙고 독으로 겨루겠노라고?!”

문언과 주화랑의 어처구니없다는 식의 말에 표영이 답했다.

“그렇다. 나는 독공의 고수로 당가의 가주와 독으로 겨뤄볼까 한다. 음하하하!”

표영은 독공의 고수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자신의 엄지손가락까지 치켜세웠다.

그러자 능씨 형제와 제갈호와 교청인도 당연하다는 듯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문언과 주화랑은 졸도할 지경이었다. 천하에 독과 암기에 있어서 당가를 대적할 자는 없다. 단언하건대 중원제일고수인 천선부주 오비원이라 해도 무공이 아닌 독만으로 겨룬다면 백 번이면 백 번 모두 고꾸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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