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46장 (47/199)

 # 46

46.

공환은 무리의 중간에 자리했는데 두목들의 음성이 떨어지기 무섭게 공환의 곁에 있던 조직원들이 썰물이 빠져나가듯 주르르 물러났다. 순식간에 공환을 중심으로 방원 2장 안이 공터로 변해 버렸다.

“너냐? 이 새꺄, 죽고 싶냐!”

일각두와 양조포는 성난 황소처럼 씩씩거리며 뛰어가더니 주먹과 발로 무참히 두들겨 패버렸다.

퍼퍽- 퍼퍼퍽- 퍼퍽-

“이놈아, 죽으려면 너 혼자 죽을 일이지 왜 우리까지 끌어들이는 거야?! 저기 개 떼들이 네 눈엔 하나도 안 보인단 말이냐!”

“너, 지금 정신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환장을 하지 않고서야 그게 인간이 할 소리냔 말이다!”

“으어억!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렇게요. 아악!”

한동안 신나게 두들겨 팬 후 일각두와 양조포가 다시금 표영에게 다가가 공손히 손을 모으고 말했다.

“미안하다. 이놈 말은 깊이 새겨들을 필요 없어. 한번씩 얘가 맛이 가거든.”

“교육을 시켜도 이거 참, 안 되는 놈들이 있으니 말일세. 이해하게.”

표영은 나지도 않은 턱수염을 쓰다듬기라도 하듯 어루만지며 느긋하게 말했다.

“후후, 내 말 명심해서 들어라. 젊은 나이에 건들거리면서 살아서야 바른 인생이라고 할 수 없다. 더 이상 길게 말하지 않겠다. 한참 일할 나이에 놓아선 안 돼. 가뜩이나 일손이 모자라서 난리들이 아니냐. 기한은 삼 일이다. 삼 일 안에 직장을 잡지 않고 빈둥거리는 놈들이 있으면 그땐 장래를 보장하기 힘들 것만 알아둬라.”

쿠궁!

다시 심장이 울렸다. 삼 일이라니…….

시커먼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그 달콤하고 행복한 날들은 끝난 것이다.

“알아들었나?”

표영이 힘차게 외쳤지만 어느 누구도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알아들었냐니까?”

두 번째 물음에도 아무도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반항하려는 의도보다는 아직까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신이 몽롱해진 상태다 보니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보는 편이 옳았다. 표영은 뭔가 확실하게 깨우쳐 주지 않고서는 이들을 고쳐 놓기가 힘들 것 같았다.

‘음, 회선환을 먹여야 하나… 아니야. 이놈들은… 좋아. 좀 보여주도록 하자.’

표영은 일각두와 양조포에게 다가가 귀싸대기를 날렸다.

“이것들이 정신을 어디다 두고 있는 거야!”

얼떨결에 한 대 얻어맞은 둘은 속으론 부글부글 끓었지만 그놈의 개들 때문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이봐, 정신 차리고 내 말 잘 들어. 너희 둘은 건달들 중 지도자급 양아치들 20명을 데려와라.”

“우리가 왜 그래야 하지?”

일각두도 오기가 있는지라 순순히 말을 듣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표영이 손을 한번 들자 개들이 일각두를 감싸버렸다.

“아, 알았다. 그만 해라. 어서 개들보고 비키라고 해.”

둘은 이내 조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간 지도자급까지를 가려 표영 앞에 이르렀다.

“좋아. 너희 모두는 잠깐 나를 따라와.”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표영은 그곳에서 가까운 언덕을 하나 넘어 다른 양아치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걸음을 멈추었다.

“내 너희들에게 보여줄 것이 있어서 특별히 따로 불렀다.”

일각두와 양조포를 비롯한 모두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지랄하고 있네.’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은 일체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 사실 난 독의 황제다.”

그 말에 양아치들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이 새끼 완전히 똘아이 아냐.’

‘지깟 놈이 개를 좀 다룬다고 이젠 아예 독의 황제라고 해! 에라이, 썩을 놈아!’

‘이놈이 아주 우릴 바보로 아나!’

하지만 표영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자, 여러 번 보여주지 않을 테니 잘 봐두어라.”

표영은 걸음을 몇 발짝 옮겨 나무 옆에 섰다.

“내가 셋을 세면 이 나무는 말라 비틀어질 것이다. 하나, 둘, 셋.”

표영은 식탐지를 이용해 손가락을 나무에 박은 채 독기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거짓말같이 나무가 녹아내렸다. 말라비틀어진다는 표현은 너무도 양호한 표현이었다. 거의 흐물흐물해지며 녹아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양아치들의 얼굴도 경악에 차 시커멓게 변해 버렸다.

“험험. 어때, 봤냐? 힘을 많이 썼더니 좀 모양새가 안 좋군.”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곧바로 양아치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한 것이다.

“왜, 왜 그러시는 겁니까?”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착하게 살겠습니다.”

“처자식이 있는 몸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나이 드신 어머니께서 흑흑…….”

그들은 온갖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다 지으며 무릎을 꿇고 애걸복걸했다. 일각두와 양조포도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옆에 뒤에 부하들이 있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구지경외자를 혼내주라고 했던 이진구는 이에 비하면 무서운 것도 아니었다. 표영은 이 정도면 시각 효과는 충분히 준 것이라 생각하고 말했다.

“방금 전 멀쩡하던 나무가 쓰러진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이건 좀 심한 것이었지만 내가 너희들에게 적용할 독은 대강 이렇다. 첫 증상은 먼저 속이 매스꺼워지며 하루 종일 토한다. 그 다음엔 귀에서 피를 흘리게 되지. 그때부터 고통은 시작되는 거야. 그렇다고 바로 죽는 것은 아니야. 하루 정도 지난 다음에 다리가 썩어 들어간다. 그리고 점점 위로 썩어 들어가지. 그래도 죽지 않다가 결국 심장이 썩으면서 죽게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열흘 정도다. 어떠냐? 한 방 먹여주랴? 아니면 앞으로 잘할래?”

이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잘하겠습니다∼!”

어쩌나 목소리가 큰지 언덕 너머의 다른 부하들까지 놀랄 지경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오늘 여기에서 본 것을 입 밖에 내는 자는 어떤 처벌이 기다릴지 잘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진구가 묻거든 그저 개가 동원된 이야기로 변명하도록 해라.”

“네∼!”

다시 우렁찬 대답이 나왔다.

“좋아좋아, 맘에 들었어. 자, 삼 일이라고 했다. 그 기간이 넘도록 여전히 일자리를 잡지 못하면 각오하도록. 부하들은 너희들이 잘 지도해서 올바르게 인도하도록 해야 한다.”

“네∼!”

다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니 울려 퍼졌다.

“허허, 고 녀석들.”

표영은 다시 언덕을 넘어 아까 그 자리로 돌아왔다.

“모두 기억해라, 삼 일이다. 혹시나 이 지역에서 도망치는 녀석이 있다면 세상 끝까지 쫓아가서 찾아내고 말 테니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땐 수많은 개들의 추적을 받으며 일평생을 살게 될 테니 알아서 행동하도록.”

표영은 단호하게 말한 후 개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개들은 100여 명의 건달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각자의 냄새를 기억했다. 천여 마리의 개들이 무리들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는 광경은 대단했고 건달들은 혹시나 개들이 갑작스레 돌변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에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릴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개새끼들과 양아치들 모두 해산한다. 해산!”

그 말에 모든 건달들과 개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표영은 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일자리가 많이 있어야 할 텐데…….’

제13장 취직 사태

양아치들과 약속을 맺은 지 삼 일째 되는 날이다. 표영이 골목 귀퉁이에서 여유로운 낮잠을 즐기고 있을 때 다급한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저…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눈을 떠보니 일각두와 양조포였다.

“뭐냐?”

“저, 다름이 아니라… 저희들이 최선을 다해 일자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아무도 받아주는 사람이 없는 겁니다요. 얼마나 노력을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요.”

“믿어주십시오. 진심입니다요.”

둘의 눈동자는 결코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음, 그러고 보니 그렇기도 하겠군. 그럼 일단 앞으로는 모든 사람들에게 새롭게 태어났음을 알리기 위한 봉사 활동에 들어가도록 한다. 먼저 양로원과 고아원, 그리고 장애원을 돌면서 회개의 뜻을 진실되이 보이도록.”

“네? …아, 네…….”

“말 끝났으면 어서 가봐. 나는 좀 더 자야겠거든.”

표영이 손을 들어 주먹을 쥐어 보이자 둘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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