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41장 (42/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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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건 바로 표영이 떨어져 내리는 누렁이를 향해 타구봉을 쭉 뻗은 것 때문이었다. 죽봉은 놀랍게도 정확히 항문을 찔러 버렸던 것이다. 누렁이는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도 못 내고 부들부들 죽봉에 꿰어 떨고 있을 뿐이었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똥침을 맞게 되면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고 고함을 치려고 해도 입만 벙긋거릴 뿐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하다못해 똥침이 이 정도인데 죽봉이 절반이 넘게 들어갔으니 미친 누렁이의 심경은 가히 설명하기 힘든 고통이라 할 수 있었다.

한동안 지켜보는 사람들이나 당하는 개나 모두 이 처참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했다. 하지만 표영의 얼굴엔 아직도 용서할 수 없다는 비장함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것은 이것으로 끝이 아닐 것임을 시사해 주는 것이었다.

“꺼져라, 이놈아.”

표영은 죽봉에 꿰뚫린 누렁이의 엉덩이를 걷어차 버렸다.

퍽.

깨갱∼

누렁이는 죽봉이 항문에서 쑤욱 빠져나오는 도저히 표현할 길 없는 괴이한 느낌과 동시에 바닥에 널브러지며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지켜보는 모든 이들은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자신의 엉덩이가 저려오는 것만 같아 손으로 연신 문질러댔다.

“이젠 끝났겠지?”

“아무렴, 여기서 뭘 더 하겠나.”

“왠지 누렁이가 불쌍하게 느껴지는구먼.”

“그러게 말일세. 아까까진 때려죽이고 싶더니만 이젠 안쓰럽네그려.”

“광견병엔 약도 없으니 여기서 대충 마무리하고 묻어야겠지.”

하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표영은 헤매고 있는 누렁이에게 다가가 견왕봉으로 머리를 툭툭 치며 근엄하게 말했다.

“네 죄를 네가 알렷다. 감히 내 말이 끝나지도 않았건만 반항을 하다니. 내 오늘 너의 육편을 갈가리 찢어 온 중원의 모든 개들에게 표본으로 삼고 다시는 함부로 미치는 일이 없도록 해주마.”

표영은 누렁이에게 말한 후 몸을 돌려 사람들을 향했다.

“험험… 여기 계신 분 중에 노약자나 임산부, 그리고 나이가 18세가 안 된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세요. 험험… 아, 그리고 심장이 약하신 분들과 비위가 약하신 분들도 필히 이곳을 떠나셔야 합니다. 자자, 어서들 가세요.”

하지만 그 말을 따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사람이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려고 하고 보지 말라고 하면 더 보고 싶어하는 성질을 지니지 않았던가. 오히려 표영의 말은 더 큰 호기심만 자극할 뿐이었다. 지켜보는 무리들 중 나이가 80세가 되어가는 고경운 할아버지가 인상을 찌푸리고 삿대질을 해가며 소리쳤다.

“이놈 구지경외자야! 늙었다고 괄시하는 것이냐? 이까짓 일로 나를 무시하다니… 이놈이 알고 보니 버르장머리가 없구나!”

이 할아버지는 이 마을의 유지로 노인들 사이에선 우두머리 격이었다. 그가 버럭버럭 화내자 다른 노인들도 그에 편승해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

“야, 이눔아! 우릴 물로 보는 거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까불고 있어.”

“손주뻘도 안 되는 놈이 아주 싸가지가 없구먼.”

표영은 빗발치는 욕설과 삿대질을 받자 씨익 웃었다.

“흐흐흐… 좋습니다. 나중 일은 전 책임지지 않을 테니 알아서들 하세요.”

“이놈이 그래도 계속해서 우리를 무시하려 들어!”

당장에라도 고경운 할아버지는 막대기로 표영을 후려칠 기세였다. 가까스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말리고서야 할아버지는 씩씩거리며 간신히 참았다.

“난 구경할 테다. 이래 봬도 나도 젊었을 때는 한가락 했어, 이놈아!”

젊어서 한가락 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마는 표영은 들은 채 만 채 몽둥이를 허공 중에 빙빙 돌렸다.

“자, 간다. 너에게도 지금 상태론 일찍 죽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표영은 말을 끝냄과 동시에 인정사정없이 견왕봉을 휘둘렀다.

파파파파팍.

몽둥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아까까지 큰소리쳤던 노인들은 후회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상황은 돌변하고 있었다. 바닥에 꿈틀대던 누렁이는 두개골이 깨지고 피가 튀며 뇌수가 흘러내려 처참하기 그지없는 몰골로 변해갔던 것이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휘둘러진 가운데 개는 서서히 그 형체를 잃어갔다. 장내에 나타난 현상은 과연 그것이 진정 살아 있던 개였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파파파팍- 파파파팍-

누렁이는 애초부터 비명 소리는커녕 숨소리도 내지 못한 채 무자비한 몽둥이질에 의해 전신이 분해되었다. 이 광경은 고함을 지르던 고경운 할아버지를 비롯한 몇 명의 노인의 숨을 멎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제껏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살아왔지만 이런 참혹한 모습은 그들로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들은 눈을 부릅뜨고 신음을 발하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더불어 서 있기조차 힘이 든 듯 바닥을 두 손으로 짚고 허물어졌다.

‘어헉! 이것이었나.’

‘이, 이럴 수가…….’

‘세상에… 으윽!’

더불어 개중에 비위가 약한 몇 명도 바닥에 아침에 먹었던 밥과 반찬들이 무엇이었는지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으웩!”

“으게엑∼”

“우읍…….”

흐트러진 면발, 으깨어진 계란찜, 콩나물무침, 미역국, 만두, 두부 및 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것들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참으로 그 종류도 다양하기 그지없었다. 그중 콩나물 몇 가닥은 방향을 잘못 잡았는지 입이 아닌 코로 기어나오느라 용을 쓰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도 표영의 광분(狂奔)은 계속되었다.

“죽어! 이 새끼야. 죽어∼!”

이미 죽은 지 오래된 누렁이였다. 더 이상 이 상태에서 어떻게 더 죽을 수가 있단 말인가. 표영이 몽둥이질을 멈춘 것은 고경운 할아버지가 가슴을 움켜쥐고 다가와 제지한 뒤였다.

“이, 이보게. 이젠 그만 하게나. 아, 아깐 미안했네…….”

곧 자지러질 것 같은 모습에 표영은 그제야 손을 거두었다.

“할아버지시로군요. 어떻습니까? 볼 만하시죠?”

“어? 어… 그럭저럭… 보, 볼 만하네…….”

표영이 손을 멈춘 후 드러난 개의 최후는 말로 형용하기 곤란했다. 그것은 마치 정육점에서 고기를 잘게 썰어 운반하던 도중 일부를 떨어뜨리고 간 것 같은 형상과 같아서 여기저기 살코기와 핏덩이들이 바닥에 널려 있었다. 주변에 사람들은 얼이 나가 어찌해야 할지 모른 채 멍해져 있을 뿐이었다.

표영은 견왕봉으로 저며진 살코기들을 보며 이 기회에 다른 개들에게도 교훈으로 삼도록 해야겠다 생각했다. 어느새 주변에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개들도 꽤나 모여들었던 것이다.

견왕이 때아니게 시장통에 모습을 드러냈기에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찾아온 것이다. 개들은 하나같이 주눅이 든 기색이 역력했다. 표영은 개들을 쭉 둘러보며 크게 소리쳤다.

“너희들, 잘 보았겠지! 오늘 죽어간 누렁이처럼 이후로 감히 내 허락 없이 미친 개새끼가 있다면 이와 같은 결과물이 될 것임을 명심해라. 야, 야, 거기 흰둥이. 너 죽고 싶어! 여기 똑바로 안 쳐다볼래?! 똑바로 보란 말이야!”

비록 미쳤다고 해도 같은 동족(同族)의 처참한 죽음 앞에 개들은 차마 볼 수가 없었고 그중 마음이 약한 흰둥이가 딴 곳을 바라본 것이었다. 흰둥이는 사색이 되어 낑낑 소리를 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까닥 잘못하다가는 자신도 잘게 부숴질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표영은 흰둥이가 약간은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자 누그러뜨리고 이번에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개들에게 말할 때와는 달리 송구스럽다는 듯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흠흠… 앞으로는 개들이 미쳐 발광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오늘 욕보셨습니다. 흠흠… 그럼 전 이만…….”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표영은 건들거리며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다. 사람들은 모두 얼음이라도 된 듯 굳어 있다가 표영이 거리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 뒤에서야 각자 일을 보기 시작했다.

한편 나름대로 멋지게 등장했던 개방분타주 묵백은 멋쩍은 기분에 머리만 연신 긁었다. 개를 순식간에 이 정도로 걸레를 만들어 버리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허허, 정말 대단한 친구로군. 예전의 개방을 생각나게 하는 젊은이야.’

그의 눈엔 따뜻함이 배어 있었다. 진짜 거지다운 거지를 오랜만에 본 것이다.

‘과거 엽 방주님이시라면 이 광경을 보시고 좋아하셨을 텐데…….’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10년 전 의문에 휩싸인 채 실종된 엽지혼 방주를 떠올리고 상념에 잠겼다. 진정 그때는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얼마나 편했던가. 뜻하지 않게 오늘 구지경외자를 보게 되자 과거의 향수가 아련히 떠오른 것이다. 그는 향수에 젖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의 상념은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의해 깨어졌다.

“묵 분타주님을 뵙습니다.”

“언제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허운 지역의 두 개방 제자들이었다. 잿빛 옷을 기워 입었는데 중간중간 청색 옷감으로 덧붙인 게 운치를 더해주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인가 하여 둘러보다가 분타주를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가끔씩 소리소문없이 감찰(監察)을 하고 간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었다.

“음, 내 이곳을 한번 둘러보고자 가만히 와봤느니라. 내 잠시 볼일을 치른 후 지타주에게 갈 터이니 너희는 말을 전해놓도록 하여라.”

“네, 분타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두 제자가 머리 숙이는 것을 뒤로하고 묵백은 표영이 사라져 간 곳으로 향했다. 묵백은 지나는 사람들에게 구지경외자가 어디에 사는지 물어 신형을 날려 바짝 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구지경외자가 걸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디에 사는지 가만히 뒤따라가 보도록 하자.’

그는 소리를 죽여 표영을 따라갔다. 표영이 걸음을 멈춘 것은 허운 지역의 서쪽 외곽에 위치한 허술한 서원이었다. 이곳은 과거 꽤나 이름난 서원이었으나 세월이 너무 지나 낡아 폐쇄되어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곳이었다.

‘허허, 사는 곳도 그럴싸하군.’

묵백은 문밖에 이르러 다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문짝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진정 거지가 살기엔 이보다 안성맞춤인 곳이 없을 것만 같았다. 그가 문을 밀자 통째로 자빠질 듯 문이 흔들거리며 요란스럽게 열렸다.

“구지경외자, 좀 들어가도 되겠나?”

안에 있던 표영은 아까부터 자신을 미행하던 사람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땅에 꼿발을 딛고 걷는 것처럼 미세하고 가벼웠기에 분명 대단한 고수일 것임을 짐작했지만 크게 죄진 것이 없는 이상 모른 척하고 먼저 집으로 들어선 것이었다. 표영은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했다.

“누구인지는 모르나 들어오십시오. 여긴 따로 주인이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고맙네그려.”

묵백이 안으로 들자 표영은 아까 시장 골목에서 누렁이와 맞서고 있던 노인임을 알아보았다. 또한 그의 차림새로 개방인임도 알아보았던 터였다.

“아하하, 노인장은 아까 누렁이를 혼내주려고 하셨던 분이로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조금 누추하지만 이곳에 앉으세요.”

표영은 바닥에 짚으로 엮은 돗자리를 가리켰다. 조금 누추한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심각한 것이었지만 묵백은 개의치 않았다.

“반겨주어 고맙네, 하하하. 그나저나 아깐 정말이지 보기 드문 구경을 했네그려. 내 견문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지 뭔가.”

표영은 약간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혹시 제가 노인장의 일을 방해해서 기분이 상하신 것은 아니신가요?”

“허허, 그럴 리야 있겠나. 위험한 개를 아주 시원하게 손을 봐줘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네. 근데 몽둥이질이 보통이 아니더군.”

“아하하, 그 정도야 뭐 별거 아니죠. 저의 사부님께 전수받은 것의 백 분의 일도 안 되는 것이랍니다.”

“오! 사부님이 계셨군. 그분의 존함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도 되겠나?”

묵백은 아까 미친개를 혼내줄 때 공중제비를 도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 정도는 어떻게 보면 별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둔탁해 보이는 동작 속에 절묘함 같은 것을 느꼈던 터였다. 혹시 대단한 사문을 배경으로 두고 있으나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어 이런 거지 생활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여기고 막연한 기대감으로 물었다.

“사부님의 존함은 원구협이라고 합니다.”

“음, 원 대협이셨군… 내가 모르는 기인이신가 보네.”

묵백은 꽤나 강호 경험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기억을 총동원해 봐도 그런 이름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지금 그분은 무엇을 하고 계시나?”

“아하하, 사부님은 개 장수를 하고 계신답니다. 저한테도 개 장수를 하라고 얼마나 성화가 대단했는지 몰라요. 제가 그걸 뿌리치려고 정말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데요.”

“개, 개 장수… 시라구… 하하하하…….”

묵백은 기가 막혀 말을 더듬다가 크게 웃었다. 요즘 들어 부쩍 우울함을 느끼고 있던 묵백으로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유쾌하게 웃어보는 것이었다.

“자네 이름은 어떻게 되나?”

“표영이라고 합니다.”

“표영이라… 좋은 이름이군. 그런데 사람들은 모두 자넬 이름 대신 구지경외자라고 부르고 있더군. 하하하, 누가 지었는지 대단한 작명 솜씨야. 하하하. 그러고 보니 내 소개가 늦었군. 난 개방의 섬서 분타주로 있는 묵백이라고 하는 거지라네.”

표영은 그의 옷차림과 옷에 매달린 여섯 개의 매듭을 보고 대충 분타주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던 터라 그리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겉으로는 크게 놀란 척 호들갑을 떨었다.

“아이고, 이거 강호에서 알아주는 개방의 높은 분이시로군요? 개방 분들에 비하자면 저야말로 거지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럽죠. 거지 하면 개방 아니겠어요.”

아부성 짙은 발언인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비꼬는 내용이었지만 묵백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렇지도 않아. 개방도 옛날 말이야. 지금은 진짜 거지라고 보기도 힘들지.”

표영은 은근히 비꼬아 어떻게 나오나 보려고 했던 것인데 묵백의 응대는 의외였다.

‘이 사람은 정의파에 물들지 않았나 보군.’

정작 묵백이야 분타주라는 위치에 있다곤 해도 실제 표영은-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지만 - 개방의 방주가 아니던가.

표영은 사부와의 이별 후 조량의 집에서 1차 각성을 이룬 뒤 모든 생각의 기준을 개방의 방주라는 관점에 두고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묵백의 이런 발언은 표영에겐 큰 의미였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개방엔 얼마쯤 있을까.’

오의파를 동경하는 이들이 많다면 개혁은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묵백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다 문득 말을 꺼냈다.

“자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군.”

“저 같은 거지에게 무슨 제안을 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요?”

“우리 개방에 들어오게나.”

설마 이런 말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표영이었다. 하지만 이건 사실 표영이 바라던 바가 아니던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하는 법. 이미 개방 방주라는 신분이 있긴 하나 어느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은 입장이다.

“하하, 농담도 잘하시네요. 어찌 저 같은 거지가 개방에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저는 무공도 모르고 그저 개 잡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답니다. 하하하, 하지만 듣기 싫은 말은 아닌걸요.”

겸양을 하면서도 수긍하는 어조를 구사했다.

‘이 노인장은 조금 특별하구나. 설마 내가 누군지도 모를 테니 함정일 리는 없을 테고… 어쨌든 기회가 닿는다면 개방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지.’

표영이 어느 정도 마음이 있음을 본 묵백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농담이 아니네. 개방은 그 뿌리가 거지네. 그러니 자네 같은 친구가 한 명 정도는 있는 것도 그리 나쁠 것은 없지 않겠나.”

“그럼 정말로 절 개방제자로 맞아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좋습니다. 저야 뭐 손해날 것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가 말해 보게나.”

“전 원래 깨끗한 옷 입는 것이 체질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냥 이대로 지냈으면 하는데요.”

옷을 가리키며 표영이 말하자 묵백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허허, 그렇게 하게나. 그렇지 않아도 내 자네는 특별히 예외로 둘 생각이었다네.”

“하하하, 감사합니다.”

표영은 소리 내어 웃으면서 각오를 새롭게 했다.

‘이제 시작인가.’

드디어 개방에 한 발을 들이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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