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7장 (18/199)

 # 17

17.

제14장 미친 거지 노인

“왜 안 된다는 거예요?”

표영은 황당함으로 마음이 끓어올라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의 앞에는 개방 제자들이 귀찮다는 듯이 앉아 있었다.

“내가 얼마나 고생고생해서 개 비법을 터득했는지 알기나 하고 하는 소립니까? 이제 와서 아무 소용이 없다니 말이 되는 소리냐고요!”

이 무슨 개미 허파 터지는 소리란 말인가? 분통을 터뜨리는 표영을 향해 개방 제자 하충이 뻣뻣하게 말했다. 그는 은영조의 조장이었다.

“이봐 젊은 친구,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었어. 하지만 그때 그 이야기를 했던 주동은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서 떠난 지 1년이 지났다네. 게다가 지금 우리 사이에 대화의 핵심은 개방과 개는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이야. 우린 강호의 무림인이지 거지 집단이 아니란 말일세. 정녕 필요한건 개 비법이 아니라 무공이네.”

그는 귀찮다는 듯 머리를 한차례 턴 후 말을 이었다.

“그런데 자넨 어떤 무공도 익히지 않았잖은가. 그 당시 주동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한 시간낭비하지 말고 그냥 자네 주특기인 개장수로 나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네 그려.”

“허허…….”

표영의 입에서는 그저 공허한 마른 탄식이 새어 나왔다. 그렇다. 주동과 그 무리들이 떠나 버린 것이다. 이 상황에서 주동이 있었다면 어떻게 우겨볼 수도 있겠으나 지금 눈앞에 있는 거지들에게는 생떼를 써 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천하에 게으름의 독보적인 경지에 오른 표영이 자신을 희생해 가며 개 비법을 연마했건만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스러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허망하게 물러설 순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개방은 거지들의 모임이니만큼 개를 잘 잡는 사람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시범으로 100마리 정도만 때려잡아 보이겠습니다.”

“이 자식들아, 입방시켜 주란 말이야!”

이틀간을 가는 곳마다 쫓아다니며 졸라댔다. 설득조로 말하기도 하고 고함도 질러대며 떼를 써보기도 했지만 결국 개방인들을 납득시킬 순 없었다. 하도 쫓아다니자 개방인들은 아예 몸을 숨겨 버렸다. 마지막으로 이런 말만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호북성의 곡하로 가보게나. 주동은 그곳으로 갔으니 말이네. 그 친구한테 가서 따져 보라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주동을 찾아가자. 내 이놈을 가만 두나 봐라. 개 잡는 것은 아무 필요도 없다니.’

표영은 마음이 울적해지면서 거친 기운이 온몸에 퍼짐을 느꼈다. 이럴 때는 어딘가에 화풀이를 해야 한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 으악∼ 신경질 나∼!!”

그날… 장령 지방의 모든 개들은 하루 내내 표영에게 얻어터졌고 개들의 비명은 천지 사방에 울려 퍼졌다.

호북성까지는 삼서성을 지나야만 갈 수 있는 참으로 먼 거리였다. 하지만 표영의 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신속했다. 지난 시간들 속에 개들에게 고난당한 것을 생각하면(비록 훌륭한 비법을 전수받는 계기가 되었지만) 주동을 만나면 견왕봉을 휘둘러 줄 작정이었다.

‘기다려라, 주동. 네놈의 방자한 주둥아리를 붕어 주둥이처럼 만들어주마.’

그렇게 씩씩대며 섬서의 취운산을 지날 때였다. 취운산은 산이 깊고 넓어 길을 놓치게 되면 계속해서 산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지형이 특징이었다.

“이거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은데…….”

왠지 길이 아닌 곳으로 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 산만 넘으면 될 것 같다가도 다시 큰 산을 맞이하곤 했다. 난감한 지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헤매는데 갑자기 비명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으아악∼ 살려줘!”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음성으로 보아 노인이 어려운 지경에 빠진 것이 분명했다. 표영은 예전과는 비할 수 없이 담대한 마음으로 돌변한 상태였기에 재빨리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표영이 발견한 것은 잔혹한 눈빛으로 으르렁거리며 침 흘리는 한 마리의 늑대와 겁에 질려 눈이 풀린 노인이었다.

“늑대가 감히…….”

표영은 허리춤에서 견왕봉(犬王棒)을 꺼내 쭉 뻗어 보이며 장엄하게 외쳤다.

“멈춰라, 이 흉악한 늑대야!”

늑대는 느닷없는 불청객의 출현에 귀를 쫑긋하더니 표영의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허거걱… 뭐, 뭐지… 저건?]

늑대가 바라본 것은 견왕봉이었다. 견왕봉이야말로 사조 때로부터 수십 년간 온갖 개들과 흉악한 짐승들을 때려잡았던 신물이 아니던가. 거기에 담겨진 살기만으로도 어쭙잖은 짐승들은 기겁하지 않을 수 없는 신묘함이 깃든 물건이랄 수 있었다. 늑대는 타고난 감각으로 천적이 나타났음을 직감했다. 머리에서 비상 신호가 급히 울리며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라는 경고를 보내왔다.

[튀, 튀자…….]

하지만 늑대가 튀어야겠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표영이 구혈잠혈을 시전해 버린 것이다. 늑대는 형용하기 힘든 살기가 에워싸는 바람에 머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돼버렸다. 다리가 빳빳이 굳어버렸다.

[이, 이러다간… 정말…….]

늑대가 걱정하는 상황은 바로 나타났다. 표영이 몸을 날려 견왕봉으로 늑대의 머리를 후려갈긴 것이다.

퍽!

늑대는 오들오들 떨 뿐 캐갱이라든지, 끼낑이라든지의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혀도 입도 굳어버린 것이다. 이미 승부는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두려움에 떠는 늑대에게 표영의 연설이 시작됐다.

“네깐 놈이 감히 무엇이기에 사람을 해하려 하느냐. 지천에 먹을 게 깔렸건만 오만 방자한 짓을 자행하다니. 정신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늑대는 분명 알아듣지도 못할 것이 뻔 한데도 표영의 연설은 계속 됐다.

“…내 오늘 산중에 있는 모든 흉악한 짐승들에게 너를 통해 교훈을 주지 않을 수 없구나. 너는 죽음으로써 모두에게 짐승의 똑바른 생활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알려주게 되는 것이니 그나마 마지막에 좋은 일을 하게 되는 것임을 감사히 여기 거라. 준비됐겠지?”

잔뜩 쫄아 있는 늑대는 그저 눈만 내리깔고 있을 뿐이었다.

“알아들었어, 못 알아들었어?”

늑대는 다 죽어가는 소리로 살기에 눌려 가늘게 흐응… 흐응… 소리만 냈다.

“이 자식이 감히 내 말을 먹어버려? 내가 네 친구냐, 이 자식아. 죽어라, 죽어, 죽어∼!”

퍼퍼퍼퍽-

머리며 몸통 할 것 없이 난타를 하는 통에 늑대는 곧바로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갔다. 한쪽에서 겁에 질려 바라보던 거지 노인은 흉악한 늑대가 쓰러지자 하늘로 날 듯 뛰며 환호했다.

“와∼ 잘한다, 잘해. 우리 편 이겨라. 우리 편 무조건 이겨라.”

표영은 응원 소리에 힘이 나 이미 죽은 지 오래된 늑대의 몸을 몇 번 더 가격했고 거지 노인은 몸을 방방 뜨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와∼ 죽었다,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이겼어!”

환호하는 거지 노인의 눈빛은 번들거리고 목소리의 음색이 째지고 갈라졌다. 그의 행동과 말로 보아 정상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표영은 그런 것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표영도 다른 사람과 비하자면 괴상한 축에 드는지라 그저 응원해 준 것에 보답하듯 양팔을 들고 마구 흔들어주었다.

“워워…….”

한동안 그렇게 둘은 찬사를 보내는 자와 찬사를 받는 자가 되어 신바람을 냈다. 아마 누군가가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다면 혀를 끌끌 차며 검지로 머리 쪽에 대고 빙글빙글 돌렸으리라. 그나마 정신이 돈 건 아닌 표영이 미소를 띠며 노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으세요?”

“다친 데? 응… 여기 아야 해.”

노인은 금세 슬픈 표정으로 바뀌어 어린아이처럼 손가락으로 무릎을 가리켰다. 도망가다가 넘어져 약간 째진 상처였다.

“하하하… 노인장도 참, 이 정도야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다행히 제게 특효약이 있으니 염려 마세요.”

표영은 특효약을 꺼내고자 눈을 지그시 감고 숨을 길게 들이마신 후 기합을 내뱉었다.

“크으윽 퉤∼”

손바닥에 침이 가득 고였다. 특효약은 다름 아닌 침이었던 것이다. 표영은 노인의 무릎에 골고루 넓게 발라주었다. 이런 것을 약이랍시고 바르는 것은 표영만의 발상이겠으나 그에 반응하는 노인의 말은 더욱 한 수 위였다.

“우와!! 시원하다. 정말 하나도 아프지 않은 것 같은걸!”

표영마저도 상대방의 열렬한 반응에 의아함을 품을 지경이었다.

“좀 더 발라줘∼ 응? 좀 더 많이 발라주라니까!”

“어? 네… 네…….”

다시금 표영이 가득 발라주자 거지 노인은 힘이 솟는다는 듯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하면서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표영은 자신이 발라주고도 의아했다. 정녕 그렇게 시원하더란 말인가? 그는 침을 자기 다리에 발라보았다. 시원하고 자시고가 없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시원하다고 하지 않는가.

‘음, 그래도 마음은 뿌듯하구나.’

“하하, 노인장의 몸이 나으셨다니 매우 기쁘군요. 전 이만 볼 일이 있어 떠나야 하니 부디 몸을 잘 살피시길 바랍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표영의 바지를 노인이 덥석 움켜쥐었다.

“형, 나 버리고 가면 안 돼. 나 혼자 있기 싫어. 무섭단 말이야.”

“예에∼ 형이요?”

표영이 아무리 괴짜라지만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자 노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음… 어쩐다.… 이 노인네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가본데… 이대로 두고 가버리면 혼자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잖은가… 거참…….’

표영이 고민하고 있을 때 노인은 계속 슬프게 말했다.

“내가 싫어서 떠나려고 그러는 거지? 형, 미워. 늑대가 나타나면 난 어떻게 해. 엉엉…….”

“울지 마세요. 저는 형이 아니에요. 전 아직 어리거든요.”

“형이 형이지, 또 뭐야. 괜히 나를 떠나려고 그렇게 말하는 거지? 다 알아, 정말 나빠… 흑흑…….”

마음이 여린 표영은 측은지심이 일어 그냥 두고 떠날 수가 없었다. 개방의 주동에게 따지러 가는 것이 중요했지만 만일 이대로 떠나면 분명 후회할 것 같았다.

“음… 그럼 잠시 동안만 같이 있도록 할게요. 알겠죠? 저는 사실 다른 곳으로 가볼 일이 있거든요.”

노인은 뛸 듯이 기뻐했다.

“아이 좋아라, 형. 우리 집으로 어서 가자.”

노인의 거처는 산중에 있는 동굴이었다. 돌무더기들이 듬성듬성 자리한 사이로 동굴의 입구는 시키면 입을 쩍 하니 벌리고 있었다. 입구의 크기는 장정 세 명이 어깨를 잔뜩 벌리고서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컸으니 제법 그 안쪽도 넓을 것이었다.

“형, 여기가 바로 내 집이야. 헤헤…….”

거지 노인의 목소리엔 아주 근사한 장원을 소개하듯 은근한 자랑이 배어 있었다.

“우와! 정말 좋은 데 사시는군요.”

누가 봐도 전혀 좋을 것 같지 않은 동굴이었지만 표영의 눈엔 정말 좋아 보였다. 거지의 삶은 거지가 알아주는 법.

그저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동굴 입구 쪽에는 타고 남은 장작과 숱이 보였고 안으로는 밥그릇과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더불어 안으로 들어가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렸다. 거지 중에서도 정말 상거지라 할 수 있었고 추접하기로도 표영과 막상막하를 다툴 지경이었다.

‘음, 정말 이 노인은 대단하구나. 개방인도 아니면서 거지로서 손색이 없이 살아가고 있으니……. 근데 왜 이곳에서 혼자 사는 것일까? 전에 운학 할아범이 이야기해 준 것처럼 아들과 며느리가 이곳에 버리고 간 것일까?’

집에서 표영을 돌보는 일을 맡은 운학 노인이 해준 이야기는 노모(老母)를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아들과 며느리는 노망이 든 어머니를 2년간 모시고 있었답니다. 노망이 들면 간혹 엉뚱한 일들을 하게 되죠. 밥을 한다고 해놓고서 솥이 다 탈 때까지도 모르고 있는가 하면, 오줌똥도 가리지 못하게 된답니다. 그런 생활이 언제까지 될지 몰라 두 부부는 지치고 말았습니다. 결국 둘은 팔순에 이른 모친을 깊은 산중에 버리기로 했답니다. 좋은 데에 모시고 가겠다고 하고선 하루 먹을 음식을 놓아두고 돌아오게 되었죠. 그 후 지내보니 그렇게 한가하고 여유로울 수가 없더랍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부는 허전함과 함께 큰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게 되었답니다. 둘은 마음을 바꿔 어머니를 모시고 오기로 하고 버렸던 장소로 찾아가게 되었죠. 하지만 그때는 이미 어머니는 싸늘한 시신이 된 후였답니다. 노망든 어머니는 품에 사람 모양의 돌을 꼭 끌어안고 죽어 있었는데 그 얼굴엔 미소가 어려 있었다지 뭡니까. 그 돌에는 아들의 이름 석 자가 새겨져 있었고요. 아들은 비로소 얼마나 자신이 어리석었는지를 깨닫고 대성통곡했답니다. 도련님께 서는 장주님과 마님께서 살아 계실 동안에 효도를 다하셔야 합니다.”

표영은 마음이 아팠다. 지금 노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꼭 이야기 속의 주인공같이 느껴진 것이다.

‘정말 불쌍한 노인이구나. 나라도 잘해드려야지.’

그때 미친 노인이 헤헤거리며 말했다.

“형, 우리 밥 먹자. 내가 남겨둔 밥이 있거든.”

“그럴까요?”

“에잉… 형, 아까부터 왜 그러는 거야… 내가 싫어졌어? 난 동생이잖아. 왜 말을 그렇게 하는 거야. 응?”

“허허… 거참…….”

표영은 어이없어 허허거렸다. 하지만 굳이 예의를 차리는 것이 되레 노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될까 봐 말을 놓았다.

“자, 그럼 밥을 먹어볼까?”

“응, 형… 헤헤.”

거지 노인이 가져온 밥은 상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표영은 이보다 더한 것을 주식으로 삼아왔던 터라 전혀 거리낄 게 없었다. 둘은 상하기 일보 직전의 밥을 우적우적 정성스럽고 맛깔스럽게 먹었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사람을 쉽게 친하게 만드는 법이다. 그래서 가족을 식구라고 하지 않던가. 표영과 거지 노인은 밥을 먹으며 아주 오랫동안 만나온 사람처럼 즐거워했다.

그렇게 시간은 가고 날이 어두워졌다. 동굴 밖을 돌아다니며 서로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주고받다가 밤이 되어 동굴로 들어와 각자 잠이 들었다. 표영이 한참 단잠에 빠져 있을 때였다.

빠악-

표영은 머리통이 깨질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몸이 갑자기 반 바퀴 도는 듯하더니 피가 머리 쪽으로 쏠리는 게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았다. 큰 충격을 받았지만 어지간한 일은 대충 넘어가는 성격인 표영인지라 이 상황을 꿈으로 받아들였다.

‘허, 이상한 꿈도 다 있네. 이런 식으로 꾼 꿈은 처음인데… 진짜로 아픈걸, 흐흐…….’

눈도 뜨지 않고 머리의 고통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며 여전히 잠을 청하려 할 때였다.

턱, 턱, 턱!

표영은 몸이 거꾸로 된 상태에서 아래로 위로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면서 턱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머리에 다시 큰 통증을 느꼈다. 꿈이라고 생각하기엔 그 고통이 너무나 컸다.

“으악… 뭐야∼ 이건 꿈이 아니잖아.”

눈을 뜨고 정신을 집중하자 누군가에 의해 발목이 잡힌 채 머리로 땅에 방아를 찧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떤 놈이냐? 이것 놓지 못해. 으악∼ 누구야? 아프단 말이야, 이놈아∼!”

몸을 뒤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손은 위아래로 왕복하며 바닥에 찧어대고 있을 뿐이었다. 그와 함께 음산한 목소리가 표영의 귓가를 때렸다.

“클클클…… 너는 도대체 뭐 하는 놈이기에 이곳에 와 있는 거냐. 나를 죽이러 온 것이렷다. 크크크… 결코 용서할 수 없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