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0장 (11/199)

 # 10

10.

감숙성의 장령 땅에 이르게 되었을 때 표영의 몸은 어느 누가 보아도 최고의 거지로 인정해 줄 수 있을 정도로 변신해 있었다. 머리는 너풀너풀 거렸고 기름기가 좔좔 흘러 짜내기라도 하면 당장 항아리 가득 받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기꾼 여방만과 바꿔 입었던 회색 빛 거지 옷은 아예 새까맣다 못해 검은 윤기로 번들거릴 지경에 이르렀으며, 또 몸의 때는 겹겹이 온몸을 감싸 삼 층을 이루게 되었는데 이것을 가리켜 표영은 ‘삼겹 때’를 이루었다며 좋아했다.

장령 지방의 사람들은 난데없이 등장한 추접하기 이를 데 없는 거지를 보고 모두 한결같이 고개를 내젓고 혀를 내두르며 한마디씩 내뱉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내 살다 살다 저런 거지는 처음 보는군. 저래 가지고도 살겠다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쯧쯧…….”

“부모가 누구인지 몰라도 저런 놈을 낳고도 미역국을 먹었을 테지. 미역국이 아까워 미역국이…….”

“팔십 평생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지만 저렇게 추접한 놈은 처음이다. 거지 경인 대회라도 연다면 단연 일등은 따 놓은 당상이겠군.”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려고 해도 코와 입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구분이 가질 않는군. 거참, 괴이할세.”

워낙에 얼굴이 새까맣다 보니 머리카락과 이마의 선을 나누는 경계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곱상한 얼굴은 이미 때 속에 파묻혀 그 형상이 가려진 지 오래였고 눈에서 번져 나는 청광(淸光)도 언뜻 봐서는 잘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가 되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평범한 사람이 들었을 때는 욕이겠지만 거지가 되겠다고 나선 표영에겐 오히려 모든 말들이 격려와 칭찬으로 들렸다. 흐뭇함과 함께 가슴 가득 밀려드는 벅찬 감동에 주체할 수 없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도 이 정도면 경지에 오른 것이로구나, 하하하.”

만족스럽게 흐뭇한 미소를 지은 후 표영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개방 사람들을 찾아볼까.”

표영은 지역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다녔다. 하지만 쉽게 찾으리라 생각했던 개방인들은 그리 쉽게 눈에 띄질 않았다.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누워 잠을 자고 있는 거지들이 그럴싸해 보여 물어보았지만 한결같이 자신들은 개방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말뿐이었다.

표영은 슬슬 다리도 아파오고 해서 골목 귀퉁이에 아무렇게나 쭈그리고 앉았다.

‘다들 어디로 간 걸까? 단체로 야유회라도 간 것일까.’

멍하니 어디서 그들을 찾을까 고민하던 표영의 눈에 옆쪽으로 일 장여(약 3.3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다섯 명의 사내들이 보였다. 언뜻 보았을 때는 잘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그들의 옷차림은 보통 사람하고는 다른 데가 있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저들이 입은 옷이 전에 집으로 찾아왔던 녹의를 입은 아저씨랑 비슷한걸.’

그들의 옷은 깨끗한 데 반해 이곳저곳을 고의로 꿰맨 자국이 나 있었다. 그것은 그저 거지인 척 꾸미려 하는 것 같았고 연극을 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표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들에게 물어나 보자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거기 앉아 계신 분들… 혹시 개방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그들은 웬 떨거지냐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는데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가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우리가 개방인들이네만. 거지 친구는 우리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

“엥? 개방이라구요? 정말입니까?”

표영은 반가운 마음에 몸을 일으켜 그들 곁으로 가서 앉았다.

“하하하, 이렇게 반가울 수가… 제가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모르실 겁니다.”

실제로는 한나절밖에 찾지 않았지만 표영은 굉장히 수고로웠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정작 개방인들은 표영이 옆으로 바싹 다가앉자 썰물처럼 떨어졌다. 자신들도 거지과라곤 하지만 이건 진짜 거지인 것이다.

“왜 우릴 찾아다닌 건가?”

“하하하, 생긴 것 답지 않게 눈치가 없으시네요. 저를 딱 보시면 뭐 느껴지는 것 없으세요? 저 거집니다. 거지! 앞으로 개방에 들어 훌륭한 거지가 되고자 이렇게 찾아온 것이죠.”

“음, 몰골을 보아하니…… 심각하긴 하군. 근데 개방에 투신하겠다, 음…….”

다섯 명의 개방인들 중 우두머리는 지금 입을 연 주동(柱棟)이었다. 깔끔한 외모를 가진 그는 나이가 이제 23세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린 나이에 개방에 입방하여 7년 차 된 지금은 장령 지타의 은영조 조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이였다.

“거지 친구, 자네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대충 알겠네. 하지만 개방은 말일세. 거지들을 받아들이는 곳은 아니라네. 그저 거지 노릇을 하려는 것이라면 스스로 무리를 만들어보는 것이 좋을 거야.”

표영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말했다.

“그래도 거지를 할 바에야 개방에서 해야죠. 집을 나설 때 저희 부모님께서도 개방으로 들어가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거라고 말씀하셨거든요.”

히죽거리는 얼굴을 보며 주동은 ‘허허’ 하며 작은 소리를 내며 기도 안 찬다는 듯 말했다.

“내 말을 잘못 알아들은 모양인데… 잘 듣게나. 거지가 된다는 것은 크게 어려울 것이 없네만 개방에 들어온다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라네. 우리 개방은 자네가 말한 바대로 거지 중에 최고의 거지가 아닌가. 무림인들도 개방이라면 한두 수 접어줄 정도로 꽤나 괜찮은 거지들이라 할 수 있지. 하지만 그만큼 들어오는 방법 또한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네.”

표영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제가 그럴 줄 알고 집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씻지도 않고 날마다 구걸을 하면서 거지춤도 얼마나 연습을 많은 했는데요. 이 정도로 더러우면 되지 얼마나 더 해야 되겠어요? 자. 여기 보세요. 삼겹 때라니까요. 봐요, 봐, 층이 보이죠? 여기가 삼 층, 그 밑이 이 층, 제일 끝이 일 층으로 총 삼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구요.”

자랑스럽게 하는 말에 주동을 비롯한 개방인들은 지층의 구조처럼 쌓인 때들을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 어…… 그래. 저, 정말 신비롭군.”

“어때요? 이 정도면 충분하죠?”

주동은 의외로 끈질긴 거지 녀석을 어떻게든 떼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놈이 무림인이 된다면 최악의 무인이 되겠군. 정말 타고난 거지가 아닌가.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이 개방에는 들여서는 안 되지. 오염은 막아야 되니 말이야.’

“음, 좋아, 그럼 내 친히 자네가 거지로서의 기본 자질이 있는지 한번 시험해 보도록 하겠네. 어때, 한번 도전해 볼 텐가?”

“시험도 보는군요? 하하하, 아주 재밌겠는걸요. 한번 해보죠 뭐”

“재밌긴 하지. 자, 나를 따라오게.”

표영이 주동을 따라간 곳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집이었다. 대문 앞에 이르러 주동이 헛기침을 한 후 말했다.

“험험…… 이 집엔 말일세. 제법 사나운 개가 있다네. 그렇다고 진짜 무서운 개는 아니지. 이 정도의 개들은 지천에 널려 있으니까 말이야, 험험…….”

주동이 헛기침을 한 이유는 실제 이 집의 개는 장령 지방에서 사납기로 첫손에 꼽히는 유명한 개였기 때문이다.

“자네가 개방 제자가 되려면 먼저는 개들을 제압할 줄 알아야 하고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네. 구걸을 하는 데 제일 먼저 상대해야 할 족속들이 바로 개들이거든. 자, 들어가서 저 개를 한번 요리해 보게나. 자, 여기 몽둥이를 받게.”

표영은 몽둥이를 받아 쥐고 슬금슬금 안으로 들어갔다. 들은 말대로 집 안에는 거대한 개 한 마리가 흉악한 이빨을 드러낸 채 으르렁거렸다. 표영은 먼저 반갑게 인사했다.

“하하하……. 견형(犬兄), 미안하지만 나한테 몇 대만 맞아줘야겠어. 수고스럽겠지만 부탁해. 알겠지?”

표영의 느릿느릿한 걸음과는 달리 개는 앞뒤 안 가리고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놈 참, 성질도 급하군.’

표영은 개가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옆으로 한 걸음 잽싸게 피한 후 몽둥이로 머리를 가격해 버렸고, 개는 깨갱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이것은 단지 표영이 머릿속으로 생각한 멋진 장면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실제 상황은 정반대로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어느새 오른쪽 허벅지가 쇠갈고리 같은 개 이빨에 의해 물리게 된 것이다. 개머리가 빠개지는 소리 대신 표영의 비명이 길게 울려 퍼진 것은 물론이고.

“으아악∼!!”

표영은 괴성을 질러대며 손으로 개머리를 잡고 뜯어내려 했다. 하지만 개는 보통 독종이 아닌지 더욱 세게 물고 늘어질 뿐이었다. 늘 집에서 잠만 자고 게으름을 떨던 표영이 이렇게 개에게 물려본 적이 있었겠는가. 이런 고통을 당해본 적이 없는 표영인지라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몰랐고 그저 눈앞엔 하늘만 빙빙 돌았다.

“놓으란 말이다. 이놈아! 으악∼ 표영 살려!”

표영은 계속 이러다간 살점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기에 어떻게든 대책을 강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뼈 속까지 아픔이 밀려드는 가운데 표영의 부릅뜬 눈에 개의 뒷다리가 크게 확대되어 들어왔다.

“나쁜 개 같으니라고. 정녕 네놈이 안 놓겠다 이거렷다! 그래, 좋아, 그럼 나도 손해볼 수만은 없지. 나도 물어주겠어. 에라, 이 나쁜 놈아!”

표영은 몸을 숙여 개의 뒷다리를 있는 힘껏 물어버렸다. 이젠 개와 표영은 서로의 허벅지를 문 채 죽기 아니면 살기로 매달렸고 이빨 사이로 피가 방울방울 맺혔다.

일이 이렇게 되자 당황한 쪽은 개였다. 그런대로 여유를 가지고 ‘조금만 물고 이제 놓아야지’라고 생각했건만 뜻밖에 거센 반격을 당한 것이다. 그것도 허벅지가 장난 아니게 아팠다.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

개로서는 이제까지 무수히 많은 불청객들을 물어뜯어 보긴 했어도 지금처럼 사람에게 물어 뜯겨 보기는 처음이었다. 표영과 개는 서로의 이빨을 서로의 살점에 박은 채 땅바닥을 구르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씩씩… 씩씩…….”

[훅훅… 훅훅…….]

개도 개지만 표영도 만만치 않았다. 개는 점점 갈수록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이 아파 이젠 끝냈으면 했는데 젊은 놈의 이빨은 더욱 힘이 더해가는 것 같아 함께 물고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물러선다고 해도 상대가 놓아주지 않을 것만 같았다.

둘의 싸움은 이제 기세 싸움으로 변했다. 서로 대화는 통하지 않았지만 한데 엉켜 상대에게 기를 토해냈다.

[표영: 누가 이기나 보자. 난 한 가지에 매달리면 그건 아주 잘한다고.]

[[개: 썅, 이제 그만 하자. 오늘 왜 이리 운수가 사납냐. 세상엔 별 희한한 놈이 다 있구나. 나도 개지만 넌 진짜 개 같은 놈이다. 썅…….]

밖에서 빼꼼히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개방의 주동은 입이 귀까지 찢어지고 눈은 주먹만큼 커다랗게 변했다. 이런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리라곤 상상이나 했었던가. 그로선 개와 한데 엉켜 누구의 이빨이 더 센지 내기라도 하듯이 씩씩거리는 모습은 머리에 털 나고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던 것이다.

‘절대로…… 절대로 저 녀석은 개방에 들어오도록 해선 안 되겠어. 그렇게 되는 날엔 개방은 정말이지 진짜 거지들의 소굴이 돼버리고 말 거야.’

주동은 슬금슬금 몸을 빼 사라졌다. 하지만 표영과 개는 여전히 처절하리만큼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그 광경은 마침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러운가 하고 마당 쪽을 바라보던 집 주인의 눈에 포착되었다. 집 주인의 얼굴은 아까 주동이 보여 주었던 표정과 똑같았다.

살다 살다 이런 미친 짓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그였다. 그는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고 허겁지겁 마당으로 뛰어갔다.

“개나 거지새끼나 모두들 미쳤구나.”

주인은 손에 잡히는 대로 몽둥이를 잡고 사정없이 표영과 개에게 달려들어 누구 가릴 것 없이 패기 시작했다.

퍽퍽- 퍼퍼퍽-.

그때서야 비로소 표영과 개는 각자 비명을 질러대느라 서로를 물고 있던 입을 벌리고 떨어졌다.

“으악! 사람 살려. 표영 살려∼!”

깨깽깨갱-

얼마나 맞았을까. 한동안 그렇게 신나게 두들겨 맞고 나서 표영과 개는 마당에 쫘악∼ 뻗어 널브러졌다. 주인은 손을 탈탈 털고 간신히 숨만 내쉬고 있는 표영의 두 발목을 잡고 집 밖으로 질질 끌고 가더니 패대기쳤다.

“이 미친놈아, 무슨 마음으로 우리 집에 와서 난리법석을 떠는 게냐. 왜 걸핏하면 우리 집에 와서 거지들이 소란을 피우는 거냐고. 한번만 내 눈에 띄면 그땐 가만 두지 않겠다. 알았어? 캬악∼ 퉤!”

표영은 이마에 묻은 침이 귓가로 흐르는 것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양떼구름이 포근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하하…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표영은 만족스럽게 여기고 잠시 후 발을 절룩거리면서 개방 제자들을 만났던 곳으로 향했다.

“어허허, 어때요? 이 정도면 잘한 것 같지 않아요?”

여기저기 얻어터져 추레한 몰골이었지만 표영은 주동을 향해 밝게 웃었다. 주동은 약간 미안한 마음에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다른 데 두고 말했다.

“음, 자네의 기상은 정말이지 남다른 데가 있더군. 그 기상만큼은 아주 훌륭했어, 험험… 근데 말이야. 그 정도 실력 가지고는… 험험… 솔직히 개방에 들어오기는 힘들다네. 미안한 말이네만 그냥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어? 내가 개다리 물어뜯는 거 못 보셨어요? 그거 굉장했는데…….”

나름대로 자신감이 가득한 표영의 음성에 주동이 순간 헛바람을 들이켰다.

‘헉-!’

아까 보았던 그 험한 광경이 떠오른 것이다.

‘맞아, 보긴 잘 왔지. 그리고 대단한 것도 사실이었어. 하지만 너 같은 놈이 들어왔다간 개방은 진짜 거지들이 우글거리는 곳이 돼버리고 말 테니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지 않겠느냐.’

그는 생각을 정리하고 쫓아낼 빌미를 생각하고서 말했다.

“음… 그렇긴 해, 하지만 말이야. 그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훨씬 뛰어나야 한다네. 완전히 제압할 수 있을 때까지는 힘들겠네. 우린 적어도 눈빛만으로도 개를 눕힐 수 있는 정도가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거든.”

주동의 말은 과장된 허풍이었다. 무림 거대 방파인 개방에서 고작 개 때려잡기로 입방을 결정할 리는 만무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표영은 그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러니까, 눈빛만으로도 개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로군요. 거참, 대단한 분들이시네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표영에게 주동은 왠지 불안한 마음이 솟아오름을 느꼈다.

‘뭐, 뭐냐, 이놈은, 진짜로 믿는 것 같지 않은가. 허허.’

정말이지 곧이곧대로 믿고 끝내 배워올 것만 같았다. 그러다 그는 표영의 허벅지에 새겨진 개 이빨 자국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이 일어 가까이 불렀다.

“그건 그렇다 치고 먼저 개에게 물린 곳에 약을 발라주겠네.”

주동은 품에서 구치환(狗齒丸)을 빼내 손으로 으깼다. 그리고 물병에서 물을 조금 부어 묻힌 후 끈적끈적하게 만든 다음 허벅지에 발라주었다.

구치환은 거지들의 상비약으로 여러 가지 상처에도 상당한 효험이 있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개에게 물린 데는 이보다 더한 특효약은 없었다.

“아주 시원한데요. 그럼 제가 개 비법을 터득해서 눈빛만으로도 개를 다스릴 수 있게 되면 꼭 허락해 주셔야 해요?”

순진무구하게 말하는 표영의 말에 개방제자들은 일순 뜨악한 표정으로 변했다.

“어? 어… 그래…….”

‘저, 정말 배워 가지고 올 모양이다. 정말이지 세상은 넓고 희한한 놈들은 널려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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