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오문-160화 (160/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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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 둥! 둥!

북천방 진영에서 들려오는 북소리를 들으며 유세운은 입맛을 다셨다.

“제법 분위기 좀 내는데?”

오천의 북천방의 정예 무사들. 방금 전 도병우가 말 했던 대로 진영을 짜고 움직이고 있었다.

백 장의 거리. 마주하고 선 양 진영의 머리위로 겨울 해가 햇살을 비추었다. 팔인교의 주렴을 걷고 이청형이 걸어 나왔다.

“북천의 선두에 선 자. 육우령을 내놔라.”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이청형의 목소리를 들으며 유세운은 귀를 후볐다.

“시끄럽군.”

조상의 시선이 유세운을 향했다. 유세운은 앞으로 말을 몰아 나갔다.

“육우령은 광오문의 문도가 됐다.”

이청형 못지않게 큰소리로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북천방의 정예병들이 술렁였다.

“청룡도 육우령이 중원의 문파에?”

“설마 그가?”

유세운의 말에 이청형은 두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딴 소리를 믿을 것 같으냐!”

“네가 믿어 주기를 바라진 않아. 다만 그것이 사실이라는 거지.”

이청형은 백장을 넘어선 거리에서 웃고 있는 유세운을 쏘아보았다. 그토록 가지고 자 했지만 갖지 못한 자를 거두었다고 했다. 이청형의 전신에서 뭉클뭉클 살기가 뻗어 나왔다. 입가에 그려지는 미소.

“그렇다면 오늘! 광천주 이청형이 어떤 자인지 알게 해주마.”

이청형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평야에 퍼져나가는 것을 들으며 유세운은 어깨를 움직이며 몸을 풀었다. 이청형의 일갈이 터져 나왔다.

“쳐라! 북천의 무서움을 알려줘라!”

차차차창.

일제히 뽑혀드는 병장기를 보며 유세운은 웃음을 지었다. 묘한 긴장감이 전신에 감돌았다. 유세운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손을 들어 올렸다.

“오늘! 단 하루만 나를 따라라! 우리가 지나가는 곳에 북천 무인들의 길이 열릴 것이다!”

유세운의 말에 청의 금검대 인물이 사기를 끌어 올리며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차차창.

유세운은 앞으로 나오는 세 개 부대를 바라보았다. 좌측의 백호기와 중앙의 주작기, 우측의 청룡기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반월진인가?”

반월형으로 둘러싸고 천천히 전진하는 무리들을 보며 유세운은 나오기 전 육우령이 한말이 떠올랐다.

백호장군(白虎將軍) 야율적.

금나라 무장 가문의 무인.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권법으로 백호장군의 위(位)에 오른 자. 가장 불같은 성격을 가진 자라고 들었다.

유세운은 동무벽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동호법.”

“왜 그러시오?”

멀뚱히 옆에서서 대답하는 동무벽에게 유세운은 장난끼 어린 미소를 지었다.

“나보다 서두르지 않으면 그자를 벨 틈은 없을 거야.”

“무슨 말이오?”

동무벽의 되물음에 유세운은 시선을 전방으로 돌리며 손을 앞으로 향했다.

“가자! 첫 번째 목표는 백호장군이다!”

좌측에 보이는 백호기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 나가는 유세운을 보며 동무벽이 소리쳤다.

“앗! 그런 법이 어딨소!”

동무벽은 뒤를 돌아 지원군중 가장 성격이 불같은 자들만 모은 선발대를 바라보았다.

“나를 놓치는 자는 결코 용서치 않는다. 바짝 따라와라!”

“예!”

동무벽의 말이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의 뒤를 따라 정신없이 말을 몰아 앞으로 달려가는 선발대를 보며 관백은 웃음을 지었다.

“우리도 질 수야 없지. 주작의 날개 오늘 우리가 꺾어 보자.”

“예!”

일제히 대답하는 지원군의 무사들을 보며 관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힘껏 내달리기 시작하는 마상에서 관백은 부채를 꺼내 들었다. 주작기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관백은 바람에 펄럭이는 옷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도병우는 자신의 옆에선 하후추를 바라보았다.

“우리도 가보는게 좋겠습니다.”

하후추는 도병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청의문의 산영삼검과 청죽오검과 함께 있는 조상을 향해 하후추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외문주로서 문주의 옆을 지켜드리지 못함이 죄송스러웠다.

조상은 그런 하후추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하후추의 시선이 청룡기를 향해 고정되었다.

“갑시다.”

도병우는 곰방대를 치켜 올리고 입을 열었다.

“단 한 순간도 내 명령을 놓치지 마라!”

“예!”

“가자!”

도병우의 곰방대가 우측의 청룡부대를 향해졌다. 일제히 달려 나가는 기마를 보며 조상은 이를 악물었다. 본진의 허리를 치는 일. 결코 쉽지 않은 작전이다. 내문의 고수 중 여덟 명이나 데리고 있으면서도 손에 식은땀이 흘렀다.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다.

전력으로 앞으로 달려가던 유세운은 적의 진영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백 명씩 질서 정연하게 서 있는 부대들. 다섯 부대가 앞을 막고 있었다. 그 뒤에서 펄럭이는 백호기를 보며 유세운은 내력을 끌어 모아 소리쳤다.

“야율적! 꼬리를 말고 숨은 거냐? 나와라!”

유세운의 외침에 백호부대가 술렁였다. 일제히 도를 뽑아 들고 형형한 눈빛으로 쏘아보던 자들의 중앙이 갈리며 백의를 입은 팔척 거구의 장한이 나타났다.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주먹을 휘두르며 나온 자가 소리쳤다.

“건방진 자! 이름을 밝혀라!”

분노로 이글거리는 야율적의 눈을 바라보며 유세운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단숨에 돌파한다!”

“예!”

청의 금검대의 대답을 들은 유세운은 이십 장의 거리를 남겨두고 말의 안장을 박찼다. 백호장군 야율적은 유세운이 날아오는 모습을 보며 양 주먹에 가득 강기를 끌어 모았다.

“누군지는 몰라도 피떡으로 만들어주마!”

유세운은 야율적의 얼굴이 점점 다가오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죽기 전에 이름은 알아둬라. 난 광오문주 유세운이다!”

이청형은 고작 백여 명의 부대와 함께 달려오는 유세운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래봤자 고수는 너뿐이다. 너의 부대마저 고수는 아니지.”

이청형은 옆의 명령을 하달하는 기수에게 소리쳤다.

“백호장군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해라. 주작부대가 백 명의 뒤를 친다!”

이청형의 말에 기를 휘두르는 기수가 백호기를 뒤로 내저었고 주작기를 오른쪽으로 휘둘렀다.

이청형은 달려오던 유세운의 내력이 담긴 목소리를 들었다.

“야율적! 꼬리를 말고 숨은 거냐? 나와라!”

유세운의 일갈을 들은 이청형은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저런 도발에 넘어가진 않겠지?”

이청형의 기대는 단번에 무너졌다. 백호부대의 선두로 향해지는 백호기를 보며 이청형은 기수에게 다시 명령을 내렸다.

“지금 가봐야 난전 밖에 안 되니 마주 오는 적들을 맞아 싸우라 하라. 그리고 현무부대는 좌측의 청룡부대를 지원해라.”

이청형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수의 손이 분주해졌다.

야율적의 양손이 파공음을 일으키며 강기를 내뿜었다. 코앞으로 다가오는 강기를 보며 유세운의 일권이 뻗어나갔다.

펑!

“크헉!”

말안장에서 뒤로 튕겨나가는 야율적을 쫓아가며 유세운의 양손에서 와선파천지가 펼쳐졌다.

퍼퍼펑!

“크헉!”

“컥!”

옆에 도열해 있던 백호부대원들 열 명이 동시에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유세운은 야율적의 말 등을 차고 다시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청의 금검대 백인대장은 유세운을 쫓아가며 검강을 뿌려댔다.

“유문주님을 놓치지 마라!”

“예!”

선두에서 콧김을 내뿜으며 달리는 갈색 말을 따라 청의 금검대 고수들의 검강이 거침없이 뻗어 나갔다.

야율적은 신형을 뒤집어 땅에 내려섰다. 은근히 가슴을 아려오는 통증에 눈썹을 찌푸렸다.

“네놈! 막철유를 야습한 자인가?”

유세운은 좌우에서 뻗어오는 도기를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어제 그 자를 말하는 건가?”

유세운의 양손에서 좌우로 장강붕파의 일초가 펼쳐졌다. 강기의 파도가 백호부대의 도기를 삼키며 도기의 주인들마저 삼켰다.

콰쾅!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비산하는 백호부대원들. 일시적으로 생기는 공터를 보며 야율적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멍청한 자!”

좌우로 장강붕파를 시전한 유세운의 빈틈을 향해 야율적의 신형이 비쾌하게 날아왔다. 그의 손에 모인 백색의 강환을 보며 유세운은 장난끼 어린 미소를 지었다.

“누가?”

양쪽으로 휘둘러진 양손이 돌아오기 전 지척에 달한 백색의 강환을보는 유세운의 얼굴에는 여유가 있었다. 유세운의 코앞에 갑작스레 나타나는 은빛의 강환을 보며 야율적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무…무슨?”

자신의 권장이나 무기를 이용해 강환을 끌어내는 경지에 이른 자는 몇몇을 봤으나 아무 것도 없이 눈빛만으로 강환을 만들어 내는 자는 맹세코 처음 봤다. 의념만으로 만들어낸 강환이 위력적 일리는 없을 일. 야율적의 얼굴에 승리의 미소가 그려졌다.

“이 따위 얄팍한 수를 가지고!”

펑!

야율적의 강환이 유세운의 은빛 강환에 부딪치자 굉음과 함께 경력의 여파에 옷이 찢어질 듯 펄럭였다. 주먹에 느껴지는 힘을 가늠하며 야율적은 이를 악물었다.

“무슨 말도 안돼는!”

자신의 강환에 필적하는 은빛의 강환이었다. 간신히 두 다리로 경력의 여파를 버티고 있었지만 아직 놀란 가슴은 진정 되지 않았다. 그런 야율적의 귀로 유세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제법이었어.”

텅.

흠칫 놀란 야율적은 본능적으로 뒤로 몸을 날렸다. 쌍권을 내뻗으며 강기를 발출했다. 하지만 진각을 내딛은 유세운의 일권에서 뻗어오는 와선형의 경력이 쌍권의 강기를 옆으로 흘렸다.

펑!

“크윽!”

입가에 선혈을 내뿜으며 뒤로 날아가는 야율적을 향해 유세운의 신형이 따라왔다. 야율적의 품안으로 들어간 유세운의 오른 발이 다시 한번 진각을 내딛었다.

텅.

“받아라. 이것이 천하제일권. 팔각연환권이다!”

풍차처럼 회전하는 유세운의 전신에서 폭발적으로 팔각연환권이 풀려나왔다.

퍼퍼퍼펑.

“크아악!”

유세운을 따라 말을 몰아오던 동무벽은 혀를 찼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백호부대원들을 보며 보도를 뽑아 들었다.

“치사하게 문주씩이나 돼서는 호법의 몫을 채가다니.”

혼잣말을 중얼거린 동무벽의 보도에 도강이 어렸다.

“쳐라!”

동무벽의 보도가 휘둘러지며 반으로 갈린 백호부대의 좌측을 공격했다.

콰쾅!

“크윽!”

“컥!”

맨 앞에 말을 타고 있던 백인대장 둘의 도강이 동무벽의 도강을 막아냈다. 말안장에서 떨어질 뻔 한 백인대장들이 다급히 말고삐를 움켜쥐는 모습에 동무벽은 입맛을 다셨다.

“아직 문주만큼 녀석들을 날려버릴 수는 없군.”

동무벽의 고슴도치 같은 수염이 씰룩거렸다.

“어디 다시 한번 막아봐라!”

앞으로 달려가는 동무벽은 기세를 빌어 다시 한번 보도를 휘둘렀다. 백인대장 둘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백인대장 둘의 도가 거침없이 휘둘러졌다. 동무벽의 보도를 향해 뻗어가는 도강을 보던 둘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스걱.

자신들의 도강과 도가 일시에 베어지는 모습을 보던 둘이 옆으로 쓰러졌다. 어떻게 당한지도 모른 채.

동무벽은 그들을 지나가며 다시 한번 보도를 휘둘렀다.

“크하하하. 내가 광오문의 우호법 동무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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