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오문-159화 (159/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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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가 밝아 오는 모습을 보며 도병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보다 더욱 눈 밑이 검어진 모습으로 걸음을 옮기던 도병우는 하후추를 만났다.

“외문주 계획은 말씀 드렸습니까?”

“예. 문주님도 승낙하셨습니다.”

청의문의 인원 편제를 바꾸는 일. 청의문주 조상이라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 전쟁의 승부는 그들에게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도병우는 자신의 염소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음 지었다.

“다행이군요. 그들에게 모든 걸 걸어보죠.”

하후추는 자신의 패검을 두들기며 물었다.

“그런데 괜찮겠소?”

하후추의 물음에 도병우는 자신의 곰방대를 꺼내 불을 붙이며 답했다.

“아무리 지모지략이 뛰어나다 해도 강호에서 구르려면 한수 재간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요.”

“허허허. 역시 가장 최전방에서 뛰던 용병단의 단주다운 말이오.”

하후추의 너털웃음에 도병우는 곰방대를 깊이 빨아 들였다.

“후~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막상 상대해보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후추는 도병우를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겨뤄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요.”

도병우는 하후추에게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빠르게 말했다.

“문주님에게 작전 설명을 해줘야 하니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러십시오.”

자신의 천막에서 찻잔을 들어 마시던 이청형은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겨뤄보니 어떻던가?”

비천마왕은 씁쓸히 웃었다.

“방주님의 말이 기억나 그냥 물러섰습니다.”

비천마왕의 말에 이청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 내 말을 생각해 주다니.”

이청형은 차를 불어 마시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보자. 그러니까 사대천왕의 한 명이 목숨이 경각에 달했고 그의 부대 부대장 중 둘이 죽고 셋이 중상. 부대원 중 칠십 명이 사망.”

중얼거리던 이청형은 걸음을 옮겼다. 천막을 걷어 올린 이청형의 시선이 남쪽 청의문 진형을 향했다.

“심검의 고수가 온 것 치고는 피해가 미미하군.”

이청형의 말에 비천마왕이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이제 청룡장군의 부대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청형은 고개를 돌려 비천마왕을 바라보았다.

“무얼 어떻게 한단 말인가? 사대천왕이 쓰러지면 다른 자가 그의 위를 받으면 될 일. 별로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니네.”

“하지만 고수가 하나 준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북천방은 그렇게 약하지 않아.”

이청형은 천막 밖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후로 저들은 더 이상 햇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

유세운은 막사의 의자에 앉아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도병우를 보며 투덜거렸다.

“자는 거 처음 봐? 뭘 그렇게 멍하니 보는 거야?”

도병우는 자신 혼자만 밤을 새는 것이 너무 억울한 나머지 눈물이 다 날 것 같았다.

“요즘 통 잠이 안 오더군요.”

자신의 감정을 비꼬며 말을 던진 도병우는 유세운의 불쌍하다는 듯한 시선에 더욱 분개했다.

“저런. 나이를 먹으니 잠이 잘 안 오나봐?”

도병우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깨는 방법을 알아 오라는 데 어찌 잠을 잘 시간이 있겠습니까!”

도병우의 외침에 유세운은 귀를 긁적이며 옆에 놓인 옷을 집어 들었다.

“흐음. 수고 많았어.”

유세운의 말에 도병우는 전신의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고작 저 말을 들으려고 며칠을 고생했다는 생각에 눈물이 아른 거렸다. 유세운은 옷을 입다가 도병우가 말이 없자 그를 바라보았다.

“뭐야? 우는 거야?”

“무…무슨 말입니까!”

“아니면 됐구. 그보다 무슨 일로 날 찾아 온 거야. 아직 북천방주가 말한 시간이 되려면 멀었는데.”

도병우는 곰방대를 꺼대 들면서 답했다.

“문주님이 말한 계란으로 바위 깨트리기의 작전을 말하러 왔습니다.”

“그래?”

여태껏 말없이 듣고만 있던 동무벽과 관백도 도병우를 바라보았다. 도병우는 곰방대에 불을 붙이며 말을 이었다.

“청의문의 문주님과도 얘기를 해서 부대의 편성을 조금 손 봤습니다.”

“부대 편성을?”

“예. 일단 저희 지원군의 병력과 부대장은 예전 그대로 움직입니다.”

도병우의 말에 동무벽은 자신의 고슴도치 같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렇다면 난 고민 할 것 없겠군.”

“그래. 자네는 자네의 부대를 데리고 움직이면 되네.”

도병우는 유세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의 후방전력에 외문주 하후추와 그의 두 제자가 들어옵니다.”

유세운은 도병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후 외문주와 위지남매 정도라면 도움이 되겠군.”

“예. 그리고 청의문의 고수들은 청의 금검대 백 명과 은검대 삼백 명, 동검대 오백 명이 있습니다.”

“그랬어?”

유세운의 물음에 도병우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모르셨나보군요. 이곳에 온 인물들 중 가장 강력한 부대를 꼽으라면 청의 금검대가 꼽힐 겁니다. 백 명 전원이 검강의 경지에 이른 자들이니까요.”

“흐음. 쓸만하겠군.”

유세운의 간단한 평에 도병우는 곰방대를 깊이 빨아들이고는 말을 이었다.

“예. 아주 쓸만할 겁니다.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청의문의 고수들을 청의문주님이 휘하 산영삼검과 청죽오검을 대동한 채 지휘 하실 겁니다.”

유세운은 도병우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가장 강하다면서 안 써먹어?”

도병우는 입가에 가는 미소를 지었다.

“청의 금검대 백 명은 오늘 문주님의 휘하로 들어옵니다.”

“금검대 애들이 왜? 아니지 내가 왜 그들을 데리고 다녀야 해?”

도병우는 유세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가 이기기 위해서라면.”

유세운은 말없이 도병우를 바라보았다. 도병우는 곰방대에서 나는 연기에 가늘게 눈을 뜨고 마주 바라보았다.

“그들을 데리고 움직인다면 이길 방법이 있단 말야?”

도병우는 곰방대를 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데리고 다녀주지.”

유세운의 대답에 도병우는 연기를 내뿜고는 말을 이었다.

“작전은 간단합니다.”

광오문 전원의 시선이 도병우를 향해졌다. 도병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말한 지원군의 삼군과 청의문의 전력에 문주님의 부대. 이렇게 다섯 부대가 저희 총 전력입니다.”

도병우는 찻잔의 접시를 들어 탁자에 내려놓았다. 가운데의 한 개의 접시와 사방을 둘러싼 네 개의 접시.

“이렇게 북천방의 전력이 움직일 겁니다.”

육우령은 접시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북천방 전력이 이렇게 대단위로 움직여 본 적이 없지만 아마 이렇게 되겠군.”

육우령의 말에 도병우는 미소를 지었다. 찻잔을 하나 집어든 도병우가 말을 이었다.

“첫 번째 동호법의 부대는 이 곳. 백호부대를 막아 주면됩니다.”

백호 부대의 접시 위에 놓이는 찻잔. 동무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호부대장을 베면 되나?”

도병우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주면 정말 다행이겠지.”

“좋아. 반드시 베주지.”

가볍게 한숨을 내쉰 도병우는 다음 찻잔을 들었다.

“관호법의 부대는 이곳 주작부대를 막아주면 되오.”

도병우의 손에 들린 찻잔이 다시 접시에 놓였다. 관백은 말없이 도병우가 가리킨 접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도병우는 또 하나의 찻잔을 들어 청룡부대를 대신하는 접시 위에 올려놓았다.

“저희 부대가 지금 대장이 없는 이곳을 공격합니다.”

동무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청룡장군이 없으니 자네가 공격하면 딱이겠군.”

동무벽의 말에 도병우가 인상을 확 찌푸렸다.

“무슨 뜻이야?”

동무벽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몰라서 묻는 거야?”

도병우는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 연환강편을 펼칠 수 있는 부대가 우리이니 절정고수가 없는 쪽이 더 편하지. 괜히 부대의 연결고리가 끊어질 만큼 위험한 일은 안당해도 되니까.”

도병우는 한 개의 찻잔을 들어 접시의 반대편에 놓았다.

“이것은 청의문의 전력입니다. 우리에게 있어 본대라는 의미가 있어 북천방의 북천혈풍단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일 겁니다.”

도병우는 마지막 잔을 들어 올렸다.

“이것이 문주님과 청의 금검대 백 명의 부대입니다.”

유세운은 도병우가 든 잔을 바라보았다.

“뭐야 현무장군을 치라는 거야?”

도병우는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무슨 소리 하시는 겁니까? 문주님은 오늘 가장 바쁘실 겁니다.”

유세운이 멀뚱히 바라보자 도병우는 말을 이었다.

“문주님의 부대는 북천방주가 움직이는 그 순간까지. 전장을 횡단하시며 적의 혼란 야기와 수장의 목을 베어 주십시오.”

유세운은 도병우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려운 일은 아니군. 북천방주가 움직이면?”

“그렇다면 그는 아마 문주님을 상대하러 올 것입니다. 승부는 아마 거기서 판가름 날 것입니다. 그들의 본진이 움직이면 그들의 허리를 청의문의 본진에서 칠 것입니다.”

도병우의 말에 유세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물었다.

“좋아. 그건 그렇다치고 어제의 복면인은?”

도병우는 그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 자에 대해서는 해결 방안이 없습니다.”

유세운은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말해서 두 놈은 무리야.”

도병우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차례대로 겨루면 어떻겠습니까?”

도병우의 말에 유세운은 팔짱을 끼고 찻잔과 접시들을 바라보았다.

“그 복면인 녀석. 철마성주 정도의 고수야. 아마 그자와 붙으면 북천방주는 엄두도 내지 못할 걸.”

유세운의 말에 도병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쩔 수 없군요.”

좌중의 시선이 그에게 향해지자 마지못한 듯 말을 이었다.

“그자는 나타난 것부터 변수였지만 오늘의 일전에서는 될 수 있는 한 안 마주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만약 나선다면 문주님이 맡아 주실 수밖에 없습니다.”

도병우의 시선이 유세운을 향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심검을 상대할 만한 고수는 문주님 뿐이니 말입니다.”

유세운은 자신의 찻잔을 들어 가운데 접시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난 피해줄 마음 따윈 없으니 부딪쳐 보는 수밖에.”

동무벽과 관백은 유세운을 바라보며 안쓰러운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자신들의 힘이 유세운의 호법이 되기에도 아직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강적을 모두 내 맡긴 샘. 마음이 무거웠다.

유세운은 일어나 천막 밖으로 향하며 중얼거렸다.

“대체 영호 형님은 언제쯤 오시는 거야?”

유세운의 중얼거림을 듣던 좌중은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도병우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저희야 육로로 잠도 줄여가며 왔기 때문에 도착했지만 영호천님의 지원군은 수로로 오니 아무리 빨라도 이틀 후에나 도착 할 겁니다. 수로는 정해져 있으니 말이죠.”

“알아.”

유세운은 천막 밖의 땅을 밟고 서서 북천방의 진영을 바라보았다. 오천 명의 북천 정예 무인들의 진영.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유세운의 시선이 침중하게 굳었다.

“하지만 내줄 수는 없다. 져줄 생각은 더더욱 없고.”

유세운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사부님을 욕되게 한 자. 네놈은 반드시 내 손으로 처리하마.”

유세운의 전의가 북천방주 이청형을 향해 불타올랐다.

천막을 따라 나오던 동무벽이 한숨을 내쉬었다.

“큰일이군. 북천방주와 단 둘이 겨룰 수나 있을까 몰라.”

“그것이 힘들면 기회는 우리가 만들어 줘야 겠지.”

관백의 말에 따라 나오던 도병우가 인상을 찌푸렸다.

“엉뚱한 생각들 하지 말고 작전이나 잘 수행해.”

도병우의 말에 관백과 동무벽은 동시에 그를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걱정하지 말게.”

도병우는 그들의 웃음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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