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오문-154화 (154/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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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병우는 지도를 펼쳐 놓고 지원군의 인원을 나눠 놓은 연명부를 꺼내 놓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벌써 두 시진 째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뚜렷하게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체 이 인원을 가지고 어떻게 하란 말인 거야?”

도병우는 곰방대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이고 깊이 빨아들인 도병우는 탁자위에 놓인 연명부의 가장 위에 있는 이름인 유세운의 이름을 보고 중얼거렸다.

“젠장. 나를 알고 적을 알았으니 계책은 나왔지.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면 되지.”

하지만 그 말은 들은 척도 안할 것이 뻔했다. 도병우는 곰방대의 연기를 깊이 들이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의문의 연명부를 얻어야 뭔가가 될 듯 하군.”

머리도 식힐 겸 도병우는 천막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새벽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크음. 외문의 인원들이 많으니 외문주를 만나면 해결 되겠군.”

도병우는 청의문 막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순번을 돌고 있는 청의 은검대 고수 셋이 눈에 띄었다.

“이보게.”

청의 은검대 고수들이 시선을 돌려 바라보고는 포권을 취했다.

“도군사님 이시군요.”

“늦은 밤에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청의 은검대원의 물음에 도병우는 곰방대를 입에서 때며 웃음을 지었다.

“늦은 밤에 고생들이 많군. 외문주님을 뵈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

“하후 외문주님을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분을 만나려고 하네만.”

청의 은검대원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후 외문주님은 육우령에게 중상을 입으셔서 지금 환자들이 치료 받는 막사에 있으십니다.”

도병우는 청의 은검대원의 말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청의문 외문주를 중상을 입힌 자를 자신들 문파의 문도로 받아 들였으니 그것이 알려지면 어떻게 될지 앞날이 캄캄했다.

“고맙네.”

“저희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도병우는 손을 내저었다.

“내 아직 그 정도로 길눈이 어둡지는 않으니 걱정 말게. 혼자 찾아가 보겠네.”

청의 은검대원들은 도병우의 말에 포권을 취해 보이고는 자리를 떴다. 도병우는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막사로 걸음을 옮겼다.

“중상이라…”

탕약 냄새와 혈향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곳이 맞는 듯한데 물어보면 답을 해줄지 의문이군.”

도병우는 천막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환자들이 잠들어 있는 것을 돌아보던 조예림이 도병우를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도군사님이 이곳에는 무슨 일이신지요?”

도병우는 염소수염을 쓰다듬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후 외문주님을 좀 뵈러 왔습니다.”

도병우의 물음에 조예림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후 외문주님을 왜 이곳에서 찾으시는 거죠?”

도병우는 조예림의 말에 자신에게 허위 사실을 알려준 청의 은검대원을 향해 속으로 욕을 해댔다.

“오는 길에 만난 청의 은검대원이 그렇게 알려 주길래 찾아 왔습니다.”

도병우의 말에 조예림은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광오문에서 유세운이 와 하후추를 치료하고 간지가 벌써 한 시진 전이다. 그런데 광오문의 군사라는 사람이 와서 하후추를 찾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지금 연무장에 계실 듯 한데요.”

조예림의 말에 도병우는 더욱 이를 갈았다.

‘이 자식들이 누굴 놀리나? 연무장에 갈 만큼 팔팔한 사람이 왜 중상을 입었다는 거야?’

도병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요. 저희가 감사해야 하는 걸요.”

“예? 무슨 말씀이신지…”

도병우의 말에 조예림은 환하게 웃음 지었다.

“유문주님이 하후 외문주님을 치료해 주시느라 고생하신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거였는걸요.”

도병우는 조예림의 말에 앞뒤 상황을 눈치 채고 웃음을 지었다.

“허허허. 다 문주님이 하신 일이지 제가 한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허허허.”

“저희가 빚을 진걸요.”

조예림의 말에 도병우는 고개를 내젓고 포권을 취했다.

“늦은 밤에도 수고가 많으시군요. 그럼 저는 이만 하후 외문주님을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예. 수고 하세요.”

병자들의 막사를 나온 도병우는 속으로 유세운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

‘제길! 대체 군사는 뒀다 뭐하는 거야? 알려주지도 않고 일을 치르면 어쩌라는 거지?’

도병우의 발걸음은 다시 청의문의 간이 연무장을 향해 옮겨졌다.

차차차창.

눈부시게 빠른 쾌검을 펼치는 위지평과 위지청의 검들이 모두 튕겨졌다.

“하아. 하아. 사부님. 그만 해요!”

지친 위지청의 외침에도 하후추는 태연히 웃음을 지었다.

“허허허. 이제야 슬 몸이 풀리려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어서 검을 들어라.”

벌써 한 시진 째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위지평과의 합격술을 펼치고 있음에도 하후추는 웃으며 막아내고 있었다. 삼 일 만에 움직인다고 몸이 굳었으리란 생각은 오산이었다.

“이제 완쾌 되셨잖아요.”

울상을 지으면서도 검을 놀리는 것은 잊지 않았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언제 다시 불호령이 떨어질지 몰랐다.

“아직 멀었느니라.”

하후추는 자신의 거대한 패검을 휘두르며 속으로 계속 놀라고 있었다. 유세운의 자연지기의 도움을 받아 처음부터 다시 자신의 진기가 가는 길을 터놓았다. 무의식적으로 보내던 진기에 한 시진을 집중해서 길을 닦느라 내력의 수발과 진기의 이동이 쉬워졌다.

자신의 제자들이라지만 청의문의 내일을 지고 갈 것이 틀림없는 위지 남매의 쾌검을 막아내기가 예전보다 쉬워졌다. 막힘없이 이어지는 내력의 수발로 합격술을 가볍게 막아내고 있었다.

쩌쩡.

“꺅!"

위지청은 비명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고 위지평도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후추는 제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연무장을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수련을 계속 할 수는 없었다.

“이 늦은 밤에 뉘시오?”

“수련 중에 실례를 범했습니다. 광오문의 군사를 맡고 있는 도병우라고 합니다.”

다가오는 도병우를 보며 하후추는 웃음을 지었다.

“도군사 셨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하후추라고 합니다.”

하후추의 인사에 도병우는 마주 인사를 했다.

“청의뢰검의 위명은 예전부터 들어왔습니다.”

“허허허.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하후추는 패검을 허리에 차며 도병우에게 다가갔다.

“그래. 이런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도병우는 하후추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긴히 부탁드릴 것이 있어 왔지요.”

“긴히 부탁을 말입니까?”

하후추의 물음에 도병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후추는 도병우를 바라보았다. 예전의 소문보다도 광오문의 군사로 있다는 그의 말에 하후추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그만 물러가거라.”

“예.”

위지평은 뭐라 말을 꺼내려는 위지청의 손목을 잡아끌고 연무장을 떠나갔다. 하후추는 도병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무엇을 부탁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도병우는 하후추를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나온 청의문의 연명부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왔습니다.”

“연명부를 말입니까?”

아무리 청의문의 조직체계가 밖에 알려져 있다해도 그들의 연명부를 넘겨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후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있겠소?”

하후추의 물음에 도병우는 어깨를 으쓱 거렸다.

“다 문주님 때문이지요.”

“유문주님 말이오?”

하후추의 물음에 도병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북천방의 본대를 막으실 생각이십니다.”

“그야 그들이 오면 막아내는 수밖에 더 있겠소. 나머지 지원군들이 올때까지 말이오.”

하후추의 말에 도병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문주님은 그들을 이기려고 하십니다.”

도병우의 말에 하후추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오? 그들을 지금 있는 병력만으로 이기겠단 말이오?”

하후추의 물음에 도병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허허허. 그게 가능하겠소?”

도병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알면서 이기겠다는 말이 나오오?”

도병우는 어깨를 으쓱 거렸다.

“적들에 대해서 정보를 얻었습니다. 문주님 말로는 적을 알고 나를 알았으니 필승의 전략을 세우라더군요.”

“허허허.”

하후추의 헛웃음에 도병우는 속으로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이미 떨어진 명령. 최선을 다해야 했다.

“적은 알았지만 아직 저희의 전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모르겠더군요. 연명부까지는 아니더라도 북천방을 막으러온 청의문 정예들의 인원과 능력치 들을 알아야 작전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허. 작전을 세운단 말입니까?”

하후추의 물음에 도병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하후추는 도병우를 불쌍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머리가 좋기로 강호에서 유명한 그이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해내라고 말하는 유세운을 향해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하고자 하는 것이 중원을 위한 일임에 자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더욱이 자신을 도와준 은인임에야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하후추는 도병우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 막사로 가시지요. 거기서 얘기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새벽바람이 차군요.”

“알겠습니다.”

땀으로 덥혀진 몸이 새벽바람에 식어갔다. 도병우를 데려가는 하후추는 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간이 연무장에서 가까운 하후추의 막사로 이동한 도병우는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하후추는 커다란 탁자에 술병과 술잔을 가져다 놓고서는 웃음을 지었다.

“오늘 유문주님 덕에 술을 나눠줬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한잔 하시면서 얘기를 하지요.”

하후추의 말에 도병우는 술잔을 들어 술을 받았다. 하후추는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르고서는 입을 열었다.

“뭐 이렇게 된 이상 반드시 그들을 이길 방법을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하후추의 말에 도병우는 속으로 혀를 찼다.

‘제정신이 아니군. 대체 다들 생각이 있는 거야? 아님 계산을 못하는 거야?’

절대적으로 부족한 고수의 차이와 정예 무사들의 차이. 어느 것 하나 앞서는 것이 없건만 다들 속 편히 생각한다고 욕을 하고 싶었다.

술잔을 들이킨 하후추는 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삼일 만에 마시는 술이라 그런지 달군요.”

“하하하. 그러기도 하겠습니다.”

같이 웃어주는 도병우에게 하후추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일단 저희 병력으로는 청의 금검대원이 백 명. 청의 은검대원이 삼백 명. 청의 동검대 육백 명이 이곳에 나온 인원들이오.”

하후추의 말에 도병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후추는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도병우를 향해 말을 이었다.

“청의 금검대원이라면 전원이 검강을 펼칠 수 있는 고수들이고 청의 은검대와 동검대는 백인대장이 검강을 펼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검기를 펼칠 정도의 수준이오.”

“흠. 내문의 고수들로는 누가 왔습니까?”

“내문에서는 청문십장로와 부문주님을 제외한 산영삼검과 청죽오검이 나왔소.”

도병우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산영삼검이라면 합격술을 펼쳤을 때 내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고 청죽오검이라면 합격술을 펼쳤을 때 오백 초 정도는 버틸 것이오.”

하후추의 설명에 도병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큰일이군요. 북천방의 사대천왕은 육우령만한 고수라고 하던데 말입니다.”

도병우의 말에 하후추도 인상을 찌푸렸다.

“그 정도의 고수들이라면 어찌 그들을 상대해야 할지 모르겠소.”

도병우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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